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근자람 레터지기입니다. 세 번째 자람구독에서는 덕업일치를 이룬 10년차 사업개발 마케터인 성실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성실님은 늘 ‘콘텐츠가 좋아 콘텐츠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데요. 좋아하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즐겁긴 하지만 어려운 일들도 많기에 힘들어도 어쩌겠나, 기왕 할거면 잘하자 라는 셀프 표어도 가지고 계시다고 해요. 그 마인드가 성실님께는 튼튼한 일 근육을 만들어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성실님의 즐겁고 건강한 커리어가 지속되길 응원하며, 인터뷰 시작해 보겠습니다.

뉴스레터에 담지 못한 성실님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싶다면?
10년차 사업개발 마케터, 성실님은 어떤 분인가요?
  • 콘텐츠가 좋아, 여러 콘텐츠 회사를 다니며 마케팅과 사업개발을 함.
  • 피키캐스트에서는 이슈/바이럴성 콘텐츠에 대한 콘텐츠/브랜드 마케팅을 진행.
  • 카카오페이지에서는 웹툰/웹소설/영화/드라마 등 콘텐츠 플랫폼에서, IP와 플랫폼에 대한 마케팅을 진행.
  • 샌드박스에서는 IP 마케팅 및 사업개발 경험을 얻음.
  • 현재는 네이버웹툰에서 사업개발 PM으로 일하는 중.

덕업일치로 시작된 마케팅 커리어

Q. 덕후로서 콘텐츠를 좋아하는 것과 내 직업이 되는 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데요. 성실님은 어떻게 콘텐츠 마케팅을 시작하셨나요?

대학교 때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소설과 시를 쓰며 졸업을 했지만, 직접 스토리를 만들다보니 제가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누군가에게 추천해주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스토리의 핵심을 짚어 타인에게 소개하는 일이 즐거워, 책/영화의 명대사를 알리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기도 했죠. 그 메시지들이 타인에게 닿는 것에 흥미를 가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다양한 관심사들을 콘텐츠화하는 피키캐스트에 흥미가 생겼고, 팬이었던 저는 결국 회사에 입사했어요.


덕후력이 있는 마케터는 콘텐츠 소비자의 덕후력에 힘이 있다고 믿어요. 그렇게 되면 기획에 디테일이 살아나요. 의무감에 사는 상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열광하는 상품을 만들게 됩니다. 저는 항상 ‘why’를 생각해요. why를 생각하다 보면 디테일이 나오거든요.


Q. 네 군데의 회사를 거치며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다루셨어요. 성실님의 여정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어요?

우선 피키캐스트에서는 영상/커뮤니티/스낵 콘텐츠에 대한 콘텐츠/브랜드 마케팅을 진행했어요. 전반적으로 피키캐스트라는 플랫폼과 콘텐츠 에디터를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을 했죠.


다음으로 카카오페이지에서는 웹툰/웹소설/드라마/영화에 대한 브랜드, 퍼포먼스, 그로스, BX 등 전반적인 IP 마케팅을 했어요. 신기하게도 카카오페이지 플랫폼 자체는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는데 콘텐츠력 자체로만 매출이 나오는 곳이었죠. 이 때 사업화 경험을 이어가고 싶어 샌드박스에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영상에 대한 IP 마케팅 및 사업개발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현재 네이버 웹툰에서는 웹툰/웹소설에 대한 사업개발 PM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기반 콘텐츠 마케팅

Q. 피키캐스트에서 시작한 ‘플랫폼 기반 콘텐츠 마케팅’의 장점이 있다면요?

플랫폼이 기반인 콘텐츠 마케팅의 목표는, ‘플랫폼에 들어오면 이렇게 많은 콘텐츠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후킹하며 유저들을 모으고, 그 트래픽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당시 스낵 콘텐츠를 다루는 회사는 피키캐스트와 딩고가 양대 산맥이었는데 피키캐스트는 APP 플랫폼을, 딩고는 소셜 플랫폼을 선택했어요. 즉 피키캐스트는 자체 플랫폼 안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홍보한다면, 딩고는 소셜 채널(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홍보한 거죠.


