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가 일본 건축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
홍자병법 No. 82

'개인사업자' 안도 다다오의 비즈니스 원칙 4가지

독학으로 건축가가 되었다는 나의 이력을 듣고 화려한 성공 스토리를 기대하는 사람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 아무런 뒷배도 없고 혼자 건축가로 일했으니 순풍에 돛 단 배처럼 살아왔을 리가 없다.”
 
여하튼 매사 처음부터 뜻대로 되지 않았고, 뭔가를 시작하면 대개는 실패로 끝났다.”
 
안도 다다오, 건축에 큰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더라도 몇 번쯤은 들어보셨을 이름인데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리는 프리츠커상 등 여러 유명 건축상을 수상한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한국인들에게도 그 이름이 익숙한 인물입니다.
 
회색빛 콘크리트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간결한 선으로 이뤄진 건축물이야말로 그의 트레이드마크죠.
 
단 한 번도 정식으로 건축 교육을 받은 적이 없던 트럭 운전사, 프로 복서 출신의 고등학교 졸업생이 세계 최고의 건축가가 됐다는 스토리만큼 드라마틱한 이야기도 없을 텐데요.
 
안도 다다오는 자서전 <, 건축가 안도 다다오> 자기 회사의 경영 방침과 업무 운영 방식, 직원 교육 시스템에 대해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할 정도로 경영과 비즈니스 원칙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원칙들이야말로 보잘 것 없는 아웃사이더에 불과했던 자신이 폐쇄적인 일본 건축업계에서 살아남아 오늘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죠.

건축가와 예술가의 차이는 무엇일까?

스물여덟 살이던 1969년 창업한 자신의 회사(안도 다다오 건축연구소)를 반세기 넘게 이끌어오고 있는 그는 1990년대 무렵부터 지금까진 줄곧 25명가량의 직원들과 함께 일해오고 있는데요.
 
이런 수십 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도 다다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조각가나 화가 같은 아티스트와 건축가의 차이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나는 그 커다란 차이점 가운데 하나로건축가가 제대로 활동하자면 조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을 꾸리게 되면 당연히 사회적경제적 제약이 따른다그런 제약 속에서 조직을 얼마나 건강하게 유지해가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예술적 재능하고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무슨 까닭인지 건축 세계에서는 그다지 화제로 삼지 않는다.”
 
그럼 지금부터는 성공한 사업가’ 안도 다다오를 만든 4가지 비즈니스 원칙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감은 내가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에게서 배울 수 있는 첫 번째 비즈니스 원칙은 일감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맥이 없다면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안도 다다오는 정규 교육 과정에서 건축을 배운 적이 없는 인물이었는데요. 그랬기에 자기 건축사무소를 차린 뒤에도 아무런 인맥도, 배경도 없이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일감을 수주해야만 했습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일거리가 전혀 없었다. 의뢰하는 사람이 없어서 국내외 공모에 참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우리는 매일 사무소 바닥에 뒹굴고, 벌렁 누워서 책을 읽거나 가상 프로젝트를 공상하며 보냈다.”
 
가족이나 친척 같은 연줄을 이용해서 일감을 얻는 방법은 지속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머릿속에서 지웠다.”
 
타고난 기질상 누구한테 고개를 숙이고 일감을 따내는 것은 도저히 못한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아이디어로 승부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
 
이 무렵 안도 다다오의 주요 일과 중 하나는 오사카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터를 찾아내는 일이었습니다. 공터를 발견하면 그곳에 어떤 건물을 지을지를 골똘히 생각한 뒤 자신의 구상을 스케치에 담아냈죠.  

이렇게 대략적인 아이디어를 완성한 뒤에는 땅 주인을 찾아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했습니다. ‘선생님 땅에 이런 건물을 지어보면 좋을 거 같은데 어떨 거 같으십니까라고 말하는 식으로요. 일종의 즉석 피칭(Pitching‧투자 유치 프레젠테이션)을 한 셈이었습니다.
 
건물을 지을 생각도 없던 땅 주인에게 찾아가 이런 식으로 건물을 지어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하는 거였으니까 대부분은 귀찮아하기만 했는데요그래도 그중에 몇몇은 안도 다다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줬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일감이 생기는 건 아니었지만 이런 노력 덕분에 잠재 고객들과 안면을 틀 수 있었죠. 이런 노력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일거리들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 자리에서 당장 의뢰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가 나를 별난 놈이군.’하고 마음에 들어 하면서 인연이 시작된다.”
 
