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7시에 도착하는 Achim 영감 🍊 콩주머니 던지기 일요일 밤마다 다음 주 할 일을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습니다. 가능한 한 아주 작은 단위로요. ‘와 이렇게 할 게 많다고?’, 사실 쪼개 보면 그리 어렵고 힘든 일도 아니에요. 작지만 큰 성취를 위해 많은 리스트를 만들었을 뿐이죠. 스스로를 위해 만든 셀프 토닥임 장치랄까요. 일은 내 안에 머물수록 무게만 더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마구 던져보는 중이에요. 작은 콩주머니로 높이 달린 박을 깨는 운동회의 피날레 게임처럼요. 그러다 보면 공이 엉뚱한 곳에 가거나 목표에 닿지 못할 때도 있지만, 조금씩 각도와 힘을 조절하며 던지다 보면 요령도 여유도 생길 거라 믿어요. 금요일부터 토요일 오후까지. 아주 잠깐 <일요 영감 모음집> 작업을 했던 것을 제외하고, 스물네 시간 푹 쉬었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이 되었네요. 다시 시작을 말하려는 지금. 너무 애쓰지 말자고 마음먹습니다. 그저 가볍게. 망설이지 말고. 일단 공을 던져보자고요. Morning Video An evening with Ólafur Arnalds and Nils Frahm 올라퍼 아르날즈(Olafur Arnalds)는 아이슬란드의 연주자이자 작곡가입니다. WEEK 02 주간 영감 모음집에서 소개했던 앰비언트(Ambient) 음악의 대표 뮤지션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기생충 OST로 주목받은 에밀 모세리(Emile Mosseri)와 비슷한 결의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처음 들었을 땐 다소 낯설지만, 맑은 음색이 매력적이에요. 잠자고 먹고 회의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무언가를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전에는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인디 록 장르의 음악을, 오후에는 잠도 쫓을 겸 가사가 귀에 들어오는 한국 노래나 팟캐스트를, 저녁에는 깨끗한 연주곡을 듣습니다. 올라퍼 아르날즈의 음악은 해가 지는 밤 8시쯤 듣기 좋아요. 처음 들은 그의 노래는 ‘saman’ 입니다. 꼭 한 번 들어보세요. 꽤 중독적이에요. 종종 3분 정도 되는 짧은 곡을 반복해 듣는데요. 오늘의 나를 조용히 바라보게 하는 힘이 었어요. 위에 소개한 영상은, 친구 닐스 프람(Nils Frahm)과 함께 작업한 앨범 <Trance Frendz>의 녹음 현장 스케치 입니다. 첫 곡을 연주하는 저녁 8시부터,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하고 마지막 연주를 마치는 새벽 3시까지. 6시간 동안 이어진 라이브를 생생하게 담은 46분 길이의 영상입니다. 가끔 퇴근 후 이 영상을 틀어놓고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합니다. 그러다 좋아하는 부분이 나오면 잠시 모니터를 바라봐요. 그러다 다시 할 일을 이어 하고요.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첫 곡이 시작되는 2분 26초 입니다. 들을 때마다 소름이 끼쳐요. 숨소리를 낮추고 음악에 집중하게 됩니다. 정말 아름답거든요. 오늘 밤에는 이 영상을 틀어놓고 다음 한 주를 준비해보면 어떨까요? 천천히 아껴보고 싶은 올라퍼 아르날즈의 라이브 영상 3가지도 함께 공유할게요! 관객이 함께 참여해 곡을 완성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해가 뜨는 순간을 그의 음악과 함께 맞이하는 선라이즈 세션. 마지막으로 언제나 좋은 타이니 데스크. Morning Stay 웨스틴 조선 조선호텔은 1914년에 개관했습니다. 100년 전부터 ‘문화와 사교의 장'으로 역할했는데요. 당시 최고 명망 있는 사람들이 모여 로즈가든 아래서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저녁에는 오케스트라를 듣던, 신문물과 새로운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자 가장 세련된 사교 클럽이었다고 해요. 