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의섬
2020년 9월 첫째 주
#01
🏝️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섬>  
🍅무무의 자기소개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어요. 쪼매난 출판사에서 짧고 얕게 일하고 처음 이직한 출판사는 매출을 지상 최고의 미덕으로 꼽았어요.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면서 직원 굴리기가 특기였죠. 이 년을 넘게 일하자 몸도 마음도 조각나 남은 선택지는 이직밖에 없더라구요. 그런데 이게 웬걸. 이직한 출판사는 극한의 합리화를 추구하려고 애쓰는 조직이에요. 합리적인 조직과 합리화하는 조직의 차이는 꽤 크더라구요. (찡긋) 

삼 년을 회사 일만 하다 보니 이제는 딴짓, 허튼짓도 하고 싶었어요. 재미진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제 안에서 무럭무럭 자란 거예요. "날 봐! 날 봐! 내 안의 몬스터가 이렇게 컸어!"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에서 요한이 벽에 낙서한 것처럼요. 무언가를 꾸준히 만들고 공유하고 싶다는 바로 그 마음으로 이제 '무무의섬'을 시작해요. 재미와 의미를 모두 전달하고 싶어요. 하지만, 보장할 수는 없겠지요. (찡긋2)

앞에서 소개한 정현종 시인의 시 '섬'을 좋아해요.
우리는 과연 우리 사이에 있는 섬에 가닿을 수 있을까요.
그런 기회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며 무무의섬을 시작할게요.

그럼 이만, 
총총
🌱이번 소식지 구성 
  • 편집자 일기
  • 방구석 여행법
  • 문장 수집 생활
  • 채식 하루 한끼(←新)
  • 나를 울린 영상
🛠️편집자 일기
'편집자 일기' 꼭지에서는 여행책을 편집하면서 보고 듣고 생각한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해요. 여행책이라니! 디지털 시대, 더욱이 코로나 시대에 여행책이라니! 맞아요. 그래서 여행책 편집자는 매일 눈물을 타고 출퇴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읽어주세요(또르륵).
코로나 시대에 해외여행 가이드북 만들기
출근하고 두 시간이 지난, 오전 10시 30분. K저자님에게 카톡을 보냈다. 여행책, 그것도 가이드북을 쓰는 저자라면, 자신이 꼭 소개하고 싶은 여행지 하나쯤은 마음속에 품고 사는 법. 이번엔 K저자님이 바라고 바라던 여행지의 가이드북 집필을 의뢰드릴 계획이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내심 기대했다. 저자님이 기뻐하시겠지. 춤을 추고 노래하는 이모지와 손뼉을 치며 눈을 반짝이는 이모지로 도배될 우리 카톡 대화방이 저절로 그려졌다.

"꿈꿔왔던 일이지만 고민이 많이 되네요." 예상치 못한 K저자님의 답변에 순간 멍해졌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첫 책 출간 직후 K저자님은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 전업 저자로의 길을 밟기 위한 결단이었다. 곧바로 다음 취재를 떠났다. 취재를 무사히 마치고 귀국하려던 바로 그때, 터지고 말았다. 무엇이? 풍선도 아니고, 폭죽도 아닌, 코로나 바이러스가. 저자님은 현지 정부의 조치에 따라 한 달 가까운 시간을 구글 지도에도 잡히지 않는 어드메에 강제 체류당했다. 어디 있는지,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지급되는 생수와 음식만으로 연명하면서.

간신해 귀국해 초고를 모두 집필했지만 코로나는 한국을 비껴가지 않았다. 어제도 오늘도 하향세였던 여행출판 시장은 설상가상으로 덮친 코로나로 한 달 판매부수와 반품부수가 서로 어깨를 나란히 아는 요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와 기업이 저자들에게 제안했던 프로젝트는 하루아침에 '전면중단'되었고, 생계를 지탱했던 강연 섭외는 '감감무소식'이었으니, 코로나 사태로 여행책 저자의 경제 활동은 그야말로 '일단 멈춤'-마비 상태였다. 

가뜩이나 직장을 나와 전업 저자로 도약을 준비하던 K저자님에게 코로나 이후에 닥친 일련의 상황은 치명적이었다. 다시 여행책을 집필할 수 있을까. 쓴다 한들 출간은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의 고민의 고민 속에서 K저자님은 계약을 망설였다. 여행책을 쓰는 저자라면, 아끼고 사랑하는 여행지를 직접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 드글드글 한 것이 당연지사. 이런 상황을 알 턱이 없는 무심한 코로나는 생계의 고단함을 몰고와 저자로서의 욕심마저 억눌러버렸다.

