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이 나고, 비스듬한 사다리꼴 형상을 띄는 캔버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모양들을 무심코 지나친다. 오래 고민하지 않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핸들을 돌리거나, 빨갛고 파랗게 빛나는 빛으로 신호등을 건널지 말지 결정한다.
이러한 일상 속의 지시는 사람들이 깊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앗아가고 있다. 표식들은 깊은 사고의 대상이 되지 못한 채 흘러가고 있다.
“ 흘러간 것들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그림 ”
단순히 본 것을 바로 그림에 옮기지 않고 '그리다' 와 '보다' 그 사이의 무의식이 그림의 원동력이 된다.
특정한 대상이나 정해진 크기의 캔버스에 갇히지 않은 작가의 그림은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가진다. 완성되지 않은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의 드로잉은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지금의 그림이 앞으로 그려진 또 다른 그림의 원인이 되기도, 이미 그려진 그림의 과정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김귤이 작가의 회화는 마치 인과관계가 모호한 블랙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