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체험기보다 살발한 웨이팅 체험기
중산층의 밥상, 10화
웨이팅 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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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정보를 양날개로
금주의 밥상
미련이 붙잡는 기다림의 시간
저의 기다림에 인내심이 더해지기 위해서는 미련이 필요합니다. '혹시나'하는 가능성이 단호한 결정을 유보하게 만들죠. 식당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미련이 싹 가십니다. 아 내겐 저기를 들어갈 희망 따위는 없겠구나. 희망을 따지기 전에도 무언가 정나미 같은 게 떨어져서 늘 발길을 돌리곤 했습니다.
이렇게나 웨이팅을 즐기지 않는 입장이지만 드물게 너무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희망'따윈 필요 없는 확실한 방법으로 웨이팅 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식당은 엄청나게 많아졌고 맛집도 단군 이래 가장 많은 시대에 사람들이 몰리는 식당의 수 자체도 왜 이리 늘었을까요. 역시 외식업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카테고리인가 봅니다.

금주의 밥상에서는 웨이팅 계의 다크호스, 빵집 웨이팅 체험으로 기다림에 대해 고찰합니다.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꼼다비뛰드 새벽에 가야 온전하게 즐길 수 있는 베이커리
같은 방향을 가더라도 거슬러 올라갈 때가 있다. 이른 새벽 마주하는 사람들의 피로가 만드는 활기가 예상했던 고요를 뒤엎을 때 빵집에 줄을 스러 가는 우리의 피로는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아직은 어둠이 긴 겨울 끝자락이 수치를 감추어주어서 약간의 설렘도 느낀다. 늦은 밤 술에 취한 채 택시를 타고 건너며 보았던 강과 똑같은 강을 보고 나면 평소에 잘 오지 않는 논현역 근처 주택가에 도착한다.

새벽 6시 40분, 과연 우리보다  먼저 거슬러 온 사람들이 있을까.  두 명이 보인다. 오픈멤버 5명 안에 들어 다행이다.
이제 웨이팅 등록 기계가 설치되는 7시 3~40분까지 줄을 서야 한다. 오픈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웨이팅을 기다린다. 기세가 약한 추위가 다행스러워도 겨울의 이른 새벽 1시간 가까이 밖에 서있다 보면 코와 발이 시려지기 마련이다. 동시에 그만큼 추위가 쌓일수록 기다림의 해방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이 기쁘다.

7시 33분 사장님께서 너무나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시며 웨이팅 기계를 갖고 나오신다. 최근 누군가에게 이토록 반가움을 느낀 적이 있는가. 기쁘다. 대기 기계에 찍힌 4번째 입장 순서가 오늘 하루만큼은 난 대한민국에서 4등이라는 허황된 자부심을 갖게 해 준다.

10시 30분 오픈 후 바로 구매가 가능한 웨이팅 넘버이기에 미리 근처 주차장에 가 차 안에서 잠을 청한 뒤 오픈에 맞춰 개선장군이 된 마냥 입장한다.
눈앞에 펼쳐지는 적지만 황홀한 빵 라인업에 약간의 설레는 혼란을 느낀다. 개인의 취향, 엄마의 취향, 여자친구의 취향을 동시에 떠올리며 메뉴 선택에 최선을 다하던 중 대기번호 5번이 메뉴를 추천해준다. 분위기를 봐서는 매일 오시는 눈치다.

소고기 값만큼 포장한 빵을 들고 집에 와 맛을 본다. 완벽한 굽기에 환상적인 고소함이 베이스로 깔려있는 피낭시에, 환공포증을 유발할 정도로 바닐라빈이 가득해 대단한 풍미를 자랑하는 바닐라크림, 하겐다즈 녹차 맛을 녹여서 만든 것 같은 마들렌까지... 모든 빵이 황홀하다. 그릴 샌드위치와 꽁떼치즈 샌드위치의 맛도 기대 이상이었는데 그릴 샌드위치에서는 매콤한 피망잼이 치즈와 환상적인 조화를 보여주고, 꽁떼 치즈 샌드는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와인바의 샤퀴테리 보드를 맛보는 느낌이다.

새벽부터 무언가 먹기 위해 줄을 선다는 현실 타격감, 새벽의 추위 그런 것들은 어느새 합리적인 대가로 느껴진다. 아, 꼼다비뛰드에 나는 언제나 미련을 갖고 살아가련다.
오파토 소금빵의 끝
위 꼼다비뛰드 웨이팅 기를 읽다 보면 원피스 공백의 백 년처럼 웨이팅 등록 후 오픈까지의 행적이 빈다. 우리는 평양집에서 내장 곰탕을 먹고 해방촌으로 향했다.