구구절절 쓴 이야기의 결말부터 말하자면, 그날 K저자님과의 대화는 웃으며 끝났다. 저자님은 가목차와 샘플 원고를 다음달까지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별다른 설득이나 특별한 위로를 건넨 건 아니었다. 저자님에게 터놓고 말했다. 출판사도 코로나 사태를 이겨내거나 돌파할 뾰족한 수 하나 없는 빈손이라고. 지금의 계약 제안은 함께 이후를 고민해보자는 의사표현일 뿐, 저자님이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렇게 호방하게 저자님께 말하고 계약 진행을 구두로 합의하고 나자 허무감이 몰려왔다. 코로나가 정말 끝나기는 할까. 코로나가 끝나면 이전처럼 해외여행을 다닐 수는 있을까. 취재와 집필, 그리고 그다음의 출간은 과연 일정은 도대체 언제쯤 가늠이나 해볼 수 있을까. 저자님이 혼자 하던 그 고민의 고민의 고민을 이제는 내가 하고 있었다. 하, 한숨을 쉬다가 시계를 봤더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 됐다. 오늘은 도시락을 먹어야지. 밥 먹을 생각에 고민은 일단 잠시라도 뒤로 미루기로 했다.
🛸방구석 여행법
기회가 된다면, 보내드리는 소식지마다 방구석 여행법을 소개해보려고 해요.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혔지만,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우리의 마음이 닫힌 건 아닐 테니까요.   

"세상 어딘가에 있을 창문을 열어주세요." 
방구석에서 보는 창밖 세계 여행, 윈도우 스왑
이번에 소개하는 방구석 여행법은 방구석에서 전 세계 곳곳의 도시 풍경을 볼 수 있는 사이트, '윈도우 스왑'이에요. 어느 날 바르셀로나에 사는 지인이 매일 보는 똑같은 풍경이 지겹다고 푸념하자, 싱가포르에 사는 부부는 지인에게 서로의 창밖 풍경을 공유하길 제안해요. 그렇게 만든 사이트가 바로 윈도우 스왑의 시작이었다고 해요. 윈도우 스왑은 전 세계 곳곳에 사는 사람들이 각자 창밖 풍경을 10분 길이의 영상으로 촬영해 메일로 보내면, 이를 윈도우스왑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하고 있어요.

윈도우 스왑 영상에는 특별한 효과도 없고 화려한 편집도 없어요. 어느 지역인지를 나타내는 문구 이외에는 자막이랄 것도 없어요. 그저 창밖 풍경을 10분 동안 가만히 보여줄 뿐이에요. 하지만, 화면 속 소리와 풍경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괜스레 마음이 몽글몽글 따듯해지는 건 왜일까요. 고양이가 냐옹냐옹 냐옹어 말하는 바르셀로나의 옥상 전경, 새 지저귀는 소리가 가득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도시 풍경,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에 중독되는 버뮤다 해변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어요. 

구독자님도 마음에 드는 도시의 창밖 풍경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구독자님은 어떤 창밖 풍경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문장 수집 생활
2019년 1월부터 친구들과 매일 전날 읽은 글을 소개하는 팀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요. 여기 꼭지에선 지난 한 주 동안 읽은 문장 중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을 꼽아 소개해드려요.  
"불편한 슬픔은 잘 보이지 않고, 편한 즐거움은 언제나 드러나 있어서, 살아 있는 생명은 때로 인형이 된다. 감정도 고통도 없는 인형이 된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데엔 사람인지 아닌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누군가에게 어떤 존재를 의미 있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면, 세상엔 사랑받는 피노키오가 많아질 것 같다." 

-보선, 《나의 비거니즘 만화》 中
지난해 간헐적으로 진행했던 채식 지향을 최근 다시 시작했어요. 늘 생각만 하다가 영원히 하지 않을 것만 같아 몇 가지 규칙을 정했어요. '회사에서 혼자 먹는 점심은 비건 식단으로 꾸리기', '함께 먹는 자리에서도 선택지가 있다면 육고기는 먹지 않기' 지킬 수 있는 약속을 정하고 매주 실천하고 있어요.

좀 더 강력한 동기를 만들고 싶어서 슬릭님이 함께하는 카카오 프로젝트 "슬릭과 함께하는 하루 한 끼 완전 채식"에 참가를 신청했어요. 9월 6일부터 100일 동안 매일 한 끼를 비건 식단으로 꾸려서 먹고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프로젝트예요. 실천보증금 만 원을 내고, 인증 횟수에 따라 보증금을 돌려받아요. 인증을 하지 못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기부금으로 활용되구요.

다시금 채식을 지향할 필요와 용기를 건네준 책이 바로 보선 작가님의 만화 《나의 비거니즘 만화》였어요(보선 작가님이 직접 책소개하는 영상이 궁금하다면 클릭). 아멜리라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화는 몽실몽실 귀여운 그림체로 그려져 있어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짧은 호흡으로 빠르게 읽기에도 더없이 좋아요. 채식과 비건을 설명하는 다른 책보다 훨씬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이해하기에도 수월해요. 혹, 채식과 비건에 관심이 있는 구독자가 계시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리고 싶어요.
🌿채식 하루 한끼
위의 '문장 수집 생활' 꼭지에서 소개한 카카오 프로젝트 100, 이름하야 "슬릭과 함께하는 하루 한 끼 완전 채식"를 참여하며, 채식으로 먹고 마시는 이야기를 소개해요.

