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공연예술이론가로서 공연예술에 대한 자신의 기록을 사라지는 것들이 남긴 흔적을 더듬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회화와 달리 연극과 같은 시간예술은 어느 순간을 점유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니까요. 그래서 본질적으로 사라지는 것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공연예술 비평은 슬픔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는데요. 그 슬픔이 남긴 흔적을 그러모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곧 자신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기억은커녕 기록조차 힘들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이미 사라져버린 경험을 곱씹어 적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되새겨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작별을 해야만 만날 수 있는 이야기와 생각들을 이 책으로 만나보세요. 우리가 앞으로 겪을 상실과 겪어온 상실을 기록을 통해 아우를 수 있는 따뜻한 방법을 떠올리실 수 있을 거예요. 💧

‘고트’라는 출판사는 에릭 로메르의 각본집을 시리즈로 출간하며 그 대화들을 온전히 기록으로 담아내었습니다. 고트에서 출판한 에릭 로메르의 여러 각본집 중 〈희극과 격언.2〉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녹색 광선〉이 실려있습니다. 이 각본집을 읽다보면 앞서 살펴봤듯 머리와 마음속을 부유하던 감정과 단어가 어떻게 대화가 되고, 삶이 되고, 영화가 되는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어요. 특히 영화 각본이라는 특성상 이미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텐데요, 영화의 장면들 만큼이나 잔잔하고 자연스러운 일러스트가 함께 들어가 있어 보는 재미도 쏠쏠한 그런 작품입니다. 특히 이 출판사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이 개최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공모전에서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이라는 책이 선정되기도 했을 만큼 책의 내용과 형태에 있어서 아름다움과 유기성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출판사인 만큼 소장가치가 큰 책들을 많이 내놓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