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지역이슈](11/27~12/3)


2030엑스포 유치 실패... 지역언론은?

 

정부와 부산시 등 관계자 인용 75% 치중

유치 실패에도 ‘부산 브랜드 높였다’ 성과에 주목

윤석열 대통령·박형준 시장·재계 부각, 시민은 응원 열기 대상화

 

*모니터 대상: 20231127()~123() 국제신문 지면, 부산일보 지면, KBS부산 <뉴스9>, 부산MBC <뉴스데스크>, KNN <뉴스아이> 2030엑스포 관련 보도 및 사설을 모니터 대상으로 삼았다. 다만 KBS부산의 <뉴스7>은 지역자체편성 뉴스이므로 이번 모니터에서 보도건수를 집계하여 전체 기사량에 포함시켰고 이를 별도 표시했다.

 

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끝났다. 대규모 국제 행사 유치에 실패하는 것은 있을 수 있고 흔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와 부산시, 언론까지 합세해 2차 투표에서 역전을 노릴 수 있다며 기대감을 높였던 탓에 부산시민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간 투입된 부산시민의 열망과 막대한 세금에 비하면 29표는 너무나 초라한 성적표다. 대통령과 부산시장이 연이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실패에 대한 책임을 '오일머니'와 한발 늦은 유치 활동 등 외부에 전가하고 있다.

 

지역언론은 엑스포 유치활동 마지막 주, 어떻게 보도했을까?

2030 월드엑스포 유치 결정 마지막 주, 지역언론의 관련 보도건수는 총 141건이었다. 지역신문은 엑스포 유치 투표 전후 모두 많은 보도를 낸 반면, 지역방송은 유치가 결정되긴 전인 11월 27일과 28일에 대거 관련 보도를 내보냈지만 유치 실패 이후에는 보도량이 급격히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KBS부산은 11월 28일 <뉴스9>의 결방에도 불구하고 <뉴스7>에서 9건의 엑스포 보도를 하여 지역방송 중 28건(<뉴스9> 13건, <뉴스7> 15건)으로 가장 많은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투표 전 지역언론 보도

정부 표 분석 근거가 전부, ‘박빙 승부내세워 기대감 키워

현지 취재는 한국 인사 행보와 전략 소개, 유치 응원에만 집중

 

엑스포 유치 투표일 전인 11월 27일과 28일, 지역언론 대부분 엑스포 유치의 긍정적 전망을 쏟아냈다.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지지표를 분석하지 않고 정부와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이하 유치위), 부산시가 내놓은 발표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며 ‘역대 가장 치열한 유치전’, ‘2차 결선에서 역전’ 등으로 표현하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투표가 이루어지는 파리에서의 표 분석 소식이나 현지 언론의 분석 등 다양한 취재원을 통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보단 정부 관계자의 예측만 전하는 모양새였다.


한국의 막판 전략을 소개하거나 마지막 PT에 나서게 될 인사와 그동안 엑스포 유치를 위해 노력한 대통령과 정부, 부산시, 재계의 활동을 부각하기도 했다. 특히 부산일보는 엑스포 유치 기대감을 부각하면서 부산 부동산 시세의 호재를 점치기도 했다. <유치 기대감 ‘물씬’, 부산 부동산 기대감도 ‘물씬’>(11/27, 4면)에서 엑스포 유치 가능성 시사에 침체된 부산 부동산에 반등 신호탄을 쏠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한 것이다.


물론 지역언론은 파리에 취재진을 파견하거나 파리 현지 뉴스 특설무대를 설치하는 등 투표가 이루어지는 현장 분위기를 발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주로 한국 대표단 일정을 브리핑하거나 한국의 주요 인사 도착 모습과 행보를 전하는 데 집중했다. 프랑스 언론과 외신을 인용하긴 했지만, 한국에 유리한 내용만 선택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외신 중에는 사우디 지지가 120표 이상 예상된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지역언론은 이를 전하지 않았다.


파리에 도착한 한국의 ‘선방’을 응원하는 시민서포터즈의 모습과 이에 호응하는 파리 시민, BIE 총회 생중계 현장인 주불 한국문화원의 모습 등으로 현장감을 높이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엑스포 유치 열기에서는 부산이 이미 압승했다는 반응도 나온다”[<‘엑스포 응원송’에 파리 시민 호응>(부산일보, 11/28, 2면)] 등 정확한 근거 없이 분위기와 이미지로만 현장성을 부각해 정확한 정보전달 측면에서 아쉬움이 컸다.