"내일을 바꾸는 오늘의 한 끼" 
어스밀, 병아리콩그린커리 도시락 
홍대 인근 회사로 이직하고 첫 한 달 동안 점심시간만 되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다녔어요. 이전 직장은 매일 점심을 사무실 아래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먹었거든요. 동료와 외식이라도 한번 할라치면 밥 먹기 전에 눈칫밥부터 먹어야 했구요. 그런 지하세계에 있다가 점심시간마다 서교동과 동교동, 연남동 '맛집 깨기'가 가능한 회사로 자리를 옮겼으니 오죽했을까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채식 지향을 시작하고, 점심 선택지에서 육고기만 뺏을 뿐인데 방문할 수 있는 식당은 반의반에 반으로 줄더라구요. 채식한끼 앱을 내려받아서 '주변 검색'을 해봤지만, 회사 주변에 채식 식당은 고작 한 손에 꼽을 만큼 나오구요. 그때 생각했어요. 홍대 별거 아니구나. 만들어 먹을까 책도 샀지만(제가 산 책은 바로 이것) 열심히 읽고 책장에 꽂아버렸죠. 결국 도시락이다, 답은 도시락이야, 그렇게 도시락 업체를 트위터에 수소문했어요. 위대한 트위터리안들이 제게 소개한 도시락 업체가 바로 이곳, 어스밀이에요.

"세상에 없던 비건 간편식 연구소" 회사 소개 문구를 보자마자 빠져들더라구요. 곧바로 '그리너리밀' 도시락 세 개를 하나씩 세트로다가 딱! 주문했죠. 오전 9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생산한 제품을 당일 배송해주더라구요. 그렇게 처음 맛본 도시락이 바로 위의 사진 속 '병아리콩그린커리'예요. 색상을 보시면 바로 아시겠지만, 시금치로 맛을 낸 카레고, 우유 대신 두유를 사용했다고 해요. 밥은 현미밥인데, 이게 양이 또 적지만은 않아서 한 끼 식사로 제격이에요.

어스밀 도시락의 감동 포인트는 따로 있었어요. 식사도 든든하고 전자렌지에서 3분이면 조리가 끝나 간편하기도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만, 더욱 눈길을 끈 건 바로 포장지에 붙은 스티커였어요. 귀여운 코코넛 일러스트 아래 "안심하세요, 코코넛이니까!"라는 짧은 문구가 적혀 있어요. 포장에도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에 빠져들더라구요. (다만, 코코넛 수확 과정에 원숭이를 학대한다는 보도를 접한 터라 우려되었지만) 이런 시도와 노력이 더 건강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테니까요.

가볍게 먹을 채식 도시락을 찾고 계신 구독자가 계시다면 어스밀을 추천드려요.

📺나를 울린 영상
지난 한 주 제 눈물을 뽑은 영상을 소개해드려요. 영화 · 드라마 · 노래 분야를 가리지 않으려고 해요. 눈물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빡칠 때(?)도 난다는 사실 이미 아시죠...?

이번 여름에 요가 수업을 등록했어요. 이러다 쓰러지겠다는 위기의식에 덜컥 등록했쬬. 그런데 참 공교롭게도, 얼마 되지 않아 정부가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시행했고, 공교롭게도 요가원이 휴가를 공지하지 뭔가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것이었죠. (거리두기 2.5단계 이전에도 출석률이 저조한 건 안 비밀😉) 

그렇게 '정부의 방역 지침 준수'라는 허울 좋은 핑계를 대며 운동을 미루고 미루던 차에 이 영상을 소개받았어요. 클로이팅이라는 유튜버가 운영하는 운동 유튜브 채널이에요. 유튜브를 달고 살지만 처음 접한 채널이었죠. 뭔가 하고 봤더니, 구독자가 무려 1,440만! 백(종원) 선생님보다 구독자가 세 배가 더 많은 초대형 유튜브 채널이더라구요. 

소개받은 영상은 유튜버 클로이팅이 2020년 여름을 겨냥해 5월에 업로드한 루틴 운동 영상이에요. (위의 영상을 클릭하면 보실 수 있어요) 총 8개로 구성된 영상은 대체로 10분 내지 15분 길이로 비교적 짧아요. 소도구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요가 매트만 하나 깔고 하기에 누워서 팔다리를 뻗을 공간만 있다면 어디서든 쉽게 시도할 수 있죠.

하지만. 이게 이게 준비물이 없다고 절대로 가볍고 쉽게 여길 운동이 절.대. 아니에요(저는 조금 쉽고 만만하게 생각했어요. 어리석었죠😅). 가벼운 요가 동작으로도 땀이 뻘뻘 나는 사람이 있죠(네, 바로 저예요😇). 수건을 비틀고 비틀어서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의 물기까지 짜내듯 복근을 찢어버리는 클로이팅의 영상을 따라 한다면, 아마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게 뺨을 타고 뚝뚝 흐를지도 모를 일이에요(마치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
🍅무무의섬 후기 남기기🍅
처음 보내드린 무무의섬은 어떻게 보셨나요? 
첫술에 배부를 수는 당연히 없겠죠.
보다 건강한 무무의섬이 될 수 있도록 후기를 남겨주세요.
기타 문의 및 제안을 말씀해주셔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