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용할 영감 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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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일용할 영감 미리보기 👀

1️⃣ 상상인들의 '마무리'에 관한 이야기

매듭짓는 밤이 없으면 시작하는 아침이 없다 🦁

12월엔 ㅇㅇ을 해보세요 🌳

기다림 🦫

연말 분위기가 싫어진 이유가 있습니다 🤵🏻‍♂️

2️⃣ 영감님들의 영감님

지지 | 여름산 | 포레스트 | 차니팡 영감님

3️⃣ 상상인들의 영감 한 조각

📺 지옥 | ⚡️ 전기가오리

🎤 Shure MV7 | 📷 호빗과 아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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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호: '마무리'에 관한 이야기

매듭짓는 밤이 없으면

시작하는 아침이 없다

by. 🦁후이롱

내 인생의 끝날이 오늘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날이 있습니다. 바로 2년 동안 일했던 학교에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날이었어요. 가뜩이나 파란 가을 하늘이 더더욱 청명하게 다가온 것은 좋은 마무리가 주는 뿌듯함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이 밀물같이 들어오거나 마음이 폭풍을 맞던 때에도 끝이 있다는 건 주어진 시간들을 좀 더 넉넉히 참아내게 해주었어요. 계약 만료일이 다가올수록 교수님과 학생들을 더욱 친절하게 대할 힘이 생겼습니다. 좋은 마무리를 상상하는 것은 지난한 과정 중에 있을 때 꽤나 유용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한편 최근에 저는 잠들기를 미루고 인스타, 유튜브 등을 뒤적거리다가, 배터리 1%를 다 써서 꺼지는 휴대폰처럼 OFF되는 밤들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 날 아침은 ‘활기찬 피곤함’으로 시작하게 되더라고요. ‘왜 내가 잠을 참았지?’ 생각해 보니 그날 하루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하루를 매듭짓는 밤을 보내지 않으니 시작하는 아침 또한 없었습니다. 아쉬운 하루들은 도미노처럼 이어졌고요. 좋은 마무리도 좋지만 시간의 마디에 서서 겸허히 매듭짓는 것 자체도 중요하단 걸 그 아쉬운 하루들을 통해 배웠네요.

우리에게 일, 달, 년, 계절 등과 같은 시간의 마디가 주어졌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매듭을 짓는 순간 우리에겐 새로운 시작과 기회가 주어지니까요. 한 해의 밤과 같은 12월인데, 영감님들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아쉬운 것은 아쉬운 대로 인사 잘 나누시고, 뿌듯하고 즐거웠던 기억은 장기기억저장소에 보내시면서 잘 매듭짓길 바랄게요. 새 아침, 2022년에 다시 만나요!

후이롱🦁

파트 전도사이자 개인사업자로 직원 복지에 최선을 다하는 1인 기업을 꾸려 가고 있습니다. 재미가 월급인 일들, 독서모임 <지지팩토리>, 유튜브 <후이롱>, 팟캐스트 <모두의 아멘> 등을 합니다.

12월엔 ㅇㅇ을 해보세요

by. 창창🌳

백수 생활을 마무리하며 머리를 짧게 잘랐습니다. 성경에도 이발 장면이 나오는 거 아시나요? 바울이 2차 전도 여행을 마치며 겐그레아에서 머리를 깎거든요(행 18:18). 아마 고린도 사역 기간에 나실인 서원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쉽게 말하면 하나님께 일정 기간의 삶을 드리기로 결심하고 그 기한이 찬 상징으로 이발을 한 것입니다. 이것은 또 다른 의미였을 수도 있습니다. 더 헌신된 미래를 향한 내적 결단의 표현 말입니다.

바울과 저는 갭이 꽤(아주 꽤) 크지만, 미용실에 앉아 어렴풋이 바울의 마음을 느꼈다면 지나친 말일까요. 머리를 잘라 내며 그간 함께 해주셨던 기억에 감사드렸고, 시원해진 목 뒤를 만지며 이전 것들을 생각하지 말라는 말씀을 떠올리고 희망찬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찾아왔네요. 또 머리를 깎을 수는 없으니 다른 걸 해봅니다. 스물한 명의 사람들과 오픈 채팅으로 대림절 묵상 모임을 하고 있어요. 시원한 샴푸 서비스와 후두둑 떨어지는 머리칼을 보는 맛은 없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오랜만에 홀로 고요히 있어 보는 시간. 남이 떠먹여 주는 말씀이 아닌 내가 고민하며 요리해 먹는 묵상. 다른 이들이 차린 저마다의 묵상을 읽으며 다양한 맛으로 성경을 읽는 감동을 매일 느낍니다.

