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좋아하세요? 노릇하고 기름 반지르르 군만두, 말랑하게 포슬포슬 찐빵만두, 차분하니 촉촉 담백 물만두까지. 눈앞에 놓인 그것이 만두라는 걸 매번 알면서도 뽀송뽀송한 만두를 대하는 마음엔 언제나 기대가 담깁니다. ‘오늘은 어떤 맛일까’ 하며 설렘으로 다가갔던 지나온 수백 수천의 만남, 겉은 하얗지만 만두피가 얇아서 속이 어렴풋함에도 열어보면 새로운 재료 발견에 번지는 미소, 급할 것 없이 천천히 음미할 땐 속 재료들 하나하나를 보며 각각을 기르고 걷고 다듬었을 흙과 빛과 손길을 생각하며 그저 기특하고 감사한 마음을 품게 된단 말이지요.

팩토리에디션의 〈한적한숍〉은 팩토리 멤버들이 짧지 않은 동안 여러 창작자를 리서치하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팩토리2로 방문할 이들과 함께 경험하고 싶은 ‘경계 없는 감상과 경험’, 즉 심리스 플로우(seamless flow)를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들을 상상하면서요. 기획 회의를 거듭하며 섬세하게 조율한 공간은 일견 단정하고 한적해 보이더라도, 그만큼 다양한 참여자가 한산한 이곳에서 자신이 가진 색을 펼쳐 보이길 바랐지요. 시간을 지나며 서로를 스미고 넘나들며 마음을 채워갈 수 있다면 팩토리2를 메우는 것은 그것이 예술이든 작은 사물이든 만드는 사람과 감상하고 사용하는 사람 모두의 즐거운 대화와 기운일 거라고 여겼습니다.

