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문로10길을 산책하다 보면, 가운데 길을 중심으로 양편에 서로를 향해 마주한 건물들의 파사드는 세상 부지런합니다. 계절에 맞춰 매번 옷을 갈아입는 것도 귀찮을 때가 있는데, 이곳의 건물들은 그런 것엔 크게 아랑곳하지 않는 듯해요. 비단 건물 안을 채운 것뿐일까요. 뼈대는 그대로인데 갑자기 전혀 다른 공간 구성과 용도로 변해있거나 아예 부수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일도 비일비재하지요. 이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입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거리와 그곳을 오가는 사람의 모습에서 팩토리는 이따금 미간에 힘을 들여 고민합니다. 길 한 가운데 위치한, 투명하고 커다란 유리문으로 속이 훤히 보이는 이곳은 다른 곳의 발 빠른 보폭에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이 거리를 찾는 사람이 달라지는 것처럼 우리도 변화를 꾀해야 할까? 그러나 짧지 않은 시간을 겪으며 우리는 이미 경험해 잘 알고 있지요.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는 것, 그리고 모두가 같을 필요 또한 없다는 것을요. 무엇보다 모두가 같은 모습은 아름답지 않아요.
다가오는 2월 7일(화)부터 약 열흘간, 팩토리2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팝업 쇼룸 <한적한 숍 Mindful Shop>이 열립니다. <한적한 숍>은 팩토리에디션이 추구하는 ‘감상과 경험의 경계 없는 교감’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생활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작품들을 다룹니다. 전시 연계 프린트, 오브제, 테이블웨어, 가구, 도서 등의 팩토리에디션을 중심으로, 팩토리와 교류하는 다양한 창작자의 제품을 함께 전시 및 판매합니다.
깊은 고민과 정성 끝에 만들어진 것은 보기 좋음을 넘어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상과 분리된 예술 경험을 삶 속으로 불러들이고, 팩토리에서 제안하는 예술이 깃든 차분하고 한적한 라이프스타일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누군가의 집을 구경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한적한 숍에서 편히 머물다 가세요.
  