영감님은 어떤 방법으로 한 해를 마무리 짓고 계신가요. 겐그레아의 바울처럼, 채팅방에 묵상 글을 올리는 저처럼 여러분도 무언가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일기 쓰기, 데이터 백업, 커튼 빨래, 연하장 보내기… 묵은 한 해를 털어 내는 것은 무엇이든 마음을 산뜻하게 하는 의례가 되어 줄 겁니다.

창창🌳

콘텐츠 에디터, 북디자이너. 재미와 의미를 찾아 일합니다.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사랑하는 지체들과 예배하고 공부하며 생활합니다.

기다림

by. 쿼카🦫

저는 첫눈이 아직 오지 않은 겨울을 좋아해요. 어둑하고 적막한 공기가 만연한 아주 작은 틈새의 시간이죠. 그때 계절감을 깊이 느껴요. 오히려 12월 중순쯤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남들보다 일찍 서운하고 헛헛한 마음이 들어요. 제 이상한 성격 탓이겠죠. 어린 시절부터 저는 밥을 먹을 때 가장 먹음직스러운 음식은 마지막에 먹었어요. 절정의 순간보다 기다림을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막연히 겨울이라는 계절을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저는 12월을 좋아합니다. 끄트머리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이잖아요. 기다릴 때는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어요. 기다리는 행위 그뿐이죠. 저는 한 해 동안 부단히 애쓰다가도 12월이 되면 모든 긴장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해요. 그리던 그림에 남은 여백이 허전해도 그냥 내버려 둬요. 그리고 멀리 치워 둡니다. 포기하는 뉘앙스보다는 한계를 인정하는 뉘앙스에 가깝죠. 한계를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기다릴 수 있더라고요. 기다림은 소망하는 것이고, 소망하는 건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니까요.

이 글을 쓰며 일 년을 돌아봅니다. 여러 선택과 결정, 만족과 불만족, 기쁨과 슬픔, 책임과 무책임이 있었습니다. 뿌듯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흔적으로 가득한 2021년이었네요. 남은 12월의 날들은 긴장을 풀고 내년을 소망하는 데 사용해 보려고 해요.

쿼카🦫

지속가능한 교회 공동체를 꿈꾸며 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뜰힘’이라는 작은 출판사를 빚어 가고 있습니다.

연말 분위기가 싫어진 이유가 있습니다

by. 제이제이🤵🏻‍♂️

여러분, 연말입니다(!) 벌써부터 캐롤이 사방에서 들리고 도시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연말 분위기에 들떠서 여러 약속을 잡으며 즐거워합니다. 저는 겨울을 사랑하는 사람임에도 이상하게 연말을 참 어려워합니다. 무언가를 마무리하고 정리해야 할 것 같은 강박과 그저 기뻐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암묵적 분위기가 힘들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종종 2021년을 2020년이라고 하는 저는 한 해를 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영감님은 준비가 되셨나요?

성탄절 그리고 연말을 함께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 교회에서 발표한 성극 〈빈방 있습니까?〉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저는 아버지가 사역하던 교회를 다니고 있었기에 다들 피하려고 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습니다(예를 들면, 헤롯 대왕이나 사탄?). 주인공 덕구도 가정 환경이 어렵고 왕따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다들 꺼려했죠. 그 역할도 결국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놀림을 받던 덕구는 작은 역할인 ‘여관 주인’ 배역을 맡게 됩니다. 원래대로라면 예수님의 부모에게 “빈방 없습니다”라고만 말하면 되는데, 순수했던 덕구는 차마 (마리아 뱃속의) 예수님께 방이 없다고 말할 수가 없어서 제 방이라도 비워드리겠다고 말합니다. 실수였지만 거기서 사람들은 성탄절의 의미와 메시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꽤나 감동적으로 이해했고 저 또한 열심히 “제 방으로 오세요 주님!”이라고 혼신을 다해 연기했습니다.

이때부터 저에게는 즐거운 성탄에 대한 반작용 같은 거리낌이 생긴 것 같습니다. 학살된 베들레헴 지역의 아이들에 대한 고민도 생겼죠. 본래 낮은 자에게 오신 성탄의 의미를 성탄절 행사가 잘 담아 내는지에 대한 고민이 사춘기 때부터 자리를 잡아서 지금도 성탄절 행사를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 누군가는 계절 타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냥 전 이런저런 고민을 안은 채 초등부 아이들과 성탄절 발표 준비를 하면서 2021년을 마무리할 것 같습니다.

제이제이🤵🏻‍♂️

책과 책으로 연결된 이야기를 애정합니다. 북튜브 ‘제이픽’을 소소하게 운영하며 책, 공간, 사람을 연결하는 상상으로 살아가고 있는 N잡러입니다. 최근 유부남이 되었습니다(?)

매달 네 분의 영감님(구독자)의

영감을 나누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만남과 나눔 속에 더욱 풍성해질

'일용할 영감'을 기대합니다.

