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의 선택, 당근의 기업가치는

옆집 스타트업의 숟가락 숫자는 몇 개일까요. 시즌1 #76 <H2K>첫번째 레터입니다. 인터뷰의 앞과 뒤에 이야기 한꼭지씩입니다. 뒷에는 당근마켓 브랜드&평판 조사 결과를 실었습니다.   
Season 1 | 7번째 인물 | 첫번째 이야기 | 20 April
게임빌, 코인원 지분 전격 인수..그러면 빗썸, 업비트의 가치는
쫌아는기자들 1호 성호철

 19일 눈에 뜬 기사는 <게임빌,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에 투자>입니다. 수십개 기사가 쏟아졌는데, 내용은 게임빌이 코인원의 구주 13%를 312억원이란 겁니다. 그런데, 서너개 기사를 눌러봤는데, 대체 '누구에게서 구입하는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대체 코인원의 기업가치는 얼마인지가 없습니다. 
 자괴감. 다들, 게임빌이 배포한 자료를 그냥 쓴 것일뿐, 아무도 '쏘 홧'은커녕, 기본적인 팩트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겁니다. 
 쫌아는기자들은 잘은 모르지만, 쫌 아는 기본을 가지고 추가 취재를 했습니다. 가상화폐거래소에 관심있는 분들은 관심있을까 싶어서요. 참, 코인원도 스타트업이니, 쫌아는기자들의 응원 대상입니다. 

 게임빌은 더원그룹이라는 기업에게서 주식을 인수했습니다. 더원그룹은 코인원의 대주주입니다. 코인원 창업자인 차명훈 대표가 더원그룹의 최대 주주(88% 지분)입니다. 말하자면 더원그룹이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일부 지분(13%)을 311억9300여만원 받고 게임빌에 넘깁니다. 

 
그럼 더원그룹이 코인원의 최대주주일까요. 맞습니다. 취재를 종합해보면 이렇습니다. 본래 코인원의 최대주주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고위드(73~78% 추정)였습니다. 작년초에 더원그룹은 고위드에게서 코인원의 지분 30% 정도를 147억원에 인수했습니다. 그 결과, 1대주주는 더원그룹(53~57% 추정), 2대주주는 고위드(약 43%)입니다. 
 더원그룹은 이번에 게임빌에서 현금을 받으면 고위드에게 일부 금액(대략 절반 못미치는 금액 추정)을 넘겨줄 예정입니다. 작년초에 지분 인수한 대금입니다. 
 계약이 완료되면, 숫자만 보면 고위드가 다시 1대주주가 됩니다. 하지만 아마도 더원그룹과 게임빌은 경영권은 그대로 더원그룹에 밀어주기로 했을테고, 경영권에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투자에서 코인원의 기업가치는 2400억원 정도입니다. 궁금증은 이 가격이 싼지 여부입니다.  업계에는 국내 가상화폐 2위인 빗썸 매각설, 1위인 두나무(서비스명 업비트)의 뉴욕 상장설이 돌고 있습니다. 
 빗썸의 가치는 1조2000억원 안팎이란 말이 흘러나옵니다.  흔히 기업 가치를 정할때 쓰는 PER를 고려하면 코인원도 빗썸도 엄청 싼 가격입니다. 올해 코인원이나 빗썸이 벌 돈(예상 영업이익)은 보수적으로 봐도, 각각 700억~800억원과 7000억~8000억원입니다. 
  결국 올해 연말 기준으로, 코인원의 이번 계약은 PER을 3배 인정받은 겁니다. 빗썸은 1.5배의 PER정도에서 매각 협상이 오가는 셈이구요. 주식 쫌 하는 분이면, 얼마나 낮은 수치인지 잘 아시겠죠. 

 1위인 업비트인데, 뉴욕 상장하면 PER 5배 이상(기준은 올해 예상 영업이익)을 받아, 7조~8조원의 기업가치가 가능할 것이란 말도 나옵니다. 그 기준은 앞서 미국에 상장한 코인베이스입니다. 코인베이스의 PER이 10배 정도라고 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쿠팡에 이어 업비트마저 뉴욕으로 직상장하면, 국내 거래소가 난감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한국에서 돈을 버는데, 왜 미국 투자자 좋은 일 시키느냐는 논리인 셈입니다. 국내 정치인이나 거래소가 업비트를 잡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엔, 쿠팡은 대주주가 일본 소프트뱅크이지만, 업비트는 카카오이라는 점이 있습니다. 카카오가 정부의 눈치를 볼 것이라는 식이죠.

