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일, 안양시 만안구에서 도로 포장 공사를 하던 노동자 3명이 롤러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당시는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넉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 이 안타까운 사고에 대해 각 정당 후보들이 어떤 입장을 내보일지 이목이 집중됐는데요.

사고 다음날 현장을 찾은 윤석열 당선자(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시동 장치를 끄고 내리기만 했어도…이런 간단한 실수 하나가 엄청난, 비참한 사고를 초래했는데…”


즉 롤러를 운전한 노동자의 ‘실수’로 사고가 일어났다는 말인데요. 윤 당선자의 말대로 이 사고의 원인은 노동자의 ‘간단한 실수’ 때문만이었을까요. 이번 주 타파스는 뉴스타파가 추적한 ‘안양 롤러 사망 사건’의 전말,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중대 산업재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안양 롤러 사망 사건’의 숨겨진 전말

사고 당시 롤러를 운전했던 박 모 씨는 ‘안전 고깔이 작업에 방해가 돼 치우려고 롤러에서 내렸다’ 라고 증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 씨의 옷이 기어봉에 걸려 중립 기어가 주행 상태로 변경됐고, 롤러가 그대로 노동자들을 덮치게 된 것이죠.😰

안전 전문가들은 사고의 원인으로 작업 현장에 ‘신호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신호수는 운행 경로와 장애물 여부를 운전자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장애물을 치우거나 사람의 접근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이 사고 역시 만약 신호수가 있었다면 안전 고깔을 치우려고 운전사가 롤러에서 내릴 이유도 없었겠죠. 실제로 사고 이후 재개된 공사 현장에는 신호수가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이 공사 현장에는 왜 신호수가 없었을까요. 이 공사는 발주사인 LG유플러스 아래 시공사(원청업체)가 있고 그 아래로 1차, 2차 하청이 이어지는 불법 재하도급 구조였어요. 하청을 거듭할수록 공사 단가는 떨어졌고, 실제 공사를 맡은 2차 하청 업체는 신호수 등 안전 인력을 고용할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발주사인 LG유플러스와 시공사 측은 하청업체의 재하청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는 입장이에요.🤔

추락, 가스 폭발… 비용 절감이 불러온 중대재해들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 인력을 고용하지 않거나, 안전 설비를 설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안양시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일에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 최 모 씨가 아연 포트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어요.😰 최 모 씨가 일하던 작업장에는 추락을 막아줄 안전 장비 하나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현대제철 노동자들은 최 모 씨가 2020년 이전까지 하청업체의 파견 직원 신분이었던데다, 해당 작업장에서 나오는 이윤이 다른 곳에 비해 적었기 때문에 안전 대책에도 소홀했다고 보고 있어요. 결국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회사의 태도가 한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갔다는 것이죠.😡

또 지난 4월 2일에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일하던 김 모 씨가 가스 폭발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김 모 씨가 일하던 현장은 오래된 호스에서 가스가 새고 안전 밸브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폭발 사고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어요. 실제로 현대중공업에서는 가스 누출로 인한 화상·사망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노동자들의 시설 개선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인 대처만 계속하고 있었어요.🤨

▲ 3월 2일 사고 직전, 현대제철 노동자 최 모 씨가 안전장비 없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사용 중이던 가스 공급 밸브에서 가스가 새고 있는 모습.(우)

중대재해처벌법, 완화인가 강화인가

올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시행됐습니다. 이 법의 핵심은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한 산업재해가 일어났을 때,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에요. 

위에서 말씀드렸던 안양 롤러 사망 사건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발주자인 LG유플러스는 결국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현대제철과 현대중공업의 경우는 법 시행 이후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수사 대상이 되었어요. 현대중공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비로소 노후화된 장비를 전수점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총, 전경련 등 재계 단체들은 법의 완화, 더 나아가 폐기를 주장하고 있어요. 이들은 윤석열 당선자를 만나,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가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법이라며 법 완화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법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 부분 후퇴했고, 5인 이하 사업장은 법 적용에서 제외하는 등 예외 조항들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입니다.🤔

“죽음은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

어제(28일)는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제도,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노후화된 장비와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채 일하고 있어요. 

윤 당선자의 말대로 아무리 숙련된 노동자라도 ‘간단한 실수’를 저지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실수가 중대한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작업 환경이 노동자의 실수를 유발하지 않도록 하고,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해요. 그것이 산재 사망 사고를 겪은 유가족들과 수많은 노동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고자 한 이유입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산재 사망 노동자들의 죽음이 ‘실수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 라며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용균이 사고 난 다음에 지금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본 결과로는, 죽음이 그냥 개인의 실수가 아니고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그리고 또 열악한, 안전 예산이 없는, 안전 조치가 안 되어 있는 현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다고…” 🌮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기사로 한 입에 쏙!
📰 이런 기사도 있어요

뉴스타파가 앞으로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세요!

📅 이번 주 뉴스타파 소식

4월 29일 저녁 7시, <뉴스타파 책의 날> 북토크 개최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입니다. 독서와 출판 촉진을 위해 만든 국제 기념일인데요, ‘책의 날’ 주간을 맞아 뉴스타파함께재단과 뉴스타파가 특별한 행사를 열었습니다. 바로 ‘뉴스타파 책의 날’ 북토크입니다. 뉴스타파에서 책 저자로 참여했던 기자와 PD, 그리고 회원님들이 같이 모여 이야기 하는 시간이에요.


  • <친일과 망각> 김용진  
  • <친일과 망각> <죄수와 검사> <윤석열과 검찰개혁> 심인보 
  • <윤석열과 검찰개혁> 한상진’
  • <그 이름을 부를 때> 송원근 


4명의 저자와 함께하는 ‘뉴스타파 책의 날’ 북토크는 영상으로도 제작해 뉴스타파 유튜브에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타파스’를 만들고 있는 현PD😎입니다.
더 나은 타파스를 만들기 위한 의견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newsletter@newstapa.org로 타파스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주세요!
이번 주도 타파스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뉴스타파는 광고와 협찬을 받지 않고 오직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제작·운영됩니다.
99% 시민을 위한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후원회원이 되어 주세요.
대표전화 02-2038-0977 / 제보전화 02-2038-8029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212-13(04625)

ⓒ The Korea center for investigative journalis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