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편지를 받고는 우리가 얘기한 반복과 존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나도 존버는 인생에 있어 필수라고 생각
 
010_나를 설레게 하는 6/8
오막 to 한아임
2022년 12월
 

아임!

편지를 받고는 우리가 얘기한 반복과 존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나도 존버는 인생에 있어 필수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반복의 삶을 꾸준히 유지해 온 사람에게만 존버라는 것이 긍정의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본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진짜 말 그대로 '존버'만 하는 삶은 죽음을 기다리는 삶과 다를 바 없겠지. 

존버를 하려면 무엇에 대해 존버를 해야 할지 정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그것이 내가 좋아하면서 잘하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어쨌든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은 필수인 듯하다. 
아임 너가 그동안 쉴 새 없이 일만 해왔다는 것도 결국 글 쓰는 것이 너무 좋다는 의미이겠지?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나 군대에 있을 때 어떻게 우리가 다시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었는지는 모르지만, 너는 분명 글 쓰는 것 자체에 엄청난 설렘을 가지고 있었다. 메일로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나한테 보내줬었고 나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도 대학교를 다니면서, 그리고 군대에서 시간이 날 때 썼던 시나리오들을 너에게 보내주기도 했었다. 영화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어서 그런지 몇 년이 지난 후에 연락이 닿은 것인데도 서로의 글을 보며 즐겁게 메일을 주고받았었지. 지금 생각해보니 아주 풋풋했군!
내 기억엔 그 이후에 바로 너가 글을 쓰는 일을 하진 않았고 회사에 들어갔었는데 너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항상 너는 결국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싶어 했다. 그리고 결국 이렇게 글을 쓰며 먹고 살고 있다니, 너무 대단하게 보인다. 

너의 creative well 이 잠시 바닥난다 해도 결국 땅속에서 지하수 나오듯 또 차오를 것이다. 잠깐 휴식이 필요할 뿐이지. 글이라는 것은 너가 정말 잘하는 일이면서도 너가 정말 좋아하는 일처럼 느껴져서 너는 정말 대단한 행운아이다. 너의 손으로 이뤄낸 행운아. 존버를 하면 또 우물은 차오를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글을 쓰는 아임이여.  
나에겐 아직까지 음악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특정 음악들은 나에게 있어 '나도 만들고 싶어!' 같은 동기부여의 마음을 준다. 나도 저런 것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 나도 저런 것을 해내고 싶다는 마음은 나에게 있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의 활약상을 보면 운동장에 나가서 축구를 하고 싶어진다거나, 어떤 감명 깊은 영화를 봤을 때, 다시 영화를 만드는 일에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지만, 이젠 그런 것들이 진짜 '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옆에서 누가 피자를 먹는 것을 보면 피자가 먹고 싶어지는, 그런 가벼운 자극이랄까. 한동안은 이런 것들이 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어떤 것에 집중을 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던 시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좀 다른 것 같다.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자극은 나에게 그 크기가 다른 것들과 비교해 상당히 크다는 것이 체감된달까?

