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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메일 #184 | 2024년 5월 20일 - WEEK 21
Notion, Evernote, Obsidian, Capacities 에서 다 되는
오래 기억하는 노트법 

진대연

기록은 했지만 머릿속엔 없었다


예전부터 노트 앱을 좋아했기 때문인지, 주변에 보면 정말 많은 분들이 열심히 기록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빠짐없이 기록하시는 분들도 있고, 반대로 요점만 적어두시는 분들도 있죠. 이처럼 자신만의 방식대로 우리는 기록을 합니다.

기록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그 기록을 다시 보며 기억하고 재활용하기 위함이고, 또 다른 이유는 그 내용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열심히 기록한 내용들을 오랜만에 다시 열어보면 내가 기록한 게 맞을까 할 정도로 생소할 때가 참 많죠. 내 머릿속에 기억하는 것은커녕 기록한 사실조차 잊어버려 어떻게 검색해야 할지조차 모를 때도 허다합니다. 혹자는 이를 '기록의 배신'이라고도 부르더군요. 왜 그럴까요?


기억의 과정


뇌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는지 조금씩 알려졌습니다. 그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부호화(Encoding):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한 정보가 뇌에 처음으로 입력되는 단계입니다. 새로운 정보는 감각기관을 통해 뇌로 전달되고, 이 정보는 우리의 신경 네트워크 속 특정 패턴으로 부호화됩니다. 이 때 정보가 더 구체적이고 의미 있게 다가올수록 부호화는 더욱 효과적입니다.

  • 저장(Storage): 부호화된 정보가 일시적으로 저장되는 단계입니다. 처음에는 단기 기억 단위(Short-term memory)인 해마(Hippocampus)로 들어가는데, 이 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장기 기억 단위(Long-term memory)인 대뇌 피질(Cerebral Cortex)로 전이됩니다. 이 과정에서 신경 연결이 강해지고, 정보가 더욱 견고하게 저장됩니다.

  • 인출(Retrieval): 저장된 정보를 필요할 때 다시 꺼내 사용하는 단계입니다. 우리가 어떤 특정 상황이나 자극을 받을 때 저장된 정보를 인출(불러오기)하여 활용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이 원활하게 되기 위해서는 정보가 잘 조직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뇌가 기억을 부호화하고 인출하는 과정
논문 인용: The brain mechanism of memory encoding and retrieval: a review on the fMRI studies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무엇을 기억할 때는 어딘가에 정보 형태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이 만들어낸 신경 패턴의 형태로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감각을 동시에 느낄수록 그 패턴이 더욱 명확해지고 그 순간을 더 명료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전에 기억하고 있던 기억에 기억을 추가하면 새로운 기억을 더 쉽게 기억할 수도 있죠. 그래서 이러한 몇 가지 팁을 이용하여 기억을 더 잘하는 5가지 방법을 제안해보려고 합니다.


기록을 잘 하는 5가지 방법

'감정'을 기록하기

  • 감정을 기록한다는 것은 하나의 정보나 상황을 문자 그대로만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양한 감각기관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느끼며 더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기억하는 것을 말하죠.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순간의 기억을 보다 다양한 정보들과 함께 기억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감정 기록을 위한 관찰 과정을 통해 그 기록의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습니다.
  • 예를 들어 미팅 회의록을 적는다면, 그 상황을 보다 적극적으로 기록하면 됩니다. 회의의 분위기나 참여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떤지, 그들의 태도는 진지한지, 혹은 위트 있는 분위기인지, 피곤해 보이진 않는지 등을 함께 기록하는 것입니다. 혹은 그날의 날씨는 어떤지 회의할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지도 좋습니다. 그때의 상황을 잘 묘사하고 그때 느껴진 감정들을 함께 기록해두면 됩니다. 그러면 그 기록을 다시 꺼내 보았을 때 거짓말처럼 그 순간이 내 머릿속에서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의외성 발견'하고 기록하기

  • 우리는 감정 기록을 통해 그때의 상황을 오감을 이용해서 느끼고 받아들이며 기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늘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각각의 상황이 헷갈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그 순간만의 새로운 기억으로 남지 못하게 됩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 상황만의 의외성을 함께 기록해야 합니다.
  • 예를 들어 강의를 기록하는 중이라면 오늘따라 교수님의 목소리가 감기에 걸린 것처럼 조금 걸걸해졌다거나, 강의 내용 안에서 내가 예측하지 못했던 신기하고 새로운 부분들을 발견하여 의외성 항목에 기록해 둡니다. 이렇게 기록해둔 의외성들은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는 강력한 트리거가 됩니다.


