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1일 월요일
님,

매주 100권은 족히 되는 책 무더기 가운데 10권 가량만 추려내야 하는 작업은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회의 중엔 종종 이런 말도 나옵니다. “예전 같았으면 다 머리기사로 크게 썼을 만한 책들인데, 몇 권만 고르자니 어렵네요.” 독서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출판시장의 위기가 유례 없이 심각하다는 아우성 속에서도, 지식과 경험의 누적은 과연 불가역적인 모양인지 책은 나날이 진보하고 있습니다. 대강의 주제뿐 아니라 새로운 세부 주제들까지 발굴하여 탐사하는 연구자들, 섬세하고 유려한 필치로 자신의 경험과 사회를 잇는 필자들, 탄탄한 기획력으로 끊임없이 개성 있는 책들을 만들어내는 출판사들…. 회의 때 탁자 위에 올라온 책들만 보면, ‘이렇게 좋은 책들이 나오는데 왜 출판은 위기라고 하는가’ 고개를 갸웃하게 될 정도입니다.

 책과 독서에 대해 제 나름대로 만들어본 이론 가운데 ‘부채 이론’이란 게 있습니다. 책은 볼 때마다 ‘빚을 갚으라’ 독촉하는 빚쟁이처럼, 표지와 책등 등 자신의 온몸을 동원해 ‘나를 읽어야 한다’는 부채감을 심어주고 압박하는 존재입니다. 궁극적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들을 다 읽어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실제로 빚을 갚느냐 마느냐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차라리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책을 읽어야 할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을 놓지 않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이론은 ‘책을 왜 읽어야 하나’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피하고 싶어서 만든 것이랍니다.

 해마다 그래 왔듯, 한 해의 끝과 새로운 해의 시작에 서서 또다시 한겨레가 꼽은 ‘올해의 책’ 20권의 목록을 공유합니다. 최고의 책도, 필독서도, 많이 팔린 책도 아닌, 그저 한겨레의 눈으로 다시 호명하고 싶은 책들입니다. 1년 동안 나온 수없이 많은 좋은 책들 가운데 20권만 꼽아야 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잊고 있던 부채를 실감하는 데에 모쪼록 이 목록이 도움이 되길 빕니다.

님, 새해에 좋은 일 가득하시길 빕니다.
전사들의 노래
인권기록활동가 홍은전 작가가 박길연·박김영희·박명애·이규식·박경석·노금호 장애인권활동가 6명의 생애를 총천연색으로 복원한 책이다. 뉴스 속에서 투쟁하는 모습으로만 알고 있을 활동가들의 삶의 굽이굽이를 탐색해 그들을 온전하게 담아냈다. 이동권 투쟁부터 장애등급제 폐지 운동까지 한국 장애인권운동사로 불려도 손색이 없지만, 책은 더 나아간다. 고통과 슬픔에 발목 잡힌 한 인간이 삶을 직면하고 한 발자국 더 내딛는 지점을 세밀하게 포착해 보여주면서, 그들이 어떻게 “스스로 지도가 되는지” 이야기한다. 한 인간의 삶에 대한 보편성과 특수성을 아름답게 교직한, 그야말로 ‘좋은 이야기’다.👉기사보기

베를린이 역사를 기억하는 법 1, 2
독일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작가 장남주가 두 권짜리 두툼한 책을 글과 사진으로 채웠다. 통일 과정을 다룬 2권도 흥미롭지만, 독일의 유대인 박해에 집중한 1권이 특히 인상적이다. 1985년 바이츠제커 대통령이 나치 항복 40주년 기념 의회 연설에서 이날을 항복이나 패전이 아닌 해방의 날이자 기억의 날이라고 선언한 것이 큰 계기가 되었다. 자국 역사의 치부를 까발리고 줄기차게 사죄하고 반성하는 데 대한 반발과 저항이 독일에서라고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과거사) 정리는 끝나지 않았다”는 연방 문화부 장관의 말은 과거사를 대하는 독일 정부와 시민 사회의 태도를 단적으로 알려준다.👉기사보기
한자의 풍경
황제의 사관이었던 창힐이 새와 짐승의 발자국 모양에서 영감을 얻어 한자를 창제했다는 설은 2세기 초에 나온 최초의 한자 사전 ‘설문해자’에서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렇지만 한자는 어느 개인의 발명이라기보다는 집단적 창작이라 보는 것이 정설이다. 이승훈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한자의 풍경>에서 “한자의 발전은 단방향의 직선적 계승이 아니라 어떠한 형태가 창조되고 변형되고 또 일부는 도태되는 복잡한 과정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한자가 추상화·복잡화하면서 그 문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내면과 외적 삶 역시 변화하는 과정, 흥미로운 한자 어휘들의 유래 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다.👉기사보기