그리고 그 음악들 중에서도 결국 내가 가장 만들고 싶은 음악들은 이런 것들이다. 
Daniel Caesar - Japanese Denim  
정말 너무나도 좋아하는 음악들이 많다. 그리고 만들고 싶은 음악들도 많다. 그렇지만 항상 돌고 돌아 특별히 이런 장르의 음악을 들을 때면 더 음악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동기가 부여된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냥 나의 취향이 그렇다고 하고 넘어가도 충분히 납득이 될 것 같다. 사람이란 그런 것이니까. 어떤 것에나 이유는 있겠지만 그 이유들을 항상 파고들어 찾아낼 필요는 없다. 그냥 그렇다고 이해하고 넘어가도 충분한 것들이 있지.
Mac Miller - Blue World  
아니면 이런 곡. 사실 저번 편지에도 언급했던 곡이다. 이 곡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언급할 때 (혹은 아티스트) 빠지지 않는 곡이다. 안타깝게도 내가 맥밀러에게 빠지기 시작한 시점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맥밀러는 세상을 떠났다. 당연하게도 맥밀러의 공연을 볼 기회도 사라졌지. 나는 기본적으로 R&B와 힙합을 좋아한다. 다만 힙합 중에서도 엄청 빡센(?) 힙합은 취향이 아니다. 굳이 따져본다면 Groovy함이 살아있고 뭔가 몸을 간질간질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그런 '비트'가 쓰인 곡이라면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전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나는 음악을 듣는 데 있어 가사를 먼저 듣는 편은 아니다. 심지어 엄청 반복했던 곡인데도 가사는 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사나 보컬을 제외한 그 음악의 '비트'라는 것에 나는 굉장히 직관적으로 흥미를 느끼는 듯하다. 그리고 그런 비트가 있다면 거기에 R&B보컬이 얹어지든, 랩이 얹어지든 상관없이 좋고, 아니면 스피커를 부수는 헤비메탈 락커가 불러도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Mac Ayres - Calvin's Joint  
Mac Ayres - Slow Down  
스포티파이에는 연말마다 내가 무슨 음악을 1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는지 체크를 해주는 기능이 있는데, 2021년에 가장 많이 들은 아티스트는 바로 Mac Ayres였다고 한다. 2위는 Mac Miller였지. 워낙 많은 음악과 다양한 음악들을 들으려고 해서 전혀 인지하지 못했었지만 나는 평소에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가장 많이 듣고 있었다. 너무 당연한가? 그리고 웃기게도 둘 다 맥 씨다. Mac 청년들. 나는 컴퓨터도 맥북을 쓰지. 훗. 미안...
그리고 내가 음악에 꽂히는 특정 박자도 있다. 이건 좀 스스로도 신기하다고 생각하는데, 바로바로 6/8 박자의 음악이다. 6/8박자의 음악이라면 맨 위에 올렸던 Japanese Denim 같은 박자의 음악이지. 이건 팝이건, 한국 가요건 상관없이 왜인지 모르게 다 좋다. 
Mac Ayres - Stay  
Bruno Major - Easily  
Tom Misch - Movie  
John Mayer - Gravity  
Fleetwood Mac - Need Your Love So Bad  
다 이런 음악들이다. 마지막에 올린 <Need Your Love So Bad>의 주인공도 공교롭게 Mac씨 아저씨구먼. 어쨌든. 저런 6/8박자의 느리면서 그루비한 음악이 나오면 나는 그냥 빠져버린다. 개인적으로 날 때부터 선호하는 박자라도 있다는 것인가?! 
6/8의 음악들은 기본적으로 Bluesy 함을 가지고 있다. 블루스 음악에서 전통적으로 꾸준히 쓰이던 박자이니까. 그에 따라 자연스레 어떤...끈적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무드가 묻어나온다. 태생부터 그루브가 없을 수 없는 박자인 게지. 어쩌면 그래서 내가 듣자마자 직관적으로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연인진 모르겠지만 느리고 그루브가 있는 6/8 박자의 대중음악들은 슬픈 음악이 많다. 가사도 그렇고, 그냥 무드가 슬프다. 블루스라는 장르가 가진 여러 느낌 중 우울함이 그 하나이기 때문인지, 정말 슬픈 노래가 많다. 슬퍼서 슬퍼하거나, 슬퍼서 울부짖거나. 어쨌든 슬퍼하는 음악들. 또 찾았다. 슬픈 6/8 음악.
RINI - Oceane  
아, 느리고 그루비한 슬픈 음악들을 계속 들었더니 내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좋지 않은 법...
나는 신나는 음악을 만들려고 해도 그게 쉽지가 않다. 물론 신나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실질적으로도 만들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뭐랄까, 그냥 뭔가 음악을 만들 때 바로 떠오른 영감이 이런 슬픈 것들이랄까? 나는 그냥 그럴 수밖에 없는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신나고 텐션이 너무 높은 오막은 너무 조화롭지 못하다. 
요즘 내 앨범 작업이나, 발매를 위한 곡을 만드는 것 이외에 단순히 '비트'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비트들은 온라인에서 판매를 위해 웹사이트에 수시로 등록을 할 생각이다. 요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냥 고민할 것 없이 이것저것 다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판매만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어떤 좋은 래퍼나 보컬이 사 가길 바라면서 말이야. 이왕이면 좋은 아티스트에게 가면 좋지 않겠어?
물론 화려한 비트들은 아니고, 간단히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는 그런 단편소설 혹은 초단편 영화 같은 비트들이다. 이렇게 판매를 위한 음악을 만드는 시간은 딱 짧게 정해두고 내 음악에 또 시간을 쏟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럼 나는 또 슬프고 그루비하면서 박자는 6/8인 음악을 만들러 가보겠다. 너도 좋아하는 특정 박자나 어떤 특이한 공통적인 개성을 가진 음악들이 있는지 궁금하구나. 그럼 이만-

언젠간 신나는 음악도 공장처럼 찍어내길 바라며,
- 오막 

이번 편지를 보낸 오막은...
기약 없이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음악 프로듀서다. 학창 시절 미국 Omak에서 1년 동안 살았던 기억과 행복의 느낌을 담아 이름을 '오막'으로 정하고 활동중이다. 평소 말로 생각을 전달하는데에 재주가 크게 없던 오막은 특정 장르의 구분 없이 음악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 앞으로 고막사람과 함께 오막 자신의 작업량도 쑥쑥 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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