기록하고 요약하기

  • 이제 필요에 따라 중요한 부분들을 기록합니다. 핵심 내용들을 기록할 때는 아웃라이너나 마인드맵 등을 이용하면 보다 구조화시켜 기억하기 수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인드맵보다 아웃라이너가 어떤 노트에서도 사용가능하기에 더욱 선호합니다.) 그러나 기록만으로는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 내용의 핵심이 무엇인지 내 언어로 다시 요약해주어야 합니다.
  • 예를 들어 책을 읽다가 한 챕터를 모두 읽었다면, 그 챕터를 나만의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문장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핵심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며, 다음 챕터를 읽을 때도 어떻게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서 읽을 것인지를 고민하며 읽게 됩니다. 이를 통해 하나의 책이나 강의 또는 회의 내용이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나만의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문장과 더불어 핵심 키워드 단어들도 함께 적어두면 더욱 좋습니다.


기존 기록과 '연결'하기

  • 하나의 기록이 끝났다면 이제는 그 기록을 기존의 다른 기록과 연결하는 것입니다. 이는 제텔카스텐의 원리이기도 하죠. Notion, Evernote, Obsidian, Capacities, Roam Research 등 현존하는 대부분의 노트 앱에는 노트와 노트를 연결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노트를 새로운 노트와 서로 연결시켜 줍니다.
  • 연결할 노트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내가 적어 둔 핵심 키워드로 기존의 노트를 검색해봅니다. 그리고 검색된 내용을 읽어보면서 연결이 가능한 노트들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최소 1개 이상의 노트를 연결합니다. 그 연결만으로도 기존의 기억들을 기억하고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연결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정보들이 하나의 일관된 공통점을 갖는 것도 발견하게 됩니다.


'질문'하기

  • 위의 4가지 기록으로도 충분하지만 정보를 잘 소화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질문의 과정을 추가하면 매우 좋습니다. 기록을 하면서 들었던 궁금증. 혹은 더 알아보고 싶은 지식에 대해 질문을 남깁니다. 만약 강의를 듣고 있다면 강의 중간중간 생각나는 질문들을 따로 적어두면 더욱 좋습니다.
  • 질문과 기록, 그리고 요약을 잘 정리해둔 노트필기법은 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코넬 노트법입니다. 코넬 노트법이 인기가 있는데에도 나름의 과학적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 볼 수 있겠네요.

기록을 위한 노션 템플릿


위의 5가지 항목을 템플릿으로 저장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노션 템플릿을 만들었습니다. 노션을 사용하고 계신 사용자라면 템플릿을 복제하여 자신의 노션에서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만약 다른 노트 앱을 사용하고 계신다면 제공된 템플릿의 텍스트를 복사하여 자신의 노트에 활용하시면 됩니다.

"날카로운 머리 대신 무딘 연필을"


'날카로운 머리 대신 무딘 연필을' 이라는 말이 있죠. 지금 이 순간을 우리는 마치 영원히 기억할 듯 생각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잊어버립니다. 다시 보면 알 거라는 믿음에 대충 적어 놓은 기록도 심지어 빼곡히 적어 놓은 기록마저도 우리를 배신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지식을 기억하기보다는 그때의 감정을 기억하세요. 그리고 그 기억을 기존의 다른 기억과 연결하세요. 그러면 그 기억을 가져오고 재활용하고 발전시키는게 훨씬 더 쉬워집니다. (사실 키보드보다 직접 필기하는 것이 더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손으로 적는 행위와 그 느낌이 추가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날카로운 머리 대신 무딘 연필 혹은 디바이스로 여러분의 기록을 감정과 함께 적어보세요. 더 오래 기억되는 기록이 될것이라 확신합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 3줄 요약
  • 🧠 기억은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이 만들어낸 신경 패턴의 형태로 이루어지며, 다양한 감각을 동시에 느낄수록 더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
  • ✍️ 기록을 잘 하는 5가지 방법: 감정을 기록하기, 의외성 발견하고 기록하기, 기록하고 요약하기, 기존 기록과 연결하기, 질문하기.
  • 🔗 감정과 함께 기록하고 기록한 내용을 기존의 다른 기억과 연결하면 기억을 가져오고 재활용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훨씬 더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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