인간은 왜 인간이고 초파리는 왜 초파리인가
진화유전학의 ‘젊은 기수’ 이대한 성균관대 교수가 첫 단독 저작을 통해 우리를 진화유전학 연구의 최전선으로 안내한다. 인간은 감각할 수 있는 생물학적 세계(‘표현형’) 너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하는 생명 프로그램의 세계(‘유전자형’)를 직접 탐사하는 데에 이르렀다. 지은이는 생명이 마치 스리디(3D) 프린터처럼 똑같은 재료(유전자)를 가지고도 다양한 레시피(유전체)에 따라 엄청나게 다양한 요리(표현형)를 만들어낸다는 데 주목한다. 질병과 지능을 빚는 유전자가 따로 있는지, 표현이 아닌 행동도 유전하는지, 진화란 궁극적으로 우연인지 필연인지 등 진화유전학의 최전선에서 맞닥뜨린 질문들도 해설한다.👉기사보기
제주도우다 1~3
제주 4·3으로부터 산 자 또한 산 자는 아니었다. 지난 반세기, 죽어 산 자들이 봉인한 기억을 가까스로 풀어 해원하려던 이들 선두에 작가 현기영(82)이 있고, 후미에 한강(53)도 있었다. “애당초 죽은 사람”이라며 ‘기억하기’를 거부하다 손녀 부부의 설득 끝에 열흘 동안 울며 자신이 경험한 4·3의 참상을 쏟아낸 안창세가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배경. 하지만 3만명의 ‘안창세’를 구원 못 하는 한 제주의 4·3은 복원된 게 아니다. 일제 말부터 1948년 해방 제주의 겨울까지 5년 안팎 숱한 제주인들의 시간이 소설 3권에서 “더듬더듬” “천천히” 흐르는 까닭이다. 4·3 작가의 마지막 4·3 소설, 문학적 소명의 표상.👉기사보기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한국 근대 문학 기행 1~4
소설가 김남일이 쓴 <한국 근대 문학 기행>은 작품 무대를 발로 밟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작품과 자료, 사진을 통한 간접 기행에 해당한다. 휴전선에 가로막힌 평안도와 함경도가 포함되어 있기에 그것은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현장을 직접 가지 못하는 대신 작품과 자료에 대한 천착은 한층 밀도가 높아졌다. 조선 망국기에서 해방까지를 배경 삼은 작품들을 샅샅이 훑고 작가와 작품 및 그 무대를 충실히 안내하는 지은이의 공력과 열정에 감탄이 절로 인다. 북녘을 무대로 한 작품들과 그곳 풍광을 담은 사진, 작품 속에 구사된 북방 말투를 접하다 보면 갈 수 없는 땅을 향한 그리움이 새삼 사무친다.👉기사보기

1945년 해방 직후사
1945년 8월15일 일본의 항복 선언이 곧바로 식민지 한국의 해방과 독립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역사학자 정병준은 1945년 해방 공간에서 어떤 힘들이 어떻게 교차하며 ‘현대 한국의 원형’이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해방 공간’을 창출해 한국인들의 자생적 권력으로 등장했던 ‘건국준비위원회’는 일제·한민당·미군정 등으로부터 집요하게 공격받고 실책을 저지르며 힘을 잃어갔고, 미군정은 ‘문고리 권력’에 휘둘려 냉전 시작 이전부터 ‘반탁운동’을 벌이는 등 한반도를 대결 구도로 몰아갔다. 그 결과 해방 공간의 열망은 무력화됐고, 이 땅을 장악한 것은 미군정으로부터 ‘불하받은 권력’이었다.👉기사보기
한국고전문학사 강의 1~3
고전문학자 박희병 교수가 정년을 앞두고 있던 2021년 봄학기 서울대 강의를 책으로 묶었다. 단군신화에서부터 19세기 말까지 고전문학의 흐름을 32개 강의에 담았고, 수강생들과 주고받은 질의응답을 매 강의 말미에 덧붙였다. 지은이는 문학사 속 인간을 크게 세 가지 지평 속에서 파악하고자 하는데, 사회·역사적 지평, 집단적 지평, 젠더적 지평이 그것이다. 그는 특히 여성과 서얼, 중인 같은 “하위 주체”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 고유의 풍속인 토풍과 중화의 영향을 뜻하는 화풍의 길항과 습합을 통해 한국고전문학사에서 주체성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룬 것 역시 큰 특징이다.👉기사보기

