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아헨, 오사카, 타이베이, 런던. 다섯 개의 도시를 누군가와 같이 때로는 혼자 여행하는 정세랑의 여행기야. 새로 마주하는 풍경마다 정세랑만의 사려 깊은 고민이 담겨 있어. 이를 테면 뉴욕 여행에서 관광객을 피해 현지인들만 아는 장소에 차린 음식점을 보고 아래와 같은 감상을 남겨.
‘이 멈춤의 시간들이 끝나서 사람들이 내가 사는 곳으로 여행을 오면, 차갑지 않게 대하는 쪽이 되고 싶다. (중략) 그래도 설렘과 애정을 품고 방문한 사람들을 너무 쉽게 미워하지 않으면서, 지켜야 할 것들을 망가지지 않게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본다.’
코로나 이후 아시아인 혐오 범죄에 대해서는 지금이 그리 좋지 않은 시대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어디선가 다정한 대화들이 계속되고 있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버릴 수가 없다고 이야기해.
이렇게 문장마다 배어 있는 따스함에 그래, 지구는 살기 좋은 곳이었어 하는 착각마저 들었어. 나도 지난 여행을 곱씹어 보니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이더라고. 지하철 표를 대신 구매해준 오사카의 학생들, 언어가 통하지 않아 몸짓으로 각종 가전제품 사용법을 알려준 파리의 에어비앤비 호스트. 그들 덕분에 여행은 한층 충만해졌지.
앞으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혐오하는 마음이 삐죽삐죽 새어나오려 할 때마다 정세랑의 마음을 떠올려보려 해.
이 여행기의 별미는 뉴욕과 아헨이야. 두 도시만큼은 꼭 읽어보길 바랄게. 갔던 곳이라면 새롭게 다시 여행하는 기분이 들 거야. 가보지 못한 곳이라면 정세랑이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세계의 구석구석을 살펴봐도 좋겠어!
by. 몬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