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주말을 즐기면서, 혹은 주말 출근에 화를 내면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맛있는 음식 많이 드셨나요?
저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1주일 사이에 20kg 이상도 늘릴 수 있어요.
체중 유지를 위해 되도록 평일에는 회식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 저녁을 먹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물론 애들을 재우고 난 뒤 아내와 마시는 맥주 때문에 저녁을 굶는 게 헛수고가 되는 일이 잦지만요.
4년 전 9주 만에 9kg 감량에 성공하면서 고등학교 때 몸매로 잠시 되돌아간 적이 있는데 1년이 채 되지 않아 원상복귀 됐습니다. 다시 볼록 튀어나온 배를 어루만지면서 얼마나 자괴감에 휩싸였는지 모릅니다. 어떻게 뺀 살인데, 난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인가, 하면서 말이에요.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많은 분이, 저와 같은 경험을 하셨을 것 같아요. 살은 대체 왜! 안 빠지는 것일까요. '나'라는 나약한 존재는 대체 왜 눈앞에 놓인 치킨과 맥주를 거부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번 레터에서는 지난해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살 빠지는 약’에 대해 다뤄보려고 해요. 약 출시와 함께 비만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레터를 다 읽으셨을 때, 여러분은 보다 관대해진 자신을 마주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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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까지 중단한 위고비 열풍
- 위고비가 출시되기까지
- 더 센놈이 온다
- 비만을 바라보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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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위고비 비포 앤 애프터'라고 검색하면 뜨는 사진들이에요. 마치 단식원이나 체중 감량 병원의 홍보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사진=구글>
지난 5월,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라는 약의 광고를 중단합니다(기사). 더 이상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약에 문제가 있었냐고요? 그 반대였어요. 너무너무 잘 팔려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던 거예요.
오죽하면 회사는 "위고비의 수요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광고를 중단한다"고 발표합니다. '감'이 오시죠? 이 약이 바로 그 유명한 '살 빠지는 약'입니다.
지난 2021년 6월, 미국에서 위고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냅니다. 먹으면 살을 뺄 수 있는 약이 출시된 거예요. 당시 전문가들은 이 약을 ‘게임 체인저’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비만치료제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감량 효과가 적었거든요(기사).
출시와 함께 공급 부족
위고비는 달랐어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던 이 약은 임상 시험에서 획기적인 결과를 보였습니다. 68주 동안 이 약을 복용(주사)한 사람들은 체중이 15~20%나 감소했거든요. 또 다른 연구에서는 20주 동안 복용 시 체중이 평균 10%나 줄었다고 합니다. 다만 복용을 중단하면 몇 주 만에 체중이 원상태로 돌아왔어요(논문).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감량 효과는 유지됐습니다.
위고비가 출시된 이후 미국에서는 ‘없어서 못 파는 약’이 되었어요. 위고비를 개발한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2021년 12월 “위고비 부족 현상은 2022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약은 부족합니다. 노보노디스크 홈페이지에는 현재 “공급 차질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요(홈페이지).
위고비의 가격은 한 달 기준, 보험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1349달러(약 181만원)입니다. 보험이 적용되는 환자의 경우에는 28일 치가 225달러(약 30만원), 84일 기준 675달러(90달러)라고 하네요(여기). 약 한 달에 30만원으로 체중 감량에 도전할 수 있는 셈인데요, 한 달 헬스장, PT 비용을 생각하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경우는 BMI가 30 이상이거나, 체중 관련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BM1가 27 이상일 경우라고 해요. 아직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BMI 지수 확인해보시고, 위고비 처방 가능 여부를 살펴보세요😝(내 BMI 확인해보기). 지난 5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고비 판매를 허가했는데,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만큼 노보노디스크가 한국에 출시할 시기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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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X에 남긴 글. 그는 체중 감량 비결을 묻는 말에 "단식과 위고비"라고 답합니다. <사진=머스크 X>
'같은 성분'의 약까지 품절
위고비는 지난해 다시 한번 유명세를 치릅니다. ‘일론 머스크’ 때문인데요, 머스크는 지난해 10kg이 넘는 체중감량을 했다고 해요. 트위터, 아니 이제는 X겠네요. 하여튼 X를 통해 머스크에게 누군가 체중관리를 어떻게 하냐고 묻자 그는 “단식과 위고비”라고 답했거든요. 머스크도 위고비의 힘을 빌리고 있던 거죠.
