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요새 어때? 나는 지난 주 출근이 너무 힘들었어. 생각해보니 연차, 크리스마스, 신정으로 5일 전체 출근하는게 3주만이더라고..! 주 4일제 도입이 시급하다 느끼는 요즘이야. 만약 주 4일제가 된다면 다들 언제 쉬는게 좋다고 생각해? 수요일파와 금요일파가 나뉘는 것 같던데 난 강경 수요일파야. 눕방일기가 수요일에 연재되는 이유와 같아. 주말까지 아직도 3일이 남았다고? 하는 시점에 뭔가 즐거움 하나를 주고 싶거든. 설 연휴가 한 달이나 남았던데 잘 버텨보자 우리😇

#콩트가 시작된다

오리지널 라인업이 약한 왓챠는 늘 계륵같은 존재야. 매주 콘텐츠를 선정할 때 나름대로 OTT 종류를 골고루 배치하려 신경쓰는데 왓챠 익스클루시브는 시도할 때마다 늘 아쉽더라고. 그러다 이번에 정말 괜찮은 드라마를 가져왔어! 바로 청춘 일드인 [콩트가 시작된다]야. 청춘과 일드라. 호불호가 확실한 두 장르가 만났으니 아마 진입장벽이 꽤 높지 않을까 생각해. 하지만 일본 콘텐츠 특유의 과장된 발성과 문화적 차이, 그리고 치기어린 청춘물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입문작으로 추천할 수 있는 드라마야. ‘맥베스’라는 인기 없는 콩트 3인조 그룹을 중심으로 좋아하는 일의 유통기한에 대해 진득하게 고민하는 꽤 현실적인 서사거든. 내가 좋아하는 일에 재능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쉽게 그만둘 수 있을까? 우리 모두 이러한 고민을 거쳐 어른이 되어가고 있잖아. 그런 점에서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뜻밖에 마음을 울리는 성장 드라마야. 게다가 일본 대표 배우인 스다 마스키와 아리무라 카스미를 비롯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어. 특히 이 드라마를 보고나면 스다 마스키라는 이름은 무조건 기억하게 될거야.

#꿈을 포기하는 5단계

[콩트가 시작된다]는 ‘맥베스’ 멤버인 27살 동갑내기 하루토(스다 마사키), 슌타(카미키 류노스케), 쥰페이(나카노 타이가)와 그들의 몇 안되는 팬 리호코(아리무라 카스미), 리호코의 여동생 츠무기(후루가와 코토네)가 인생의 한 챕터를 지나는 과정을 담고 있어. 대기업에 다니는 성실한 회사원이었던 리호코는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퇴사한 후 아무도 웃지 않는 맥베스의 콩트에 이상하리만치 집착하게 되는데, 맥베스 덕질을 이제 막 시작한 그 때 처음으로 간 맥베스 공연에서 그들의 해체 소식을 듣게 돼. 처음 맥베스 멤버들은 부모님께 10년만 딱 해보고 안되면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던 과거의 약속이 있어 이를 계기로 미래를 고민하는 갈림길에 서게 된거야. 여기까지는 평범한 청춘 클리셰 같기도 해. 하지만 뻔한가? 싶을 때 이 드라마가 여타 청춘물과 다른 길을 가는 지점은 그 고민을 얼렁뚱땅 넘기며 ‘그래도 도전은 의미있었다!’는 안일한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고민을 시작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야. 이 과정은 마치 유명한 죽음의 5단계 같기도 해. 처음엔 10년을 쏟았는데 정말 성공할 가망이 없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아무리 10년 전 부모님과 약속 했다 하더라도 그 말을 지금 꺼내는 이유는 사실 그만두고 싶은 핑계 아니냐고 동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분노’를 거쳐, 아직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콩트에만 올인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려는 ‘협상’을 시도하지만 이후론 여전히 변하지 않는 미래를 생각하며 나만 뒤쳐졌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고, 이윽고 이 모든 과정 끝에 자신만의 답을 찾는 ‘수용’의 단계에 이르는거지.

