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라는 생태계
6월의 코트워치
2026. 6. 26.

비영리 미디어 코트워치의 한 달을 보내드립니다.
'보통의 언론사'와는 조금 다른 활동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안 멋진 대법관들

안녕하세요. 최윤정 기자입니다.

 

코트워치 팀은 지난 지방선거 이후 '2026 선거범죄 리포트' 보도 방향을 수정하며 6월을 보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선거관리위원회 개혁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다른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정보를 찾으려 머리를 맞댔습니다.

 

고위 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비상근으로 맡는 관행이 선관위 부실과 비리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전에 공직선거법 전문가를 찾으려고 변호사 이름을 검색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프로필에 '선관위원장 겸임' 경력을 걸어둔 변호사들을 봤었거든요.

 

김주형 기자와 또 오래 회의를 했습니다.

 

'선관위원장 경력이 있는'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가 선거범죄 사건을 맡으면 문제인가? 재판 절차나 판결에서 '유리한 대우'를 받았다는 증거가 없어도? 논문, 수상 등 여타 경력과는 어떻게 다른가? 선거범죄 고발처럼 공정한 선거를 위한 심판 역할을 하는 선관위의 장이 퇴직 이후 특정 정치인을 변호한다면, 시민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전관예우 공화국에서 더 빛나는 청백리"

 

조금 놀랐던 건 코트워치 데이터셋에 등장한 역대 중앙선관위원장들의 이름이었습니다.

 

사건 개수가 많지는 않지만, 제20대, 제18대, 제17대, 제16대 중앙선관위원장 모두 퇴직 이후 변호사가 되어 현직 정치인의 선거범죄 사건을 맡았습니다. 모두 대법관 출신입니다.

 

(최근 사퇴한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이 제22대입니다.)

 

그중 한 명인 김능환 전 중앙선관위원장은 2013년 3월 퇴임했습니다.

 

퇴임 직후 아내의 편의점에서 일하며 화제가 됐고, 언론은 그를 '편의점 아저씨', '아름다운 전관'으로 불렀습니다. 하지만 불과 5개월 후 대형 로펌행을 택했습니다.

 

사법정책연구원 보고서는 "해외 사례에서 최고법원 대법관이 퇴직하여 변호사로서 개업해 소송대리 활동을 하는 것이 한국처럼 일반화된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합니다. 법원의 내부 정보, 대법관 경력과 명예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정말 '안 멋지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전관예우라는 생태계

 

사법정책연구원 보고서는 전관예우를 세 가지 개념으로 정의합니다.

 

①판·검사가 정기적으로 대량 사직해 (전관예우를 기대하고) 변호사가 되는 현상

②전관 변호사가 과잉선호 받는 현상

③전관 변호사가 재판에서 유리한 대우를 받는 현상

 

코트워치 데이터셋이 명백하게 드러낸 사실은 ②번입니다. 현직 정치인들은 전관 변호사를 선호했고, 사건이 무겁고 복잡할수록, 본인의 직위가 높을수록 더 그랬습니다.

 

③번은 명백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에 가서 당선무효를 면한 정치인 중 의심스러운 사례가 있었지만, 데이터로 입증하기 어려웠습니다. 전관이 아닌 변호사를 선임한 정치인은 그 수가 적었을뿐더러, 애초에 혐의가 가벼워 형량 등을 두고 '전관 대 비전관'을 비교하는 의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전관예우를 생태계로 이해하는 관점을 소개하는데요.

 

전관예우 개념을 ①번과 ②번을 포함해 넓게 이해하면, 이 문제를 하나의 생태계로 이해할 수 있고, 결국 이 생태계를 없애거나 대폭 줄일 대책이 필요해진다고 짚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관 효과

 

2021년 한 연구는 기업범죄 사건을 대상으로 전관예우가 존재하는지 분석했습니다.

 

의미심장한 건, 위 연구가 밝혀낸 전관 효과가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재판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언론이 주목하면 전관 효과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전관 변호사의 활동에 대한 언론 감시가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 * *

 

어제는 평화활동가의 행정소송 변론을 보러 서울행정법원에 다녀왔습니다.

 

변론을 시작하기 전에, 법원 앞에 모인 연대자들이 자유롭게 노래하는 장면을 찍었습니다. 이후 좁은 법정에 가서는 쌍방 대리인과 재판장이 빠르게 주고받는 말들을 받아쳤습니다. '침익적 행정행위' 같은 단어를 못 알아들어서 나머지 공부를 해야 했고요.

 

법원 앞과 법정 안의 괴리가 새삼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괴리는 코트워치 팀이 곧 시작하는 새로운 프로젝트와 닮았습니다. 무더운 여름의 한복판에 다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주의 스토리

[2026 선거범죄 리포트] 마지막 편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선거관리 문제를 짚어보면서, '당선자 선거범죄 데이터'를 통해 발견한 사실을 소개합니다. 당선자 268명의 변호인, 선거범죄 유형, 정당 등을 분석해 정리했습니다. '선거일 이후'에도 적용되는 매수 및 이해유도 사건에서의 주요 쟁점 등도 기사에 담았습니다. 

(이 레터는 코트워치 후원회원 워처 90분의 지원을 받아 최윤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courtwatch@c-watch.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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