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없을 때도 일단 뉴스레터 작성을 시작한다. 텅빈 화면을 보며 뭘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아무말이나 썼다가, 문장을 썼다가, 문단을 썼다가 다시 지운다. '이건 내가 굳이 하고 싶은 말은 아닌 것 같아.' 여기까지 쓰는 데에도 몇 번의 글을 썼다가 지웠다. 오늘 내가 뉴스레터를 보낼 수 있을까.
2. "엄마한테도 좀 자주 전화해, 심심해." 나는 엄마가 심심하다는 말을 지금껏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상 바쁘게 살아와서 심심함이 주는 스트레스가 어떤지 알지 못했으니까. 평일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영화를 보고, 주말에는 친구를 만나거나 생산성 있는 활동을 했다. 이 부분은 비속어를 섞어 표현하고 싶다. 'X나 열심히 살았다.' 나는 공감 능력이 큰 사람은 아니라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서는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데, 엄마의 심심함도 그중 하나였다.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활동을 하길 바랬다.
3. 아마 쉽지 않았을 거다. 엄마의 삶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가정환경이 아니었고, 시대 상황이 아니었고, 일찍 결혼을 했고, 살아남기 위해 바빴으니까. 나처럼 장래희망을 물어보는 어른들이 있고,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용돈을 꼬박꼬박 받는 삶은 아니었을 거니까. 그래서 엄마는 심심한 거다. 엄마도 나처럼 열심히 살았으니까.
4. 상담사가 내게 물었다. "석준씨는 어떻게 살고 싶어요?" 그 질문에 대답하기가 힘들었다. 비슷한 질문은 받아봤지만,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은 처음이었다. 어떻게 살 것 같은지도 아니고, 무엇으로 돈을 벌고 싶은지도 아니고, 언제 행복한지도 아니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지? 모르겠네 정말.
5. 내가 겨우 한 대답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넓은 마당에 모여 이야기를 하는 거였다. 아마도 나는 깊은 유대감을 원하는 것 같다. 이걸 스스로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뭐든 혼자 하는 게 차라리 좋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깊은 내면에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게 아닐까. 연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6. 세대교체를 이어받을 랩스타가 없다는 말에 더콰이엇은 이렇게 말했다. "스타는 시대가 원해서 나오는 건데, 스타가 없는 이유는 지금 시대가 원하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사람의 마음이나 관계의 변화가 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다.
7. 예를 들어서 나는 요즘 영화가 재미없다. 처음에는 와... 내가 영화가 재미없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나는 이제 뭘 좋아하면 되지? 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영화를 한 편 한 편 감상하면서 영화라는 세계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른 게 더 재미있으니까. 음식이나 술이나 책, 친구들의 이야기 같은 것들. 이 시기의 나에게는 영화보다는 다른 것들이 더 필요했던 거다. 시대가 원하는 스타가 있는 것처럼, 내가 원하는 것이 있고 나도 모르게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 변화를 당황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겠다, 요즘에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8. 친구 관계도 그렇다. 고등학생 때부터 오랫동안 친구와 성인이 되어서 싸우지 않아도 갑자기 끊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 또한 나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조금씩 달라지는 존재이고, 어느새 각자의 친구는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줄 수 없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9. 그러니까 제일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귀를 기울이는 것.
p.s. 이 글을 읽은 사람들도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면 좋겠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p.s. 더콰이엇 발언의 출처는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