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는 로버트 제임스 윌러가 1992년에 발표한 소설이 원작입니다. 가정이 있는 여성 프란체스카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기자 로버트가 매디슨 카운티 다리 위에서의 우연한 만남을 시작으로 두 사람이 겪은 4일간의 사랑 이야기는 출판 당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37주간 1위에 오르며 이후 영화, 뮤지컬 등으로 각색되어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소설의 영화화가 논의되면서 남자 주인공 역할에 로버트 레드포드가 물망에 올라 여주인공으로 낙점된 메릴 스트립과 함께 제2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으나 스케줄 문제로 작품을 고사하며 결국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과 주연을 맡았습니다. 강인한 이미지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정통 멜로를 잘 만들 수 있을지 우려가 있었지만, 메릴 스트립과의 로맨스를 훌륭히 소화해내며 영화는 두 배우의 섬세한 연기와 감각적인 연출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저는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었는데요. 만약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봤더라면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한 ‘로버트’의 모습을 더 보고 싶었을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며 상상한 로버트의 모습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습보다 조금 더 젊고 부드러운 이미지였거든요. 😅
저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를 두 번 봤는데요. 처음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었을 때와, 다시 영화를 봤을 때의 감정이 많이 달랐어요. 처음에는 아무리 평생에 단 한 번이라도 로버트와 프렌체스카의 만남을 윤리적이라고 할 순 없는데 그들의 사랑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책도 영화도 다시 읽고, 다시 볼 때마다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의 폭이 변화하기 마련이기에 두 번째로 영화를 봤을 때는 그들의 사랑을 단순히 ‘불륜이다 아니다’의 관점으로만 볼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됐어요. 어찌 됐든 프렌체스카는 운명적인 사랑은 가슴에 품고 아내와 엄마의 의무를 다하는 선택을 했고, 로버트는 그녀의 결정을 존중하며 두 사람은 ‘성숙한 어른의 사랑과 이별’을 보여줬으니까요.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책도 영화도 한 번으로 다 이해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됐답니다.
tmi 1. 잊을 수 없는 한 마디.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 속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프렌체스카에게 자신과 함께 떠날 것을 권하며 로버트가 한 말이에요. 생각해보면 사랑 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불확실함 속에서 확신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 아닐까요?
tmi 2. 잊을 수 없는 한 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에서 딱 한 장면만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요. 가장 여운이 짖었던 씬은 빗속에 서 있는 로버트를 바라보며 프렌체스카가 차 문고리를 잡고 고민하던 장면입니다. 신호를 기다리는 찰나의 순간, 평생에 처음으로 느낀 사랑의 감정과 아내이자 엄마로서 지켜야만 하는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생각하거든요.
tmi 3. 잊을 수 없는 트랙 하나. (Johnny Hartman – I See Your Face Before Me)
개인적으로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포인트는 삽입곡들이라 생각합니다. 연기자, 각본가, 연출가 그리고 작곡까지. 만능캐의 정점을 찍은 이스트우드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에서도 공동으로 영화음악을 맡아 주옥같은 트랙들을 선보였는데요. 그중 가장 좋았던 한 곡을 소개해 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