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선을 나눕니다. 님, 간밤에 평안하셨나요? 아침 공기가 부쩍 쌀쌀해졌습니다. 자는 사이 따끈하게 데워진 이불과 베개가 눈꺼풀을 끌어내려 자꾸만 ‘십 분만 더! 아니 오 분만 더!’ 외치게 됩니다만, 그 온기에서 당차게 벗어나도 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가을 아침 상쾌함은 유독 기다림이 길었던 터라 살갗에 닿는 선선함이 반가울 정도니까요. 그러고 보니, 여행길에서는 어슴푸레한 새벽녘이나 어둠이 앉은 밤에도 가벼운 몸으로 어디든 쏘다녔던 것 같아요. 일 분이 아쉬운 아침잠도 퍼뜩 물리친 채 오늘 만나게 될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들과의 하루를 기대했었죠. 그런데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건 여행이 아닌 일상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우리는 과거에 등을 맞댄 채 현재를 걸어 나가고, 미래는 한 걸음 정도 앞선 채 쉬이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하루 중 나에게 다가올 여행 같은 장면, 그 기분 좋은 설렘을 안은 순간을 충분히 기대할 만하고 또 필시 찾아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은 지난 레터에 이어, 어라운드 식구들의 이야기를 97호 ‘대구’ 편과 연관 지어 꺼내둘게요. 신간과 레터에 흐르는 이야기를 마주한 후, 님만의 여행 같은 하루를 시작하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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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는 미처 알지 못하던 것을 끝난 뒤에야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여행을 비롯하여 낯선 도시로 떠나보는 일이 그러한데요. 그때의 나는 평소와 어떤 점이 같고 달랐는지, 함께한 사람들과의 추억은 마음 한편에 어떻게 남았는지, 그 시간을 통해 나는 무엇을 줍거나 내려 두게 되었는지. 여행길을 마친 후에야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보곤 합니다. 이제 보니 대구는 어떤 곳이었는지, 어라운드 97호를 함께 만든 식구들에게 물었어요. 더 많은 답변이 궁금하다면 《AROUND》 97호 꼭지 ‘나에게 대구는’과 마지막 장 ‘아우트로’를 펼쳐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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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과 대구
일로 만난 도시와는 조금 낯을 가리는 편입니다. (머무는 동안 무언가를 건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짐이 가득한 가방을 메고 지도 앱에 한시도 눈을 떼지 않다 보면 평소보다 일찍 피곤함이 찾아드는데요. 그때를 위해, 어디로든 떠나기 전 가고 싶은 카페 하나를 콕 정해 둡니다. 그곳에서 들뜬 맘 잠재우고 커피 한 잔 마시면 이방인의 기운이 옅어지는 것만 같아요.
명주 ― 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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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대구
뜨거운 태양을 두려워하며 대구를 찾았건만, 도시의 첫인상은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습니다. 드넓은 산지 정원, ‘사유원’을 찾은 날, 갑자기 비가 쏟아졌어요. 포토그래퍼는 우비를, 저는 부러져가는 우산을 쓰고 취재를 마쳤습니다. 대구는 제게 덥기만 한 도시보다는 광활한 초록빛을 품은 서늘한 자연이기도 해요.
의진 ― 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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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가 가득한 대구
말 그대로 열기가 가득한, 도로 위가 일렁거리는 더운 날이었어요. 여름의 여행지로 대구를 고른 건 일종의 도전 정신도 있었던 것 같네요. 여름의 여행은 유독 진한 기억으로 남지 않나요? 활짝 핀 해바라기가 가득한 길, 숨을 돌리러 들렀던 카페에서 보낸 시간, 숙소에서 대구의 음식으로 차려 먹은 저녁, 떠나기 전 하이마트 음악감상실에서 들었던 Carla Bruni의 ‘Stand By Your Man’까지. 대구 여행 역시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네요. 이제는 대구도 많이 선선해졌겠지요. 새로운 계절의 대구도 궁금해집니다.
