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아바타, 어디까지 왔나?

by. 장은영

I. AI 아바타 시장의 출현 배경

누구나 인생의 한 번쯤 현재 삶에 대한 불만족 또는 타인의 삶에 대한 부러움 등의 이유로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을 가집니다. 이런 마음을 반영하듯 제2의 캐릭터(부캐)를 만들거나 여러 온라인 프로필을 개설해 일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 아바타는 온라인 환경에서 다양한 자아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AI 아바타가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주요 AI 아바타 서비스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AI 아바타 시장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지에 대한 전망도 함께 다루어보겠습니다.

II. 기업의 AI 아바타 활용

AI 아바타는 기업과 개인이 각각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이해하기 쉽도록 실제 사례를 통해 분야별 활용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기업들의 경우, AI 아바타를 크게 두 가지 용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실시간 고객 지원이며, 다른 하나는 비즈니스 미팅 참여입니다. 

1) 실시간 고객 지원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이 24시간 운영체제로 전환되면서, 기업들은 실시간 고객 문의 대응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챗봇을 통해 대응을 하고 있지만, 상담원과의 실시간 소통을 희망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완전히 충복시키기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대화형 AI 아바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업의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된 AI 아바타는 사람의 모습을 한 채 고객과 실시간 대화를 나누며 고객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사람처럼 완벽한 대응은 어렵지만, 빠른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머지않아 곧 만족도 높은 AI 아바타 상담원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정착된다면, 고객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할 때 즉시 상담을 받을 수 있고, 기업은 야간 근무자 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고객과 기업 모두에게 윈-윈 하는 결과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알리바바(Alibaba)는 지난 2월, Tmall 이커머스 플랫폼 내 가상 아바타를 판매 직원으로 도입했습니다. 이는 고객 문의에 답변할 뿐만 아니라 구매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개인화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SMBC 은행도 지난 7월, 아바타 전문기업 AVITA와 협력하여 ‘AVICOM’이라는 AI 아바타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상담원의 실제 얼굴을 디지털 아바타로 변환하여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며, 법인용 콜센터 운영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테스트 기간 동안, 해당 솔루션은 전화 기반의 상품 및 서비스 설명에 사용되며, 디지털 아바타의 사용이 고객경험(CX) 수준을 높일 수 있는지와 상담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지 검증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2) 비즈니스 미팅 대리 참석

직장인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미팅 일정 조율입니다. 인터뷰, 면접, 고객/팀/부서 미팅 등 해야 할 미팅을 많은데 우선순위에 따라 일정을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러 잠재적 고객과 직접 소통해야 하는 세일즈 직군과 회사의 모든 이해관계자와 소통해야 하는 경영진의 경우, 시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모든 미팅 일정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AI 아바타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담당자를 대신해 여러 형태의 미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미팅 중 일부는 AI 아바타에게 맡기고, 오프라인 미팅이나 중요도 높은 미팅은 실제 담당자가 진행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더 많은 미팅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사업 기회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와튼 대학교 이선 몰릭(Ethan Mollick)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HeyGen의 실시간 인터렉티브 아바타와 전형적인 Zoom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 것입니다. 실험에서 AI 아바타의 어조가 일부 부자연스럽게 전달되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AI 아바타의 즉각적인 문답 능력과 농담을 섞는 재치 있는 모습이 X(전 트위터)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또 하나의 예로 CNBC Television을 들 수 있습니다. CNBC는 지난 11월 14일, 대표 앵커인 앤드류 로스 소킨 (Andrew Ross Sorkin)과 데이비드 페이버(David Faber)의 AI 아바타를 선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온라인 인터뷰를 필요로 하는 많은 상황에 AI 아바타가 출연자 또는 앵커로 등장하는 미래를 엿볼 수 있습니다.

III. 개인의 AI 아바타 활용

지금까지 기업에서의 사례를 살펴봤는데요. 이번에는 개인들이 AI 아바타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개인들의 AI 아바타 활용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자기표현 또 하나는 크리에이터로서의 경제적 활동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1) 자기표현

‘자기표현’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의 등장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기능들을 활용해 온라인 정체성을 편집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다중 프로필(Multi-Profile)입니다. 카카오톡을 통해서는 ‘직장’과 ‘개인’ 프로필을 분리하고, 인스타그램에서는 ‘공개’ 또는 ‘프라이빗’ 계정을 따로 운영하며 복수의 계정을 통해 선택적인 ‘자기표현’이 가능해졌습니다.

AI 아바타는 ‘자기표현 욕구’를 한 단계 더 확장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나의 맞춤형 AI 아바타가 대본에 맞춰 얘기하는 동영상을 몇 분 이내로 생성할 수 있으며, 이를 여러 언어로 더빙하거나 번역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영상 촬영과 편집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메시지를 작성하는데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메타(META)는 지난 7월 'AI 스튜디오'(AI Studio)’라는 플랫폼을 출시했습니다. 이 플랫폼에서는 인간 관리자의 요청에 맞춰 AI 아바타가 계정들을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AI 아바타는 다이렉트 메시지(DM) 또는 스토리 답글에서 나오는 일반적인 질문에 자동으로 응답하고, 관리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지금까지 모든 SNS 관리를 직접 했던 것과 달리, AI 아바타가 우리의 대변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또 하나의 예시로, 링크드인 창립자 리드 호프만(Reid Hoffman)은 유튜브를 통해 본인의 아바타 (이른바, REID AI)와 대화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발표한 책, 연설문, 팟캐스트 자료들을 GPT-4 기반 챗봇에 학습시켜 만들었는데요. Elevenlabs로 음성을, Hour One으로 비디오 아바타 영상을 생성했습니다. 그는 이 실험을 통해 AI 아바타의 응답이 자신의 실제 생각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며, AI 아바타의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Reid Hoffman과 본인의 아바타와의 대화 (출처 : Reid Hoffman 유튜브 채널)

2) 크리에이터 활동

“자신의 창작물을 기반으로 수익을 만드는 일”을 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영원한 숙제가 있습니다.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과 만들어진 콘텐츠를 참신하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AI 아바타 서비스는 이 모든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해 주는 창의적인 툴로서 인식되고 있습니다. 

