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미국 컬럼비아 대학 부설의 ‘저널리즘과 트라우마’를 연구하는 비영리 기관인 ‘다트 센터(Dart Center for Journalism and Trauma)’ 홈페이지에 ‘영국 힐즈버러 참사1) 생존자가 한국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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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국 힐즈버러 참사는 1989년 4월 15일 영국 프로축구 리버풀 FC와 노팅엄 포레스트의 준결승전이 열린 셰필즈 힐즈버러 경기장에서 리버풀 팬 96명이 숨지고 766명이 다친 사건이다. (참사로 뇌를 다쳤던 한 피해자가 2021년 숨지면서 현재 공식적인 희생자수는 97명이다.) 발생 초기 경찰은 책임을 원정 응원 온 과격한 리버풀 팬들의 탓으로만 돌렸으나, 이후 유족들의 끈질긴 노력과 고든 브라운 내각의 문화언론체육부 장관이었던 앤디 번햄 등 일부 정치인들의 노력으로 2012년 힐즈버러 독립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고, 리버풀 성공회 주교를 위원장으로 인권변호사, 탐사보도기자, 의사, 범죄학 전문가, 전직 국가문서기록관장 등이 조사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재조사가 시작됐다. 그 결과, 경기가 시작되고도 관중들이 다 입장하지 못하자 경찰서장이 출입문 개방을 지시했고 관중이 쏟아져 들어가면서 이미 관람석에 있던 관중들이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경찰 진술서 164건이 변조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2016년 법원은 “힐즈버러 참사 책임은 경찰과 응급구조대, 셰필드 웬즈데이 축구팀에 있다.”고 판결했으며, 구조가 더 빨리 됐다면 41명은 살릴 수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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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트센터 홈페이지 (Dart Center for Journalism & Trau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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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쓴 사람은 영국의 사회학자 앤 에어 박사. 편지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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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같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가족들에게 보내주신 편지 굉장히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어떻게 편지를 쓰실 생각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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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서 제가 겪었던 재난이 떠올랐습니다. 그러한 재난을 경험하면 처음 며칠, 그리고 이어지는 몇 주 무엇을 경험하게 되는지, 얼마나 힘든지 너무 잘 압니다. 그래서 희생자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하면서 혹시 도움이 된다면 제 경험을 공유해드리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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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즈버러 참사 당시 앤 에어 박사는 ‘종교의 사회학’으로 이제 막 박사가 된 상황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교회를 다닐까, 왜 종교를 믿을까 하는 화두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재난을 겪은 이후 트라우마를 심하게 겪었고, 재난은 왜 일어나는지, 재난은 예방할 수 없는지 하는 재난 관리 분야 가운데서도 특히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재난의 심리사회적 충격을 어떻게 관리하고 지원해야 하는 지를 연구하는 쪽으로 인생의 경로가 바뀌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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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힐즈버러 참사는 34년이 지났지만 시간이 얼마가 지난다 해도 당시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경험 공유해 주시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어떤 얘기를 전하고 싶으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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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재난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일상생활 중에 이태원 참사나 힐즈버러 참사처럼 갑자기 예고 없이 옆에 같이 있던 누군가가 숨지는 상황을 겪게 되면 처음에는 이 상황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쇼크가 와서 이것이 진짜 일어난 일인지 아닌지를 받아들이기 조차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이 며칠 갈 수도 있고 몇 달이나 몇 년을 가기도 합니다. 저만해도 힐즈버러 참사 당시 내가 겪은 게 무슨 일인지 이해하는데 사흘 정도가 걸렸습니다.
