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1년은 마이어베어가 태어난 해임과 동시에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해이기도 합니다. 18세기 후반으로 일컬어지는 이맘때는 음악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로 평가받는데요. 이는 '오페라'라는 장르에서 발자취를 남긴 베버, 로시니와 같은 작곡가들의 탄생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19세기 초반에 활약했던 이 세대 작곡가들은 유럽에 오페라 붐을 가져온 것은 물론, 낭만주의라는 새로운 사조를 탄생시켰거든요. 그중 한 사람이었던 마이어베어는 독일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유대인이었어요. 은행가였던 외할아버지는 그에게 음악 공부를 하라며 30만 프랑을 쥐여줬고, 마이어베어는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죠✈️

자코모 마이어베어는 '그랜드 오페라'를 대표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랜드 오페라가 프랑스에서 유래한 것이다 보니 마이어베어를 프랑스인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가 프랑스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입니다. 마이어베어의 성공 비결을 꼽아보자면, 철저한 로비와 트렌디함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워낙에 부유했던 그는 자신의 음악을 세상에 내보이기 전에 언론 관계자들을 불러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고 전해집니다✨ 이것부터가 다른 작곡가들과 확연하게 다르죠?

게다가 점점 더 화려한 것을 원했던 당시 오페라의 주요 관객, 파리의 신흥 부르주아지 귀족을 타겟으로 한 것을 보아 그가 시장 분석에 능통했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어요. 그랜드 오페라 특성상 화려하고 값비싼 무대가 필요했고, 이를 실현할 마이어베어의 빵빵한 자본력은 곧 파리 전역에 그의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랜드 오페라의 또 다른 특징이라 함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비극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오늘 소개할 작품 <위그노 교도> 역시 🔗성 바르톨로메오 대학살이라는 실제 사건에 기반한 작품입니다.

1575년 일어난 성 바르톨로메오 대학살은 카톨릭 신자들이 개신교의 영향력을 없애기 위해 천 명이 넘는 위그노 교도를 학살한 사건이에요. 마이어베어는 종교적 갈등을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무대 세트를 기획했다고 해요.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의 교회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임에도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점이 참 신기하죠?🙂 마이어베어의 그랜드 오페라 정체성을 확립해준 이 작품에는 주인공만 총 7명이 등장한답니다.

💡 하나 더! 아무리 그랜드 오페라가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고는 해도, 이를 토대로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절대! 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랜드 오페라는 사료에 기반한 '객관적' 사실을 보여주기보다는, 시대가 요구하던 영웅을 등장시키는 등 민족심을 고취할 수 있게끔 설계하거든요. 이렇게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을 다 뽑아 넣은 덕분인지 <위그노 교도>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무려 천 번 이상 상연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