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에서 빛나는
 Season 6  vol 62. 💡2026.7.24.~7.30.

동네 약국 지킨 여성 약사들
‘미프진’ 상담하는 여성들
‘아, 이거 있었으면’ 포착하는 여성 발명가들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요즘 전국적으로 비가 자주 내리고 있습니다. 늦은 장마에 체력도 많이 깎이는 것 같아요. 기력 회복에 신경써야 하는 계절을 지나고 있네요. 


이번 주 플랫레터는 힘이 될 만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길어왔습니다. 돌아올 한 주도 같이 힘을 내 보아요(g-_-)g 



입주자님은 구로 우리네약국을 아시나요? 서울 구로구는 일명 ‘구로공단’으로 대표되는 노동자들의 공간이자 중국 동포를 비롯한 이주민들의 생활 공간입니다. 이곳 구로3동에서 마을 약국을 표방하며 35년째 이어온 구로 우리네약국은 여성 약사 6명이 운영합니다. 

1991년 문을 열며 우리네약국이 내건 모토는 ‘함께 만드는 건강한 세상’입니다. 출발은 1988년 여러 대학 의대생, 약대생, 간호대생이 만든 연합동아리 ‘건강의집’이었다고 해요. 교회 주말 진료를 비롯해 탁아소, 야학, 파업 사업장으로 방문 진료를 나가기도 했습니다. 1991년 선후배 등의 후원을 받아 우리네약국으로 문을 열었고, 35년을 버텼어요. 

‘약사들이 약국을 경영하되 매달 일정 급여만 받는다. 급여와 운영비를 제외한 약국 수익금은 지역주민 건강과 복지를 개선하는 여러 사업을 하는 데 사용한다’는 대원칙은 아직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에 돈을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돈을 벌면 환원했습니다. 지금도 월세를 내고 있다고 해요. 큰 병원 주변이 아닌데다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수익금은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구로건강복지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혜경 약사는 “약국을 만든 취지를 35년간 살려온 것”이 35주년의 의의라고 했습니다. 쉽지 않은 여건에서 공공성이란 가치를 위해 버틴 것 자체가 뜻깊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초창기를 돌아보며 “연탄가스 냄새가 심했다는 게 기억난다. 동네 사람들이 이렇게 가난하게 산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지역 주민이 노동자들이었다. 노조와 노동자를 위해 활동하는 우리 약국이 주민을 위한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어요. 

우리네약국은 주변의 다른 의료기관과 협력하며 지역사회 의료 네트워크를 형성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업은 ‘건강 교육’이었고, IMF 외환위기 때는 ‘엄마 아빠 모두 실직상태인 가족에게는 의료비를 감면해 드립니다’, ‘소년소녀가장과 장애인은 무료 투약합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약국에 붙여뒀습니다. 

구로라는 공간의 성격도 변하고 있고,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좋지 않습니다. 우리네약국을 버티게 한 약사들도 어느덧 정년을 앞두고 있어요. 그래서 이 공공성의 가치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도 존재합니다. 

이소희 현 대표약사는 이렇게 말했어요. “한편으로는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저희를 신뢰해 주시는 주민분들도 계시고, 꾸준히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저희는 그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저는 최근 대규모 창고형 약국에서 약과 영양제를 ‘쇼핑’하고 왔습니다. 약국보다는 편의점이나 드럭스토어에 가까운 공간이지요. 우리네약국 이야기를 보며 우리 사회 속 약국의 형태와 기능이 다양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는 임신중지약 국내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입법공백 기간 동안 여성들은 제도의 부재를 각개전투로 돌파해야 했는데요. 그러한 여성들을 돕는 국제 비영리 페미니스트 단체 ‘우먼헬프우먼(Women Help Women·WHW)’ 활동가가 지켜본 실태는 어땠을까요. 2014년 창립된 우먼헬프우먼은 그동안 언론 노출을 하지 않았는데, 최근 처음으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활동가 A씨는 정부가 우먼헬프우먼 등 임신중지를 돕는 해외 단체와 연결된 일부 웹사이트를 차단한 이후 상담 건수는 줄었다고 했어요. 그러면서도 이는 임신중지가 감소했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오히려 여성들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더 쉽게 노출되고 안전한 임신중지에 접근할 수 있는 장벽이 더 높아졌다. 검증되지 않은 경로로 유통되는 약물은 진위와 품질을 신뢰하기 어렵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상담을 요청한 여성 대부분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어요. 여성들이 경제적 어려움, 부모에 알려질 것을 걱정하는 두려움 탓에 임신중지권에 접근하기가 더 어려운 것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임신중지약은 한 알에 50만~60만원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우먼헬프우먼은 이보다 낮은 75유로(약 11만원) 정도의 기부금을 받거나 취약계층의 경우 무료로 지원하기도 합니다.