유치 실패 확정 후 지역언론, 참패 평가는 없고 성과만 부각

2035 엑스포 재도전 시사 발언 그대로 전달

정치권의 총선 판세 유불리 분석

 

엑스포 유치 실패가 확정된 11월 29일 이후, 지역언론은 정교하지 못했던 정부의 표 분석을 언급하긴 했으나, 유치활동에 애써온 윤석열 대통령, 박형준 부산시장, 5대 그룹 총수 등 재계와 부산상공계, 추진위 등의 활약에 주목하며 그들의 성과를 부각했다.

 

특히 지역신문은 유치 결정 전보다 더 많은 기사를 내보냈지만 그간 엑스포 유치 활동에 대한 평가와 실패 원인을 분석하기보다는 정부와 박형준 시장의 재도전 시사 발언을 부각했다. 엑스포 유치활동으로 제고된 부산의 이미지와 재계 네트워크 구축 등을 성과로 평가하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5년 뒤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엑스포 유치 여부와 관계없이 부산의 주요 현안인 북항재개발과 가덕신공항 추진에는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산일보는 한발 더 나아가 <2035월드엑스포 재추진한다면 장소는?>(12/1, 3면)에서 부산이 2035 월드엑스포 유치에 다시 도전할 경우 ‘엑스포 부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또 “2035년 엑스포 유치에 재도전해야 한다는 시민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며 재도전의 근거로 익명의 시민 의견을 싣기도 했다[<잠시 멈췄을 뿐… 부산의 도전은 계속된다>(11/30, 1면)].

엑스포 유치 실패 원인을 짚은 보도도 있었지만, 대부분 책임을 외부로 돌렸다. ‘오일머니’를 앞세워 개발도상국 표를 획득한 사우디의 전략과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국제외교 관행을 짚었다. 특히 국제신문은 <'오일머니' 블랙홀... 글로벌 불황에 개도국 몰표 빨아들여>(11/30, 2면)에서 이탈리아 로마의 로베르토 괄티에리 시장의 “돈이 모든 걸 결정한다면 세계적 행사가 모두 화석연료를 팔아 많은 이익을 내는 아주 작은 지역에서 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를 비판하기도 했다.

 

총선 판세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기사도 있었다. <부산 여야 '엑스포 실패' 총선 영향 촉각>(국제신문, 11/30, 5면)에서 부산 여야 정당이 공식적으로는 2030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로 인해 민심 변화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속내는 여당은 총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고, 야당은 향후 총선 전략에서 ‘정부 심판론’을 쟁점화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또 <엑스포 유치전 뛴 부산 인사들 향후 거취는...>(국제신문, 12/1, 3면)에서는 엑스포 유치에 앞장섰던 부산 인사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며,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 영도 출마,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사하 후보 거론 등 정가의 관측을 전했다. KNN도 <'예상 밖' 엑스포 참패에 정치권도 '후폭풍'>(11/29)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의 차기 대권주자 무산 가능성, 안병길 국회의원과 전봉민 의원의 정치적 수혜의 아쉬움을 짚었다.

 

엑스포 관련 보도 취재원

정부와 부산시, 재계 등 엑스포 유치활동 관계자 발언과 보도자료 인용 대부분

전문가, 외신, 시민의 발언 인용은 소수

타자화(objectification) 시민’, 응원 열기의 배경으로만 등장

언론이 어떤 취재원을 주로 인용하느냐는 기사의 신뢰도와 의견의 다양성을 위해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엑스포 유치와 같은 국가이벤트의 경우 언론이 정부발 보도자료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국가이벤트 홍보로 보도가 기우는 것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이번 엑스포 유치 활동 보도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모니터 대상이 된 보도의 취재원을 집계한 결과, 대통령과 부산시장을 비롯한 정부와 부산시 관계자, 상공계의 발언과 관련 보도자료를 취재원으로 삼은 보도가 74.3%(179건 중 133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전문가와 외신, 시민들의 인용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응원단으로 집계된 16건의 보도의 대부분은 엑스포 범시민유치위, 엑스포유치 국토대장정, 대학생 시민홍보단, 파리 시민응원 대표단 등의 유치를 기원하는 인터뷰나 발언 인용이었다. 16건 중 유치실패 이후 보도에 등장하는 건 6건으로 ‘비록 유치엔 실패했지만 성과 많았다’, ‘성과 발판 삼아 재도전하자’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시민 9건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엑스포 보도에 등장했다. 특히 지역방송에서 ‘시민’의 등장은 인터뷰 없이 유치 열기를 보여주는 배경으로만 등장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나마 배경으로 등장하던 시민은 유치 실패 확정 이후엔 거의 등장하지도 않았다.

