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리브영 글로벌 전략 2. K-패션의 과제
 2026.01.28 26-004호   |   잘림 없이 보기   |   지난호 보기  
   
  1. 올리브영, 세포라 협업이 신의 한 수가 되려면
  2. 우영미와 블루엘리펀트의 행보가 더욱 아쉬운 건
  3. Piked_ '정부의 쿠팡 때리기가 C커머스 밀어주기?'
   

 올리브영, 세포라 협업이 신의 한 수가 되려면

design by 슝슝 (w/ChatGPT)
  
급가속 페달을 밟습니다

속도. 올리브영의 해외 진출 전략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뼈아프게 지적받아온 단어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진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요. 주요 브랜드들은 아마존을 넘어 울타뷰티·코스트코 같은 현지 메인 채널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실리콘투처럼 해외 진출의 길목을 선점한 기업들까지 등장하며 비즈니스 모델은 날로 견고해지고 있죠. 이는 국내 ‘절대 강자’ 올리브영이 해외에서만 유독 존재감이 희미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응해 올해 미국 LA에 거점을 마련하고 추가 매장 오픈 계획도 공개했지만, 오프라인 확장은 구조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데, 이미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온 배경이었죠.

이 지점에서 올리브영은 전략적 승부수를 띄웁니다. 세포라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직접 큐레이션 한 ‘K-뷰티 존’을 세포라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선보이기로 한 것입니다. 이는 직진출과 유통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그간 약점으로 꼽혀온 ‘속도’를 단숨에 보완하겠다는 건데요. 동시에 해외 시장에서도 K-뷰티의 ‘게이트키퍼’ 자리를 선점하겠다는 선언으로도 읽힙니다.


모든 길은 올리브영으로?

‘K-뷰티 전성시대’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건, 거리를 빼곡히 채운 뷰티 브랜드 옥외 광고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수많은 광고가 셀링 포인트나 구매처를 설명할 때 ‘올리브영’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입니다. ‘올리브영 랭킹 1위’, ‘올리브영에서 검색하세요’라는 문구가 일상처럼 반복되죠. 이제 국내 뷰티 시장은 올리브영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브랜드의 성장 경로에서 올리브영이 사실상 필수 관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화장품은 테스팅과 경험이 중요한 카테고리인데, 이를 가장 잘 구현해 낸 공간이 바로 올리브영입니다. 1,400여 개에 달하는 매장과 강력한 온라인 채널을 기반으로, 브랜드는 올리브영 입점만으로도 연 매출 수백억 원대까지 성장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입니다. 천억 원대 이상의 메가 브랜드로 도약하려면 결국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이 순간부터 올리브영의 영향력은 아무래도 줄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 진출은 굳이 올리브영을 거치지 않아도 가능하기 때문이죠.

이번 세포라와의 전략적 제휴는 바로 이 지점을 메우는 선택입니다. 세포라는 글로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뷰티 채널 중 하나입니다. 올리브영의 큐레이션을 거쳐 이곳에 입점한다는 건, 단순한 판로 확대를 넘어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하는 보증수표가 됩니다. 특히 온라인만으로는 부족하고, 단독으로 해외 오프라인에 진출하기엔 체급이 애매한 브랜드들에게 올리브영은, 국내와 해외 성장을 동시에 돕는 대체 불가한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카니발리제이션(자기 잠식)’ 우려가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는 당장의 리스크라기보다는 중장기 과제에 가깝습니다. 세포라 내 ‘샵인샵’ 구조와 올리브영의 직접 진출은 성격이 다른 만큼, 설계에 따라 충분히 분리 운영이 가능합니다. 투트랙 전략 자체는 성립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거죠.


문제는 올리브영이 ‘유통사’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같은 맥락에서, 이번 투트랙 전략은 단기 처방일 수는 있어도 근원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합니다. 올리브영의 정체성은 어디까지나 ‘유통사’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힘은 브랜드 자체가 아니라, 온·오프라인 매장이 만들어내는 트래픽과 장악력에서 나옵니다.

세포라와의 제휴는 즉각적인 성과를 낼 수 있고, 현지 매장 전략과 충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올리브영의 글로벌 성공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을 버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준비 없이 이 관계에만 기대게 된다면, 올리브영이 꿈꾸는 글로벌 확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한계에 부딪힐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타이밍입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제휴는 올리브영보다 세포라 쪽이 더 적극적이었다고 합니다. K-뷰티의 글로벌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에서, 세포라 역시 ‘검증된 K-뷰티 큐레이터’가 절실했던 것이죠. 울타뷰티가 한국 브랜드를 빠르게 흡수한 상황에서, 트렌드와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파트너로 올리브영을 선택한 셈입니다.

이는 곧 올리브영이 당분간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골든타임’에 들어섰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올리브영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바로 통제력 강화입니다. 자체 브랜드를 키우거나 전략적 투자를 통해 확실히 손에 쥘 수 있는 브랜드 자산을 확보해야 하고, 훗날 세포라와의 관계가 변하더라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직진출의 고삐 역시 늦춰선 안 됩니다.

국내는 몰라도 해외에선 매장과 물류만으로는 차별화에 한계가 있습니다. 올리브영이 더 먼 미래까지 가려면, 결국 ‘상품’을 쥐어야 합니다. 이번 세포라 협업이 단순한 제휴를 넘어 진짜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지의 갈림길도, 바로 이 지점에 놓여 있습니다.