A씨는 특히 결혼 후 남편을 따라 지방으로 이주한 한 여성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임신을 원치 않았지만 남편의 강요로 임신을 유지해야 했고, 남편에게 상담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그는 매번 e메일을 삭제하며 상담을 이어갔다고 해요. 약물을 받은 뒤 출혈이 시작돼 병원으로 갔지만 그 이후 연락은 끊어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임신을 중지해야 하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스스로 임신중지를 결정하고, 전문가의 자문과 도움을 받아 안전한 방식으로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이 부재한 현실이요.  

그래서 A씨는 미프진을 도입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가장 시급한 것은 임신중지가 의료서비스로서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비용과 지역, 사회적 낙인 때문에 필요한 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접근성을 보장하는 제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신중지를 둘러싸고 한국 여성들이 겪는 현실은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에 맞춰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최근 ‘2026 여성발명왕EXPO’가 열렸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이 자리에서는 여성 발명가의 손을 거쳐 생활 속 불편을 발명으로 바꾼 제품들이 소개됐습니다.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불편함을 기술을 통해 개선한 아이디어와 섬세함이 돋보였어요. 

장소영씨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간병한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말하기 어렵고, 보호자나 의료진은 환자의 냄새를 맡거나 패드를 일일이 열어봐야 패드의 교체 시점을 알 수 있었는데요. 그는 오염 정도를 감지하는 초박형 인공지능(AI) 센서를 발명해, 패드 안에 부착된 센서가 오염 정도를 분석해 연동된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교체 시점을 알려줍니다. 

수유할 때 유두 주변 피부가 쓸리거나 갈라지는 통증을 줄여주기 위해 개발된 제품도 있습니다. 이것 역시 신유진씨의 출산 후 수유 경험에서 탄생했어요. 그는 “산후조리원에서 손수건을 도넛 모양으로 접어 수유할 때 사용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매번 직접 만들어야 해서 모양이 제각각인 데다 3~4시간마다 교체해야 해 번거로웠다”고 했어요. 시중에 비슷한 제품이 없어서 직접 개발에 나섰습니다. 

이밖에도 여성의 생활과 밀접한 제품들이 여럿 소개됐다고 합니다. 다만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고 해요. 신유진씨는 “심사위원 대부분이 남성이다 보니 여성들이 실제 겪는 불편을 이해받기까지 여러 차례 설명해야 했다”고 했어요.

장소영씨도 “기술 분야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와 거절을 당하는 등 노골적인 차별을 겪은 적이 많다. 여성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발명만큼 다양한 시선과 다양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또 있을까요? 여성 발명가들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이번 주에는 최민서 인턴기자가 청년 여성들의 노동기를 다룬 <아무도 나를 몰랐지만>을 소개합니다. '쉬었음 청년'의 이면 속 우리의 노동은 우리를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돌아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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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수경, <아무도 나를 몰랐지만>


제 첫 밥벌이는 스물한 살, 5호선 끝자락에 있는 독학 재수학원에서의 조교 아르바이트였습니다. 학생 관리라는 명목 하에 CCTV를 계속 들여다보고 칸막이 책상 사이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깨웠습니다. 혼자 8시간을 풀로 근무했고 휴식 시간도 없이 먼지 쌓인 창고에서 빠르게 밥을 먹어야 했습니다. 공부 관련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에겐 100만원짜리 학원 강의를 구매하도록 유도해야 했고요.


지금 돌아보면 이러한 일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지지만 그때는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빵집에서 폭언과 고강도 육체노동을 견뎠던 대학 동기도, “얼굴이 예쁘니 남자 고객을 불러와야 한다”는 말을 들은 친구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주어진 일 뒤에 뒤따라오는 모멸감이나 자괴감은 철저히 개인의 몫이었으니까요.


‘쉬었음 청년’ ‘MZ세대’라는 프레임과 달리 청년 여성들은 계속해서 일을 해왔습니다. 말 잘 듣는 어린 여성을 언제든 고용할 수 있는 일터에서 최대한의 노동력을 발휘했지만 아무도 그들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전수경 작가는 청년 여성 노동자 20명을 만나 그들의 노동 이야기를 기록해 <아무도 나를 몰랐지만>이라는 제목으로 엮어냈습니다.