이렇게 쇼크가 온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뇌가 무감각하게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우리 몸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몇 주, 몇 달, 몇 년에 걸쳐 관련된 정보를 살펴보면서 진실된 대답 즉,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쇼크로 시작해 불신, 회피 같은 강한 감정들이 몸에 영향을 미쳐 잠도 못 자고 밥도 안 먹히고, 굉장히 화가 나거나 굉장히 피곤하거나, 혹은 다시 그 일이 일어날까 불안해지거나 내 탓이라고 여기는 ‘생존자의 죄책감’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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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사회학자 앤 에어 박사와 이정애 SBS미래팀장과의 인터뷰/ 지난 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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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생존자 죄책감’은 굉장히 고통스럽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재난 이후 이겨내야 했던 것 가운데 ‘생존자 죄책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여러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요. ‘내가 그 상황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부터 ‘옆에 있던 그 사람을 도와야 했다’는 생각까지 전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자기 자신을 탓하게 되는 것입니다.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네 탓이 아니라고 얘기해 주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상 화가 나 있거나 불안을 느끼는 것도 자신이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생존자 죄책감’의 증상입니다. 또 현장에 있지 않았던 친구나 가족, 혹은 그날 거기에 가려다 가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생존자 죄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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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알고, 자신이 느끼는 증상에 대해 얘기하고, 실제 자기 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게 도움이 됩니다. 제 편지에서도 꼭 전하고 싶었던 것 가운데 하나가 “당신의 탓이 아닙니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책하지 마세요. 정말로 당신 탓이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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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태원 참사의 경우 언론사로서 어떤 영상을 보여줄 것인지, 모자이크를 어느 정도 할 것인지 어떤 영상은 보여주지 않을 것인지를 초기부터 고민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속보가 막 들어오는 초기에는 언론사도 이게 어떤 상황인지 잘 파악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요. 무엇을 주의하는 것이 가장 필요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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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입니다. 질문이나 접근에 (트라우마 관련) 감수성을 가지고 계신 것에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언론이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재난의 단계에 따라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처음 발생했을 때는 미디어가 생중계로 상황을 최대한 많이 다뤄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재난관리 관련 전문가들이나 관련 기관, 응급구조요원들도 초기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상황을 인지하고 파악합니다. 그래서 초기는 가능하면 빨리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상황을 다뤄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이후 상황은 모자이크 등 세부적인 이슈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미리 세워져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저희가 가지고 있는 기준은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혹은 ‘희생자는 보여주지 않는다’ 등인데요. 한번 출고된 이미지나 영상은 후에도 계속 공유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어떤 영상과 이미지를 노출시킬 것인지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힐즈버러 참사의 경우 스포츠 경기라서 당시 라이브로 중계가 되고 있었는데, 그 이후 영국에서는 힐즈버러 참사 관련 기사를 쓸 때 이제는 재난 현장은 보여주지 않고 추모 현장만 보여주기로 결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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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축구클럽 내 힐즈버러 참사 추모비 ⓒ 켄 비그스(Ken Big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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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이태원 참사는 언론들이 처음으로 무엇을 다루지 말아야 할지를 정한 재난 보도였습니다. 예를 들면 SBS의 경우 자극적인 영상은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하고, 꼭 사용해야 할 경우가 아니면 현장음도 제거했습니다. CPR 등 사고 직후의 구조 화면도 사용을 자제하고 부득이 써야 할 경우 강하게 모자이크 처리하고 정지 화면을 쓰기로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보도하면서 방송사들이 참사가 일어난 특정 골목이 아닌 구조요원들의 모습을 대형 화면에 주로 걸었던 것도 사건의 실체는 다루되 제2, 제3의 피해는 줄이기 위해 결정한 사안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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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2022년 10월 30일 8뉴스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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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태원 참사의 경우 또 하나 저희가 고민했던 부분은 ‘이태원 참사’라고 불러야 하는지, 혹은 ’10.29 참사’라고 불러야 하는지 관련이었는데요. 혹시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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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질문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상황에 따라 뭐라고 부를지는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유지나 상업지구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자기네 지역이 참사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사건에 특정 브랜드나 로고가 붙으면서 회복에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맨체스터 경기장 테러의 경우 #맨체스터투게더 라든지 그렌펠 화재의 경우 #그렌펠회복 같은 브랜딩이 붙으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완전 다른 의미를 가져온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이 명칭을 정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 그러한 질문을 던지면서 생존자, 유족, 커뮤니티 등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일관된 답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부르고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보도하는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고 책임감 있게 대처하는 게 중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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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편지에 특히 초기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언급하셨는데요. 이번 참사의 경우 주요 언론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보도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럼에도 소셜미디어에는 많은 부정적인 비난들도 많았습니다. 