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0 42호
 근황
 오랜만에 친구랑 놀았어요. 서로 집이 정반대로 떨어져 있어서 지난 달에 있었던 생일 파티를 이제야 함. 삼겹살 넘나 맛있었고요. 제가 여기다 드립커피 얘기를 썼었는데 그거 보고 커피세트도 생일선물로 줬어요. 센스 최고..! 집에 와서 바로 해봤는데 넘 간편하고 맛있고 이제 드립커피 맨날 마실 거예요.
 라고 다짐하고 감기에 걸리지 않았겠어요? 아니 콘서트 끝나고도 걸렸는데 좀 나을 만하니 도로 걸림. 근데 지금 집안 구성원들이 다 콜록거리고 있는 거 보니까 각자 나을 때쯤 되면 도로 옮아서 역병이 도는 느낌이에요() 아무튼 지금은 거의 나았고요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ㅠ0ㅠ
 아, 제가 최근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2025> 잡지를 샀거든요. 순위권에 오른 책 중에 읽은 게 없어서 지난 1년을 당황하면서도 반성했고요. 1위를 차지한 <지뢰 글리코>는 분명히 제 책장에 있긴 있거든요. 사긴 샀...... 심지어 외국 부문 순위에서 2위가 스티븐 킹의 <빌리 서머스>였는데 이것도 사놓고 안 읽음. 어디가서 최애 작가라고 하면 이제 양심도 없을 지경임. 아 근데 기타 순위에선 읽은 거 있더라고요. 어딜 가도 메이저는 되지 못하는 취향인가ㅠ0ㅠ
 그리고 유튜브에서 일본 서평가가 자기가 한국 잡지랑 일한 적이 있는데 거긴 서평가란 직업이 없다고 그랬대요. 그래서 평론가랑 다른 거였나? 하고 검색하니까 일본은 서평가랑 평론가를 다르게 보더라고요. 서평가는 독자에게 객관적인 책 리뷰를 제공하는 사람이고 평론가는 어떤 이론 같은 것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비평하는 사람이라네요. 그럼 제가 쓰는 글도 서평에 가까운 걸까요? 직업란에 서평가 추가해도 된다는 뜻?ㅋㅋㅋㅋ
 이번에 읽은 책은 누군가에게 받은 영향으로 인생의 방향성이 바뀐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걸 이렇게 엮다니 제가 생각해도 좀 무리수 같긴 한데 또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모리사와 아키오 <수요일의 편지>
 森沢明夫 <水曜日の手紙> KADOKAWA / <수요일의 편지> 권남희 옮김 문예춘추사
 나의 수요일에 관한 편지를 써서 보내면 다른 사람이 쓴 수요일 편지를 받을 수 있는 실제 이벤트에서 모티프를 얻은 소설입니다. 이 이벤트를 여는 단체 쪽으로 편지를 보내면 거기 직원이 먼저 읽고 너무 개인이 특정되거나 부적절한 내용의 편지를 제외하고 랜덤으로 섞어서 보내는 형식이래요. 다만 받는 사람이 아이라면 너무 어렵거나 아이가 읽기엔 맞지 않을 수 있어서 완전히 랜덤은 아닌 것 같아요.
 아무튼 이 소설은 각각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인 가정 주부와 직장인 남성이 우연한 기회에 수요일 편지를 쓰게 되고, 그 편지를 읽게 된 단체 직원인 아저씨, 그리고 그 후 가정 주부와 직장인 남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성이 단순하고 사건도 일상적인 것이라 누구나 읽기 좋은 내용인 건 장점 같아요.
 주부와 직장인은 비슷한 듯 다른 고민이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한 번뿐인 나의 인생을 과연 이렇게 살아도 될 것인가'라고 할 수 있어요. 가족을 위해 애쓰는 것도 그렇고, 곧 결혼을 앞두고 꿈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려는 생각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훌륭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이게 과연 '내가 진짜 바란 인생'인가?를 생각하면 100%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죠. 원래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던 두 사람은 각자 그 꿈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내게 돼요.