그리고 어느새 신뢰가 쌓일 즈음, ‘설계 하나 해 주지 않겠나?’하고 일감을 맡긴다. 사무소 출범 당초에는 그런 식으로 일감이 생기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의뢰가 들어오기 전에 먼저 고객에게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그의 영업방식은 사업 초기뿐만 아니라 그가 건축가로서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 뒤에도 변함없이 이어졌습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는 일본 효고현 고베시 록코산 자락에 자리 잡은 공동주택 단지인 록코 집합주택 프로젝트입니다경사 60도가량의 우뚝 선 산자락에 들어선 공동주택 단지였는데요.
 
1983, ‘록코 집합주택 Ⅰ’ 완공된 이후 1993년과 1999년에 후속 단지들이 차례로 완공되며 현재 모두 3개 단지가 들어있습니다.

록코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고 모두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기에 3개 단지를 합쳐 록코 집합주택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이들 단지는 서로 건축주가 다른 별개의 건축물들입니다.
 
그리고 록코 집합주택 Ⅲ는 고객에게 먼저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안도 다다오의 노력 덕분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원래 이 자리에는 고베제강의 사원 기숙사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1993, 2기 단지의 준공을 마친 안도 다다오는 대략적인 설계안을 들고 고베제강을 찾아가 기숙사 자리에 새로운 건물, ‘록코 집합주택 Ⅲ를 짓고 싶다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멀쩡한 기숙사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싶다는 그의 의견에 고베제강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안도 다다오 역시 3기 단지 프로젝트가 햇빛을 보기는 힘들 거 같다고 체념하게 됐죠.
 
하지만 1995117일 고베 대지진이 고베시 일대를 강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는데요

지진 때문에 건물이 무너진 건 아니었지만 지진의 여파로 내부 설비들이 심하게 망가지면서 기숙사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어야만 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급하게 건물을 다시 지어야 하는 고베제강으로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설계 작업을 하고 있던 안도 다다오를 찾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미리 준비해놓은 설계도면 덕분에 안도 다다오는 정식으로 의뢰를 받은 지 3개월 만에 공사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신속한 주택 복구가 무엇보다 중요했던 재난 이후의 긴급 상황에서 건축가로서 재해 복구에도 힘을 보탤 수 있었죠.

자기 작품에 자신이 있을수록 애프터 서비스에 정성을 다한다

안도 다다오에게 배울 수 있는 두 번째 비즈니스 원칙은 자신의 업무 결과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고 철저하게 애프터 서비스하는 전문가만이 고객에게 내 의견을 강하게 제시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건축가는 건축주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제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천재 건축가라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땅을 제공하고 건축비를 부담하는 건축주가 없다면 재능을 펼쳐 보일 수가 없으니까요

이점 역시 아티스트와 건축가를 가르는 또 하나의 중요한 차이점일 텐데요.

그렇기 때문에 건축주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가느냐에 따라 건축가 개인과 회사의 미래가 결정되는데요.
 
안도 다다오는 건축계의 아웃사이더였던 자신이 업계에 뿌리를 내리고 커나갈 수 있었던 비결로 철저한 애프터 서비스준공 후 관리를 들고 있습니다.  

애프터 서비스라는 단어만큼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꺾지 않는 고독한 거장 안도 다다오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정말로 그랬습니다.

사업 초기 아무것도 없던 시절부터 안도 다다오는 건축가로서의 자부심과 고집만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는데요

귀한 일감을 주는 건축주와의 만남에서도 나한테 의뢰한 이상 기본적인 기능 조건 외에는 저에게 전부 맡겼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뻣뻣한 자세를 유지했죠.
 
건축가는 건축주를 교육시켜야 한다는 본인 스스로도 난폭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던 말을 내뱉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고요.
 
젊은 시절에는 건축주에게 설계도면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건물을 지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도면을 보고 건축주가 이것저것 간섭하는 게 싫었기 때문입니다

자기 돈을 들여 자기가 살 집 혹은 분양할 건물을 짓는 건축주가 도면을 보고 의견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인데 말이죠.
 
여기까지만 보면 안도 다다오를 비즈니스 감각이라고는 전혀 없는자신만의 예술 세계에 빠져 사는 몽상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만약 그가 그런 편협한 몽상가에 불과했다면 오늘날의 안도 다다오가 존재하지는 못했겠죠.