✉️ 참여팀 및 작업

팩토리에디션
하나의 작품이 새로운 공간에 자리를 잡고 그곳에서 새로운 이야기의 싹을 틔우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곳에서 팩토리에디션은 시작합니다. 에디션 작품 하나하나는 동시대 아티스트의 단단한 노력과 사색을 품고 있습니다. 여기에, 같은 작품도 누구와 삶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쌓이지요. 하나의 공간에서 예술과 일상, 사물과 사람이 서로를 넘나들고 스미며 저마다의 아름다움도 자라납니다. 예술과 일상 사이의 '심리스 플로우'가 주는 기쁨과 위안에 팩토리에디션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가구부터 아주 작은 소품까지, 다양한 창작자와 팩토리가 함께 또는 고유하게 제작한 팩토리에디션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기회를 이번에 마련했습니다.
MILLIMETER MILLIGRAM
1999년에 시작한 MILLIMETER MILLIGRAM은 책상이나 테이블 위에서 쓰이는 물건, 가방에 넣고 다니는 일상의 용품을 디자인, 제작, 판매하는 일을 해오고 있으며, 현재는 좋아하는 브랜드와 제품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는 디앤디파트먼트의 서울점 파트너로서 한국의 롱 라이프 디자인을 소개하는 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적한 숍>에서는 다양한 디자인의 노트와 글래스팟을 선보입니다.
ARTIST PROOF
사진.김보설
아티스트 프루프(Artist Proof)는 최경주 작가의 프린팅 레이블입니다. 최경주 작가는 서울을 기반으로 다층적인 내면의 구조를 색의 중첩과 정제된 기호를 지닌 레이어로 표현하는 개인 작업을 합니다. AP를 통해 작업과 연결된 이미지로 다양한 상품과 전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파우치, 러그, 가방, 머그잔, 엽서 등 AP만의 유쾌하고 고유한 작업으로 이번 숍에 참여합니다.
SAA(Screen Art Agency)는 스크린 프린트 기반의 프린트 프로덕션 스튜디오입니다. 파주에 위치한 판화 공방을 거점으로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아티스트 및 갤러리와 함께 일하며 판화 제작, 전시 기획 및 작품 판매, 시각 예술 전공자를 위한 프린팅 프로덕션 강의를 진행합니다. 2019년부터 시각예술 중심의 전시, 행사에서 국내외 디자이너 및 작가와 인쇄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과정 중심의 판화작업을 공유하고 판매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품하는 세 점의 스크린프린트 작업이 함께하게 될 이의 공간에 더욱 많은 이야기를 담아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홀름은 오래되었지만 아름다운 조명을 모읍니다. 사용감이 일부 느껴지더라도 그것이 새 제품과는 또 다른 에이징의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제품을 찾아 소개합니다. 오래된 것은 오래된 대로 소중히 사용하며 그 속에 담긴 시간과 이야기를 즐기는, 사용자와 사물의 새로운 관계를 제안합니다. 1960-70년대에 디자인 및 제작된 크고 작은 펜던트와 테이블 조명을 이번 숍에서 직접 감상하고 궁금한 것도 홀름과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rectangle
2019년부터 오크, 월넛, 메이플, 체리 등의 수종을 이용해 액자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렉텐글의 액자는 가구처럼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단단한 나무를 사용하는 점, 뒷판을 열어 그림이나 사진 등을 쉽게 교체할 수 있게한 점이 특징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평소 자신만의 공간에서 소중하게 간직했던 이미지에 새로운 자리를 마련해주세요.
백솔
사계절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게으른 농부로, 작은 텃밭에서 자연의 순환을 배우며 행복을 느낍니다. 핀란드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감각적 경험에 중점을 둔 워크숍과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현재는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며 문화예술 분야의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적한 숍>에는 자연 재료에 수작업을 거쳐 만든 천연 비료를 좋은 원료의 상토와 혼합한 토양(흙)을 선보입니다.
민정화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일러스트레이터 민정화는 회화, 그림책, 프린팅 그리고 도자기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작업합니다. 2006년부터 독일에 기반을 둔 작가는 베를린에서 가까운 시골 동네에 살며 작업하고 서울에 오가며 활동합니다. 그림책과 프린팅을 주로 작업하다가 2018년부터 <관상식물> 회화 시리즈로 베를린과 서울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2020년부터 준비한 회화, 그림책, 도자기 오브제로 2022년 팩토리2에서 <움직이는 마음들>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지난 전시에 걸음하지 못하셨거나, 구매를 망설였던 분에게는 이번 숍에서 함께 하는 다섯 점의 ‘마음’ 시리즈가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홈그라운드
푸드 디자인 스튜디오 홈그라운드는 컬러 푸드 워크숍, 창작 메뉴 개발, 콘셉트 케이터링, 델리 제작, 푸드 에세이 기고, 전시 및 프로그램 기획 진행 등 식문화와 예술을 참여자들과 즐겁게 잇는 활동을 합니다. 이번 <한적한 숍>에는 홈그라운드의 섬세한 미감으로 셀렉팅 해두었던 단정하고 유용한 테이블웨어로 참여합니다.