 PER이 겨우 1.5~10배인 암호화폐거래소는 억울할까요. 암호화폐는 워낙 둘쭉날쭉하다보니, 올해 1000억원 넘게 벌었다가도 내년엔 반토막날지도 모를, 불확실성이 너무 큰 것도 사실입니다. 투자자들이 제일 싫어하는게 불확실성이니까요.
시즌 1 No.7. 카이스트 박사가 가르치는 한글, 홍창기&김우현 H2K 창업자 
 이번에 소개할 스타트업은 아이가 없는 독자께는 생소할 겁니다. 유아용 한글 교육앱 ‘소중한글’을 만든 스타트업 H2K입니다. 
 대전에 있는 H2K 사무실. 간판도 없어 찾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창업자인 홍창기(38) 대표님이 ‘먼 길 오셨는데, 커피 한잔하세요’라며 커피를 건넸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손바닥 한 뼘, 스타벅스 벤티 사이즈만한 잔에 커피가 가득 차 있었고, 브랜드도 생소했습니다. “아니, 대표님 이렇게 큰 커피를..”. 
 옆에 있던 공동창업자인 김우현(36) CTO는 “아, 상가 밑에서 파는 1900원짜리 커피예요. 밤낮으로 개발하려면 이 정도 커피는 마셔줘야 해요”라고 하더군요. 직원들 책상을 봤습니다. 책상마다 큰 커피잔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아, 이게 스타트업이죠,라는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하하. )

야근 중이던 홍 대표의 책상 사진을 받았습니다. 모니터 옆에 커피잔이 수북이 쌓여있네요.
 홍창기 대표와 김우현 CTO 모두 카이스트 박사 출신입니다. 홍 대표는 전산학 전공. 생체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시뮬레이션 기법을 연구했고, 핵심 참여 프로젝트는 ‘개인맞춤형 신약 개발을 위한 생체 빅데이터 시뮬레이션 개발’이라고 합니다. 김우현 CTO는 카이스트 전자과 박사를 2020년 졸업했습니다. 2017년 창업 당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전공은 로봇. 차세대 자동차 IoT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습니다. 
 시쳇말로, '어딜가든 입사 가능한 이력서'입니다. 그들의 창업 이야기입니다.  홍창기 대표의 답변은 ‘홍’, 김우현 CTO의 답변은 ‘김’이라고 표시했습니다. 김우현님의 답변은 개발자답게도 짧고 명료했습니다. 부연설명을 도맡은 ‘홍’ 답변이 많은 이유입니다.  

H2K 공동창업자 홍창기 대표(사진 왼쪽)와 김우현 CTO.
난독증 어린이를 위한 니치 마켓, 해보니 시장이 훨씬 컸다
 왜 한글 앱을요? 
  : 교육에 특별한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요. ‘박사 끝나면 어떤 인생을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던 센치(감성적)한 시절이 있었어요. 박사과정을 하면서 알게 된 김우현님이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 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비전을 갖고 사느냐도 중요하다. 
 꿈을 갖고 창업 한 번 해보자”라고 하시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좀 오글거리는 이야기지만요(웃음). 창업 제안이 솔깃했죠. 그래서 김우현님에게 물어봤어요. “아이템 있어?”라고요. 그랬더니 “아니, 없는데”라더군요. 

 일단 사업 아이템을 찾을 팀을 먼저 꾸렸죠. 그게 2016년이요. 아이템은 없으니, 아이템 선정 기준이라도 세우자고 했죠. 그때 세운 기준 셋. 
 1번, 어려울 것. 아직 누구도 풀지 못한 문제여야 했고요. 
 2번,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것. 
 3번, 우리가 배운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것. 
 이 기준으로 정말 여러 아이템을 고민했죠. 우연한 기회에 한글교육을 제대로 못 받는 아이들, 혹은 한글 학업 성취도가 낮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신문 기사로 봤거든요. 
 교육부가 조사했더니, 유아 한글 난독증이 전체 아이 중에 4.2%나 된다는 기사였죠. 한글 난독증은 장애가 아니라서 장애인들이 받는 혜택도 못 받는대요. 학교에서 가면 한글을 못 읽으니 수업도 못 따라가고요. 이런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기사였어요. 
 실제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주변에 물어봤죠. 지금은 팀에 합류한 언어치료사 선생님이 계세요. 이분께 여쭤보니 난독증뿐 아니라 한글을 늦게 배우는 아이들이 교육부 추산으로도 20% 정도 된다고 하셨어요. 그러면 이런 아이들을 위한 솔루션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 고민에서 출발한 사업이죠. 