또한 미국의 방송인이자 모델인 킴 카다시안이 마릴린 먼로의 드레스를 입기 위해 위고비를 복용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또다시 위고비의 인기는 ‘절정’을 치닫습니다.
사람들은 참 영리합니다. 위고비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구하기 어려워지자 노보노디스크가 생산하는, 위고비와 같은 성분이 포함된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해요.
오젬픽의 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에요. 위고비의 성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젬픽에 있는 세마글루타이드의 양을 늘린 것이 바로 위고비거든요. 미국에 있는 여러 약국에서는 오젬픽에서 세마글루타이드를 빼낸 뒤 이를 알약 형태로 만들어 판매한다고 합니다(기사). 결국 오젬픽 역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살을 빼는 일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겁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아니, 체질상 살이 잘 찌지 않는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체중 감량에 관심을 갖고 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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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사진. 주사 형태로 되어 있는 위고비는 복부나 허벅지 등에 일주일에 한 번 직접 주사하면 된다고 합니다. <사진=노보노디스크>
그렇다면 위고비, 즉 살 빼는 약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먼저 ‘살 빼는 약’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볼게요(기사). 앞서 위고비의 성분과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성분이 같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위고비가 등장합니다.
1980년대 초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조엘 하베너 박사는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던 중 'GLP-1'이라는 호르몬을 찾아냅니다. GLP-1은 음식을 먹을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에요. 췌장에서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고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인 '글루카곤'을 억제하는 특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후보물질을 발견한 셈이에요.
당뇨병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발견한 GLP-1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주사로 GLP-1을 체내에 넣으면, 췌장까지 이동하기 전에 사라져 버렸던 거죠. 췌장까지 도달해야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할 수 있는데 말이에요.
노보노디스크는 GLP-1에 변형을 가합니다. GLP-1이 혈액을 따라 24시간 동안 이동할 수 있도록 조작을 한 거예요. 이 약물은 '리라글루타이드'라는 이름으로 2010년 FDA의 허가를 받고 출시됩니다. 그런데 임상 과정에서 부작용을 발견합니다. 바로 '체중 감소'였어요.
노보노디스크는 이 약을 기반으로 2014년 '삭센다'라는 비만치료제를 출시하게 됩니다. 다만 삭센다는 리라글루타이드 기반의 약과 마찬가지로 '매일' 주사를 놓아야 했습니다. 체중 감량 효과도 5~6% 수준에 머물렀어요. 불편했고, 효과도 크지 않았습니다. 두통, 메스꺼움과 같은 부작용도 많이 보고됐다고 해요.
노보노디스크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한 번 체내에 넣어줘야만 하는 리라글루타이드 기반의 당뇨병 치료제는 여전히 불편했거든요. 노보노디스크는 결국 GLP-1의 효과가 일주일 동안 지속되는 약물 세마글루타이드를 만들고 이를 2017년 오젬픽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합니다.
역시 임상 과정에서 사람들의 체중 또한 계속 줄었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리라글루타이드보다 효과가 좋았습니다. 무려 15~20%에 가까운 체중 감량 결과가 나타났거든요. 또한 복용 주기도 일주일에 한 번 이었던 만큼 불편함을 덜어냈습니다(위고비 투여 방법, 한국어로 미리 확인해보세요).