주원 ― 마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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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자마자 가벼이 움직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손에 쥔 것들을 도무지 놓기 어려울 때가 있죠. 짐을 든 채로 수많은 사람 사이, 지난한 이동 시간 사이를 헤맬 생각까지 한다면 여행, 나아가 ‘떠나는 것’ 자체가 무던히 부산스러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꼭 멀리 가야만 여행인 건 아니에요. 내가 머물던 자리를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다면 그 어디든 여행의 도착지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떠난다는 건 물리적인 위치가 아니라 마음의 위치가 중요한 모양이네요. 훌쩍 떠나지 못하는 저를 위해,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 작은 여행을 들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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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함과 여유 사이를 오르내리는 저는 휴식이 필요할 때 장거리 여행보다 이틀 정도 나들이를 다녀오곤 합니다. 이틀, 그러니까 떠난 날과 돌아오는 날로 이루어진 이 시간을 아쉽지 않게 보내려면 이동 시간이 길어서도 안 될 텐데요. 그래서 떠올린 건 ‘에어비앤비’예요. 내가 살고 싶은 동네에서, 좋아하는 카페가 있는 동네에서, 보고 싶은 전시회에 아침 일찍 가볼 수 있는 동네에서, 어딘가 딱딱한 호텔 대신 만든 이의 손길이 남아 있는 집을 빌려 머물곤 합니다.
최근에는 은평구 신사동에 자리한 ‘오소리 작업소’에서 이틀을 보냈는데요. 카페 ‘커피집 호누’ 주인장 오소리 씨가 자신의 취향대로 채워둔 이곳은 고요한 동네 속 단정한 표정을 띄고 있습니다. 주방과 작업실에는 크고 작은 식기들이 가득하고, 어라운드를 비롯하여 산책과 여행, 식물을 주제로 모은 책들도 무수해요. 의미 없이 틀어두는 텔레비전 대신 블루레이 플레이어로 주인장이 좋아하는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LP와 플레이어를 마련해 두어 음악이 끊이지 않는 이틀을 보냈답니다. 평소처럼 끼니와 간식을 챙기고 책을 읽다가도 영화를 보며 꾸벅꾸벅 조는… 보통의 휴일이 다른 모양으로 느껴지는 그곳에서 더할 나위 없는 편안함을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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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한 권이 오롯한 모습으로 완성될 때마다, ‘Question’을 통해 여러분께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은 대구에 터를 잡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진책을 만든 출판사 ‘사월의눈’의 전가경 대표를 만나봅니다. 이방인으로 마주했던 대구는 이제 그에게 어떤 곳이 되었을까요? 영상을 통해 그가 찾은 대구의 한 조각을 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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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 97호는 대구를 터전으로 삼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창작자들, 일 년에 한 번씩 도시를 조명하겠다는 약속에 응원을 보내는 독자분들에 힘입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전해드리는 한 권의 도시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11월의 문을 열고 도착할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어라운드의 지나간 이야기들 중 전하고픈 반짝임을 찾아 담아올게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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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Playlist 15
― Vol.97 대구 (Daegu)
by. 하이마트 음악감상실
《AROUND》 신간 97호 한편, 은은한 빛을 밝힌 대구 ‘하이마트 음악감상실’이 어라운드와 발견담을 위해 플레이리스트를 선물했습니다.
하이마트 음악감상실은 한국전쟁 시절부터 음악을 나누며 대구 예술인과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주던 안식처인데요. 세대와 세대를 넘어 선율이 흐르는 그곳에서, 방문자들이 가장 많이 신청하는 스무 곡을 모았답니다. 서정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음악부터 클래식까지, 아래 버튼을 클릭해 감상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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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𝗫 𝗔𝗥𝗢𝗨𝗡𝗗
오늘의집의 고감도 셀렉트샵 바이너리샵과 어라운드가 함께 제작한 ‘Point of View’는 일상에서 저마다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며 사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번에는 로파서울(@lofa_seoul)을 운영하는 김영지 디렉터의 이야기를 바이너리샵의 시선으로 들여다봅니다. 창작자와 고객을 연결하는 역할을 고민하는 로파 서울의 제품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오늘의집 바이너리샵 페이지에서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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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
어라운드를 보다 더 가까운 일상에서 만나고픈 독자분들을 위해 ‘AROUND Club’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시간 어라운드가 꾸준히 쌓아온 3,200여 개 이상의 기사를 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 통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만나보세요. 주변을 살펴 모아둔 다정한 이야기를 손에 내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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