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이라는 문제는 내가 당장 해결할 수 없다.

우리 부부는 3년 차 LG트윈스 팬이다. 최근 2년 동안 우리가 난임 병원만큼 자주 방문하는 곳을 꼽자면 단연 ‘잠실종합운동장’이다. 처음엔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따라간 야구장인데, 우리는 각자 다른 이유로 야구에 푹 빠졌다. 남편은 야구장의 뜨거운 응원 문화에 홀딱 빠져, 집에서도 운전하는 차 안에서도 LG트윈스 응원곡을 틀어놓고 따라 불렀다. 최애 음식인 ‘야채곱창’을 야구장에서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한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경기장으로 향했다. 탁 트인 야구장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과 야구를 즐기다 보면 이보다 더한 신선놀음은 없다. 이유가 무엇이든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야구팬이 되었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고, 누군가 또는 무언가의 팬이 된다는 건 '오늘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 생기가 중요한 이유는 난임 시술을 이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래만 바라보며 살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의 시술 날짜를 염려하고, 먼 미래에는 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그린다. 

그렇게 미래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살다 보면 오늘의 나는 어딘가 부족하고 무력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내겐 오늘을 뜨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무언가가 필요하고, 우리 부부에게 야구는 그런 존재가 되어준다.


야구의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매일매일' 경기가 열린다는 점이다. 

(정확히는 일주일에 6일이지만, 쉬는 하루는 그동안 놓친 하이라이트 영상과 선수들의 소식을 챙겨 보기 때문에 사실상 일주일 내내 야구다.) 시술하고 온 날도, 시술 결과가 나온 날도 우리는 야구와 함께한다. 

특히 시술 결과가 나온 날, 다시 말해 실패의 울적함이 엄습할 때면 “그래, 오늘은 야채곱창과 맥주 한잔 시원하게 하면서 야구나 봐야지.” 하며 나 자신을 위로한다. 길게는 4시간 넘게 이어지는 야구를 보다 보면 어느새 잠잘 시간이 되고, 실패에 대한 슬픔도 오래가지 않는다. 그렇게 맞이한 다음 날 아침은 어제의 나와는 다른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다. 야구가 내가 나를 괴롭히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일상이 난임에 잠식되지 않도록 대신 열정을 쏟을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때 나와 남편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것이 바로 '야구'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야구는 우리가 매일을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작은 에너지가 되어준다. 무언가를 응원하며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건, 아직 내 안에 뜨거운 마음과 젊음이 살아 있다는 걸 확인시켜 준다. 

마음이 쉽게 차가워지고 시들해질 수 있는 난임의 시간을 보내는 우리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시간을 보내며 나는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이가 찾아오면 축복, 찾아오지 않더라도 행복!” 경기의 승패와 상관없이 매일매일의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것처럼, 기다림의 결과와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 자체로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다. 언젠가는 우리가 둘이 아닌 셋이 되어 잠실야구장에서 경기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야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삶 또한 충분히 축복이고 행복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힘차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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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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