도서관 | 어렸을 때부터 보물찾기 놀이를 좋아했습니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릴 때의 설렘과 보물을 발견했을 때의 쾌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한 달에 한두 번 가는 도서관에서도 그런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도서관에 가면 가장 먼저 특유의 종이 냄새를 맡으며 커다란 책장 사이를 서성입니다.

청구기호를 검색하지 않고, 가지런한 책들을 손으로 쓸며 제목을 속으로 읽어 내다가 읽고 싶던 책을 만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찾던 책을 만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실망스럽지만은 않습니다. 나와 비슷한 상황과 마음으로 그 책을 집어 들었을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떠올리면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새로운 책을 만나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요. 그렇게 가방을 꽉 채워 돌아오는 길, 어깨는 짓눌리지만 마음은 든든합니다. 이 보물들이 일상 속에서 쉽게 거칠어지는 마음과 자주 굳어 버리는 생각을 살펴 줄 거란 기대 때문이겠죠!

지지 영감님💌

퇴사 후 푹 쉬며 앞으로의 걸음을 고민 중입니다. 자연과 책, 커피를 좋아하고 귀여운 것에 특히 취약합니다.

새로운 만남 |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때때로 새로운 나 자신을 마주하게 해줍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며 그들 앞에서 나는 매번 새로운 내 모습으로 그들과 함께합니다. 기쁜 사람들과 나누며 온갖 기쁨을 누리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때때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 곁에서 금세 슬픔에 물드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 나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태도까지,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지금껏 내가 삶에서 마주해 왔던 사람들의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만남이란 삶에 또 다른 새 흔적을 남기는 일과 다름없겠습니다.

바라건대, 나는 당신에게 작고 소중한 흔적으로 남고 싶습니다. 우리의 새로운 만남이, 서로에게 남겨질 새 흔적이 마냥 아름답고 따스할 수 있기를. 당신을 통해 새롭게 마주한 내 모습이, 나를 통해 마주할 당신의 새로운 모습이 우리의 꿈과 소망에 맞닿아 있기를 바랍니다.

여름산 영감님💌

여름과 책, 뜨개질과 초콜릿을 좋아합니다. 잘하는 일 말고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MBTI | 저는 요즘 MBTI에 과몰입 중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건네는 질문도 “MBTI 유형이 어떻게 되세요?”이죠. MBTI에 이토록 과몰입 중인 이유는 첫번째로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했던 내 모습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래도록 제 MBTI 유형을 ENFP로 알고 있었는데 저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전문 기관에서 다시 검사했는데, 이게 웬 걸? 제 유형은 ENFP가 아니라 ENTP였습니다. 두 유형은 감정(F)과 인식(T) 유형에서 두드러지는 차이를 보이는데, 평소 생각이 많고 풀리지 않는 질문에 파고드는 제 성향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MBTI가 다른 사람과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MBTI 유형을 통해 타인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 소통하는 방식,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등을 알게 되면 상대방이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훨씬 더 여유롭게 상대방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탐구하며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듯이 나와 타인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더 깊은 우정과 사랑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MBTI를 나의 자아를 강화시켜 “나는 원래 이래!” 하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도구가 아닌 나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훌륭한 소통의 매개체로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포레스트 영감님💌

기독교 출판사에서 콘텐츠 기획 및 웹디자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도사 남편과 함께 작은 교회 공동체를 섬기는 사모이기도 합니다.

아들의 말 | “새로운 건 늘 즐거운 거니까요!” 여섯 살 아들이 애정하던 유치원을 부모의 거취 문제로 인해 강제적으로 떠나면서 반 선생님께 한 말입니다. 부모 앞에서는 가기 싫다고 여기 있을 거라며 악을 쓰며 울더니 막상 선생님 앞에서는 다른 유치원에 가서도 잘 지낼 수 있을거라며 담담하게 이야기했답니다. 6년간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곳에 정착할 2022년을 앞두며 이리저리 분주한 마음을 비 맞은 먼지처럼 가라앉게 해주는 말입니다.

고즈넉한 풍경에 빠져들 틈도 없이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들을 진정시켜야 하는 현실이지만, 빈틈없이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어 주는 육아로 내년에도 생기 넘치게 살아갈 예정입니다.

차니팡 영감님 💌

디자인으로 밥 벌어먹고 글 쓰고 그림 그리며 삶을 즐깁니다.