또 공개적인 애도를 원한 가족들이 반 정도밖에 안 되는 상황이다 보니, 초기에 필요하다고 하신 사회적 지지를 제대로 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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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참 잔인할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재난 상황에 잔인한 댓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댓글을 보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떤 재난이든 공개적으로 애도를 표해주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고, 사적으로 비공개적으로 추모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들의 결정을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가 장례식을 다뤄 주기를 원하는지, 희생자가 어떻게 언급되기를 원하는지, 어떤 사진이 사용되기를 원하는지, 혹은 전혀 다뤄지지 않기를 원하는지를 가족들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힐즈버러 참사의 경우에도 30년이 지날 때까지는 말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사람들 중에 30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준비가 되어 있는지, 말하고자 하는지 그들이 느끼기에 안전과 지지가 충분하다고 느끼는지가 중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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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언론의 입장에서 또 조심스러운 부분 가운데 하나는 참사현상에서 유족들이나 생존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묻는 것이 괜찮은지 혹시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인데요.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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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도 굉장히 좋은 질문입니다. 딜레마 상황인 것은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언제, 어디서, 그리고 왜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정보를 제대로 공유해 주고 그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으면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뒤 설명 없이 갑자기 얘기해 달라고 하는 방식이나 그런 일이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것은 좋은 방식이 아닙니다. 미리 설명하고 주변환경도 고려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예를 들면 다른 사람들에 둘러싸이지 않은 상황에서, 질문도 미리 알려주고, 질문을 하는 이유와 어떻게 보도될 것인지를 알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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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재난의 생존자나 유족 가운데서도 말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유족이나 생존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그들의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말하는 것이 항상 나쁘거나 재경험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선택하게 하는 것, 그들에게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도 같은 사람이 여러 언론에 너무 자주 노출되는 것은 그 사람에게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려 깊은 언론인이라면 그것이 그 사람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경우에는 언론인이 판단해서 그 사람에게 그러한 역할을 그만 시키는 게 좋겠다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리하면 왜 질문을 하려 하는지, 어떻게 질문하려 하는지, 그들에게 선택의 기회가 있는지, 우리에게 그게 꼭 필요한지, 안전한지 등을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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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관중들이 경기를 앞두고 힐즈버러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희생자 수인 97을 표시 / 2022년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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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박사님께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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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관심을 가져주고 들어주고, 내가 얘기하고 싶을 때 관심을 가져준 사람들이 가장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저도 제 감정에 대해 제가 느낀 반응들에 대해 이해하고 싶어 재난과 트라우마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된 것인데요. 이렇게 관련해서 뭔가를 할 수 있게 된 것, 제가 이렇게 재난 관리 전문가로 제 커리어를 바꾸게 된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족들에게 편지를 씀으로써 그들을 돕고, 416재단의 세월호 유가족들과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 온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비슷한 참사를 겪은 사람들끼리 느끼는 연대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저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관심 가져주는 언론인과 얘기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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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즈버러 참사 생존자, 영국의 사회학자 앤 에어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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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태원 참사 유족과 생존자들이 많이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는데요. 혹시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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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고통스러울지, 100일이 지나도 마치 하루 밖에 안 된 것처럼 힘드시지는 않은지 걱정입니다. 힐즈버러 참사도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습니다. 저에게 도움이 된 것은 잊히지 않게 계속 얘기한 것입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들, 옆에서 같이 캠페인을 해줄 사람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도와줄 언론인들과 함께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겉으로 잘 드러내진 않아도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마세요. 변화는 시간은 걸려도 반드시 옵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그 과정을 같이 하는, 같이 싸우는 사람들 덕에 이뤄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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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영국에서는 힐즈버러 사건이 발생한지 34년만에, 경찰청장협의회와 경찰대학이 공동 성명을 통해 “경찰이 힐즈버러 참사 때 크게 잘못했으며 깊이 사과한다.”고 밝히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윤리 규정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형사 소송을 앞두고 이뤄진 꼼수라는 비난도 있고 너무 오랜시간 걸렸다는 비판도 있지만 마침내 경찰이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는 면에서는 의미가 있는 행보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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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는 지난 1991년 ‘재난 행동(Disaster Action)’이라는 단체가 설립돼 영국에서 발생한 30개 재난의 유족과 생존자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동료로서 연대해 같이 법적, 문화적인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재난 관련 비상대책을 세우는 일부터 생존자를 보도하는 언론의 관행을 바꾸는 일, 그리고 사회가 트라우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일까지를 하고 있는데요.
