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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문화 답사기/ [다큐멘터리] 윈터 온 파이어: 우크라이나의 자유 투쟁

위드코로나 이후 신작 영화들이 빠르게 개봉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저를 영화에 빠져들게 한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바로 <매트릭스: 레져렉션>이에요. 메트릭스 시리즈 중 첫번째 편에서 굉장히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어요. 주인공이 두 개의 알약을 앞에 두고 선택하는 장면이에요. 어느 알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주인공의 운명이 완전히 바뀌게 되죠. 오늘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선택과 연관이 있어요.

마치 세계는 지금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곳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어요. 며칠 전 중국은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일대일로 사업을 아세안 회원국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이에 발 맞추어, 미국은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ing Back Better World, B3W)을 발표했죠. B3W의 프로젝트가 수행될 지역은 아프리카 국가들이에요. 이로 인해서, 아세안 회원국들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둘 중 누구와 동맹 관계를 공고히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지가 놓여진듯 하죠.

출처: 국민일보. 4200조 ‘일대일로’ vs 4경4640조 ‘B3W’… 中-G7 머니게임(2021.6.15)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것은 아세안과 아프리카에만 해당되지 않아요. 국제기구도 둘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지 갈등하게 되었죠. 중국의 국제기구 기여금 규모는 일본을 재치고 미국 다음으로 올라왔어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기간 동안 파리 기후변화 협약 탈퇴,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검토 등 다자주의 외교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진 틈을 타서 중국의 영향력은 빠르게 성장한 것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아세안, 아프리카연합, NATO 등과 동맹 관계를 다시 복구하는 동시에 글로벌 의제(기후변화, 코로나19와 보건안보)를 해결하기 위해서 앞장서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다자주의 외교의 전략수단으로 꼽히는 ‘B3W’와 ‘일대일로’를 통해서 미-중이 무엇을 중심으로 경쟁구도를 형성하는지 알아보고자 해요. 또한, 왜 미-중이 ‘다자주의 외교’에 집중하는지에 관해 얘기해볼게요.

1) 중국과 아세안

먼저, 중국이 왜 지금 아세안 국가들을 위한 일대일로 구상을 발표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첫 번째, 일대일로는 중국의 다자주의 외교를 확대하는 수단이에요. 일대일로를 소개한 개요자료에 따르면, “일대일로의 목적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대륙들을 육지와 해상을 통해 원활하게 연결하는 것”이라고 해요.

출처: 연합뉴스. [그래픽] 중국 육상, 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2019.3.24)

다자주의(Multilaterlism)의 정의

로버트 코헤인(1990)

특별합의나 제도에 의해 3개 또는 그 이상의 국가집단에서 조정된 국가 정책들의 관행

두 번째 이유는 중국의 다자주의 외교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어요. 중국의 다자주의 외교는 1954년 제네바 회의에 저우언라이 총리를 단장으로 한 중국 외교대표단이 참석하며 시작되었어요. 1960년대 중국-소련 분쟁이 발생 후 중국은 ‘신중간지대론’을 바탕으로 아시아 및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과 다자협력 강화를 도모해요. 그 후 덩샤오핑의 개혁과 개방, 장쩌민 시대 미국의 다자외교에 대응하기 위한 다자주의 외교 전략 보강, 후진타오의 중국 위협론에 대응한 아시아 중심의 외교를 거쳐서 시진핑 지도부의 일대일로 중심의 다자외교가 완성되었어요.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기둥 중 하나로 중국의 다자개발은행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가 있지요.

출처: 김한권(2020). *저자 재구성

중국의 다자주의 외교의 역사를 통해서 살펴보면 이미 중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협력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발판을 마련하고 있었어요. 미국이 유럽, 일본, 한국 등과 동맹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면서,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요.

그래서 중국은 미국이 국제기구 및 국제협약(예: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 재가입 하면서 국제사회의 핵심의제를 이끌어가는 리더로 재등장 한 것에 위협을 느끼고 지리적으로 밀접한 아세안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게 되었어요.

