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이너레터의 마이너 입니다.

혹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보셨나요?

최근 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저도 이번에 이 영화를 다뤄볼까 했는데, 이미 좋은 콘텐츠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스리슬쩍 이 영화에 대한 소개는 다른 좋은 콘텐츠들에 맡기기로 하고, 저는 대신 이 영화를 만든 감독들의 다른 영화 한 편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두 명의 감독이 만들었는데요. 제가 소개해드릴 영화인 <스위스 아미 맨> 또한 이 두 명의 감독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광기처럼.. 이 두 감독은 굉장히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B급을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데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정제된 B급이었다면, <스위스 아미 맨>은 B급의 결정체에 가깝습니다.

'이게 되나?' 싶으시죠.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되더라고요. 심지어 조금 감동적이고요.

무인도에 조난당한 행크.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목숨을 끊으려는 순간, 저 멀리 파도에 떠밀려온 사람이 보입니다. 허겁지겁 달려가는 행크. 희망을 안고 사람을 깨워보지만 역시 죽은 시체입니다. 행크는 허무한 마음에 시체에게 말이라도 걸어보지만, 시체는 대답 대신 방귀를 연신 뀌어댑니다. 낙담한 행크는 돌아서고, 시체는 다시 바다로 떠밀립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시체는 방귀를 추진력 삼아 자꾸 앞으로 나아갑니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행크는 서둘러 시체 위에 올라타고, 시체는 제트스키처럼 나아갑니다..! 

시체를 타고 조금은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는 육지에 도착한 행크. 시체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행크는 외로움 때문인지 미안함 때문인지 시체를 이고 지고 이동합니다. 대답 없는 시체와 생존을 이어가는 행크. 그런데 갑자기 더 황당한 일이 일어납니다. 시체가 말을 하기 시작한 거죠. 여전히 몸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행크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시체. 시체는 자신의 이름 '매니'는 기억하지만 죽기 전 삶에 대해서는 조금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행크는 매니에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주며 세상에 대해 알려줍니다. 행크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집'에 대해 알게 된 매니. 둘은 함께 힘을 합쳐 집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시체인 매니는 해리포터를 연기했던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맡았습니다. 해리포터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조금 충격적일 텐데요.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정말 망설임 없이 망가집니다. 사후 경직된 딱딱한 몸으로 장작 패기, 몸 안에 있는 가스를 추진력 삼아 입에 넣은 것들을 총알처럼 발사하기 등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행크는 매니를 사용하고, 매니가 'Multipurpose Tool Guy' 같다고 하죠. 마치 'Swiss Army Knives'처럼요.

기억 속 해리포터가 한껏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째 기분이 조금 묘한데요. 한편으로는 굉장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만약 다니엘 래드클리프처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라면, '이번에 시체 역할 한번 해볼래? 주로 방귀를 뀌는데...'라는 제안은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거든요. 다니엘 래드클리프, 멋진 배우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히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그쳤다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스위스 아미 맨>은 황당해 보이는 행크와 매니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만의 이해와 위로를 전달합니다. 

행크는 매니가 기억을 찾을 수 있도록 자신의 삶에 대해 들려주는데요. 이야기하면 할수록 자신이 쓸모없고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였다는 생각이 들죠.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말 한마디 못 걸어봤던 행크. 혹여 남들이 안 하는 짓을 해서 '이상한 놈'으로 낙인이 찍힐까 눈치를 보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행크에게 시체인 매니는 함께 이상한 놈이 되어주겠다고 이야기하죠.

안타깝게도 <스위스 아미 맨>은 왓챠에도 넷플릭스에도 없습니다. 대신 티빙, 웨이브, 네이버 시리즈온,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5,500원에 구매하실 수 있는데요. 요즘 같은 구독 시대에 조금 비싸게 느껴지지만, 새로운 영화를 접해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시체를 제트스키처럼 타는 새로움이란 흔치 않으니까요...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