장단점을 생각해 보면, 피키캐스트처럼 자체 플랫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곳은 어쨌든 서비스를 지속 유지해야 된다는 것에 우선순위가 높죠. 지속적으로 트래픽 비용이 발생하고, 광고를 집행하기에 앞서 플랫폼 자체가 사용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플랫폼이어야 되니까요.


그와 다르게 딩고가 활용하는 소셜 채널은 확장성이 있어요. 소셜 채널의 활성 사용자 수가 자체 플랫폼 대비 훨씬 많기 때문에, 콘텐츠 바이럴 측면에서 장점이 커요. 반면 소셜 채널만의 자체 알고리즘이나 오류 등에 예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어요.


다시 말해, 피키캐스트는 콘텐츠의 성장이 곧 플랫폼의 성장인 곳이었어요. 그래서 제게는 콘텐츠 자체가 등한시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피키캐스트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에디터는 200명, 채널은 4~500개 정도였어요 (이걸 마케터 2명이 담당했죠). 수많은 콘텐츠 중 선택 받는 건 정말 소수예요. 사람들은 썸네일 타이틀만 보고 선택하니까요. 저는 마케터로서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선택받게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콘텐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걸 동료와 함께 하는 게 즐거웠어요.


OSMU의 세계로

Q. 마케터로서 광고를 집행할 때 자체 플랫폼의 한계도 느끼셨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피키캐스트에서 카카오페이지로 이직한 이유는요?

피키캐스트에서 일하는 게 재밌었지만 돈 버는 BM이 부족했어요. 콘텐츠를 좋아하는 팬이 늘어나긴 하지만, 그만큼 에디터들의 성향이 명확한 편이라 광고를 넣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동일한 시장에서 돈을 제일 많이 버는 곳을 찾다 보니 카카오페이지에 가게 됐어요.


카카오페이지에서는 단순히 소설 작품에 그쳤던 콘텐츠가 만화와 영상으로 만들어지며, 지속적으로 돈을 버는 사이클이 생긴다라는 걸 처음 보게 됐어요. 원천 콘텐츠와 2차 콘텐츠가 존재하는 OSMU (One Source Multi Use, 원 소스 멀티 유즈) 세계를 알게 된 거죠. 예를 들어 디즈니 마블이랑 콜라보를 진행했어요. 마블이 단순히 영화를 만들고 끝내는 게 아니라, 영화를 기반으로 배우 관련 콘텐츠, 음원, IPTV, 굿즈 등 2차, 3차 수익을 벌고 있더라구요.


직무 관점에서는, 콘텐츠 마케팅이나 브랜드 마케팅 등 정말 다양한 마케터의 업무 영역이 있는데,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며 이직을 했어요. 피키캐스트에서는 바이럴/퍼포먼스/제휴 중심이었다면, 카카오페이지에서는 IP 콘텐츠를 기반으로 서비스/캠페인/브랜딩/브랜드/PR 등 올라운더 마케팅을 진행했어요. 당시 개발 분야에서도 ‘풀스택 개발자'라는 단어가 유행했는데, 올라운더 마케팅이란 쉽게 말해 뭐든지 다 한다는 거죠. 제휴도 하고 퍼포먼스도 하고 온라인도 하고 캠페인도 하고 TVC(TV 광고)도 하고…


Q. IP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생소한데요. 일반적인 마케팅 업무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예를 들어, 브랜드 마케팅은 어떤 대상이 소비자에게 특정한 이미지로 인식되게 만드는 일이에요. 콘텐츠 마케팅은 어떤 대상을 알리기 위해 콘텐츠를 활용하는 일이죠.


그렇다면 IP 마케팅은 뭘까요? IP는 Intellectual Property의 약자로, 지적재산권이라는 뜻이에요. IP 마케팅은 지적재산권을 가진 콘텐츠가 대상이 되어 그 콘텐츠 자체를 널리 알리는 일이에요. 마케팅을 하는 대상이 다를 뿐, 마케팅을 한다는 건 콘텐츠 마케팅과 동일해요. 다만 집중해야 하는 대상이 콘텐츠이니 콘텐츠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변해요. 예를 들어 웹소설에 대한 IP 마케팅을 한다면, 웹소설의 스토리를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죠.


