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5.11.28 | 955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최근 AI(인공지능)의 책임을 둘러싼 두 사건이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달 초 세계 최대 사진·영상 콘텐츠 업체 게티이미지가 AI 기업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영국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게티이미지는 “AI가 우리사진을 무단 학습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I 학습 데이터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특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AI로 생성된 누드 딥페이크 이미지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대량 유포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미지 제작자와 최초 유포자가 확인되지 않아 학교와 지역 경찰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의 공식 보고로 알려졌죠.


두 사건은 분야와 배경은 다르지만 우리에게 공통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AI가 만든 콘텐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AI의 비약적 발전으로 콘텐츠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그만큼 책임의 경계는 더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저작권, 사생활 침해 등 모든 영역에서 이것은 누가 만들었고 누가 책임지는가라는 질문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오늘 미라클레터에서는 AI 시대에 희미해지고 있는 ‘저자(창작자)’의 의미, AI가 만든 이미지의 책임을 둘러싼 플랫폼, 사용자, AI기업 간 힘겨루기 그리고 혼란 속에서 등장하고 있는 ‘AI 책임 산업’을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3줄 요약
1. AI는 창작을 늘리지만 책임을 지우고 있다.
2. '누가 만들고 책임지는가'가 가장 중요한 질문.
3. 미래는 기술이 아닌 책임과 투명성이 결정한다. 
미국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 홈페이지. 딥페이크가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뤘습니다. [NCMEC]

책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도입부에서 언급한 두 사건은 지금 AI 생태계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책임 공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AI 기술의 급속한 확산 속도를 기존 법·제도의 대응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유형의 충돌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스탠포드 HAI는 올해 발간한 ‘2025 AI 인덱스’를 통해 생성형 AI 관련 글로벌 민간 투자가 339억달러(약 50조원)로 지난해 대비 18% 늘어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생성형 AI 모델 학습 규모와 활용 속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콘텐츠 유통량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 확산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책임과 투명성 기준은 여전히 과도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게티이미지와 스태빌리티AI의 소송전입니다. 이 사건은 저작권 침해 여부 뿐 아니라 AI 학습 과정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법원의 결론은 기술 구조가 가진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법원은 학습 데이터가 어디서 확보됐는지, 어떤 절차로 모델에 반영됐는지를 명확히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게이티미지는 판결 후 공식 성명을 통해 “AI 시대에 최소한의 투명성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창작자의 권리 보호가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했죠. 이 소송이 상징성을 지니는 이유는 기존 저작권 체계가 AI 모델의 내부 학습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낸 첫 판례기 때문입니다.


피해가 드러났지만 책임이 특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죠. 미국 아이와주 고교에서 발생한 딥페이크 사건은 이를 보여줍니다. 학교와 지역사회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즉각 조치를 취해야했지만 이미지 생성자, 최초 유포자, 확산 경로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죠. 미국 온라인 안전센터는 “AI 기반 성착취물은 기존 범죄보다 추적이 어렵고 플랫폼별 조치 기준도 통일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AI가 개입하는 순간 책임 사슬은 끊어집니다. 모델이 학습한 데이터의 출처를 확정하기 어렵고, (콘텐츠의)생성 과정이 명확히 알려져있지 않으며, 유통 과정은 플랫폼 알고리즘과 사용자가 결합된 복합 경로로 이뤄집니다. 그러다보니 피해가 발생해도 각 주체가 다양한 이유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것이죠. 기술이 개입하는 순간 생산자와 유포자, 책임자의 연결이 끊어지는 ‘책임의 공백’ 상황이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AI가수 브레이킹 러스트. 생성형 AI 가수인 그가 발표한 '워크 마이 워크(Walk My Walk)'가 미국 빌보드 컨트리 디지털 송 세일즈차트 1위에 오른 뒤 AI의 데이터 학습에 대한 논란에 불이 붙었습니다. 브레이킹 러스트의 위 이미지 또한 AI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브레이킹 러스트 인스타그램]

