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혹시 독서모임 좋아하시나요? 저는 요즘 법원에 출입하면서 실로 오랜만에 판사님들과 정기적인 독서모임을 갖고 있는데요. 이번 달 대상도서는 한 판사님이 추천하신 ‘클라라와 태양’이었습니다. 자기 전에 조금만 읽으려고 펼쳤다가 새벽 4시까지 꼬박 완독을 해버린 이 책을 님께 꼭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이 책의 주인공 클라라는 ‘에이에프(Artificial Friend)’라고 통칭되는 인공지능 로봇 중 하나입니다. 태양열로 에너지를 얻고, 배우는 속도도 빠를 뿐 아니라 다른 로봇들보다 사람들의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도 월등히 뛰어나요. 조시라는 한 명랑한 소녀가 가게에서 클라라를 발견하고, 어머니를 졸라서 클라라를 구매해 집으로 데려오게 되죠. 클라라는 조시를 일종의 주인이자 친구로서 애틋하게 여기고, 둘은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됩니다.

문제는 조시가 투병 중이었다는 겁니다.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죠. 그런 상황에서 클라라는 조시를 대체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조시의 성격, 조시의 몸짓, 조시의 생각하는 방식들을 모조리 흡수해서 조시가 죽은 후에 조시가 될 수 있겠냐는 질문을요. 사실 저는 읽으면서 ‘말도 안 돼’라고 생각했는데요.

또 곱씹어보니 안될 이유는 무엇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외형과 내면을 모두 따라 해도 절대 충족할 수 없는 그 사람 고유의 특별함이 있다는 믿음이 제 무의식 중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그 믿음의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대답이 선뜻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인간은 왜 특별할까요? 아니, 우리는 왜 인간이 특별하다고 믿으며 살아갈까요. 클라라는 자신이 조시를 똑같이 따라 할 수는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합니다. 클라라는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지만 조시 안에 있는 게 아니다.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다”고 말해요. 인간이어서 특별한 게 아니라, 사랑하는 관계들이 그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거라고요. 클라라가 조시를 아무리 똑같이 복제해도, 조시를 사랑하던 사람들이 클라라를 조시로 인정해주지 않으면 결코 성공적인 대체라고 할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사실 이 소설의 가장 좋은 부분은, 인간 조시가 아닌 인공지능 클라라가 어떻게 특별해지는지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본인은 첨단과학의 산물이면서 태양에게 간절하게 빌면 조시가 죽지 않을 거라는 터무니없는 희망을 품는 클라라, 공해를 내뿜는 기계차량을 망가뜨리면 조시가 건강해지리라 생각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찢는 바보 같은 클라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녀에게 애정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되거든요. 어느새 클라라를 사랑하게 된 독자들에게 작가는 이렇게 묻는 것 같아요. “지금도 클라라는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라서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나요?”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의 정취에 한껏 취해, 애정어린 시선은 이 세상 무엇이든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맹목적인 신념을 가져보고 싶어집니다. 허무맹랑해 보이는 감수성을 퍼올려 내 일상의 활력으로 치환 가능한 에너지를 만드는 게, 또 문학의 힘 아닐까요? 님이 이번 가을에 선택하실 책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나중에 저에게도 꼭 한번 소개시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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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한강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 있으신가요? 읽어봤지만 좀더 깊게 이해하고 싶으시다고요? 한겨레 문학 기자들과 한강 책을 읽어보는 건 어때요? 1권만 봐도 좋으니, 독서모임에 함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