2) 미국과 아프리카

“(미국은) 과거의 산물인 전쟁에 집중하기보다, 우리 공동의 미래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판데믹을 종식 시키고,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며, 국제 사회의 패권의 변화에 대응할 것이며, 무역, 사이버와 신기술 및 오늘 우리가 마주한 테러의 위험과 같은 전 세계의 주요 이슈들에 대한 질서를 구축할 것입니다. (중략) 그리고 미국은 인도-태평양 등 지역들 및 UN과 같은 다자기구를 통해 우리의 우방들과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해내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문제들에 적극 대응할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연설문을 통해서 아주 명확하게 미국은 UN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동시에 우방국가들과 기술분야부터 기후변화, 코로나19 이슈를 함께 해결하겠다고 말했어요.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연설문에서 “신기술 분야의 협력은 민주주의 파트너(Democratic partners)와 함께 할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중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했죠.

게다가 미국이 B3W를 통해서 아프리카에 초점을 맞춘 것은 2021년 G7정상회담 선언문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기도 해요. G7 정상회담 선언문의 제목이 “더 나은 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의 행동에 대한 우리 공동의 의제(Our Shared Agenda for Global Action to Build Back Better)”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B3W 이니셔티브는 G7정상회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죠. G7정상회담도 민주주의, 자유, 평등, 법치주의와 인권존중을 ‘우리의 가치(our values)’라고 명시하고 있어요. 즉, 중국의 정치제도가 보장하지 못하는 것들을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은 수호할 수 있으며,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민주주의라는 이념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결국 미국의 B3W와 중국의 일대일로는 단순히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개발을 통해 개발도상국 시장과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전략이 아니라 미-중의 핵심 가치를 두고 벌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냉전이라고 볼 수 있어요.

중국: 우리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만들건데?

G7 정상회의와 제76차 UN총회를 통해서 미국이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중국을 완전하게 배제하겠다는 의지에 대하여 시진핑 국가주석은 제76차 UN총회 연설문에서 “민주주의는 개별 국가들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권리가 아니라, 전 세계 국가의 인민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라고 말하며 민주주의는 보편적인 권리라는 점을 강조했어요.

또한, 2021년 12월 4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 민주주의 백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는 민주주의 과잉, 성급하게 실행되는 민주주의 및 민주성의 결여와 민주주의 쇠퇴를 마주했다고 말해요. 그래서 중국은 기존의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가치 및 중국의 특징을 반영한 새로운 민주주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어요.

중국의 이런 주장은 서방 국가들이 제시한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각 개별 국가들에게 적합한 민주주의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죠. 중국 민주주의 백서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고, 민주주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도 매우 다양하다고 보여주고 있어요. 왜냐하면 각 국가들의 문화, 역사, 국가의 환경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상황에 적합한 민주주의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죠. 그러므로 중국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미국이 제시하는 민주주의의 범위는 매우 편협하다고 해석할 수 있어요.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주장은 수용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요. 먼저 미국이 주장하는 민주주의는 경제적 개방과 협력이에요. 중국의 강력한 내수 시장보호 조치는 많은 해외 기업들의 투자 실패로 이어졌어요. 심지어 온라인 플랫폼인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은 중국에서 접근이 불가능하죠. 미국이 중국에게 바라는 개방적인 협력은 단순히 외국인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접근도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것이죠. 그러나 중국은 미국에게 온라인 검색 플랫폼 개방 뿐만 아니라 기술적 우위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미국에 더욱 배타적인 태도를 취할 거예요.