국내 호텔을 예약할 일이 생기면 웨스틴 조선의 일정과 객실을 먼저 둘러보는 편이에요. 조선호텔은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데요. 최근에 오픈한 ‘조선 팰리스’부터, ‘레스케이프 호텔’ 그리고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등. 분위기도 타깃 고객도 확실히 다르게 설정해놓은 것을 알 수 있어요. 저는 그중에서도 가장 클래식한 있는 '웨스틴 조선 서울'과 '스틴 조선 부산'을 좋아합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그랜드 조선 제주’도 궁금한데요. 사람이 몰리는 여름휴가 시즌을 피해 가을쯤 조용히 다녀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갑자기 호텔을 소개하는 건 잠시 웨스틴 조선 서울에 머물 일이 생겨서예요. 이곳에서 '일영모'를 정리하고 있어요. 가끔 익숙한 작업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낯선 곳에서 익숙한 일을 해나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일영모'는 제 삶의 바로미터 같아요. ‘전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건네는 안부 같은 거요. 언제 어디서든 일요일 아침 7시에는 멤버 여러분께 메일을 보낼 테니까요. 매일 지나치는 곳, 인사를 나누는 사람 혹은 반복하는 일. 무엇이든 그런 대상이 될 수 있겠네요. 편안한 휴식 공간에서 조금 들뜬 기분으로 한 주를 마감합니다. 제 지인 중, 호텔 마니아를 자처하는 HK님이 떠오르네요. 아마도 이 메일을 보고 계실 텐데 웨스틴 조선에 대한 그녀의 경험이 궁금하네요. 여러분에게 최고의 휴식을 선물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집을 제외하고요!) 관련 기사 : 조선 팰리스, 100년의 헤리티지 담아 최상의 호텔되다. Morning Reading texture.scrap Ⓒ https://www.jaspermorrisonshop.com 쓸모, 생김새, 가격 그리고 가치. 무언가를 구매할 때 이 네 요소를 고려하는 편입니다. 가구, 식기, 공예품, 전자 기기 등 공간을 채우는 모든 것에 적용되는데요. 판단은 개인의 경험에 따른 주관의 영역이라, 좋은 소비와 나쁜 소비를 구분할 순 없지만 전 그렇지 않은 소비를 하면 손이 가지 않아 결국 되팔게 되더라고요. 그런 점에 있어 제품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이 만드는 상품은 꽤 만족스럽습니다. 커피 저그와 키친타월 홀더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기능에 충실하면서 디자인도 예쁘고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2018년 1월. 런던 여행을 할 때 쇼디치 ACE 호텔에 머물렀는데, 그 근처에 재스퍼 모리슨의 사무실 겸 쇼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떠나는 날 아침 언니와 함께 부랴 부랴 찾아갔습니다. 간판도 없는 철문 앞에 서서 벨을 누르니 문이 열리더라고요. 작은 중정을 지나 쇼룸에 발을 딛는 순간 오길 참 잘했다 생각했어요. 그가 매일 드다느는 공간이랑 영감이 더 컸던 것 같고요. 캐리어에 들어가지 않아 구매하지 못했던 우산 꽂이는 아직도 아쉬워요. 2018년 11월. 소공동에 있는 문화 복합 공간 피크닉에서 그의 전시가 열렸습니다. 재스퍼 모리슨 Jasper Morrison: THINGNESS (2018.11.16.—2019.3.24.) 전시 오픈 소식을 듣자 마자 바로 몇 달 전 경험한 설렘을 안고 달려갔습니다. 재스퍼 모리슨의 디자인 철학과 제품 개발 스토리까지. 풍성한 콘텐츠 덕분에 참 즐겁게 본 전시 중 하나였어요. 여러분은 물건을 고를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전 하나만 고르자면 쓸모. 그러니까 실용성이요. 종종 철물점을 둘러보다 예쁜 무언가를 찾아 제 일상으로 가져오는 것을 좋아합니다. 언젠가 저의 철물점 방문기도 소개할게요! *오늘의 영감을 읽고 떠오른 것이 있다면 답장을 통해알려주세요 Achim 구독 멤버분들의 의견은 모두 소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