‘집단 신념(Collective Conviction)’이라는 이 책이 바로 앤 에어 박사와 그 동료가 지금까지 유족과 생존자들이 어떻게 서로 도와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소개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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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는 그 연대가 영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앤 에어 박사는 이러한 확장이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재난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면에서는 고통스럽지만 같은 경험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역, 문화를 넘어 연결되고 연대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큰 용기를 얻게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세월호 유가족들과 힐즈버러 참사의 생존자들이 만난 것이나 지난해 인도네시아 축구장에서 참사가 발생했을 때 영국의 '재난 행동' 멤버들이 바로 그들과 연결해 도와준 사례 같은 비공식적이고 자발적인 연대의 움직임이 결국 우리 모두를 치유해 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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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다이어리는 SDF 참가자 중 수신 동의하신 분들과 SDF 다이어리를 구독한 분들께 발송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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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 기자 :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이승재 기자 : 5년 뒤, 10년 뒤에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조금이라도 엿보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찾아보고 여기저기에 물어보고 있습니다. 2004년에 입사해서 정치와 사건사고 기사를 주로 썼습니다. 급성 백혈병을 앓아서 휴직을 했다가 최근에 미래팀으로 복직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백혈병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김민정 기자 : 알아주는 SF 덕후입니다. 디지털 기기의 노예의 하나로 살아가고 있으며 기술의 변화가 인간의 뇌와 내면, 그리고 사회 제도에 끼치는 영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미래팀에서 구독자님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2014년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해 그동안 사건, 법조, 교육, 탐사보도부, 정당, 통일·외교 분야의 건조한 기사를 주로 썼습니다.
최예진 작가 : 시사, 뉴스, 선거 방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경험했고 2018년부터 D포럼을 기획‧구성하고 있습니다. 지식 포럼을 조금 더 대중 친화적으로, '가까이 와닿는' 포럼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최성락 피디 : 오늘에 안주하지 말고 내일을 요리하자! SDF의 도전에 깊은 맛을 불어넣고있는 PD입니다.
최유진 작가 :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 많은 작가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끼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SBS D 포럼을 만들며 배워나가는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유익한 콘텐츠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박준석 프로그램 매니저 : 다양성, 꿈, 데이터, 민주주의, 존엄성을 화두로 깨어있는 개인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SBS D포럼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팀원들과 함께 행복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SBS D포럼이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으로 한걸음씩 잘 진화해 나가기를 기원하고 있으며, 특히 글로벌하게도 그 선한 영향력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세종 촬영감독 : 현재 SDF 팀의 촬영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협업을 중요시하는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신소희 아트디렉터 : SDF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공감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제 손이 닿은 곳에서도 공감과 에너지가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송현주 마케터 : SDF의 SNS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채널과 콘텐츠로 더 많은 분들과 함께 SDF의 지식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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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담대한 도전 SBS SDF │ sdf@sbs.co.kr
서울시 양천구 목동서로 161 SBS방송센터 보도본부 논설위원실 미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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