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도로,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과 버스, ‘9 to 6’로 상징되는 직장인 라이프에서 일 한다는 의미는 늘 특정 공간으로의 출근과 퇴근이 전제였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유연근무, 탄력근무제 등 새로운 근무 형태가 논의되고 일부 시행되는 움직임 속에서도 출퇴근이란 공식만큼은 달라지지 않았죠. 그런데, 코로나19가 하루아침에 많은 사람의 일하는 장소와 방식을 동시에 바꿔놓았습니다. 업무 특성에 따른 차이는 있었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먼 미래 같았던 재택근무를 처음으로 경험했습니다. 집중해서 일할 공간이 없어 힘들다는 이야기부터 출퇴근에서 체력과 시간을 아껴 좋았다는 사람까지 의견도 다양하게 제기됐습니다. 좋고 싫음을 떠나 코로나19는 출퇴근과 대면이라는 에서의 관행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하는 방식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요

재택근무 실험장 된 실리콘밸리 
전 세계 IT산업을 이끌어 온 미국 실리콘밸리가 재택, 원격근무를 둘러싸고 실험에 앞장섰습니다. 포문을 연 것은 트위터의 CEO 잭 도시였는데요.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13일 새벽, 현지시간) “코로나19 이후에도 직원이 희망할 경우, 그리고 업무의 성격과 여건이 충족된다면 앞으로는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영구적 재택근무를 적극 지원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이전부터 직원들이 세계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도록 탈집중화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번 경험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는데요. 트위터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정책이 실제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고, 또 친환경적인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는데도 나쁘지 않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오피스 무용론힘 얻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원들을 위한 근무환경을 어떻게 갖춰주느냐가 창의성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주장하던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안전의 문제가 제기되자 입장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도 트위터 발표 이후 페이스북 직원들도 510년 내 50%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페이스북은 이미 성과를 증명했고 신임이 높은 시니어 개발자부터 재택근무를 허락할 예정인데요. 마크 저커버그의 50% 탈사무실 선언은 페이스북이 미래 역점 사업으로 ARVR(가상현실) 기술력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페이스북의 AR/VR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앤드류 보스워스 부사장이 지난달 22일 재택근무와 관련해 페이스북이 고려하고 있는 혼합현실의 컨셉이라면서 공개한 트윗   https://twitter.com/boztank/status/1263573832889073664
실제로 구글, 아마존 등 많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도 재택근무의 기한을 하반기나 연말까지 연장한다고 한 상황이라 테크 업계를 중심으로 부동산으로서의 사무실, ‘오피스 무용론에 대한 논의도 조금씩 가시화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평생 재택근무? MS CEO 난 반댈세

실리콘밸리 기업 중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가 중심인 애플은 재택근무에 대해서는 좀 소극적인 입장입니다. 폐쇄적인 기업문화의 특성상, 또 최근 많은 돈을 투자해 본사를 새로 지은 입장 등 여러 가지가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업무가 증가하면서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나 상승한 마이크로소프트도 재택근무에 대해선 부정적입니다. 350억 2100만 달러, 한화로 하면 약 427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원격근무 시행에도 흔들림 없이 오히려 성장한 모습을 보인 MSCEO 사티아 나델라는 왜 재택근무에 부정적인 걸까요?
기업 내 커뮤니티 부재는 사회적 자본 상실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재택근무로 가장 우려한 부분은 소통의 부재입니다. 트위터의 재택근무 관련 발표 다음날, 사티아 나델라는 뉴욕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원격으로 회의를 하게 되면서 회의 전 2분 정도 나누던 옆 사람과의 대화를 놓치게 됐다면서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일하게 되면 마주치는 일이 없어지고, 그것이 기업 내 커뮤니티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고 전했습니다. 동료 간의 상호작용, 직원관리, 멘토링 등은 원격 업무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재택근무 장기화에 따른 직원들의 외로움이나 번아웃 같은 정신 건강의 측면, 또 기업 내 커뮤니티의 부재 혹은 약화로 인한 사회적 자본 상실의 측면을 그 가장 큰 이유로 내세웠습니다. 👉인터뷰 원문 보기
재택 반 사무실 반근무도 하이브리드?
실리콘밸리의 근무 시스템은 세계 IT기업의 생태계는 물론 샌프란시스코의 집값부터 IT기업 본사를 유치하려는 미국 주요 도시들 정책에까지 영향을 주는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이렇게 세계적인 IT 기업의 수장들이 코로나19 이후 근무 형태와 관련해 각각 다른 길을 제시하는 가운데 재택 반 사무실 반의 하이브리드형 근무 모델이 현실적으로는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유력합니다. 어찌 됐든 이전에는 없던 탄력 근무가 본격화되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재택근무 기간, 팀장 외 나머지 팀원만 재택근무를 했던 SDF팀은 화상으로 만나 회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논의 확장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결국 횟수는 줄이되 다시 회의실에 마주 앉았습니다. 화상 회의 방식으로 브레인스토밍에 어려움을 겪고 ‘마스크 회의를 경험한 SDF팀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 특히 코로나 시대의 '협업 방식'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CEO가 우려하는 소통의 한계를 넘어설 기술은 정말로 없을까?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팀원들과 같이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더 심도 있는 회의도 가능할까? 이런 질문을 가지고 SDF팀의 '워크맨' 하대석 기자가 직접 3차원 공간으로 떠나봤습니다
여긴 어디?’ 뉴욕과 서울사이에서 리얼하게 맞잡은 손