 수요일에 있던 일을 편지로 적는 행위는 사실 그날의 일기를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여러분은 일기 쓰시나요? 저는 내킬 때만 쓰는 타입인데 그것도 일기라기 보다는 기록에 더 가까울 것 같아요. 코로나 때 확진자 동선 발표를 생각하면 될 거예요. 12시 점심(닭가슴살 샐러드) 12시 반 청소(현관 빗질) 뭐 이런 식이라ㅋㅋㅋㅋㅋ 그래도 손글씨로 글을 쓴다는 건 왠지 적당한 긴장감이 있어서 그런가 좀 차분하게 내가 무엇을 쓸지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저 두 사람도 편지를 쓰고 나자 감정을 쏟아냈다는 생각에 다소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후련한 기분을 느끼면서 세상을 좀 긍정적으로 보게 되거든요. 사실 편지를 우편함에 넣은 당시에는 편지를 보냈다는 것 외에는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런데도 알 수 없는 힘이 나고 세상이 좀 긍정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왠지 이해가 갔어요. 그 후에 두 사람이 답장으로 다른 사람이 쓴 수요일의 편지를 받고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책으로 확인하시면 될 거예요>_<
 그런데 이건 그냥 여담인데 작가님이 해를 '레몬색'이라고 표현하는 거예요. 그 단어가 처음 나왔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 가장 먼저 나오는 주부는 원래 빵집을 차리는 게 꿈이고 또 요리도 늘 하니까 레몬을 연상하는 게 이상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그 뒤에 나온 직장인 남자도 레몬색... 전직 어부였던 단체 직원 아저씨도 레몬색... 모두가 해를 레몬색이라고 표현하는 게 한 번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자 미치는 줄 알았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 저 레몬이 주는 상큼한 이미지가 아침 햇살과 잘 어울리는 것은 매우 잘 알겠으나 그래도... 그래도.....!
 시라이 도모유키 <명탐정의 제물>
 시라이 도모유키 <명탐정의 제물> 구수영 옮김 내친구의서재
 미국 사이비 종교의 실태를 확인하러 간 조수 리리코를 찾으러 떠난 탐정 오토야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이 작가 책은 처음인데 최근에 그 호평받은 <엘리펀트 헤드>도 그렇고 고어한 장르를 좋아하나봐요. 전 고어는 별로 안 좋아하긴 한데 예전에 썼듯이 책을 읽으며 딱히 상상은 안 하는 타입이라 또 '그렇구나.. 너는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었구나... 내장이 튀어 나왔겠구나.. 그렇구나..' 이러면서 읽었어요. 전 오히려 <검은 집>처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쪽이 훨씬 무섭더라고요. 왜냐하면 아무리 읽어도 내 사지는 분리되지 않지만 심리적 압박은 같이 받게 되잖아요ㅠㅠㅠㅠㅠ
 배경은 70년대 후반으로 밀림 속에 자신들만의 마을을 형성한 사이비 종교 '인민교회'의 교주가 진짜 기적을 일으키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 네 명을 파견하고 그중에 오토야의 조수 리리코가 껴 있었던 거예요. 오토야는 처음에 다른 일로 미국 여행을 간 줄 알았으나 예정된 기한이 지나고도 돌아오지 않자 직접 조사에 나섭니다. 그리고 인민교회에서 그 전문가들이 차례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아요.
 이 작품은 특이하게 주인공인 오토야가 본래 우리가 미스터리 장르에서 기대하는 탐정과는 거리가 멉니다. 과거에 탐정인 삼촌을 동경하여 탐정이 된 오토야는 배운 것을 훌륭하게 실천하는 '불륜 전문 탐정'이 돼요. 거기에 조수로 써달라고 찾아온 사람이 우리가 원하는 탐정인 리리코였던 거죠. 정말 뛰어난 추리력을 지닌 리리코와 지내면서 오토야에게는 어떤 생각이 싹트게 되고 그게 그의 미국행과 더불어 그 후의 행동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아무리 조수라고 해도 미국까지 찾으러 가서 심지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사이비 종교 마을까지 가기란 쉽지 않잖아요? 아, 연애 감정은 아니니까 그런 쪽으로 지뢰인 분은 안심하셔도 돼요>_<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탐정물답게 마지막에 벌어지는 추리쇼인데 이게 종교적 관점과 과학적 관점으로 각각 이루어진다는 게 제일 재미있었어요. 물론 과학 역시 만능은 아니고 먼 미래에 오류가 밝혀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논리적이고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신자 입장에선 그런 것보다 내 신앙심과 관련된 설명 쪽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강할 때가 있잖아요. 그 차이가 잘 드러나서 좋더라고요. 무언가를 믿는 마음이 무슨 일까지 할 수 있는지 보고 싶은 분에게 추천할게요. 근데 시작부터 신자 천 명이 몰살되는 장면으로 시작되니까 이런 장르가 싫으신 분은 표지 근처에도 얼씬거리면 안 되니까 조심하시고요.
 다음 모임 예고
 다음 책은 야기 준의 <아내는 잊지 않는다妻は忘れない>입니다. 평범한 가정에 숨겨진 비밀.. 위화감.. 광기.. 뭐 이런 키워드가 눈에 띄는 단편집인데요. 2024년을 마무리하는 책으로 과연 괜찮을지 걱정이지만 아무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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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 번역가 이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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