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비슷한 하루를 보내는 것 같지만. 그곳엔 각자의 고민으로 얼룩진 마음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하물며 우리 딸 취업은 어떡하나, 밀린 월세를 해결할 수 있을까. 타들어가는 고민을 한 켠에 짊어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있어요. 아픔을 얼핏 느끼면서, 서로를 위해 모른 채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솔직한 밥 한 끼. 그것이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무겁지 않은 마음인 척 던져보는 겁니다.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들어. 그렇게 털어낸 진심만으로 안온해지기도 해요. 깊었던 고민은 흩어진 조각으로, 따뜻한 공기에 베여서 그렇게 옅어질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고민을 나누는 하루,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좋은 서울 평창동의 세가지 공간을 소개해 드립니다. 과정 속에서 덜 외롭도록, 주변과 나누는 용기를 가져보시길.

또 찾을 수밖에 없는 독보적인 감성을 보유하고 있는 곳, ‘강촌쌈밥’. 평창동를 대표하는 맛집이라 일컬어도 과언이 아닙니다.  먼저 방문한 지인으로부터 맛을 전해 듣고 방문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요. 강촌쌈밥은 고즈넉한 옛 황토집에서 직접 재배한 유기농 쌈채와 영양돌솥밥을 판매하고 있는데, 편육과 된장찌개를 곁들여먹으면 얼마나 황홀한지 정갈한 입맛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기뻐할 맛이라고.

이곳의 최대 장점이라 하면, 무궁무진한 쌈 종류. 적근대, 겨자, 비트잎, 로메인, 잎당귀 등 20가지되는 쌈 종류들이 그득합니다. 반대로 최소한의 아쉬운 점이라 하면, 정식에 포함되어 있는 편육 양이 그리 많지 않으니 편육 추가가 필수라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따끈한 돌솥밥에 뜨거운 물을 부어 입가심 누룽지까지 권합니다. 추운 날씨에 든든한 한 끼로 배 채우기 제격이에요. 

세계적인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Jean Michel Wilmotte)가 설계한 850평 규모의 복합문화 공간, 가나아트센터. 전시, 공연,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이곳에서 타이럴 윈스턴(b. 1985)의 국내 첫 개인전을 개최했다고 합니다. 본 전시는 그의 작업 세계를 대표하는 <Skewers>, <Punishment Paintings>, <Network> 연작을 조망한다고 해요.

캘리포니아 출신인 타이럴 윈스턴은 대학을 졸업하고 방황하던 중, 거리에서 종이 부스러기를 모아 오브제를 제작한 독특한 아티스트로 손꼽히는데요. 그는 농구공과 담배 한 갑, 또는 의자와 농구 후프와 같은 대조적인 물체들 사이에서 독창적인 유사점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예술가입니다.

다양한 사물들을 대담하고 창의적으로 결합해냄으로써, 윈스턴은 희망과 절망, 부활과 재생, 생명력과 무모함이라는 끊임없이 탐구하고자 했다고 해요. 그의 세계가 궁금하신 분은 2월 26일까지 가나아트센터에 방문해 보시길 바라요.

북한산 아래에 위치한 카페도 좋지만, 그것보단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분위기 그리고 경치와 예술작품까지 한 번에 누리고 싶은 분들에게는 ‘카페세줄’이 단연 최적입니다. 최근에 방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마지막 회에 등장한 공간이기도 하죠. 전면이 통창으로 되어 있어 해 질 무렵 석양을 보는 낭만도 챙길 수 있고, 적은 수의 테이블 덕분에 방문한 가족들과 오순도순 대화에 집중할 수도 있어요.

메뉴는 다양한 편은 아니지만 그만큼 깊이감이 있는 커피와 디저트가 있습니다. 직접 방문한 에디터의 최애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치즈케이크. 고급스러운 커피 맛은 물론이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 작품까지 여러모로 인상적인 곳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감과 동시에 이상 세계에 온 듯한 몽롱한 느낌을 받기도 해요. 조용하고 멋진 카페라 혼자만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공간.

마음을 달래는 방식은 다 다르지만, 제 아버지께서는 울적할 때 노래를 부르십니다.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고이 담아두고 싶을 만큼 예뻐요. 그래서 저는 몰래 엿듣습니다. 무슨 노래를 부르시는 걸까. 아빠의 추억은 무엇일까.

“하늘 높이 날아라. 내 맘마저 날아라.

고운 꿈을 싣고 날아라.”

유난히 가사가 예쁜 곡이었습니다. 연대와 고려대 재학생 4명이 결성한 그룹, ‘라이너스’의 노래, ‘연’을 소개해 드려요. 1979년에 발표된 꽤나 오래된 곡입니다. 그 시절에 지내지 못했지만,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 손을 잡고 하늘을 향해 힘차게 부르는 느낌입니다. 언젠가 스쳐 지나가듯 불러 보셔요. 추억에 함께 웃음꽃 피울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