음식의 유행은 유행이 지나갈 때 많은 부작용을 낳기에 좋아하지 않지만 소금빵의 대유행은 반가웠다. 크로플처럼 늘 과한 것들이 유행을 주도했는데 얼마 만의 다가온 '플레인함'의 승리인가. 그래서 가장 유명한 곳 중에 한 곳인 오파토를 놓칠 수 없었다.

난이도는 높지 않다. 대략 8시 45분 정도에 가도 기다리지 않고 포장을 할 수 있다. 인당 5개로 제한되어있지만 수량이 넉넉하면 더 팔아주시는 것도 같다. 웃기는 말이다. 더 팔아주다니. 맛을 보면 하나도 웃기지 않다. 팔아줘서 너무 고마워서.

플레인함의 승리라고 표현했지만 맛있는 소금빵은 그렇게 플레인 하지 않다. 오파토의 소금빵은 눈물 나는 풍미를 보여줬는데 기름이 뚝뚝 흐를 정도의 버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터의 풍미에 짭짤함, 빵 껍질의 고소함과 속의 부드러움. 이거면 사실 빵의 본질이지 않은가?

소금빵의 유행이 시들해질 때 부작용이 없도록 우리 모두가 오파토의 소금빵만큼은 영원히 찾아줬으면 한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요즘 가장 핫한 베이글 집, 아니 그냥 가장 핫한 곳
가기 싫었다. 같은 회사의 대히트작인 카페 레이어드의 스콘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고 긴 웨이팅의 원인이 맛보다는 인스타그래머블함에 있다는 사실이 빵 카테고리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야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궁금해했기 때문이다.
오전 8시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은 꼼다비뛰드 웨이팅을 하고 난 뒤라 하찮을 정도로 쉬웠다. 웨이팅도 거의 없어 5분도 기다리지 않고 입장해, 웨이팅 체험기를 쓰기도 뭐하다.
결론만 이야기하겠다. 카페 레이어드 회사가 만든 베이글 장기자랑이다. 비주얼과 메뉴 기획만큼은 정말 최고다. 그래서 맛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정도 맛은 사실 베이글을 다루는 곳 중 조금만 유명하다면 충분히 낼 수 있다. 그래도 한번쯤은 가보자. 그럴 가치는 있다. 아니면 대신 포장해주는 나 같은 친구를 두던가.
여기어때?    요즘 핫한 식당. 세상에서 가장 솔직하게 리뷰합니다. 
*이번 화의 키워드가 웨이팅이기에 이번 주 '여기어때'는 웨이팅으로 유명한 고깃집들에 대한 평으로 대체합니다. 
금돼지식당  
정말 맛있는 돼지고기다. 이제는 흔해진 두꺼운 삼겹살과 목살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 사실. 그러나 주변 카페에서 애타게 기다리며 중간 중간 웨이팅을 확인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다 보면 가치가 절하된다. '절대적'이라는 표현을 쓰기에 조금 애매한 정도. 그래도 굉장히 맛있는 곳이니 후회는 절대 하지 않는다.
시간과 날만 잘 맞춰가면 생각보다 웨이팅이 길지 않다. 시그니처인 항정살과 가브리살은 제주도에서나 맛볼 수 있는 수준인데 반찬도 깔끔하고 고기도 깔끔하다. 누구나 눈을 감게 만드는 맛이지만 부위가 부위라서 그런 것도 있다.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꼭 방문을 노려볼만하다. 개인적으로 제주도 연정식당만큼은 아니었음.
지금은 지점이 늘고 있지만 송리단길 최고의 맛집이자, 송파 최고의 돼지 고깃집이라 생각한다. 역사가 길지 않음이 식당 전체적으로 느껴지지만 '뭐하러 역사가 길어야 해? 잘하면 그만이지.' 라고도 느껴진다. 과대평가되기보다는 송리단길 맛집이라 마치 인스타그램 맛집처럼 평가 절하된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몽탄 -  못.가.봄
와린이를 위한 작고 소중한 Tip  이제 막 와인이 좋아진 여러분을 위한 짜치는 꿀팁
편의점 와인 생존기
뽀나무
페데리코 까바 / 루이자도 부르고뉴 피노누아
요즘 시대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은 편의점 와인입니다. 앱으로 미리 주문해놓으면 다양한 와인을 쉽게 만날 수도 있으나 사실 편의점을 가는 본질적인 이유가 귀찮고 급해서이지 않겠습니까? 상시 구비된 와인들은 솔직히 아직도 너무 구린 편입니다. 자꾸 편의점 와인으로 옐로우테일 추천하는 전문가들도 정말 밉습니다. (그 사람들
묶어놓고 옐로우 테일 한 병 다 마시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편와 실전 경험만큼은 꽤 있는 제가 엄청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몇 군데 돌아다니면 찾을 수 있고, 그냥 와인숍에서 사는 것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강력 추천 와인 3가지를 오늘 소개합니다.