 단번에 한글 창업이란 아이템에 확신을 갖은 건가요. 
  : 그럴 리가요. 팀을 꾸려서 2016년 카이스트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나갔어요. 6개월 정도 아이템을 찾았고, 멘토님한테 계속 ‘그 아이템은 접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죠. 처음 들고 PT했던 기획안이 뉴스 큐레이션 앱이에요. 멘토가 한재선 그라운드엑스 대표님, 당시에는 퓨처플레이 CTO셨어요. 
 뉴스 앱 이야기를 듣거니 “뉴스 사업은 둘의 노력 대비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다음에 들고갔던 아이템이 ‘팩트 체크’ 서비스였어요. 뉴스 과잉 시대에 팩트를 체크해주겠다고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거절당했죠. “자꾸 미디어를 하려고 하지마라. 쉽지 않다”고요. 저랑 우현님이 신문이랑 뉴스를 정말 열심히 보거든요. 

 그러다 한 대표님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인터뷰가 찾아왔어요. 시간이 5분 정도 남았는데 “정말 뭐 다른 아이템 없나요?”라고 물으시더라고요. 지금까지 준비한 10개 정도 아이템이 모두 별로였던 것이죠. 그때 최근에 봤던 한글 난독증 신문기사가 문뜩 떠올랐어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했어요. 
 한 대표님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니치 마켓(niche market)이지만, 타깃 고객과 문제정의가 명확하다”고 하시더군요. 결국 한글 교육앱 아이템으로 학생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어요. 어찌보면 신문 열심히 봤던 것이 도움됐네요. 
 한 대표님이 “두 박사님은 일단 법인부터 세우세요. 그래야 절실해집니다”라고 하셔서 법인부터 세웠죠. 

자본이 없어서 일부러 니치 마켓(작은 시장)을 택한 건가요. 
  : 그때는 그랬지만, 이제는 아녜요. 처음에는 난독증 아이들만을 타깃으로 했거든요. 소풍에서 시드 투자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한글을 늦게 배우는 아이들, 20%만 타깃으로 잡았었는데 막상 시장에 내놓으니까 반응이 달랐어요. 한글을 가르치려는 모든 부모님의 니즈를 발견했거든요. 

  : 그래서 피벗을 하려고 노력 중이고요. K팝을 좋아하는 외국인들도 한국어 공부를 하는 시대도 왔어요. 실제 아이돌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도 협업 문의가 온 적도 있고요. 더 많은 고객들의 니즈를 발견했고,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봐요. 

로봇 박사가 만든 AI 한글 쌤
그래도 핵심 고객은 한글을 가르치는 부모님들 아닌가요 
 : 한글 교육 시장만 정확히 추산한 외부 분석 자료는 없어요.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를 말씀드리면, 전통적인 한글 교육 시장은 전체 2조원 된다고 봐요. 이 중에 4분의 3, 1조5000억원 규모 시장을 학습지 메이저 업체 3곳이 점유하고 있어요. 나머지 5000억원이 단행본, 책 시장이에요. 학습지 업체들의 공시 자료를 꼼꼼하게 따져본 결과예요. 