직무적인 차이를 봤을 때, 일반적인 콘텐츠 마케터는 어떤 대상을 홍보하기 위해 별도 콘텐츠를 제작해 마케팅을 진행해요. 반면 IP 마케팅은 IP를 홍보하기 위한 프로모션을 기획하죠. 홍보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유관 부서와 협의하며 자연스럽게 PM의 역할을 하기도 해요.


하고싶은 것, 즐거웠던 것, 하고싶지 않은 것

Q. 프로모션 기획을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면, PM으로 직무 확장을 하셨던 셈이네요. 샌드박스에 이직하셨던 이유와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그 당시 사회 생활 선배님들을 찾아다녔었는데, 5년차였던 저에게 ‘그 동안 해 왔던 일 100가지 적어 보기’ 숙제를 내주셨어요. 처음에는 쉬울 줄 알았거든요. 근데 되게 어렵더라구요.

업무 경험을 쪼개고 쪼개서 ‘푸시 문구 짜기’ 수준까지 썼는데도 100개를 못 채웠어요. 한 60개 정도 채웠나? 그리고 하고싶은 것, 즐거웠던 것, 하고싶지 않은 것, 세 가지를 체크하는 게 3개월 정도 걸렸었어요.


  • 하고싶은 것: 사람들하고 소통하고 협상해서 제휴하는 것.
  • 즐거웠던 것: 어떤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일조하는 것. 제가 첫 시작(=창의적으로 떠올리는 것)은 어려워하지만, 핵심을 큐레이션하고 디테일을 고민하는 일은 좋아하더라구요.
  • 하고싶지 않은 것: 제가 그동안 해왔던 일이라 아이러니하지만 (웃음) SNS 알고리즘 같은 걸 고민하는, 마케팅의 기능적인 일.


정리하고 나니 협상해서 제휴하는 것이 희망하는 방향이었지만, 구체적으로는 IP 사업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해왔던 일들 중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알리는 것’은 늘 좋았거든요. 30세가 되기 전에 최대한 많은 모험을 해보며 일 머리를 키워보고자 IP 사업을 할 수 있는 곳들을 물색했어요. 그렇지만 IP 사업부에서 당장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커리어적으로 무리가 있으니, IP 사업부에서 마케터를 뽑는 곳은 없을지 살펴보다가 샌드박스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처음에 샌드박스에서는 크리에이터의 굿즈, 콜라보 상품 등을 제작하는 팀에서 마케팅을 했어요. 추후 샌드박스 소속 크리에이터 뿐만 아니라, 외부의 모든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2차 사업을 구상하는 신사업 팀에서 일했어요. 마케터로서 유입을 보던 눈에서, IP 사업 PM으로서 매출을 보는 눈으로 환경을 바꾸게 된 거죠.


샌드박스의 경험을 기반으로 지금은 네이버 웹툰에서 IP 사업개발 PM으로서, 돈 버는 방법을 고민한뒤 실제 실현으로 옮기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Q. 콘텐츠 분야에서 꾸준히 자기 몫을 해오신 성실님의 커리어가 눈부셔요. 앞으로 어떤 ‘자람'을 지향하시나요?

신입 시절에는 정말 ‘도망가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힘들었지만, 7~8년 차에는 진짜 어려운 일을 맡아도 ‘아니야 할 수 있어, 언젠가 끝날 거야’라고 생각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이렇게 견딜 수 있는 존버력이 늘었어요. 일에 대한 애정과 어떻게든 해내는 근성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경험들은 앞으로 저의 선택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믿어요. 앞으로도 콘텐츠 플랫폼에서 IP 사업, 마케팅을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목표를 위해 본업에 최선을 다하려 해요.

성실님께 더 궁금한 부분이 있으신가요?

본업에 진심인 직업인의 이야기, 근자람이 전해드려요.
이번 자람구독, 어떠셨나요? 근자람은 성장하는 직업인의 직무 이야기를 더 생생히 전하고 싶습니다. 자람구독의 성장을 위해 구독자 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관심 있는 직무가 있거나, 새로운 관점의 질문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근자람에 의견을 보내주세요. 솔직한 피드백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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