먼저, AI 아바타를 활용해 Preview 콘텐츠를 제작하고 사용자들의 반응을 사전에 테스트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하나의 영상을 다양한 버전으로 변형할 수도 있는데요. 말투, 어조, 어조, 제스처는 물론 언어까지 자유롭게 바꿔보며 반응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틱톡(TikTok)은 지난 6월, 브랜드를 대변해 광고를 진행할 수 있는 '심포니 아바타(Symphony Avatars)' 기능을 출시했습니다. 브랜드는 이를 통해 직접 아바타를 설정하고, 제품 설명을 하는 동영상을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러 언어로 번역해 주는 크리에이터 툴을 제공하여 제품의 글로벌화를 돕습니다.

TikTok Symphony 기능을 소개하는 아바타 Adrienne의 모습 (출처 : Tiktok Newsroom)

테크 크리에이터 로완 청(Rowan Cheung)은 자신의 AI 아바타가 등장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성과를 공유했는데, 영상에서 AI 아바타임을 명확히 밝혔음에도 많은 팔로워를 확보하고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콘텐츠를 전달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전달했으냐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는데요. 더불어 “AI 아바타가 자신보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며 자기표현의 연장선으로 아바타를 활용하는 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IV. AI 아바타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AI 아바타 서비스들은 단순히 아바타 생성에만 그치지 않고, AI 음성과 비디오 기능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대표적인 AI 아바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3개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고, 이들 서비스의 주요 특징을 비교한 표를 통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AI Studios 

가장 먼저 살펴볼 서비스는 국내 기업 딥브레인 AI(Deepbrain AI)의 ‘AI Studios’입니다. 이 서비스는 대화형 AI 아바타 및 AI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인데요. 대표적으로는 사진 아바타, 스튜디오 아바타, 3D 아바타, 커스텀 아바타, AI 휴먼(실시간 대화형 AI 아바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은 AI 휴먼 아바타입니다. 사용자는 총 200가지 기본 아바타 중에 선택하거나, 자신만의 맞춤형 아바타를 만들 수 있으며, 80개국의 언어를 지원합니다.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특징으로, ‘딥페이크 탐지기 기능’을 제공하여 AI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빠르게 식별할 수 있게 해 줍니다. 

AI Studios는 국내 서비스 중 가장 선도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금융, IT, 유통 등 다양한 산업에서 실제 도입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인데요. 대표적인 활용 사례로 현대아웃렛 송도점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이곳에서는 외국인 고객을 위한 ‘AI 휴먼’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매장 곳곳에 설치된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가상 점원이 화면에 나타나 고객 응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2) HeyGen

HeyGen은 AI 기반 비디오 아바타와 음성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비디오 아바타, 개인화된 아바타, 인터렉티브 아바타 등 세 가지로 나뉘는데요. 사용자들은 8가지 기본 아바타 중에서 선택하거나 직접 아바타를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175개국 언어와 300가지의 음성 옵션을 활용할 수 있으며, 매우 사실적인 영상 연출이 가능해 개인 크리에이터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3) Synthesia

Synthesia는 개인 아바타, 표현력 있는 아바타, 맞춤형 아바타 등 세 가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230개 이상의 기본 아바타 중에 선택하거나 자신만의 맞춤형 아바타를 만들 수 있으며, 140개국 언어를 지원합니다. Synthesia의 특징은 협업이 가능한 비디오 편집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인데요. 나머지 두 플랫폼과 다르게 ‘애널리틱스 라이브러리’라는 기능을 통해 제작된 아바타 영상물의 성과를 분석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지금까지 AI 아바타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들 모두 사내 데이터베이스와 AI 아바타 서비스를 연동할 수 있는 AP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양한 SaaS 기업들과 통합 파트너십(AI Studios / HeyGen / Synthesia)을 맺고 있는데요. 각 서비스 활용 추이를 살펴볼 때, AI Studios와 Synthesia는 주로 기업들의 도입 사례가 많아 B2B 성향이 강한 반면, HeyGen은 개인 크리에이터들의 활용 후기가 많아 B2C 시장에서의 더 큰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V. AI 아바타의 전망과 숙제

AI 아바타는 시공간 제약을 넘어 우리의 존재를 질적, 양적으로 확장시켜 주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실시간 고객 지원’과 ‘비즈니스 미팅’에 AI 아바타를 활용하고 있으며, 개인들은 ‘자기표현’과 ‘크레이어터로서의 경제적 활동’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AI 아바타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AI 아바타 서비스의 품질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온라인 공간에서 AI 아바타와 인간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환경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AI 아바타가 주로 정적인 환경에서의 상호작용을 중점에 두었다면, 앞으로는 동적인 환경에서의 상호작용으로 확장하여 인터렉티브 게임, 비디오, 영화에서 AI 아바타가 활약하며 더욱 몰입도 높은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함께 명심해야 할 것들도 있습니다. 실재에 가까운 디지털 복제본이 등장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들입니다. 사회적 기대가 큰 영역인 만큼, 사전/사후 대비가 중요합니다. 이는 AI 아바타 개발사와 서비스를 활용하는 사용자들이 함께 인지하고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중요한 숙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