 학습지나 책이 아닌 앱이나 인터넷강의로 한글을 가르치는 한글 에듀테크 시장이 4500억원쯤 된다고 봐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에듀테크 리포트를 내는데, 키즈 에듀테크 시장이 6000억원 정도 되거든요. 저희가 조사한 결과, 학부모들이 평균적으로 아이들 교육비의 75%를 한글에 써요. 
 6000억원의 75%니까 4500억원이고, 아까 말씀드렸던 메이저 학습지들이 점유하는 시장도 앱이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교육, 이러닝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거든요. 요새 아이들도 태블릿PC를 어렵지 않게 쓰고, 다루다 보니 교육 방식도 바뀌고 있으니까요.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노릴 수 있는 시장 규모가 2조원쯤 돼요. 생각보다 큰 시장이죠.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학습지 회사들도 열심이지 않나요.  
 홍 : 부모님들이 아이를 가르칠 때 한가지 교구만 선택하지 않아요. 좋다면 모든 걸 다 아이들에게 해주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학습지가 경쟁상대라고 보지 않아요. 공존하고 있죠. 학습지 회사가 온라인 교육 중심으로 바뀔수록 저희가 노릴 시장이 더 커질 거예요. 아이들이 이러닝(e-learning) 자체에 익숙해질 테니까요. 
 나중에는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도 있겠죠. 메이저 학습지 회사들은 아직도 종이에서 pdf 파일로 넘어오는 형태예요. 모 회사 학습지 회사 담당자 만난 적이 있어요. 내부적으로 소중한글 같은 앱을 만들려면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추산했대요. 
 인공지능은 데이터 확보가 생명인데, 소중한글은 학습 데이터만 약 500만건 이상 쌓았거든요. 아마 한글 교육 솔루션 중에서는 저희가 제일 많이 모았을 거예요. 이런 데이터는 대형 학습지 회사도 쉽게 따라올 수 없을 거예요. 

한글과 AI의 결합, 생소하네요. 
  : 박사 졸업 논문 주제가 AI학습 교사였어요. 원래 대학원 처음 들어갔을 때는 로봇 전공, 세부적으로는 소프트웨어 로봇이었죠. 로봇과 사람의 감정 교류를 연구했었죠. 잠깐 휴학을 했었는데, 마침 창업을 하게 됐고 교수님께 이야기해서 논문도 지금 창업과 관계된 주제로 바꿨어요. 논문 제목이 <발달 학습 네트워크에 기반한 인공지능 교사> 입니다. 

한글 교육에 AI교사까지 필요할까요 
  : 소중한글의 인공지능 교사를 소개하자면 이래요.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커리큘럼을 짜줘요. 아이마다 취약한 부분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자음이나 모음, 받침자에 약하다든지요. 
 아이마다 좋아하는 게임이 있어요. 순서 맞추기 퍼즐을 유독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 게임과 비슷한 게임 위주로 학습하도록 만들어줘요. 아이들이 얼마나 자주 학습하는지, 한 번 앱을 키고 앉으면 몇 분이나 공부하는 지도 고려하죠. 
 아이들의 취약점, 게임 선호도, 학습습관을 고려해 세분화된 여러 집단으로 나누고, 각 집단에 맞는 최적화 학습 진도를 짜주는 AI죠. 
 처음에 AI가 커리큘럼을 설계해도, 아이가 몇 시간 공부하고 나면 그 커리큘럼이 또 바뀌어요. 이렇게 아이들마다 맞춤형 커리큘럼이 전부 달라서, 저도 이 경우의 수를 다 못 세고 있어요.  

세종대왕님은 표음문자를 남기셨는데 우리는 왜
소중한글이 ‘소리 중심 한글’의 약자라던데요. 
  : 네. 한글 교육법 자체도 다르거든요. 혹시 파닉스라고 기억하시나요? 영어 처음 배울 때 부모님이 A는 ‘아’, B는 ‘브’ 이렇게 글자별 소리를 알려주셨잖아요. 그게 파닉스에요. 
 근데 한글은 사과 그림을 보고 ‘사과’를 외우도록 가르쳐요.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표음 문자, 그러니까 글자를 소리 나는 방식대로 만들어주셨는데 정작 통글자와 뜻을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해요. 사과라는 그림과 글자를 여러 번 암기하고, 아이들이 글자와 매칭시켜서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한 것이죠. 
 난독증이나 한글을 늦게 배우는 아이들에게는 이 방식이 정말 어려워요. 통글자 암기 방식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제로 글자에 자주 노출돼야지만 습득이 되거든요. 이 아이들에게는 다른 방식을 찾아줘야 해요. 그게 파닉스 한글 교육이에요. 가는 ‘그’라는 소리와 ‘아’라는 소리의 결합이다. 이렇게 알려줘야 아이들이 글자를 읽을 수가 있어요. 