안도 다다오는 젊은 시절부터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함께 회사가 설계했던 집을 한 집한 집 보러 돌아다녔는데요

이렇게 돌아다니며 건물을 살피고 건축주와 만나 대화하면서 유지‧보수가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생활하기에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다녔습니다.
 
만약 보수 공사가 필요하거나 건축주가 불편을 호소하는 부분이 있으면 지체 없이 수리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내가 지은 건물은 내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이 강했기 때문에 완공 이후의 유지 보수에는 책임을 다했다.”
 
스태프 전원을 데리고 한 집 한 집 돌아보면서 불편한 곳을 방문하면 즉시 대안을 생각했다완공 이후의 그런 방문 수리를 상대가 미안해할 만큼 성실하고 끈기 있게 계속했다.”
 
건축주들은 안도 씨는 고집스러운 구석은 있어도 지어 놓고 나 몰라라 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호의적으로 평가해준 듯하다.”
 
대담한 제안치고는 완공 이후 문제점이 거의 없었고그래서 오히려 증축을 의뢰받거나 새 건축주를 소개해 주는 등 다음 일감으로 연결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권한을 얻고 싶다면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건축업계뿐 아니라 삶의 모든 면에 적용되는 진리라는 걸 그의 모습을 통해서 다시 한번 발견할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에 싣느라 원문보다 분량을 많이 축약했습니다. 안도 다다오의 나머지 비즈니스 원칙 2가지에 대해서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본문읽기 버튼이나 사진을 클릭해주세요. )

전문직 서비스 사업자가 갖춰야 하는 자세에 대한 또다른 글

사소한 이야기

이렇게 지내면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읽고 그에게서 배울 수 있는 비즈니스 원칙을 정리하는 글을 쓰면서 저도 참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는데요.
 
특히 저도 얼마 전부터 기업들을 대상으로 콘텐츠 제작/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가 되다 보니 그의 말들이 더욱 피부에 와닿았습니다.
 
건축 설계라는 무형의 지적 콘텐츠를 반세기 넘게 판매해오면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기에 저와 판매상품의 유형이 같아서 다른 창업자분들의 글보다도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도 더 많았고요.
 
창업한 지 이제 막 세 달이 지났는데 저희 회사에는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순조롭게 커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증권사, 자산운용사, 카드사와 같은 금융기관들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콘텐츠 제작/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경제, 금융, 투자 관련한 주제에 대해 일반 독자들의 수준에 맞춰 쉽게 풀어내는 일은 제가 그동안 계속 해왔던 일이다 보니 주로 금융기업 쪽 분들과 자주 만나게 되네요. 스타트업 한 군데는 이와는 달리 의료 서비스 영역 기업이고요.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네이버 파이낸셜 쪽에서도 매우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셔서 이쪽에도 콘텐츠를 기고하고 있는데요. 기고된 글들이 네이버 경제M판 메인 화면에도 노출돼서 저도 참 기분이 좋습니다.  

아무래도 제작자 입장에선 자신이 공들여 자료 조사를 해서 열심히 쓴 글이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읽힐수록 좋은 거니까요.

네이버 쪽에는 주로 창업 절차, 창업 지원제도, 세금대출 관련 내용에 대해 쉽게 안내하는 콘텐츠를 기고하고 있는데요.
 
저 역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초기 창업자이기에 이런 내용들을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 자체가 스스로에게도 큰 공부가 되는 거 같습니다.
 
 
   


주로 이와 같은 주제들에 대해서 기고하고 있는데 네이버 파트너금융지원 사이트에 들어가시면 

저 말고도 각 분야의 전문가분들께서 창업, 세무, 대출 관련해 기고하신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들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한 번 방문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다음 달에는 주로 오프라인 창업자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주제들에 대해서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입니다.
 
거래하는 클라이언트 회사들 중 일부하고는 콘텐츠 제작과 컨설팅을 넘어 회사 뉴스룸, 블로그, 뉴스레터 운영을 직접 맡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직 창업한 지 100일도 안됐지만 이렇게 찾아주시는 분들이 꾸준히 늘고 계셔서 참 기쁘고, 좋네요.
 
책을 읽고 공감한 내용이 있다면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게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인데요. 이번에 안도 다다오의 자서전을 통해서 귀중한 교훈들을 얻었으니 이번에 배운 점들에 대해서 명심하면서 고객 분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드려야죠.
 
7월 말보다는 더위가 많이 꺾이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날씨가 꽤나 더운데요. 구독자님들께서도 더위 조심하시고, 오늘 하루 그리고 이번 연휴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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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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