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2월의 마지막 날 잘 보내고 계십니꽈!

아침 저녁 공기는 여전히 쌀쌀하지만 3월이 온다고 하니 벌써 봄 기분🌱🌸에 마음이 살랑입니당. 따뜻한 봄날은 땅에서 깨어나는 개구리, 길에 사는 고양이, 꽃을 찾는 나비까지 모두 반기는 계절이 아닌가합니닷.

무엇보다 마당에 사는 시골 멈머들에게도 조금은 수월한 계절이 오는 것 같아 더욱 반가운뎁쇼. 댕기자, 최근 마당의 짧은 줄에 묶여 사는 친구들이 댕댕이뿐이 아니란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닷. 지난 늦봄 카라 활동가들이 강원 평창의 한 마을을 찾았다가 마당에서 목줄을 하고 있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발견한 것입니돠.

목줄을 한 고양이라, 짧은 줄에 매여사는 개들도 많은데 무엇이 문제냐굽쇼. 한 곳에 매여 하루 24시간을 보내는 일은 멍냥이 모두에게 바람직하진 않을 것입니돠. 다만 유전적으로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고, 영역을 오가며 수직 운동을 해야 하는 고양이의 습성을 고려하면 야외에 묶인 삶은 참 가혹하게 느껴집니닷.

9살 고양이 ‘소초’는 지난 8년간 이런 ‘마당냥이’의 삶을 살았는뎁쇼. 좁은 닭장에서 고양이를 기르는 집도 있었습니다. 보호자들은 왜 고양이를 묶거나 가두게 되었을까요. 카라 김나연 활동가가 당시 현장에서 만난 안타까운 상황들을 통신원 칼럼에 담았습니당.

고양이 소초와 친구들의 사연은 동물을 아끼는 마음과 제대로 사랑하는 것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합니당. 그동안 우리는 동물을 인간이 편한 방식으로 바라봐 왔던 건 아닐까요?🙄

👨권 수의사가 답합니다

요즘 멋진 수의사 선생님들이 미디어에 자주 보이시죠! 덩달아 수의사란 직업에 대한 관심이나 인기도 높아지고 있어요. 최근 수의과대학 입학이 매년 어려워지고 있다는 소식만 봐도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귀여운 멍냥이를 많이 만나는 건 좋은 점이에요!(과연 멍냥이도 수의사가 좋을까요?😎) 그런나 막연히 동물이 좋아서 수의사가 되고 싶다면, 좀 더 읽어봐 주세요. 

먼저 수의사가 되는 방법은 모두 잘 아실 거예요. 수의과대학에 입학을 하는 게 먼저겠죠. 수의과대학은 수의예과 2년, 수의학과 4년을 더해 총 6년의 교과과정으로 이뤄져 있어요. 예과에서는 기초학문을 배우고요. 본과에서는 실제로 동물을 치료하기 위한 임상학문을 배우게 됩니다. 해부학이나 기생충학부터 외과, 내과 진료에 필요한 과목들을 두루 배우고요. 그 후엔 수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해 면허증을 취득하게 되면 수의사로서의 삶이 시작되죠.

챗지피티 같은 답변이라고요? 그럼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도 해볼까요. 사실 저는 말 수의사가 되고 싶어서 수의과대학에 진학을 했습니다. 말의 우아한 체형이나 그렁그렁한 눈망울에 매혹된 것이냐고요? 그보다 말이 ‘달리는 동물’🐎이라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오토바이에 관심이 많아 원동기 면허를 취득하고 즐겁게 라이딩을 했거든요.

‘탈 것’을 좋아했지만 승마선수는 언감생심이었고요. 말 훈련사나 장제사(말발굽을 다듬는 직업)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연했어요. 그래서 전문직이란 장점도 있고, 아픈 말을 고쳐줄 수도 있는 수의사가 되기로 하고 수의대에 진학하게 됐죠.

수의대에 다니는 동안엔 말과 관련한 경험이라면 닥치지 않고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영국의 말 병원과 목장으로 실습을 다녔는데요. 경험할수록 한국은 말이 반려동물로 받아들여지기 힘든 환경이란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수의대 본과 4학년 때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에서 임상 실습을 하고 미국 수의사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을 택했습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말을 반려동물로 기르며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는 문화가 보편적이었거든요. 그렇게 미국 생활이 시작되었는데요. 한국에서는 말이라면 남들보다 많이 다뤄봤다고 생각했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뒷마당의 말과 함께 자라난 친구들 앞에서는 입도 뻥긋 못하겠더라고요.

현장 경험이 쌓일수록 미국 남부 특유의 문화와 관행이 장애물로 다가왔고, 비자나 영주권 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도 뒤따랐어요. 결국 저는 그 뒤 소동물 수의사로 진로를 바꿔 미국과 한국의 동물병원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제 TMI를 늘어놓은 이유는요. 수의과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진로가 꽤 다양하고 약간의 방황을 할 수도 있다는 걸 말씀드리려고요. 학문특성상 암기할 것이 많은데 이런 공부 방식이 맞지 않거나 학문 자체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경우가 생각보다 꽤 있습니다. 제가 멘토링 했던 몇몇 학생들은 실제로 수의학과가 맞지 않아 본과 재학 도중 다른 길을 찾는 친구도 봤고요. 어찌 저찌 졸업을 해도 직업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지만 수의사라고 해서 멍냥이 치료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제가 꿈꿨던 말, 소 등을 다루는 대동물 수의사, 멍냥이를 진료하는 소동물 수의사 그리고 야생동물을 치료하는 야생동물 수의사 등 전문 분야가 세분화 되어 있고요. 

이외에도 식품위생이나 환경위생, 공중보건 서비스나 정책과 관련한 연구소나 민간 기업, 언론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어요. 세계 첫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사람도 제약회사 ‘화이자’의 시이오(CEO)이자 수의사인 앨버트 불라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어려움도 꼭 같이 상상해 보시길 바라요. 동물을 좋아하는 것과 치료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성심성의껏 치료했던 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거나 치료에 차도가 없을 때 수의사는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낍니다. 더이상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 동물들에게는 안락사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고요. 이외에도 동물병원을 운영하며 오는 피로와 다양한 스트레스로 인해 수의사들의 자살율은 다른 직업군보다 2~3배 높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수의사로서 가장 큰 기쁨과 소명을 느낄 때를 꼽으라면, 동물의 고통을 덜어주고 기뻐하는 반려인과 함께할 때가 아닌가 해요. 그러니 혹시 이 글을 보시는 집사님들이 동물병원에 가신다면 선생님들께도 따뜻한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칭찬은 고래도, 멍냥이도, 수의사 선생님도 춤을 추게 한답니다!

🐶댕기자: 동물과 함께라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담에 병원 가면 댕기자, 꼭 선생님을 핥아드릴겁니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