  : 통글자 암기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사과를 읽어도 ‘사’자는 못 읽는 아이들이 있어요. 글자를 그림으로 외워버린 거예요. 한글을 늦게 배우는 아이들, 느린 학습 아동은 글자의 규칙을 추측하기 어렵거든요. 
 미국에서도 알파벳 교육법을 두고 논쟁이 붙은 적이 있어요. 2000년쯤이에요. 알파벳을 통글자 암기로 가르칠 것이냐, 파닉스로 가르칠 것이냐를 둔 교육학 논쟁이었어요. 결국 파닉스가 승리했고, 영미권에서는 1년 동안 파닉스를 공교육에서 가르쳐요. 그러면 알파벳을 늦게 배우는 아이들도 1년이면 알파벳을 배우죠. 
 한글은 좀 특이해요. 초등학교 들어가는 시점에 80%가 한글을 배워서 들어가요. 공교육에서도 한글을 읽을 안다고 전제하고 아이들을 가르쳐요. 그러면 나머지 20% 아이들은요? 사교육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집안이 넉넉하면 상관없지만, 어려운 친구들은 점점 더 뒤쳐지는 거예요. 

실제 교육 현장에서 반응은 어떤가요 
  : 특수 학교 교사분들에게 저희 앱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어요. 한 교사님이 “2년 정도 한글을 못 읽었던 아이가 있었는데, 소중한글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한글을 읽었다”고 하시더군요. 평균적으로 계산해봤을 때 한글을 전혀 모르는 6세 아이가 소중한글로 한글을 배우는 데 3~6개월 정도 걸려요. 

두 분은 아직 아이가 없으신데, 아이 교육법을 잘 아시나요.
  : 저와 김우현 공동 창업자 모두 창업 당시 미혼이었어요. 저는 지금도 미혼이고, 우현님은 재작년에 아이를 낳았어요. 창업 초기에는 아이들의 흥미를 어떻게 유발해야 하는지도 몰랐죠. 파닉스에 대한 교육학 논문도 읽었고 공부도 많이 했어요. 문제는 둘 다 교육 현장과 정말 동떨어진 사람들이었죠. 어떻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을까, 교육 현장은 어떤지 알아내려고 테스트를 정말 많이 했어요. 
 2016년초부터 2017년 중순까지 아파트에 집을 얻어서 초기 창업 멤버 4명이 숙식을 했어요. 앱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특수교사, 언어치료사분들을 만나면서 앱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죠. ‘선생님 이 앱이 재밌을까요?’, ‘아이들에게 한 번 써보도록 해주세요’라면서요. 그때 살았던 아파트에 전단지를 붙이고 테스터 100분을 모시기도 했죠. 그때 주신 의견들이 정말 큰 도움이 됐죠. ‘배경음악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들이요. 모두 지금 앱에 반영됐어요.

4명이 창업하셨다면, 지금은 두 분이 안 계시네요. 
  : 아파트 시절이 정말 힘들었죠. 투자금은 떨어져 가고, 완성된 앱도 지표도 없고. 아쉽게도 같이 고생했던 넷 중에 한 명은 군대를 갔고, 한 명은 MIT로 박사 유학을 떠났어요. 
 지금은 앱 광고를 할 수 있는 형편이 됐어요. 하루 2만원을 써요. 정말 적은 금액이지만, 마케팅 예산이 생겼거든요. 작년 5월부터 유료 구독 모델을 시작했어요. 1개월 구독 요금이 8500원, 6개월 구독 모델이 4만2000원이에요. 유료 구독을 통한 매출은 올해 1월 기준으로 5000만원을 돌파했어요. 적은 숫자라면 적지만, 작년 5월 대비해서는 약 5배 늘어난 숫자예요. 코로나로 인한 수혜도 봤을 거예요. 부모님들이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니까요. 

 이 성장세를 유지하면 올해 안에는 월 매출 1억원을 돌파할 것 같아요. 사실 2만원은 광고비로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고요, 부모님들 사이에서 조금씩 입소문이 나고 있어요. 소중한글 교육효과를 체감하신 분들요. 부모님들뿐 아니라 교사님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고 있거든요. 
 데이터에 따르면 한 아이가 접속했을 때 앉은 자리에서 소중한글을 22분이나 해요. 유아교육 시장에서는 이게 아주 높은 수치거든요. 아이들이 집중력을 갖고 한자리에서 20분 동안 공부하기 쉽지 않으니까요. 앱스토어 어린이분야에서 한글교육 앱중에서는 저희가 1등이고요. 교육 분야로 보더라도 계속 랭킹 50위 안에 들어요. 
 지금 18개 초등학교에서 소중한글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계세요. 특수학교, 한글 교육이 필요한 일반 초등학교 저학년용 교보재로 쓰이는 것이죠.  