레드 - 루이 자도 부르고뉴 피노누아
전문 와인샵에서는 같은 가격에 다른 선택지가 꽤 있지만 편의점에서 부르고뉴 피노누아를 접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축복입니다. 편의점 와인 가격 중 가장 높은 편인 3~4만 원대라도 아무 레드 와인이나 마시기 망설여진 적이 있다면 분명히 선택할만합니다. 유명 와인 유튜브에서 강력하게 추천되기도 했는데 막 그 정도 극찬을 받을 와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과실향과 풍미도 쉽게 느낄 수 있고(밸런스가 좋은 건 아닙니다만) 3~4시간 열어두고 마시면 먹을만합니다. 절대적으로 메이커, 생산지 따져보면 편의점 레드 중에서 가장 괜찮은 와인이 객관적으로도 맞습니다.

화이트 -포나무 쇼비뇽블랑
뉴질랜드 쇼블(쇼비뇽블랑)의 상큼함이 제대로 살아있는 와인입니다.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 쇼블이 가성비가 좋은 것이 많은데 포나무도 분명히 그중 하나이며 크리스피한 산도에 받쳐주는 열대과실향도 몹시 좋습니다. 2만 원대로 편의점에서 흔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보이면 꼭 사시길 바라며 이마트 24에 많은 걸로 압니다. 회 먹을 때 강추.

뽀글이 - 페데리코 파테르니나 까바 브뤼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 '까바'는 언제나 좋은 가성비를 보여줍니다. 큰 기대를 하는 건 무리겠지만 실패를 할 확률도 무척 낮죠. 이 페데리코 까바는 저의 최애 와인 중 하나입니다. 만원에도 자주 살 수 있는 저가 와인인 주제에 샴페인에서 느낄 수 있는 토스티함이 꽤 느껴지거든요. 다만 산도가 좋지 않고 밸런스를 따질 수준도 아니지만 만 원짜리 마시면서 산도와 밸런스를 어떻게 따지나요? 만 원에 해외맥주 4캔이냐 페데리코 까바냐 물어본다면 저는 무조건 페데리코입니다. 재고도 꽤 있고 이마트 24에는 거진 있습니다.
금주의 전통주     가끔은... 와인말고 전통주도 찾아주
한아양조 - 0쌀 시리즈
전통주의 미래
꼰조있는 내추럴 와인 메이커 스타일의 라벨로 눈길을 먼저 끄는 한아양조의 탁주는 일곱쌀(7도), 아홉쌀(9도), 열두쌀(12도) 세 가지 술이 있으며 각각 메이커가 그 나이 때 찍은 사진이 라벨이 됩니다. 많은 분들이 막걸리 하면 생각하는 그런 냄새는 사실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탁주에서는 전혀 지배적이지 않고 오히려 은은한 쌀내음과 과일 풍미 같은 것이 밸런스 있게 느껴집니다. 한아양조의 탁주도 모두 그렇습니다. 도수가 높아질수록 산도와 풍미가 강해지니 개인적으로 가장 나이 든 녀석을 좋아하지만 각각의 매력이 확실하니 앞으로 하나씩 도장깨기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브랜딩이 참 잘되어있고 맛도 훌륭한 한아양조는 제가 생각하는 전통주의 미래입니다. 조만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각각에 대한 시음기도 올려볼 작정입니다.

강남 쪽 사시는 분들이라면 방배동에 있는 양조장에 방문해 직접 구매하시는 것도 추천할게요!
이번 주도 진짜 행복을 주는 식사 하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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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만 더 고민해볼게요...
모든 문의: jmsense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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