   

우영미와 블루엘리펀트의 행보가 더욱 아쉬운 건

design by 슝슝 (w/ChatGPT)
  
바람 잘 날이 없는 패션업계

요즘 백화점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곳은 단연 국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매장입니다. 무신사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팬덤을 쌓아 오프라인으로 확장했거나, 성수·한남동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키운 브랜드들이 그 주인공이죠.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며 ‘오픈런’을 자처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도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일까요. 주목도가 높아질수록 잡음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블루엘리펀트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소송을 제기하며 업계가 한 차례 술렁였고요. 최근에는 K-패션의 대표 명품으로 꼽히던 우영미가 이월 상품(재고)을 신상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외에도 충전재 허위 표기, 제조국 위조 등 크고 작은 이슈들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더 우려스러운 건, 이런 논란이 특정 브랜드의 일탈을 넘어 어렵게 쌓아 올린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화려한 브랜딩 뒤에 가려진 본질

냉정히 말해 K-패션의 글로벌 존재감은 아직 K-뷰티나 K-푸드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미 메이저 유통 채널까지 진출하고, 조 단위 매출 사례가 등장한 다른 카테고리와 비교하면 패션 브랜드들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거든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전 K-패션의 잠재력은 더 높게 평가해 왔습니다. 패션은 빠른 확장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차근차근 쌓아 올릴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대부분이 패션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 역시, 감성적 가치로 고객을 설득하는 힘이 이 영역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죠.

그래서 이번 사례들은 더욱 뼈아픕니다. 브랜드의 출발점은 결국 품질에 대한 신뢰와 차별적인 감성입니다. 그런데 우영미는 품질과 정보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스스로 훼손했고, 블루엘리펀트는 ‘베끼기 역시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남길 위험을 보여주었습니다.

더 아이러니한 건, 두 브랜드 모두 브랜딩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막대한 투자를 이어온 곳들이라는 점입니다. 우영미는 파리 마레·생토노레에 이어 이태원에 세 번째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카페 드 우영미’를 결합한 입체적인 브랜드 경험을 선보였고요. 블루엘리펀트 역시 1,000평 규모의 ‘블루엘리펀트 스페이스 성수’를 오픈하며 오프라인 경험 중심의 브랜딩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기본이 되는 윤리와 신뢰를 놓친 순간, 그 화려한 공간은 껍데기에 불과해졌습니다. 한 번 붙은 꼬리표는 쉽게 지워지지 않고, 그 여파는 묵묵히 성장해 온 다른 브랜드들까지 함께 흔들고 있고요.


앞으로 이렇게 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K-패션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투명한 소통을 통한 신뢰 회복입니다. 우영미 사태가 더욱 아쉬운 이유는 ‘대처 방식’에 있습니다. 만약 뒤늦은 해명처럼 정말 ESG 차원에서 기존 재고를 재가공한 기획이었다면, 그 사실을 사전에 명확히 고지했어야 합니다. 실제 소비자 반응을 보면 “스토리를 제대로 설명했다면 오히려 더 비싼 값에도 샀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적지 않습니다. 솔직한 소통과 명확한 정보 제공, 이 기본만 지켜도 브랜드 팬덤은 쉽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는 거죠.

두 번째는 창작물 보호에 대한 엄격한 기준입니다. 젠틀몬스터의 이번 법적 대응을 두고 엇갈린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부는 젠틀몬스터 역시 과거 디자인 이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죠. 하지만 이와 별개로, 업계 전반에 ‘보호받기 위해선 먼저 보호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콘셉트나 디자인 도용처럼 창작의 경계를 흐리는 관행이 용인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업계 전체가 떠안게 됩니다. 독창적인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가 절실합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경험은 매장과 공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됩니다. 아무리 화려한 팝업과 플래그십 스토어를 갖췄더라도, 내부 시스템이나 리스크 관리가 무너지면 브랜드는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젠틀몬스터 역시 최근 내부 노동 이슈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죠. 규모가 커질수록 이러한 리스크 관리 실패 사례는 더 자주, 더 크게 나타날 것입니다. 이제는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의 기준을 높이는 것 역시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패션 기업의 가장 큰 자산은 결국 ‘브랜드’ 그 자체입니다. K-패션은 이제 더 넓은 관점에서, 더 높은 도덕적 기준으로 스스로를 관리해야 할 단계에 와 있습니다. 지금의 아쉬운 사례들이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한 단계 성장을 위한 뼈아픈 예방주사가 될지는 결국 각 브랜드의 선택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 뉴스레터에 대해 의견 주실 것이 있으시거나, 광고/기고/기타 협업 관련해서는 trendlite@kakao.com으로 메일 주시면 됩니다📧

    오늘의 <트렌드라이트> 어떠셨나요?

    오늘의 인사이트가 도움이 되셨다면,
    주변에도 널리 소개해주세요😃

    오히려 이들은 쿠팡과 함께 동반 하락 중입니다

    한국 특유의 '완성도'를 중시하는 미의식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장기적 자산으로

    네이버 제휴부터 워너브라더스 인수까지

    시장 구조에 원인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