말하지 않는 책
올해 가장 낯선 소설들의 작가를 꼽으라면 김솔이겠다. (그로선 여일함인가) ‘낯섦’은 삶의 이면, 즉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이자 그 진실이 드러나는 형식이다. 반기는 곳 없는 자본주의 세계를 ‘혈류의 속도’보다 느리게 그러나 끝없이 걷는 자(앤솔러지 <전두엽 브레이커> 수록 단편 ‘걷는 여자, 걷는 남자’)를 통해 생존의 본질을, 문맹임에도 직접 쓴 시와 노래 가사로 구원을 증명하는 자(소설집 표제작 <말하지 않는 책>)를 통해선 책과 문자의 본질을 사유시킨다. 대부분의 종족 언어가 소멸한 시대(‘퍼플 케이크’)를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 우화이길, 쉽게 읽히길 거부하는, 지적으로 음란한 이 소설들은 더 호명되어야 한다.👉기사보기
전쟁 같은 맛
백인 미국인 부친과 한국 기지촌에서 일하던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의 한인 2세 사회학자·인류학자 그레이스 조가 여성, 성노동자, 이민자, 조현병 등으로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차별과 고통 속에 살았던 어머니의 삶을 회고한 책이다. ‘양공주’란 이유로, 소수 인종이란 이유로, 어머니는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성차별적이고 제국주의적인 권력에 의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박탈당했다. 지은이는 “결코 살아남을 운명이 아니”었던 어머니의 ‘사회적’ 죽음을 파헤칠 뿐 아니라, 죽음을 앞둔 어머니에게 그가 먹고 싶어했던 음식들을 요리해주며 회복, 치유, 위로 같은 가능성을 찾아낸다.👉기사보기

생물학적 풍요
사소한 일
징후로서의 문학을 증명한다. “염소도 다른 염소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것을 아는데, 인간은 왜 그러질 못하지요?” 팔레스타인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49)의 말이다. 이 소설에 10여년 품을 들인 배경. 건국 선언(1948) 이듬해 이스라엘의 군이 국경지대에서 한 아랍 소녀를 강간 사살한 과거와 이 사건의 실체를 좇는 21세기 팔레스타인 여성의 현재가 중첩한다. 세밀한 심리적 소요에 대한 핀셋 번역. 소설은 결국 올해 터진 하마스-이스라엘 전쟁과 중첩되고 만다. “지도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우는 일은 오늘도 계속” 된다던 쉬블리는 이 작품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리베라투르’ 상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시상식은 취소됐다.👉기사보기

한국전쟁의 기원 1~2
한반도 전역을 폐허로 만들고 한반도 민중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긴 한국전쟁은 언제 어디에서 기원했는가? 브루스 커밍스가 쓴 <한국전쟁의 기원>은 이 문제에 관한 가장 심층적이고 발본적이며 선도적인 저작으로 꼽힌다.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탁월한 한국전쟁 연구서로 평가받는 기념비적 저작이다. 완간 후 32년 만에 완역된 한국어판은 전체 3권에 모두 20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커밍스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1945년 이후 이 유서 깊은 나라를 경솔하고 분별없이 분단시킨 미국”의 잘못을 추궁하면서 “한국을 분단시킨 것이 내 조국이었기 때문에 나는 늘 책임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기사보기
민중을 위한 그린 뉴딜
잘사는 나라들에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제시하고 있는 ‘그린 뉴딜’들은 과연 전 인류와 지구를 위한 것일까? 세계체제 중심부-주변부 사이 착취 구도를 직시하는 ‘종속이론’을 자원으로 삼아, 튀니지 출신 농업사회학자 맥스 아일은 북반구 중심의 그린 뉴딜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전 인류’로 돌리고 전환의 부담을 되레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과하려 한다고 까발린다. 지은이는 자본주의-제국주의적 착취에 대한 배상(기후 부채 상환)과 민중이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정치·경제적 틀(국가/민족)을 중심에 놓는 ‘민중을 위한 그린 뉴딜’을 주창한다. 또 대전환은 농업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한다.👉기사보기

