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방향을 가더라도 거슬러 올라갈 때가 있다. 이른 새벽 마주하는 사람들의 피로가 만드는 활기가 예상했던 고요를 뒤엎을 때 빵집에 줄을 스러 가는 우리의 피로는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아직은 어둠이 긴 겨울 끝자락이 수치를 감추어주어서 약간의 설렘도 느낀다. 늦은 밤 술에 취한 채 택시를 타고 건너며 보았던 강과 똑같은 강을 보고 나면 평소에 잘 오지 않는 논현역 근처 주택가에 도착한다.
새벽 6시 40분, 과연 우리보다 먼저 거슬러 온 사람들이 있을까. 두 명이 보인다. 오픈멤버 5명 안에 들어 다행이다.
이제 웨이팅 등록 기계가 설치되는 7시 3~40분까지 줄을 서야 한다. 오픈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웨이팅을 기다린다. 기세가 약한 추위가 다행스러워도 겨울의 이른 새벽 1시간 가까이 밖에 서있다 보면 코와 발이 시려지기 마련이다. 동시에 그만큼 추위가 쌓일수록 기다림의 해방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이 기쁘다.
7시 33분 사장님께서 너무나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시며 웨이팅 기계를 갖고 나오신다. 최근 누군가에게 이토록 반가움을 느낀 적이 있는가. 기쁘다. 대기 기계에 찍힌 4번째 입장 순서가 오늘 하루만큼은 난 대한민국에서 4등이라는 허황된 자부심을 갖게 해 준다.
10시 30분 오픈 후 바로 구매가 가능한 웨이팅 넘버이기에 미리 근처 주차장에 가 차 안에서 잠을 청한 뒤 오픈에 맞춰 개선장군이 된 마냥 입장한다.
눈앞에 펼쳐지는 적지만 황홀한 빵 라인업에 약간의 설레는 혼란을 느낀다. 개인의 취향, 엄마의 취향, 여자친구의 취향을 동시에 떠올리며 메뉴 선택에 최선을 다하던 중 대기번호 5번이 메뉴를 추천해준다. 분위기를 봐서는 매일 오시는 눈치다.
소고기 값만큼 포장한 빵을 들고 집에 와 맛을 본다. 완벽한 굽기에 환상적인 고소함이 베이스로 깔려있는 피낭시에, 환공포증을 유발할 정도로 바닐라빈이 가득해 대단한 풍미를 자랑하는 바닐라크림, 하겐다즈 녹차 맛을 녹여서 만든 것 같은 마들렌까지... 모든 빵이 황홀하다. 그릴 샌드위치와 꽁떼치즈 샌드위치의 맛도 기대 이상이었는데 그릴 샌드위치에서는 매콤한 피망잼이 치즈와 환상적인 조화를 보여주고, 꽁떼 치즈 샌드는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와인바의 샤퀴테리 보드를 맛보는 느낌이다.
새벽부터 무언가 먹기 위해 줄을 선다는 현실 타격감, 새벽의 추위 그런 것들은 어느새 합리적인 대가로 느껴진다. 아, 꼼다비뛰드에 나는 언제나 미련을 갖고 살아가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