3차원 가상공간에서 만나 협업을 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아직은 먼 얘기라 생각했습니다.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에서 VR기기를 머리에 썼습니다. 증명사진을 입력하자 저를 닮은 3차원 캐릭터가 1분 만에 만들어졌습니다. 뉴욕에서 '스페이셜'이라는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는 이진하 대표 역시 VR기기를 쓰고 자신이 개발한 스페이셜의 가상공간에 접속해 저를 초대했습니다. "안녕하세요?" 2m 눈앞에 나타난 이진하 대표는 반갑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고 저도 핸드 컨트롤러를 움직여 그의 손을 맞잡을 수 있었습니다. 시각은 상당히 '리얼'한데, 촉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참 오묘한 느낌이었습니다. 현실 세계가 아닌 것은 알겠는데, 3차원 그래픽 게임을 할 때처럼 그 세계에 저도 모르게 몰입됐습니다.
3차원에서 디자인 협업을

이번에는 이 대표가 음성인식 기능을 켜고 '마이크'를 검색하더니 3차원 마이크 모형을 불러와 저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얘기하니 현실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3차원 협업공간인 이 스페이셜에서 가장 유용한 기능은 협업기능입니다. 2차원과는 달리, 정말로 한 공간에 같이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특정 상품의 디자인 회의를 할 땐 바로 눈앞에 3차원 그래픽 피사체를 띄운 뒤 누구든 핸드 컨트롤러를 정조준하면 그 상품의 사이즈를 키웠다 줄일 수 있고, 상품 디자인 위에 수정하고 싶으면 바로 그려 넣고 포스트잇을 붙였다 뗄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정밀한 작업은 아니라도 콘셉트를 잡기 위한 협업은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그 3차원 가상공간에 웹캠 화면을 띄웠을 때입니다. 이진하 대표 본인의 컴퓨터에 달려있는 웹캠 화면이 제 눈앞에 떠올랐는데 실제 현실에서 모니터로 화면을 볼 때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생생했습니다
이진하 대표 코로나19 잦아들 때까지 스페이셜 무료접속 제공
스페이셜은 시험 단계가 아니라 이미 상용화 단계입니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사에서는 제품 콘셉트 디자인을 할 때 이미 이 3차원 공간을 통해 원격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도 스페이셜의 주요 파트너입니다. 스페이셜은 원래 기업들이 유료로 쓰는 솔루션이었지만 이 대표는 코로나19가 잦아들 때까지 누구나 무료로 접속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지난 5월 발표했습니다. 포춘 1000대 기업 중 30%의 기업들이 문의를 해 온 상황이고 이중 10%가 스페이셜을 이미 사용해봤다고 합니다. 실제로 써본 사람들의 반응을 묻자 이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것 같은 경험, 고립감 해소
"(zoom) 같은 화상 미팅의 경우 정보를 주고받는 데는 유용하지만 장시간 이용하면 집에 혼자 있는 그 고립감까지 해결해 주진 못하잖아요. 그런데 스페이셜은 실제 오피스에서 함께 일하는 것 같은 경험을 주기 때문에 고립감이 없어지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편하다는 반응을 자주 듣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화상채팅을 할 때는 한 번에 한 화면만 공유하지만, 스페이셜에선 동시에 여러 화면, 여러 3차원 피사체를 늘어놓고 작업할 수 있다는 거죠. 실제 오피스에서 일할 때처럼요."
VR기기가 주는 피로감의 한계, AR 글래스로 극복?
원격협업 수요 폭증일하는 방식의 진화 어디까지?
물론 한계점도 있습니다. VR기기를 30분 이상 쓰자 땀이 흘렀고, 눈도 피로해져 오래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대표는 3차원 가상공간 협업과 관련해 VR보다는 AR에 더 기대가 크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스페이셜은 장시간 쓰고 있어도 피로감이 별로 없다는 일반적인 안경 형태의 AR글래스를 출시한 기업과 함께 AR 협업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또 다른 단점은 오디오 지연 및 끊김 현상이었습니다. 간간히 목소리가 바뀌거나 1초 정도 오디오가 지연되는 것처럼 느껴져 상대방과 대화가 엉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5G 시대의 도래로 전송속도가 갈수록 향상되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진하 스페이셜 대표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원격협업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불과 2년쯤 뒤면 3차원 가상공간에서 협업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스마트폰이 스마트안경으로 바뀌고 2차원 SNS 화면이 3차원 가상공간으로 바뀌는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수도 있겠다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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