저자를 지우는 AI
창작의 의미를 흔들다

AI의 책임 공백은 단순히 피해자를 찾기 어려운 문제를 넘어 ‘누가 창작자’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AI가 텍스트, 이미지, 영상에 이어 음악까지 만들어내면서 전통적인 창작 구조가 붕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AI가 만든 곡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른 것은 이같은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음악 산업은 멜로디·보컬·편곡까지 모두 AI 모델로 생성할 수 있게 되면서 창작의 의미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누가 노래를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모델 개발자, 학습 데이터 제공자, 프롬프트 작성자, 보컬 모델의 원본 음성 제공자 중 누가 저자라고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것이죠.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올해 보고서에서 “AI 생성 음악의 비율이 초기 예상을 넘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들이 지적하는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AI가 만든 음악의 상당수가 기존 곡의 음색과 멜로디 구조를 학습해 생산되기 때문에 ‘창작의 독창성’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한 기준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지·영상 분야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AI 모델은 온라인에 공개된 수많은 작품을 학습하나 그 과정이 공개되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의 출처와 영향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생성된 결과물이 기존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지조차 판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죠.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에 대해 “AI가 창작물을 만들 때마다 동시에 수백명의 원 저자를 지운다”고 평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창작자가  누구인지보다 결과물이 괜찮다면 콘텐츠를 선택합니다. AI가 만든 곡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각종 AI 커버곡 등이 유튜브 동영상 플랫폼에 넘쳐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AI는 빠른 속도로 창작자를 늘리고 있지만, 동시에 ‘책임 있는’ 창작자를 지우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창작자 → 유통’의 단순 흐름이었지만 이제는 창작자–AI 기업–플랫폼–책임 검증 서비스가 얽힌 다자 구조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제미나이]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재편되는 산업구조

AI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책임 공백과 등이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 새로운 산업 주체들 간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생성형 AI가 만든 이미지를 저작물로 인정한 첫 사례가 나왔습니다. 지바현 경찰은 AI로 생성된 이미지를 무단 복제한 혐의로 27세 남성을 검찰에 송치했는데요. “AI 생성물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내놔 주목받았습니다. 


해당 사건 이후 일본 정부는 생성형 AI 활용에 대한 거버넌스와 규제 체계 정비에 나섰습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금지보다 활용 중심의 실질적 규제와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언급했죠. 이렇듯 국가 차원에서 AI 생성물을 어떻게 법적으로 다룰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며 향후 AI와 창작의 관계를 둘러싼 국제적 규범의 윤곽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음악 산업에서 특히 그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기존 저작권자와 음반사가 AI 생성 음악을 무조건 배격하던 흐름에서 벗어나 일부는 AI 음악에 대한 라이선스와 협력 모델을 적극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스웨덴 저작권 단체 STIM은 AI기업이 기존 음악을 학습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작곡가·음반가에게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는 AI 음악 라이선스를 도입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단순한 생존 전략을 넘어 AI와 인간 창작자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보여줍니다. AI는 더 이상 창작을 위협하는 기술이 아니라 적절한 규제와 계약 하에서 창작자 권리 보호와 수익 재배분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죠. 동시에 AI 생성 콘텐츠의 진위와 출처를 검증하려는 기술과 서비스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저작물 출처 추적, 저작권 라이선싱 서비스, AI 생성물 표기와 투명성 보장 체계 등이 주목받고 있죠.


과거에는 ‘창작자 → 유통’의 단순 흐름이었지만 이제는 창작자–AI 기업–플랫폼–책임 검증 서비스가 얽힌 다자 구조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책임이 곧 산업 기회가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제목을 누르면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 성능 면에서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위협하는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가 전면에 부상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GPU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기면서 국내 메모리·AI 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전체 회의에서 일부 직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25일(현지 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젠슨 황은 지난 20일 진행된 회의에서 “제가 알기로는 엔비디아의 일부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AI(인공지능) 사용을 줄이라고 지시하고 있다”며 “제정신이냐”고 말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AI로 자동화 가능한 모든 작업을 자동화하고 싶다”면서 “약속한다. 여러분은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추상적이고 모호한 조항으로 인해 국내 인공지능(AI) 기업들이 데이터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특히 AI 모델 학습 과정에서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를 수집해 학습하는 경우 기업의 이익이 정보주체 권리보다 명백하게 우선한다는 요건을 기업이 증명해야 해 기업 입장에서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네요.

인사말

AI는 전례 없는 속도로 새로운 창작의 영역을 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의 기준은 여전히 과거의 체계에 갇혀 있죠.


‘누가 만들었고, (그래서)누가 책임져야하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 모호해질수록 창작의 가치는 빛이 바래고, 신뢰는 사라질 것입니다.


AI 시대의 진짜 혁신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책임의 설계가 결정합니다. 출처가 명확하고 (창작자의)권리가 보장되며, 결과에 책임이 연결된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AI는 인간의 창작 행위에 가장 강력한 조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책임이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통제보다 기준과 투명성 아닐까요.


AI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책임을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달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미라클한 하루가 되시길 바라며
이영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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