소중한글은 아이들이 게임을 통해 한글의 소리를 익히도록 한다
소 잡는 칼로 무를 써는 회사
아무리 한글교육이라도 아이들이 계속 스마트폰을 만지면 부모들 거부감이 생기지 않을까요  
 김 : 그래서 음성 인식으로 아이와 소통하면서 가르칠 수 있는 기술을 고민하고 있어요. 또 하나는 필기 인식 기능요. 아이가 글자를 따라 쓰고 연습하는 기능을 추가하려고 해요. 올해 안에 두가지 기술 모두 탑재하는 것이 목표예요. 
 
 홍 : 지금 SKT와 협업해 인공지능 스피커 ‘NUGU(누구)’에 탑재할 ‘음성으로 배우는 소중한글’을 만들고 있어요. 시중 인공지능 스피커는 성인이 말하는 완결된 문장이나 단어에는 강해요. 그런데 아이들이 한글을 처음 배울 때는 짧고 어눌하게 발음하거든요. 이 음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해요. 
 그래서 아이들의 한글 발음 음성 데이터 20만건 정도를 쌓았고, 이 데이터를 NUGU 음성인식 엔진과 결합시켜 NUGU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에요. 아마 5월쯤에는 출시가 될 거예요. 전체 음성 시장에서는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이 경쟁에서는 우위에 있어요. 

AI교사와 파닉스 같은 무기가 있으면 영어 시장이 돈을 벌기에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 많이 들었던 이야기에요. AI도 있고 교육법도 참신한데 ‘왜 소 잡는 칼로 무를 썰려고 하느냐’고요. 미션이 있어서 한글 교육 시장을 들어왔고,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면 더 큰 시장인 영어 교육 시장으로 진출할 거예요. 영어 교육 시장은 한글의 3배 정도 되거든요. ‘아이들이 어떻게 더 쉽고 재밌게 공부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으면 영어 교육 앱도 내놓을 겁니다. 

한글 난독증, 느린 학습 아이들을 위해 만든 앱이죠. 근데 일반 부모들의 교육앱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임팩트 스타트업과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늘 고민하고 경계하는 문제예요.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은 국민 기본권에 가깝고, ‘이걸로 장사를 해도 좋을까?’라는 고민요. 하지만 사업의 본질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서 전달하고, 적절한 돈을 받는 것이기도 해요. 일단 지금까지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집중했죠. 
 유료 구독 모델을 팔고 있지만, 앱 안에 모든 게임은 무료로 할 수 있어요. 유료 서비스는 아이들에게 1대1 맞춤형 AI 커리큘럼을 제시하는 서비스로 한정되고요. 저소득층이나 장애 아동이 연락할 수 있는 버튼을 뒀어요. 버튼 누르고 연락해주시면 무상으로 3년간 쓸 수 있게 해 드려요. 사회복지기관에도 무상으로 배포를 하고 있고요. 

  : 임팩트 스타트업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이잖아요. 사회 문제 대부분은 지금 당장 돈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기도 하고요. 돈 없는 사람들에게 돈 벌겠다는 모순, 그게 임팩트 스타트업의 원천적인 딜레마예요. 
 그래서 임팩트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BM)이 소외 계층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적용되는 문제여야 해요. ‘한글을 가르쳐야 한다’는 문제는 모두에게 적용되죠. 그래야 우리 솔루션이 저소득층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고, 여기서 얻은 수익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H2K는 계속 사회에 임팩트를 주는 스타트업이고 싶어요. 