헌치백
견고한 현실은 문학으로 붕괴된다. 그간 부재했던 주제, 부재했던 작가 범주를 일거에 무너뜨린 일본 소설. 지난 7월 아쿠타가와상 수상과 함께 현지 출판계가 들썩였다. “다시 태어난다면 고급 창부가 되고 싶다”거나 “임신과 중절을 해보고 싶다”는 장애 여성 주인공 샤카의 위악적 소망을 소설은 형상화한다. 스스로 ‘꼽추 괴물’로 부르는 샤카는 14살 때부터 인공호흡기를 달고 산 작가 이치카와 사오(44) 자신과 다르지 않다. 연애, 판타지 소설 등을 써온 이치카와가 작정하고 아쿠타가와상을 노려 쓴 정통 소설이다. 생명 윤리에 도전하는 작가는 한국 독자에게 그저 “삐딱한 주인공에 부디 큭큭큭 웃어주시길 바란다”고 썼을 뿐이다.👉기사보기
세계철학사
<세계철학사>(전 9권)는 일본의 철학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대작이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전공자 115명이 대거 합류해 해당 영역의 집필을 맡았다. 집필진은 이 저작을 일본에 서양 철학이 들어온 지 15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감행한 본격적인 ‘세계철학사’ 구축 시도라고 자평한다. 일본 철학계가 축적한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작업이다. 기원전 6세기부터 21세기까지 인류가 창출한 철학적 사유를 망라했다. 철학의 흐름을 문화권마다 살펴 나열하던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삼아 각각의 사유를 횡으로 비교함으로써 동시대 철학적 사유의 공통성과 독자성이 드러나도록 했다.👉기사보기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20세기 말까지 유전에 관한 학설에서 주류를 이룬 것은 유전자(DNA)가 단독으로 생명체의 형질을 결정한다는 유전자 결정론이었다. 이 유전자 결정론에 반기를 들고나온 것이 후성유전학이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무어가 쓴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는 지난 20년 사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한 후성유전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최근의 후성유전학 연구는 유전자 결정론이 틀렸으며 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유전설’이 설득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후성유전학 발견은 인간의 후천적 경험이 당대에 사라지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후대에 전달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유전학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기사보기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매년 수십 번씩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하고, 산책을 하며 찍은 사진들을 전시하고, 자신의 일상생활을 작품으로 내건다. 반사적으로 ‘그게 가능해?’ 묻는 사람들에게, 일본의 논픽션 작가가 ‘전맹(全盲) 미술 감상자’인 시라토리 겐지(54)와 함께 미술관 탐방을 했던 경험을 담은 이 책을 꼭 보길 권한다. 눈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우리의 존재와 감각은 저마다 다른데, 거기에 어떤 높낮이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책은 있어야 할 것은 위계와 차별이 아니라 오직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여정을 공유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해준다. ‘함께하기’의 따뜻함도 깊은 울림을 준다.👉기사보기

아리스토텔레스 선집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 분야는 넓고도 넓어서 인간과 자연과 우주를 포함해 거의 모든 주제를 망라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선집>은 현전하는 아리스토텔레스 저작집 가운데 주요한 부분을 발췌해 번역한 책이다. 조대호 연세대 철학과 교수를 비롯해 아리스토텔레스 전문가 다섯 사람이 번역 작업에 참여했다. 발췌 번역이라고는 해도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둘러싼 핵심 논점이 된 대목들이 거의 빠짐없이 들어가 있어 이 선집만으로도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의 광활한 세계를 조망할 수 있다. 형이상학자 아리스토텔레스뿐만 아니라 논리학자‧자연철학자‧실천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두루 만날 기회를 준다.👉기사보기
오평짜리 새까만 공간에 그려가는 꿈
오평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청명북로7번길 8-16(영통동)

🔗ohpyeong.com


"오평의 검은색을 담은 특별한 모임이 있는데, 매달 마지막 날에 함께 유서를 써 보는 시간이다. 아름다운 것을 좇아 그리거나 쓰다가 틀렸을 때 지우는 방법도 있지만, 그냥 잠깐 까맣게 덮어두면 어떨까 생각했다. 애써 지우려고 하지 말고 까맣게 전부 칠해버리자고. 하얀 도화지에만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까만 도화지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꿈을 새로 그릴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내가 살아온 삶의 어느 순간이 가장 빛났는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유서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삶의 새로운 출발 내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준비했다. 오평에서 준비한 까만 도화지에 당신이 그려낼 것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마냥 어둡고 무거운 것이 아니라 밝고 희망찬 시간이기에 늘 설레는 마음으로 말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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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깃발은 더러운 풍경을 향해 가고 시끄러운 원주민 언어 때문에 북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중심가에서 우리는 가장 난잡한 매춘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는 합리적인 반항들을 학살할 것이다.
 “후추를 재배하고 땅은 침수된 나라를 위해!―산업과 군대의 거대한 착취를 위해서.
 “여기서건 어디에서건 다시 만나자. 자원병으로 입대한 우리는 잔인한 철학을 가질 것이다. 학문에는 무지하고, 오직 안락을 찾아 나선 사람들로서. 세계의 파멸을 향해. 이것이 진정한 행진이다. 앞으로 가자, 출발!”


📖아르튀르 랭보, <프랑스 현대 시 155편 깊이 읽기>(문학과지성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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