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2 / 2022 9월 호

🗒 월간 백지노트는...
  • 월간 백지노트는 작가, 글, 기획 등의 전문가들이 만드는 작업 발표지입니다.
  • 월별 발표지는  하단  버튼 '아카이브'에 모여  그림과 글의 자료집으로 만들어집니다. 

       기 획 : 이인승, 정다은 
        글   :  고혜빈, 정혜윤
       그 림 : 이인승, 안서진, 박현욱

    1장. 슈퍼올드쇼, LeeAhnArtLab 성수 대림창고 전시 09.01~10.30
    이인승 작가
    점선면의 조화와 포착의 기능에 대한 고민 중
    정혜윤 평론가
    email : hyaeyoon@naver.com

    📝 Writer's Note
    이인승 작가의 폭발은 이번 작품에서 마치 수학적으로 계산되고 정제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검붉은 불꽃의 덩어리의 일부가 잘려나가 마치 그래프화 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잘려나간 화면 속 붉은 선들은 터져 나가는 불꽃들의 방향성이자 역학적 해석을 선의 굵기와 화살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마구 꼬여버린 실타래 같아 보이는 선들은 폭발이 가진 에너지의 방향성 안에서 얽히고 섥히더라도 큰 불꽃이 가진 주된 방향성은 훼손되지 않았다. 많은 에너지를 지닌 가장 굵은 화살표는 결국 그래프의 영역인 흰 종이와 붉은 폭발의 덩어리를 뚫고 곧게 나가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지난 작품들에서 작가는 한국의 사회 구조의 변화와 같은 문화와 역사적 폭발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으며 이 작품에서도 작가의 주제들을 찾아 볼 수 있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혼돈 역시도 작가가 그려낸 폭발과 같은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그 혼돈의 가운데 서있을때는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알 수 없고, 원래 가려던 길을 벗어나 방향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수십, 수백년이 지난후 살펴본 이러한 폭발은 끈질기게 한 방향으로 나아가 종국에는 추구했던 결과물을 손에 넣은 역사를 후대에 보여주고 있다. 폭발이란 본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폭발들이 한 방향을 향해 에너지를 쏟아냄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기에 두려워 회피하지 말고 돛을 펼쳐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글 정혜윤

    2장. 슈퍼올드쇼, LeeAhnArtLab 성수 대림창고 전시 09.01~10.30
    안서진  작가 
    현대인이 가진 갈망을 아이돌에 투영하여 표현한다. 

    정혜윤 평론가
    email : hyaeyoon@naver.com


    📝 Writer's Note
    상표 스티커처럼 간결하고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화면 가운데에는 ‘N permit’이라는 영어단어가 적혀있다. 이 단어는 ‘N’과 ‘permit’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검은 색에 주홍빛 테두리가 쳐진 ‘permit'은 동사로서 ’허용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명사로서 ‘허가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permit’이라는 단어 앞쪽에 위치한 붉은 ’N’은 수많은 다양한 영어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예를 들어 가장 단순한 영어 단어 ‘No’를 붙힌다면 ‘허가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진 문자들이 될 것이다. 또는 ‘N’으로 시작하는 단어 중 가장 요즘 가장 익숙할 ’Netflex’를 떠올렸다면 ‘넷플릭스가 허가한다' 또는 ‘넷플릭스를 허가한다'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대문자 ‘N’에서 나올 방향은 수십가지 일 것이다. 마치 <주홍 글씨>에서 헤스터의 가슴에 낙인 찍힌 글씨 ‘A’가 마을에서는 간음(Adultery)을 의미하지만 주인공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천사(Angel)로도 읽힐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작품에 쓰인 단어는 정확히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의미가 관객과 작품 사이의 관계에서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 이러한 의미를 정하고 상상하는 것은 오롯히 관객만이 채워넣을 수 있는 영역이다.
    글 정혜윤

    3장. 박현욱 
    박현욱 작가
     흔해 보이는 대상의 고유성과 서사를 드러내는 방법을 모색중
    email : zelico@snu.ac.uk 
    email :  Rayhead@naver.com
    고혜빈 평론
    @happbynee_ 
     bbink78@gmail.com 

    📝 Writer's Note
    [함께였으면 좋았을 텐데_박현욱
      지정된 가로세로의 정렬에서 벗어나 비스듯하고 다소 무작위적으로 겹쳐진 칸들은 딱딱한 원고지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표면 위로 부유하는 것 같다. 얇은 반투명의 한지가 겹쳐지며 납작한 화면은 후퇴하고 정사각의 칸들은 떠오르게 되어 화면 속 은근한 공간감이 생겨난다. 덕분에 저 아래 깔린 듯해 보이는 물건들은 마치 기억의 저편에서 건져올린 추억과 같으며, 시간 속에 희미해져 바람이 스쳐가듯 닿을 수 없이 멀게만 느껴진다. 원고지의 붉고 얇은 선 아래 놓인 기억 속의 것들은 원고지 위에 꾹꾹 눌러써도 전해지기 힘든, 차마 말로는 모두 표현될 수 없이 복잡다단하게 쌓여 무거워져버린 마음을 그저 저 아래에 묻어두는 것과 같다.
      칸칸의 원고지들이 켜켜이 쌓이며 가장 아래 길쭉하게 놓인 탁빛의 형상은 멀어진 기억의 거리만큼이나 흐릿해져 구체적 형태를 가늠하기 힘들다. 작가에게 소중했던 하나의 삶의 끝을 기억하며 먹먹하게 스며낸 뿌연 코트 위에 놓인 선명한 배낭은 원고지의 칸들이 비켜나며 우리를 가까이 불러들인다. 이렇게 우리는 잊고 지내던 과거의 한 칸을 돌이켜본다.
      켜켜이 덮인 시간을 조심스레 걷어내어 발견한 물건들을 통해 작가는 자신과 주변의 궤적을 따라 천천히 걸어본다
     글 고혜빈

    매달 1일 오후 1시에 1달 간의 작가의 그림과 글을 모아서 보내드립니다.
    성장을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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