오늘의 레터에서는 마음을 담아 준비한 〈한적한숍〉의 포스터가 만들어진 과정, 워크숍의 단상과 잔상들, 그리고 본 기획의 초대에 기꺼이 손을 잡아 준 참여 팀들의 작업을 담았습니다.
✉️  마음을 담아 만든 마인드풀 포스터
이번 〈한적한숍〉의 포스터는 팩토리2 멤버인 다인, 채리, 그리고 보경이 각자에게 가장 익숙한 언어를 표현하고 모아 만들었습니다. 한적한 일요일 낮 집안의 풍경을 함께 그리며 말이지요. 참여 작가를 사전 리서치하고 섭외한 과정과 이야기를 토대로 다인의 사진에 채리가 드로잉한 것을 보경이 디자인해 포스터가 완성되었습니다. 〈한적한숍〉을 기획한 팩토리2 멤버들이 각자가 느끼고 전하고 싶은 인상을 한겹한겹 덧대어 만들었기에 뜨거우면서도 한적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팩토리2의 유연한 업무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기도 하고요. 여럿의 언어가 조화롭게 섞인 〈한적한숍〉의 포스터, 이렇게 알고 보니 새롭게 읽히고 느껴지는 게 있으신가요? 🙂
다인의 사진
채리의 드로잉
보경의 디자인
✉️  리뷰  결코 한적하지 않았던 한적한 워크숍
워크숍 #1: 다국적 요리의 허들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진행: 최리지 (LIZZ’ FEEDS) @lechoy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오래 살아온 최리지는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와 경험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은 나만의 언어인 요리였다’고 고백합니다. '그 나라 특유의 맛을 내는 향신료를 알아두면 흔한 토마토소스 베이스 하나만으로도 여러 나라의 요리를 만들 수 있다'며 모로코와 이탈리아, 인도 음식을 그 자리에서 선보였습니다. 참여자들은 모로칸 스프(Harira Soup)와 치킨 카차토레(Chicken Cacciatore), 오징어 마살라(Squid Masala)까지 맛보며 이곳이 결코 서울이 아님을 느꼈습니다. 전혀 다른 맛을 느낄 때면 분명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음에도 그곳의 분위기를 감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선 홍차와 마들렌을 맛보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죠. 미각으로부터 기억이 조작되거나 소환되고, 다른 감각들마저 그곳으로 이동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경험할 때면 참 신비롭습니다. (중략) 여러 이유로, 낯선 곳에 갈 여유가 없다면 낯선 음식을 먹는 것도 흥미로운 일탈이 될 거예요! (리뷰어: 김진혁 @magazine.curator)
워크숍 #2: 건강에 좋은 춤 - 밤, 숲, 꿈
진행: 공영선 (만마력) @maaanhorsepower
이런저런 일들로 몸은 여기 있지만 정신은 저기 가 있는 늦여름을 보내고 있었는데, 만마력 공영선 님의 몸 워크숍에 참여하며 만마력이 위치한 제주 섬의 느리고 나른한 공기가 내 몸속으로 훅 들어오는 것 같은 한때를 보냈습니다. 눈을 감고 워크숍 파트너의 손에 이끌려 시각의 도움 없이 촉각, 청각, 후각만으로 창성동 거리를 누비다 보니 평소 들리지 않던 새소리와 음악 소리, 다양한 냄새, 오후 햇빛이 이마에 닿는 그 느낌은 더욱 생생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같은 질량의 시간이겠지만, 우린 각자 어떤 시간을 어떤 감각으로 살아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빠지게 한 오후였습니다. (리뷰어: 보라보라)
사진. 김다인
워크숍 #3: Ice cream aesthetic 아이스크림 에스테틱스
진행: 강은경 (Small Batch Studio) @small_batch_studio
용기에 담겨 냉동고에서 대기하던 아이스크림을 우리는 언제나 결과물로서만 만난다. 특정 첨가물이 있었기에 딱딱하게 굳은 모습은 유통의 편의일 뿐이라는 것에 놀라고, 본래의 모습인 출렁거리는 크림을 천천히 굳히고 또다시 처음의 모습으로 녹아내리는 과정을 경험하고 나누는 것은 매 순간 잔잔한 달콤함으로 일렁였다. 예술과 미학이라는 높고 멀게만 느끼는 개념도 일상 안에서 무엇이든 찬찬히 살피고 음미하다 보면 개념이 아니라 곧 생활 도처에 있는 것임을. 이어, 본 워크숍을 이끈 스몰바치스튜디오의 강은경 식문화 디자이너의 후기를 덧붙인다.
“동그랗게 앉아 각자 분량의 맨손 노동을  30~40분 열심히 보탠 덕에 전기 없이 완성할 수 있었던 아이스크림. 그리고 그동안 각자가 떠올리는 아이스크림의 맛을 색과 패턴이라는 시각 언어로 표현한 아이스크림 접시. 투명한 볼을 사이에 두고 ‘함께’ 만든 아이스크림과 ‘나’의 접시가 한 장면에 있을 때 우리는 ‘말’을 하지 않고도 이 순간의 감상을 나누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5분, 그동안에도 계속 녹아내려 결국 다시 끈적한 크림이 될 때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 했던 참여자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리뷰어: 뫄리아 & 강은경)
워크숍 #4: Bees rescue balm workshop
진행: moho space @moho_space
다양한 식물에서 채취한 오일이 가진 효능이라는 신박한 세계로 입문하는 워크숍이었어요. 흔하게 듣고 보아 익숙한 허브부터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풀들이 각기 다른 특성을 보이는데, 온도, 농도, 양에 따라, 그리고 서로가 어떻게 섞이는지에 따라 그 혼합물이 사람에게 유용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어요. 오감으로 갖은 향을 느끼며 각자에게 맞는 적정한 정도를 찾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리뷰어: 김다은, 팩토리2 프로그램 디렉터)
워크숍 #5:  몰트위스키와 체이서
진행: 남지우 (스윙)  @swing_namsan
한동안 위스키에 좀 시큰둥했다. 호기심이 사그라든 탓에 그저 '무용;소'에서 인기 없는 악성 재고만 기계적으로 마셔댔다. 그러던 찰나 팩토리2의 <한적한숍>에 위스키 워크숍이 있어 스리슬쩍 신청을 해봤다. 남산타운 단지 내 상가에 있는 스윙의 남지우 대표가 호스트. 주제는 '몰트위스키와 체이서'다. 위스키를 마시는 사이사이 입가심으로 즐기는 체이서를 어떻게 변주하는 걸까? 4종의 위스키를 각기 다른 체이서로 즐기는데, 과연 흥미롭고도 허를 찌르는 조합이었다. 탄산수의 강도에 따라, 삼다수와 에비앙에 따라, 베리향이 감도는 커피를 마시기 전후에 따라, 결정적으로 김빠진 맥주에 따라 위스키 맛이 한껏 선연해지는 뜻밖의 경험. 헤이즐번 10년부터 올드풀트니 올드보틀, 글렌고인 21년, 알타바인 24년까지, 내어주신 위스키 모두 처음 만난 녀석들이라 더욱 즐겁기도 했고, 모처럼 자극 충만한 위스키 테이스팅을 즐긴 일요일 오후였다. (리뷰어: 고현 @kohyun23)
사진. 김다인
 워크숍 드로잉. 김채리
✉️  워크숍  한적함과 안온함이 함께 하는 음감회