부작용, 그리고 한계
다만 위고비와 같은 비만 치료제가 완벽한 것만은 아닙니다. 위고비를 투여해도 체중 감량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 일부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역시 모릅니다(기사). 체중 증가,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단지 GLP-1를 모방했다고 해서 모두에게 체중 감소가 일어나는 것은 아닐 거예요.
'약'인 만큼 부작용도 존재합니다. 단기적인 부작용은 구토, 설사, 메스꺼움 등으로 알려져 있어요. 또한 소수 환자에게서는 우울증과 같은 부작용도 나타났다고 합니다. 당뇨와 비만이 없는 사람들이 이 약을 복용했을 때 "안전하다"는 강력한 증거도 아직은 부족합니다.
위고비 투여를 중단하면 곧바로 체중 증가가 나타납니다. 즉 체중 감량 효과를 이어가려면 장기간 복용해야 해요. 현재까지 10년, 20년 장기 복용 시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습니다. 물론 이 약이 당뇨병 치료제로 오랜 기간 사용된 만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긴 합니다.
청소년들의 복용도 문제로 볼 수 있어요. 10대의 경우 아직 성장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단계입니다. 그 과정에서 체중 감량을 위해 이 약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 발달 과정에 꼭 필요한 영양소와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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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역시 당뇨병 치료제로 이미 출시된 약입니다.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고 하니 '비포 애프터'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어요. <사진=구글>
위고비는 GLP-1을 모방한 약물입니다. GLP-1은 뇌에 영향을 미치는데, 포만감을 줘 식욕을 줄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인류가 아는 것은 딱 거기까지입니다. GLP-1이 어떤 이유로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지 더 깊숙하게 알려진 게 없어요.
확실한 것은 위고비를 투여받은 사람들은 평소보다 식욕이 줄었다는 겁니다. 피자 세 조각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한 조각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꼈다고 하니까요. 먹지 않으니 살이 빠질 수밖에 없을 테고요.
이렇게 인기가 있는 이 시장을 가만히 놔둘 글로벌 제약사들이 아닙니다. 치매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제약기업 '일라이릴리'는 지난 6월 학술지 '랜싯'에 자사가 개발 중인 당뇨병 치료제(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의 임상 결과를 발표합니다(논문).
일라이릴리, 암젠... 효과 좋은 놈들이 온다
논문에 따르면 72주 동안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마운자로의 유효성분인 '티르제타이드'를 복용한 사람들의 절반에서 평균 15%의 체중 감량이 발견됐습니다.
마운자로는 현재 FDA로부터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받은 상황이에요. 일라이릴리는 이 약을 비만 치료제로 출시할 수 있도록 FDA에 허가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역시, 사람들은 빠릅니다. 마운자로는 벌써 수요가 빠르게 증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 놓였다고 해요(기사).
마운자로는 임상 시험에서 오젬픽, 위고비보다 체중감량 효과가 더 크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어요. 전문가들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기사). 마운자로는 GLP-1과 함께 또 다른 호르몬 'GIP'를 모방하고 있어요. GIP 역시 체중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데, GLP-1과 GIP라는 두 개의 호르몬을 조합한 만큼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는 거죠. 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 외에 식욕과 관련된 세 개의 호르몬을 결합한 약물도 현재 임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암젠도 현재 비만 치료제 임상을 수행하고 있어요. 암젠의 실험 약물 'AM133'은 효과가 더 좋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AMG133은 GIP를 억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GIP의 기능을 아예 없애는 것인데 임상1상 결과에 따르면 3개월 동안 15%의 체중 감량에 나타났다고 합니다(실험 결과).
투여 기간은 짧아지는데, 체중 감량 효과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다가 몸무게가 '마이너스'가 되는 날이 오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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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와 관련된 밈. 여러분은 다이어트에 성공하셨나요...