 

물론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각계각층의 반응을 짚은 보도도 있었다. <“눈물과 아쉬움을 부산 도약의 새 동력으로”>(부산일보, 11/30, 3면)에서는 14명 시민의 엑스포 유치실패에 대한 감회가 실렸다. 대부분 ‘실패를 발판으로 재도약하자’,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2035 부산엑스포를 꿈꾼다’ 등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보다 앞으로의 기대와 희망을 담은 발언 위주였다.

 

성급한 재도전 점화에 앞서 유치 과정 복기와 평가 나서야

 

정부와 부산시 활동에 긍정적 내용만 전하는 지역언론의 보도경향은 유치 기간 내내 보여왔다. 2030 엑스포가 지향하는 슬로건과 가치를 시정과 엑스포 계획에서 실제 구현하고 있는지, 유치 전략이 적절한지에 대한 점검은 없었고 유치위의 보도자료 중계에만 집중해왔다(부산민언련 이전 [지역언론 톺아보기] 참조).

 

유치 활동 마지막 한 주 이 같은 보도 경향은 더 두드러졌는데, 특히 막판 표 분석에서도 정부의 보도자료에만 치중하여 제대로 된 객관적인 정보를 시민들에게 주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지역언론이 엑스포 유치의 한 주체로 뛰어들었기에 벌어진 보도 실패기도 하다. 정확한 자료를 제시하기보다는 보도자료에 의존한 나머지 정부의 근거 없는 낙관에 지역언론도 가세한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더구나 유치 실패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유치 전략과 활동에 대한 신중한 평가는 뒤로 한 채 ‘졌지만 잘 싸웠다’ 식의 자찬이나 섣부른 ‘재도전’을 시사하는 무책임한 보도를 이어가 더 문제다. 막대한 세금을 쏟고 시민들 열정과 응원이 아낌없이 투입된 사업이기에 더욱 제대로 된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 엑스포 재도전 유무는 결국 시민이 결정해야할 문제다. 이제라도 지역 언론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진행하고 시민들이 정확한 판단을 돕는 역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 주의 주목(Attention!) 보도]

(*기사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보도를 볼 수 있습니다.)



뒤늦은 시의회 행감 평가, 몇몇 질의만으로 민생, 시정견제 했다진단한 부산일보 😐

<9대 시의회 두 번째 행감 마무리 ‘민생’ ‘시정 견제’ 모두 잡았다>(부산일보, 11/27, 5면)


부산일보는 부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종료를 전하며, 전세사기 피해 지원, 빈대 방역 대책 마련 등 민생 현안을 챙기면서도 연안 침식 용역 감독 부실, 지방소멸대응기금 운용, 도시공사 비위 지적 등 지난해보다 시정 견제에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해당 현안과 관련한 시의원 질문과 지적 등을 소개했다. 보름에 걸쳐 진행된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시의회 준비 정도, 피감 기관의 답변 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없이 5개 현안에 대한 질의만으로 ‘민생, 시정견제 다 잡았다’고 진단해 성급한 평가로 보인다.

 

한편, 2023년 부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 대해 부산참여연대는 피감기관, 시의회의 준비 부족을 지적했고 시민의제 일부 반영했지만 강도 높은 질의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이해당사자를 대변하거나, 지역구 민원성 질의를 하는 등 아쉬웠다고 평가했지만 지역언론에서는 이를 전하지 않았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피해 조명한 국제신문과 KNN 😀

<'30년째 최저임금' 노동자들...직장 폐쇄에 거리로>(KNN, 11/30)

<근속수당 1만 원 인상 요구에 직장폐쇄…의료기기 공장 노사 마찰>(국제신문, 12/1, 8면)


최근 부산 사상에 위치한 의료기기 제조 공장, 아이리 노동자들이 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신문과 KNN이 노동자 피해에 주목했다.

 

이 업체는 1963년 설립된 뒤 60년째 수술용 실과 바늘을 생산해왔는데, 공장 노동자들은 신입사원이나 30년 근속자나 똑같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해왔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자, 사측이 하루아침에 공장 문을 닫아버려 노동자들의 살길이 막막해졌다는 점을 전했다.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은 해줄 수 없다면서 60억원을 대출 받아 땅을 사고,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까지 요구하는 사측을 대상으로 고용노동청에 근로감독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은 올해 최저임금이 5%나 올랐고 부동산 투자는 경영의 일환이고 노동자들이 불법 노조활동을 해 사업장 피해가 커 폐업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며 맞서고 있다는 점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30년 동안 근속연수수당 없이 최저임금만을 받아온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의 피해를 알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보도로 평가된다. 한편, 국제신문은 해당 업체이름을 밝혔지만, KNN은 ‘부산의 한 중소 제조업체’로만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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