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며 지휘관에게 사실상 수사, 기소, 재판의 모든 권한을 쥐어 준 군사법체계. 30년을 이어 온 개혁 시도는 매번 번번히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장병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군사법체계 개혁 논의가 오가지만, 국방부의 거센 반대로 늘 무산되었습니다. 그렇게 매번 새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을 반복해왔습니다.
2021년, 또 다른 '죽음들'을 두고 군사법원, 군수사기관 개혁이 화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국방부는 개혁 저지를 위해 총력을 동원했습니다. 대통령 지시로 설치된 국방부 민관군합동위는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권고했지만 국방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걸었습니다. 합동위는 들러리가 되었고, 개혁을 견인하는데 실패했습니다.
군인권센터와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평시 군사법원, 군수사기관 폐지'는 고사하고 '비군사범죄 민간 이관'조차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국방부와 타협했기 때문입니다. 성범죄, 사망사건 등 일부 사건만을 민간으로 이관하는 누더기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습니다.
반쪽짜리 개혁은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참담한 마음이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