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주의 폴라리스: 양자택일의 정치를 넘어

🌿이번 주 폴라리스에 담긴 질문들

-양당제 구도 탈피,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양당제 하의 정치, 무엇이 문제일까?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프닝

현행 정당제, 즉 승자독식에 기반한 양당제의 문제가 뭘까

“선거란 누굴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

Elections are not for whom but for whom they are to vote.”

-프랭클린 P. 아담스

ⓒPixabay

📜All or Nothing

미국과 영국과 같은 다수제 민주주의는 주로 양당제를 가지고 있으며,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정부를 장악하고 권력을 독점한다. 반면 선거에서 패한 정당과 지지자들은 정치과정에서 배제된다. 결국 정권 교체의 시기마다 정당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치 양극화가 발생한다. 양당제는 승자독식정치(winner-take-all politics)를 만들고 패자를 철저하게 소외시키는 배제의 정치를 유지한다. (....)

반면에 유럽 국가와 같이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정치체제는 합의 민주주의의 특성을 가진다. 합의제 민주주의는 대부분 의회제, 비례대표제, 대선구제, 다당제, 연합정부의 특성을 가진다. 합의 민주주의에서는 국가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결정과정에서 모든 주요 정당과 지배적 정치세력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경제적 소수집단들이 동등한 자격으로 효과적으로 참여한다.

-김윤태, <프레시안>, 승자독식 양당제는 어떻게 약자들을 배제하나

한국 정치는 대개 거대 양당의 각축전이었습니다. 일정 이상의 지지율을 획득한 정당 여럿이 '연립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다당제와 달리, 양당제 체제에서 선거 패배는 곧 정치에서의 배제로 이어집니다. 그렇기에 거대 양당의 지지자와 정치인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려 들고, 그 과정에서 상대를 악마화하죠.

양당제하에서의 편 가르기 정치는 모함과 증오만을 남긴 채, 대화·타협·민생과 같은 이야기로부터 멀어져 갑니다. 당장 이번 대선을 두고도 거대 양당이 '대장동'과 '고발 사주' 같이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둘러싼 공방에 열중할 뿐, K자 양극화·차별금지법·기후위기와 같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및 약자의 이야기를 외면하고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다음 선거 땐 이런 모습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에디터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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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민주주의는 왜 좋은 정당 정치를 필요로 하는가

민주주의에서 사회 갈등을 공적 영역으로 전달하는 것은 정치의 기능이다. 그리고 정치의 핵심 기구는 정당이다. 그러나 사회 갈등을 공적 영역으로 전환하는 일은 쉽지 않다. 상층계급은 이를 막으려 하고, 그래서 공적 영역과 정치, 정당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동원하는 데 열심이기 때문이다. “정치·정치인·정당을 공격하고 비당파성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갈등의 규모를 통제하려는” 이들의 대표적인 전략이다.

평소 “민주주의를 만든 것은 정당이며, 정당 없는 민주주의는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해 온 저자는 정당이야말로 “다수의 동원에 적합한 특수한 형태의 정치조직”, 갈등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위계화하여 가장 큰 규모의 대중을 동원함으로써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정당이 공직자를 선출하는 데 머무를 뿐 대안을 조직하고 정치가 무엇을 둘러싼 것인가를 결정할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면 “시민은 온전한 주권자가 아니라 절반의 주권자일 수밖에 없다.”

-후마니타스, '<절반의 인민주권> 출판사 서평'

-E.E.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현재호·박수형 공저. (서울:후마니타스, 2008)

'정당'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붕당 정치, 파벌 싸움, 형편 없는 후보와 소모적인 논쟁, 멈춰 있는 의회 등...

평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저였기에, 정치가 한 사회의 갈등을 공론화하고, 평범한 시민들의 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선 반드시 정당이 필요하다는 정치학자의 주장은 눈길을 끌었습니다.

소개드리는 책 <절반의 인민주권>은 인민 주권의 실현을 위해, 왜 우린 끝내 정당 정치를 외면할 수 없는지 논증한 정치학자의 빛나는 성취가 담겨 있습니다.

에디터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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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제와 정당정치는 '다수의 통치'와 비례성 사이의 줄타기

연동형 비례제가 진정한 개혁이고, 소선거구제는 거대 정당들의 기득권에 불과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소선거구제는 유권자가 후보를 직접 뽑기 때문에 둘 사이에 책임성의 고리가 더 강하게 걸린다. 안정된 다수당이 출현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 시대의 다수 민의를 더 강력하게 집행할 수 있다. 이것은 ‘다수의 지배’라는 민주주의 대원칙에 부합한다. 반면 연동형 비례제는 소수 의견이 의회에서 더 잘 보호된다. 다당제가 출현하는 경향이 있어서 통치를 하려면 합의가 강제된다. 이것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또 다른 민주주의 대원칙에 부합한다. 두 제도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장단점이 상충하면서 민주주의 원칙을 구현해낸다. 둘 사이의 선택은 그 사회가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가의 문제다. 다만 한국 정치는 오랫동안 다수제 원칙으로 작동해온 터라 비례성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왔고, 그를 기준점 삼아 논의가 전개되는 경향이 있다.