📺 지옥 | “2021년 11월, 지옥이 열린다”라는 홍보 문구로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을 정주행했습니다. 예전부터 신앙 & 종교와 관련한 작품을 좋아했기에 알림 설정을 해두면서 기다린 드라마입니다. 저에게 드라마 〈지옥〉은 이해할 수 없는 재난, 고통 앞에 선 인간의 선택을 담아 낸 작품으로 보였습니다. 인간의 힘이나 이해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사건 앞에서 누군가는 종교의 이름으로 해석하고 정의하고 정죄해서 다루기 좋은 교훈 정도로 정리해 버립니다. 이때 해석하는 사람은 종교의 이름으로 권력을 가지게 되고, 반대로 재난의 피해자와 그 주변 사람들은 무력하게 정죄받고 존재가 삭제됩니다. 〈지옥〉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해석되지 않는 재난, 고통과 사회적 엄격함에도 삐져나오는 인간의 무모한 사랑, 희생, 용기를 포착합니다. 첫 화부터 몰입되어서 버스, 전철 안에서도 시청했고 결국 하루도 되지 않아 정주행한 드라마입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서 더욱더 묵직한 질문이 남습니다. 제이제이🤵🏻‍♂️

⚡️ 전기가오리 | 철학 구독 서비스 <전기가오리>를 후원했습니다. 철학 공부를 돕는 다양한 자료들과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이 신선했거든요. 특히 디자인과 콘텐츠 구성에 참고할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전기가오리>를 이곳에 추천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제가 읽기에는 다소 어려워서 이번 달부터 후원을 멈추기로 했죠. 온라인으로 후원 신청을 해지하는데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이미지가 나왔습니다.

“저희 식당에서 식사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와 손님은 함께 굶습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구독을 취소하는 사람의 마지막까지 신경 쓴 곳이라니, 조금 후회가 됐습니다. 좋은 사람과 이별한 기분이랄까요. 끝까지 잊을 수 없게 하는 위트의 힘도 느꼈습니다. 인간관계라면 ‘아름다운 뒷모습’이겠고, 일에 있어서는 ‘서비스 디자인의 완성’ 정도로 말할 수 있겠네요. 12월, 어떤 순간에도 좋은 모습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끝까지 디테일이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창창🌳

🎤 Shure MV7 | 올해 산 것 중에 가장 특별한 것을 하나 꼽자면 바로 마이크예요. 전혀 구입을 예상하지 못했었거든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중에 ‘말하기’에 가장 익숙지 않은 제가 ‘말하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팟캐스트를 핑계로 좋은 마이크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첫 녹음일이 다가오자 정신이 들면서 가슴이 울렁이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팟캐스트를 하겠다고 했지….” 녹음을 하는데 머릿속으로 “이걸 말할까 말까. 말해도 될까?” 하는 자기 검열을 거치느라 다른 패널들의 이야기도 잘 못 듣고, 녹음 후엔 “아 이 말 할 걸. 좀 더 솔직할걸” 하며 아쉬워했어요. 그날 이후엔 후회 없는 방송을 하자며 조금씩 용기 내어 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를 살 때 기대한 것처럼 말하기를 잘하게 된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뭐랄까 말하기가 조금씩 ‘편안’해져 가는 것을 느낍니다. 이번 방송의 부족함과 아쉬움은 다음을 위한 연료로 안는 연습을 하면서요. 그렇게 저는 제 자신에게도 조금씩 편안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건 기대하지 못했던 건데,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저를 조금은 자라게 해준 것 같습니다. 후이롱🦁

📷 호빗과 아버스 | 환상문학을 왜 좋아하느냐는 물음을 받았습니다. 이 끌림은 초현실을 향한 단순한 도피 욕구에서 비롯한 것일까요. 구태여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의 환상문학에 대한 애정은 벗어나기 위함일뿐더러, 들어가기 위함입니다. 현실에서 초현실로. 아니, 나의 정상성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정상성을 향한 도전이기도 하죠.

요즘 톨킨의 〈호빗〉을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드워프, 요정, 오크, 고블린, 인간 등 여러 정상성이 협력, 충돌하며 중간계의 평화가 위태롭게 유지됩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드워프 킬리와 요정 타우리엘의 사랑입니다. 그 둘은 자신을 형성한 사회가 강요한 정상성의 신화를 깨뜨리려고 몸부림치는 아름다운 존재이죠. 엇비슷한 이야기지만, 사진학을 공부하며 매료된 작가가 있는데 그녀는 다이안 아버스입니다. 중형 핫셀블라드를 목에 메고 변두리를 거닐던 그녀가 촬영한 피사체는 퀴어(‘이상한’, ‘기이한’)한 사람들입니다.

뉴욕이라는 현실에서는 도통 만날 수 없는 초현실에 사는 사람들. 그들은 주류 사회가 정한 정상성의 범주에 들어오지 못하여 밀려난 또 다른 정상성의 사람들입니다. 살면서 문득 서늘함이 나의 마음에 휘몰아칠 때가 있는데 그건 내 주변에 낯선 대상이 더 이상 없음을 알아차릴 때입니다. 초연결사회라고 불리는 세상이 꾸준히 의심스럽습니다. 우리는 정말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요. 쿼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