#좋아함의 유통기한은?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뭐든 시도해볼 수 있었던 20대가 저물며 꿈을 접어야하는 순간은 어떻게든 찾아와. 좋아하는 만큼 재능이 없다거나, 생계 유지가 되지 않는다거나 하는 이유로. 또는 나이와 상관없이 내가 쏟은 감정과 시간을 배반하는 일은 많기에 [콩트가 시작된다]는 사람이 아닌 꿈과의 이별에 관한 이야기로서 애도의 과정처럼 보이기도 해. 상실 후에도 삶이 계속될 수 있도록 좋은 애도는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보여주는 드라마이기도 하지. 주인공들이 계속해서 갈팡질팡하는 두려움은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어. 꾸준히 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잖아. 이제 한 방울만 넣으면 잔 속의 물이 넘칠 수 있는데 바로 그 직전에 멈추는 건 아닐지 두려운 감정이 잘 담겨있어. 이 드라마를 볼 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공시생 에피소드가 생각났어. ‘가능성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는 대사 말이야. 때론 도전보다 그만두는 것에 용기가 더 필요한 것 같아. 그만둬야 한다는걸 머리론 알아도 정리되지 않는 마음을 어떻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어. 그래서 괜히 너는 맥베스를 그정도로 좋아하지 않았던 거라는 둥, 사실 나를 얕보고 있었던 거 아니냐는 둥 주변 사람들에게 서운함을 빙자한 화풀이를 하는 하루토가 처음엔 거슬렸어. (왜냐면 난 억지 부리거나 누군가가 억울해지는 장면을 못참는 편이거든..) 하지만 앞서 말한 ‘부정’의 단계의 전형적인 장면이지 않을까 싶더라고. 사실 이 과정들을 거쳐 맥베스 멤버들이 듣고 싶은 말은 ‘그럼 우리의 지난 10년은 아무 의미가 없었던 걸까?’에 대해 ‘아니’라는 답이야.

#졌다고 실패한 건 아니야

맥베스의 10년엔 정말 의미가 있었나? 맥베스의 존폐 여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뭐든지 일단 해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마카베 선생님마저도 20대에서의 10년과 30대의 10년은 완전히 다르니 냉정하게는 그만두는게 맞다고 말하기도 해. 그럼 정말 맥베스의 10년은 아무 의미가 없었던 걸까? 그건 너무 슬픈 일이잖아. [콩트가 시작된다]는 다른 방식으로 그 10년의 의미를 채워주고 있어. 9화에서 하루토가 마카베 선생님의 아이와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아. 왜 해체하냐는 아이의 질문에 하루토는 “시간이 끝났어. 축구에도 시합 시간이 있잖아?”, “졌다는 게 실패했다는 뜻은 아닌 것 같아”라고 대답해. 이기지 못했지만 실패하지 않은 삶이라. 사실 모든 분야에서 우승은 단 한 사람밖에 가질 수 없어.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실패한 인생인가? 각자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며 나만의 궤도를 그려가는 모두에게 건넬 수 있는 현실적이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은 응원이라고 생각했어. 동시에 [콩트가 시작된다]는 그들의 10년이 어째서 의미가 없을 수가 없는지 맥베스의 추억들을 공들여 쌓으며 증명하고 있어. 맥베스의 결성부터 해체까지 고교 동창인 하루토, 슌타, 쥰페이가 지나온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에 작지만 구체적인 행동을 넣음으로써 그 자체로는 아무 일이 아니지만 반복이 거듭될 수록 그들의 서사가 떠올라서 같이 울컥하게 돼. 좋아함을 그만두는 건 아무리 연습해도 어렵다는 생각이 새삼 들어. 지금 이 순간에도 꿈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내가 한참 누군가를 잊지못해 질척일 때 나를 잘 아는 선배가 그랬어. “그 사람을 비워야 그 자리에 또 다른 좋은 사람이 올 수 있어” MCU도 phase로 시리즈를 나누잖아? 우리 인생도 다음 phase가 시작될 수 있도록 모두 좋은 이별 하길. 그리고 충분히 애도하길 바라. 

#관람포인트01

매 회차의 제목은 맥베스의 콩트 제목이야. 회차별로 동일 제목의 콩트로 시작하고, 그 주제를 관통하는 에피소드가 나온 후 다시 콩트로 마무리하는 구조야. 맥베스의 콩트는 솔직히 재미없어서 왜 못떴는지 알 것 같아. 그런데 그 점이 좋았어! 왜냐하면 10년이나 못떴는데 웃겨버리면 맥락이 좀 달라질 수 있잖아. 진심으로 그만둬야할 것 같은 상황이 와닿았어. 그리고 이렇게 애매하게 재미없게 쓰는게 더 어려울 것 같기도 했어😂

#관람포인트02

일본 대세 배우 뿐 아니라 대세 가수까지 모인 드라마야. 엔딩곡은 청춘의 대명사인 아이묭의 ‘Till I Know What Love Is’야.

#관람포인트03

스다 마사키와 아리무라 카스미는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 눕방일기에서 소개한 적 있으니 참고해!

#관람포인트04

아마 드라마 홍보로 배우들이 출연한 예능인 것 같은데, ‘미녀의 고백 거절하기’라는 컨셉으로 유명한 숏츠가 있어. 아리무라 카스미가 사귀자고 하면 아니라고 해야하는데 응이라고 대답하고야 마는 게 유머 포인트야. 재미있어서 가져와봤어.

레이지 카우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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