-천관율, <시사in>, 20대 국회 최고 난제, 선거제도 삼차방정식

과거 언론에서 자주 등장하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양당이 의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실상의 양당제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법입니다. 양당제가 소수 의견을 법안에 반영하고,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선택지를 주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진단이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 정당 사이에선 광범위하게, 더불어 민주당 내에선 복잡 미묘한 방식으로 퍼져 있었죠. 한국 의회(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20대 의회 정개특위가) 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당시했던 고민들이 소개드린 기사에 잘 담겨 있습니다. 이상으로 다가가기 위한 현실 정치의 고민이 절절히 녹아 있는 기사.

에디터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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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는 것이 당연한 정치

대한민국 상황에 비유하자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연합정부를 꾸리는 셈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제안한 대연정이 이러한 형태였다. 연정의 장점은 각 정당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실적을 내고, 투명하고 검증된 인사 발탁이 이뤄지기 때문에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밖에 없다. 밀실 정치나 인사가 없다. 연정 문화의 효율성 덕분에 독일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사회복지와 교육 기회 균등, 지역간균형발전과 성평등사회, 그리고 평화통일과 유럽중심국가로 도약한 것이다. 시대마다 리더가 새 비전을 제시하고 업적을 만든 것이다.

실용적인 결과를 낳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연정을 독일 국민들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민심은 어떤 정당들의 조합이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가’를 따진다

-김택환, <피렌체의 식탁>, 슈뢰더는 메르켈을 낳고, 메르켈은 숄츠를 낳는 기묘한 독일식 민주주의

메르켈이 집권한 16년 내내, 독일은 기독민주당(보수)과 사회민주당(진보)이 연립정부를 꾸렸습니다. 메르켈이 물러나고 새로 꾸려질 연립정부는 '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보수)+녹색당(진보)'으로 구성됩니다. 각 당의 상징색이 빨강·노랑·초록이라 '신호등 연정'이라고 불린다네요. 올해 9월 있었던 독일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사회민주당의 득표율은 25%를 조금 넘고, 1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정당이 5개이며, 원내에는 총 6개의 당이 진입했습니다.

인용에서도 소개했듯, 독일에서 연정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정권을 노려볼 만큼 경쟁력 있는 당이 많아 더 다양한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고, 연합하지 못하면 정권을 차지할 수 없으니 대화와 타협이 필연적이죠. 한국인의 눈으로 보자니 신기하기도 부럽기도 하네요. 언젠가는, 우리도 이런 체제를 갖출 수 있을까요?

에디터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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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그래픽. ⓒBBC.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활용.

📜제도 변화 외에도 필요한 것은

비례 위성정당 모델은 이런 식의 ‘위장이혼’이 규범의 제약을 뛰어넘을 가능성을 높였다. 총선 후에도 합당으로 비례 위성정당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위성정당을 별동대로 활용하는 구상이 물밑에서는 심심찮게 등장한다. 실질적으로는 하나인 정치세력이 교섭단체 두 개의 지분을 깔고 앉고, 반대 진영에서도 이에 맞서 별동대를 계속 유지하는 혼란스러운 그림이 등장할 수 있다. ‘더 강화된 양당제’보다도 더 기묘한 결과로, ‘다당제의 외양을 띤 양당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천관율, <시사in>, '비례 시장' 열리자 난장판이 되었다

읽기 전에 잠깐, 이 기사는 21대 총선 직전 쓰인 글입니다.

비례성을 강화하고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21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고질적인 양당제 환경을 넘어서고 소수정당의 의석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결과는 180석 초거대여당의 탄생이었습니다. 민주당계+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석을 합하면 289석. 양당 외 정당은 전체 의석의 4%도 채 챙기지 못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거대양당이 동원한 편법적인 비례위성정당은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소수정당의 정치적 역량 부족이 결합했습니다. 그 결과 지역구 국회의원 중 소수정당 출신은 심상정(정의당) 의원 단 한 명에 그쳤습니다. 약한 정당과 자제 없는 정치가 남아있는 이상, 양당 구도 탈피는 요원할지도 모릅니다.

에디터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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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공고하게 자리 잡은 양당체제가 여론을 양극화하고, 소수자 및 민생 이슈를 공론장에서 배제시키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어요.
독일처럼 다당제가 작동하는 국가의 사례를 살피며, 비례대표제 및 중대선거구제의 확대와 같은 제도적 노력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요.
제도적 노력에 더해 기존 정당들의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거대 양당은 자신들의 탐욕을 반성해야 하고, 소수정당은 '수권 정당'이 될만한 역량이 있음을 증명해야 해요.

✉에디터 레터

레터 발송일 기준 정확히 100일 뒤가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대선 100일 전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점한 후보가 대부분 차기 대통령이 됐으니, 이 때를 즈음하여 결과의 윤곽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 대세론이 없는 선거라고 합니다. 거대양당의 후보들이 각자 큰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중도층이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소수정당 후보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단일화는 없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뽑는 게 좋을지 고민하기 전에, 실질적으로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 생각해보자면 크게 두 명으로 압축됩니다. 소수정당 후보에 투표하려는 사람들도 사표가 됨을 감수하고 소신껏 투표한다고 말하니까요. 누구를 뽑을까 하는 고민, 뽑을 사람이 없다는 한탄의 배경에는 거대 양당 후보만이 유의미한 선택인 한국 정치의 현주소가 있습니다.

빠듯한 시간동안 많은 말이 오가도, 양당 후보의 결격사유들이 다당제로의 전환을 당장 가져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번 레터가 여러분께 더 넓은 고민, 혹은 대안의 작은 가능성이라도 남겼기를 바랍니다.

2021.11.29

에디터 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