✉️ 프로그램

2/10 한-적-한 고치기: 킨츠키 -  공예가 김수미
따로 흩어져 무의미해진 깨진 그릇의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킨츠기 작업을 합니다.
주로 하얀 백자 소지를 사용해 화병, 차도구를 만들고 있으며, 교토에서 koishihara 선생님으로부터 킨츠기 공예 사사, 이 후 킨츠기, 옻칠공예 배움을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 안국동 작업실에서 킨츠기 수리 기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킨츠기는 깨지고 상처난 그릇 사이사이를 정성스럽게 이어 붙이는 옻칠 공예 중 금과 은을 흩뿌려 장식하는 마키에 기법 중 하나입니다. 깨진 그릇이나 금이 간 그릇, 즉 균열 된 부분을 스스로 이어 붙이고 금장 혹은 은장 장식으로 마무리합니다. 도자기 애호가들의 깨지고 상처난 기물을 수리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10, 2/11 한-적-한 심기: 식물 분갈이 - 무명성
이름으로 기억되기보다 사람과 식물 관계 안에서 교감의 기억을 간직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식물은 사람과 사람 그리고 식물 사이에서 새로운 감상과 경험의 경계 없는 교감을 기억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2월 10일, 11일 이틀 동안 식물 전문가 무명성이 상주해, 반려 식물의 이사와 새로운 식물의 입양을 도와드립니다. <한적한 숍>에서 판매하는 MMMG의 글라스팟과 어울리는 식물을 큐레이션 해 선보입니다. 분갈이 시에는 식물의 영양소를 위해 특별히 배합된 흙을 이용합니다. 흙, 식물, 화분은 모두 개별 판매하며, 원하는 것만 별도로 구매해 현장에서 직접 분갈이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2/14 한-적-한 내리기: 드립커피 - 스윙 카페앤바
스윙은 남산타운 내에 있는 로스터리 카페이자,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와 스페셜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는 싱글 몰트 위스키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합니다.

커피 내리는 과정이 번거롭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쉬우면서도 맛있게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또, 시간에 따라 맛이 변하는 위스키를 마셔봅니다. 전문적인 언어는 잠시 잊고, 직접 보고 - 향을 맡고 - 마시며 언어 없이 커피와 위스키를 온전히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워크숍을 들으신다면 나 홀로 집에서도 맛있는 커피와 위스키를 즐길 수 있습니다.
2/16 한-적-한 마시기: 차 -  옥인다실
옥인다실은 서울 옥인동에 위치한 작은 찻집으로, 이혜진 대표가 기존 한옥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민 공간입니다. 한국적 차를 매개체로 사라져가는 한국의 멋을 수호하고 있으며, 넉넉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숍의 마지막 날, 하루 동안 옥인다실이 일일 찻집을 엽니다. 한적한 숍을 위해 블랜딩한 차를 판매하며, 팩토리에디션의 잔에 차를 마셔볼 수 있습니다. 다과와 함께 차를 즐기며 자유로이 공간에 머물 수 있습니다.
*참여 방식과 자세한 시간은 팩토리2 SNS를 참조해주세요. @factory2.seoul
한적한 숍
기간  2023. 2. 7. (화) ~ 2. 16. (목), 월요일 휴무
시간  11:00 ~ 19:00
장소  팩토리2
참여  AP SHOP, factory edition, HOLM, MILLIMETER MILLIGRAM, rectangle, SAA, 민정화, 백솔, 홈그라운드
프로그램  김수미 공예가의 킨츠키, 스윙 커피앤바의 드립커피, 옥인다실의 차, 무명성의 식물 분갈이
또 한 번의 심호흡을 하고 팩토리2는 매일 오전, 1층 갤러리 바닥으로 쏟아지는 볕을 보며 이곳을 채울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과 사랑을 상상합니다. 따뜻한 볕 안에서 수없는 시행착오로 만들어 온 팩토리에디션, 그리고 관계를 바탕으로 함께 걸어 온 동료 창작자들이 저마다의 시간과 마음을 들여 만든 것이 한 자리에 모인 모습 말이지요. 정성을 담아 만든 작업을 내어놓고, 창작자와 이곳을 방문한 다양한 애호가가 눈을 맞추며 도란도란 소란소란 나누는 이야기로 공간이 채워지겠지요. 자하문로10길의 작은 틈에서 마련한 열흘간의 <한적한 숍>에서 한가하고 고요한 시간을 함께 만들어볼까요?
기획 팩토리2 
진행 김다인, 김보경, 신상효
디자인 김보경
에디터 뫄리아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