위고비를 개발해 출시한 노보노디스크 연구진들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 중 하나로 '인식'을 꼽았습니다. 경영진을 설득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비를 받아야 하는데 "비만은 질병이 아닌 의지의 문제"라는 인식 때문에 연구가 어려웠다는 거예요. 한 연구자 "비만이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최고경영자에게 설득시키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기사)"고 말합니다. 비만은 의지의 문제일까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위고비와 관련된 기사에서 제가 듣고 싶었던, 아니,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들이 꼭 듣고 싶었던 말을 남깁니다. "비만은 의지력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생물학에 관한 것입니다(기사)."
체중과 관련된 유전자는 약 1500여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수백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이 나무에서 내려와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우리 몸에 새겨진 흔적입니다.
지금처럼 지구상에 먹을 것이 풍부했던 시기는 없었습니다. 루시(여기)가 생존하던 그 시기부터 불과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음식은 부족했어요. 부족한 음식을 지방으로 잘 쟁여둘 수 있는 인류가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생존에 유리하면, 살아남아 자손을 많이 낳았을 것이고 관련 유전자를 가진 인류는 많아졌을 거예요. 그렇게 약 300만년 넘게 이어져 온 유전자의 진화를 단지 운동과 식단 조절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까요(저 진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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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와 관련된 밈. 본능을 거스르려고 하니 다이어트를 하면 성격이 난폭해지는 겁니다...
199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분류합니다. 2013년에는 미국의학협회(AMA)가 "비만=질병"이라고 발표해요. 비만은 먹을 것을 놓지 못해 발생했다기보다는 유전적으로, 혹은 어떠한 이유로 발생한 질병이라는 설명입니다. 2008년 미국비만학회도 이에 동의합니다.
위고비와 같은 비만 치료제의 성공적인 출시와 인기는 '비만=질병'이라는 인식 변화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약을 먹으니 살이 빠지는 경험을 보거나 직접 확인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러한 인식은 더욱 확산될 거에요.
비만은 비난받을 일이 아닙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비롯해 상황에 따라 비만에 '걸릴 수' 있습니다. 단순히 많이 먹는다고 해서, 의지가 약하다고 해서 살이 찐다고 보기 힘들어요. 스트레스를 비롯해 유전적인 영향, 수면 시간, 식습관, 생활 환경 전반적인 게 비만에 영향을 미칩니다.
비만은 당뇨, 뇌졸중, 고혈압을 비롯해 다양한 합병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상당하고요. 현재 의학계에서는 비만을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고 치료해 나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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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지 않았지만 레터를 쓰는 사이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꼬깔콘을 한 봉지 먹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부터 저 자신을 비난하지 않기로 했어요. 제게 "꼬깔콘을 먹어"라고 명령을 내린 뇌는, 지난 300만년 동안 거칠고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은 인류의 유전자가 내린 명령입니다. 이 얼마나 숭고한 '지시'인가요.
다만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는 체중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위고비와 같은 비만 치료제가 한국에 상륙하기 전에, 그리고 이 비싼 약물의 가격이 내려가기 전까지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살찌지 않는 약'을 홍보하던데 효과는 크지 않으니 주의하세요. 약이 아닙니다).
덜 먹고 운동하시면 됩니다. 다만 오늘부터 스트레스는 덜 받는 게 어떨까요. 다이어트 중 치킨을 먹었다면 '지난 300만년 동안 거칠고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은 인류의 유전자가 내린 명령'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리고 다음 날 평소보다 조금 더 걷고 덜 먹으면 됩니다.
레터를 마감하며, 제 책상 위에는 꼬갈콘 한 봉지와 함께 그래놀라가 가득한 켈로그를 담은 그릇이 추가됐습니다. 괜찮습니다. 숭고한 지시를 따른 것뿐이니까요. 내일 하루, 평소보다 더 걷고 움직이면서 지방을 분해하면 되니까요.
한 주의 시작, 월요일입니다. 힘을 내야 하는 날이니 오늘 점심은 최고로 맛있는 식당을 찾아 두그릇 드시기 바랍니다. 먹는 게 남는 거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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