책의 부제목 ‘이토록 무례한 일터에서 청년 여성은 어떻게 삭제되고 소멸되는가’에서 볼 수 있듯, 저자는 지워진 2030 세대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아이스크림 카페 아르바이트부터 도서관 계약직, 콜센터 직원, 스포츠센터 강사, 강아지 유치원 교사, 현장실습생 등 저자가 만난 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노동을 시작해 ‘알바’ ‘인턴’ ‘막내’ ‘기간제’로 불렸습니다.


“젊은 여성들이 일을 쉰 적은 없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로는 가지 못했고, 어떤 거친 일이라도 주어지면 해냈고 또 해내려 했지만 그 성과는 쉽게 무시되거나 부당하게 빼앗겨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름을 잃은 여성들은 분투하며 견뎌왔고 가난과 질병, 가부장제는 이들을 더 외롭게 만들었습니다.


참는 게 당연해진 사회에서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근무시간을 조정하려 한다면 잘리거나 그만두라는 압박을 받곤 합니다. 위험하고 부조리한 일들이 비일비재했지만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두 사람 몫의 일을 하느라 다친 몸조차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강아지 유치원 교사 수진, 돌봄 현장에서 일하다가 얻은 허리디스크를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활동지원사 혜진은 노동자를 기계 부품처럼 여기는 현장에서 몸과 마음이 갈려나가도 기댈 곳이 없었습니다.


저자는 젊은 여성들이 일하며 겪는 심리적인 고통도 주목해나갑니다. 젊고 어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주하게 되는 폭력적인 언어와 희롱성 발언들은 여성들을 취약한 존재로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대형 헤어숍 디자이너 다은은 나이가 많은 남성 고객에게 신체 접촉을 당하고 집 앞까지 찾아오는 일을 겪지만 매출을 올리려면 불가피한 일이라는 취급을 받습니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서연은 남성 스태프만큼의 몫을 해내지만 연차가 쌓여도 ‘커피를 타주는’ 막내 자리에만 머뭅니다. 한 개인을 노동자가 아닌 여성으로만 바라보는 탓에 차별과 멸시는 반복됩니다.


이렇게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청년 여성들은 참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동료를 위해 상사를 고발하거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분투합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저자는 “그들의 힘을 볼 수 있었다. 폭력이 난무하고 들숨에 모멸이 날숨에 혐오가 떠다니는 거칠고 험한 곳에서 일했어도 이 젊은 여성들이 마냥 당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고 말합니다.


책은 인터뷰뿐만 아니라 청년 여성의 노동에 대한 대담까지 담아냅니다. 대담에 참여한 여성들은 당사자이자 연대자로서 청년 여성이 직장에서 겪는 폭력이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갑니다. 여성들은 따돌림, 폭언, 성희롱, 차별, 무시 같은 폭력을 바로 알아챌 수 있지만 이를 문제삼기 어렵다며 해결책을 고민합니다. 여성 노동 문제로 지적되어 온 성희롱, 성폭력, 출산뿐만 아니라 임금 격차 같은 계급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책에서 만난 청년 여성들의 개별적인 이야기는 한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사건처럼 읽히지만은 않았습니다. 첫 아르바이트가 생각나기도 했고 유치원 교사의 노동 강도에 대한 기사나 <다음 소희>의 몇몇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여성 청년들을 만나기 전의 나였다면 윤서가 겪은 일들이 예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약자를 향한 폭력은 공기처럼 어디에나 있고 폭력 앞에서 무너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점점 더 자주 본다.”라는 말처럼 운이 나쁜 여성이 어쩌다 겪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겁니다.


사회 비판을 위한 소재로 이들의 이야기를 취하고 싶지 않았다던 저자는 섬세한 시선으로 이 책을 엮어나갔습니다. 아무도 몰랐던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저항의 방법 중 하나”라면, 이 책은 그 저항의 기록이자 서로의 이야기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오늘 레터들도 재밌게 봤어요. 플랫 인스타 구독자 2만 2천명 축하드려요!

👤 제 또다른 도시여자대피소는 플랫입니다

👤 시즌투 줘!! 박수함성 줘!!!🔥🔥🔥

👤 저출생위기대응방송단에서 제작한 건지는 몰랐네요 의외네

  
👀 From.Flat 

📣 다음 주 [여자, 언니, 선배들]을 기다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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