대기업에 입사 안하고, 그래도 창업해서 좋았다고 느낄때 있나요.
 홍 : 외국에서 온 사용자 후기요. 해외에서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님이 마땅한 한글교재가 없어서 힘드셨다네요. 그런데 어쩌다 소중한글을 발견하게 됐고, 아이가 소중한글로 한글을 배웠다고요. ‘감사합니다’ 다섯글자에 그날 퇴근길이 무척 가벼웠습니다. 
  : 저는 그래도 앱 업데이트 할 때가 제일 보람 있어요. 업데이트마다 새로운 기능, 게임이 들어가거든요. 업데이트를 올리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거죠. ‘내일 아이들이 이 게임을 하면 얼마나 재밌어할까?’ 그 모습을 상상하면 기대돼서 두근두근해요. 
당근마켓 브랜드&평판 조사 .. 기업가치 예상은 생각보다 낮아
쫌아는기자들 1호 성호철
  애플 맥북을 중고로 좋은 가격에 얼른 팔때, 어떤 앱을 가장 먼저 열겠습니까. 대부분(74%)은 당근마켓을 엽니다. 중고나라(21%)는 소수에 그쳤습니다. 당초엔 당근마켓은 동네에서 팔릴법한 값싼 소품이나 잡화엔 강하지만, 여전히 고가의 전자제품은 중고나라가 셀 줄 알았지만, 막상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단언컨데, 당근마켓의 시대입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은 지난 15일 당근마켓 브랜드&평판 조사를 했습니다. 구독자 100분의 응답(선착순)을 집계한 결과를 공개합니다.  

 당근마켓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사례도 꽤 있습니다. 중고 거래에 '아기'가 올라온 일이 대표적입니다. 스타트업계 사람들은 의외로 관대한 시각이 많았습니다. 67%가 '물리적으로 필터링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당근마켓에 호의적인 응답이 많았지만, 기업 밸류에서는 냉정했습니다. 예컨대 당근마켓은 벌써 '1조원 밸류의 투자'설이 도는 '유니콘 0순위'입니다. 한 지인은 "이미 투자 유치 협상 중"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당근마켓의 3년내 기업밸류에 대해선, 5000억 미만(20%)과 5000억~1조원(36%)로 절반 이상이 1조원의 높은 벽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당근마켓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습니다. 스타트업의 가치 평가에는 일반인보다 냉정하지만, 응원하는 마음은 더 큰 것일까요. 당근마켓이 중고거래 마켓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로서 성장할 것이라는 응답이 60%를 넘었습니다. 전국 2000여 곳의 맘카페를 대체한다면, 그때 당근마켓은 네이버나 카카오와 어깨를 나란히할만한, 또다른 플랫폼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당근마켓의 창업자는 김용현, 김재현 두 분입니다. 성공한 스타트업은 창업자의 인지도도 덩달아 센편입니다. 해서 인지도 조사를 해봤습니다. 질문은 <두 분 중, 누구 이름을 더 많이 들어봤는지>입니다만, 결과는 쌩뚱맞았습니다. 둘 다 모른다(64%)였던 겁니다.  
  재밌는 대목은 김용현(18%)와 김재현(18%) 두 분의 인지도가 똑같았다는 점입니다. 당근마켓의 PR 담당자가 있다면, 고민해야할 대목일 지도 모릅니다. 스타트업에서 창업자의 인지도는 단순히 '인기 있다'라는 항목이 아니라, 기업 가치와 지향점, 문화 등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당근마켓이란 서비스와 브랜드 평가 점수(5점 척도)는 각각 3.9점과 4.1점입니다. 당근마켓이 우리 사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의 지난번 브랜드 평가 대상인 쿠팡보다 높은 점수입니다. 
 이외에도, 우리 동네 당근엔 살만한 물건이 많은지, 당근마켓의 네고 시스템에 대한 평가, 노쇼 당했을때 반응 등을 평가했습니다. 자세한 결과는 아래를 클릭하세요.  참, 다음 조사 대상은 토스입니다. 이후 라인드, 마켓컬리, 배민, 오늘의집, 야놀자의 차례입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발송합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 시즌1은 13명의 창업자를 인터뷰 합니다. 
1. 런드리고 조성우 대표 2. 퍼블리 박소령 대표 3. 고피자 임재원 대표 4. 센시 서인식 대표
5.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6. 스티비 임호열 대표 7. H2K 홍창기 대표 8. 모토브 임우혁 대표 9. 뉴닉 김소연 대표 10. 수퍼빈 김정빈 대표 11.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12. 캐플릭스 윤형준
대표 13. 뤼이드 장영준 대표 

화요일은 창업자 인터뷰, 금요일에는 구독자 여러분의 질문에 창업자들이 직접 답하는 뉴스레터를 보냅니다. 

궁금한 질문 지금 창업자들에게 해주세요.
스타트업의 지난 레터를 보려면 아래 버튼을 클릭!
페북, 트위터 공유를 원한다면 아래를 클릭해주세요. 카카오톡 공유는 '웹에서 보기'를 누르고 주소창 복사!
조선일보
letter@chosun.com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