디제이 겸 음악 컬렉터 유노송과 쿠겔이 준비한 음악 감상회가 <한적한숍> 마지막 날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곳을 방문한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상상하며 클로징 메시지로 휴식의 방식을 안내합니다. 엄선한 바이닐을 간략한 설명과 좋은 차를 곁들여 함께 청음하며 안온한 두 시간을 함께합니다.

"누구에게나 쉬는 시간은 필요하니까요."

워크숍 #6: Lazy but good

일시 2023.9.10(일) 15:30-17:30 (2시간)

장소 팩토리2 2층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모집 인원 15명

준비물 본 음감회는 바닥에 편히 앉거나 누워서 들을 수 있는 세션이므로 편한 복장이 좋습니다.

참가비 25,000원

신청 https://forms.gle/zzmty7E6iRHriP6XA

*예약 취소 및 환불은 워크숍 3일 전까지 가능합니다.

진행 Youknowsong & Kugel

Youknowsong(송윤호)은 다방면에 걸쳐 소리를 다루는 행위, 그리고 소리와 소리를 함께 나누는 사람들과 그 특정한 흐름에 매료되고자 한다. 현재 이태원 Kockiri에서 레지던트 디제이로, 그리고 HighTechSeoul에서 무대 및 음향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youknowsong

Kugel(오유림)은 독일에서 처음 전자음악을 접한 후 음악과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감명받아 한국에 와서 디제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싸이키델릭하고 코스믹한 요소가 있는 전자음악을 선호하며 장르 구애 없이 좋은 음악을 계속해서 찾아가는 중이다. 현재 이태원의 클럽 터널에서 레지던트 디제이를 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로컬 베뉴 및 페스티벌, 해외 베뉴에서 꾸준히 자신의 커리어를 확장하고 있다. @kugel____

✉️  한적한숍 엿보기
✉️  한적한숍 Mindful Shop 개요

제목 한적한숍 Mindful Shop

기간 2023.8.17.(목)-2023.9.10.(일) 목-일요일, 11-19시 (월-수요일 휴관)

장소 factory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참여 factory edition, 기이, 무명성, 박현성, 밤구름, 변산노을, 비슬산 성도암 향 연구소, 윤성서, 이윤호, 장기욱, 정수경, 지향사, 포 包Foh, 하시시박, dosa, FAKTOR, KUNST HEUTE, OXYi UND, Yoonjeong Lee 워크숍 강은경(Small Batch Studio), 공영선(만마력), 남지우(스윙), 최리지(LIZZ’ FEEDS), moho space, Youknowsong & Kugel

기획 팩토리에디션(factory edition)

진행 김다은, 김다인, 김보경, 김채리

포스터 김다인(사진), 김보경(디자인), 김채리(드로잉)

주최 팩토리2 (factory2)

오는 일요일(9월 10일)을 끝으로 올해의 두 번째 <한적한숍>도 문을 닫습니다. 팩토리에디션이 하나하나 마음을 담아서 한 자리에 모은 이번 기획을 놓치지 마시길! 그리고 9월 15일(금)에는 새로운 기획전시가 시작할 예정입니다. 다음 레터에서는 시간과 관계, 그리고 저마다의 이야기가 타래로 <쿨라 링: 이야기 군도> 전시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기획 팩토리2 
진행 김다은, 김다인, 김보경, 김채리
디자인 김보경
에디터 뫄리아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