민주주의와 기술의 만남

미-중 민주주의 갈등의 핵심은 미래 산업에 관련된 기술이에요. 특히 기후변화, 미래산업(인공지능, IoT, 전기자동차 등)에 대한 미-중 기술경쟁의 심화는 이미 예견된 결과예요. 아래 표는 미국의 2022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우선분야와 중국의 9대 전략적 신흥산업 및 세부분야예요. 큰 틀에서 보면 미-중은 의료, 에너지, 인공지능 등 미래 첨단산업에 관련된 기술에 투자를 확대할 것을 알 수 있어요.

미국과 중국의 미래 핵심기술 투자 분야

출처: (미국) 글로벌 과학기술정책서비스(2020.8.14), (중국) 2021년 중국 산업개관(2021.9.1) *저자 재구성

그러나 미-중은 두 국가의 기술격차를 넓히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민주주의 혹은 중국식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형성된 다자주의 외교를 통해서 국제사회의 공통의제를 해결하는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이 상황의 핵심이에요.

그리고 이 성과를 만들기 위해, 미국은 B3W를 통해서 아프리카의 인프라를 개선하고, 기후변화, 보건안보 문제를 해결해야해요.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기반해 약화시킨 국제기구와 파트너십도 회복하고,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 이슈까지 해결해야하는 등 많은 과제들을 마주한 상황이죠.

한편, 미국이 UN총회 연설문을 통해서 민주주의 국가들과 미래 기술분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기에, 중국은 미국이 구축한 다자외교 시스템 대신 중국 중심의 독자적인 다자외교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야 돼요. 게다가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인프라를 빼앗는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는 일대일로에 대한 이미지 변화와 더불어 기후변화와 코로나19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일대일로라는 것을 아시아 지역에서 증명해야해요. 

빨간약을 선택할래? 아니면 파란약을 선택할래?

메트릭스의 주인공은 빨간색 알약과 파란색 알약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둘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상반된 결과를 만들어 내게 되지요.

이제 세계는 두 개의 알약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죠. 하나는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의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세계의 질서를 구축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세워진 세계입니다. 민주주의라는 이념 하에 펼쳐지는 새로운 다자주의의 시대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빨간색과 파란색 알약 중 우리의 선택은 과연...?(광고 후 공개됩니다...?!)

세 줄 요약

참고문헌

보고서 및 논문

김한권. (2020). 시진핑 시기 중국 다자우의 외교의 변화: UN전문기구의 사례를 중심으로. IFANS주요국제문제분석 2020-04: 1-30

이숙종. (2021). G7에서 D10으로: 미중경쟁과 다자질서 내 체제경쟁의 복합성. EAI 이슈브리핑

KIEP 북경사무소(2017).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 현황 및 평가와 전망. KIEP 북경사무소 브리핑

웹사이트

글로벌 과학기술정책정보 서비스 (2020.8.14) 미국, 2022년도 정부 R&D예산 우선분야 제시 출처: 링크

아시아경제 (2021.11.21) 입김 세지는 中, 국제기구 기여금 규모 日 제치고 세계 2위로 출처: 링크

주재우 (2021.5.31) [주재우의 프리즘] 같은 듯 다르다..바이든과 시진핑의 다자주의 출처: 링크

BRI(Belt and Road Initiative) (2021.12.9) Belt and Road Initiative 출처: 링크

G7 (2021.6.13) Our Shared Agenda for Global Action to Build Back Better 출처: 링크

Joseph S. Nye, JR. (2021.12.6) What Really Matters in the Sino-American Competition? 출처: 링크

Kemal Dervis. (2021.9.8) Biden’s Two Types of Multilateralism 출처: 링크

KOTRA 해외시장뉴스 (2021.9.1) 2021년 중국 산업개관 출처: 링크

Nikkei Asia (2021.9.22) Xi Jinping's full speech at the U.N.'s 76th General Assembly 출처: 링크

The White House (2021.9.21) Remarks by President Biden Before the 76th Session of the Uninted Nations General Assembly 출처: 링크

Xuinhua net. (2021.12.4) Full Text: China: Democracy That Works 출처: 링크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져야 하는 기회, 자유, 표현 등을 보장하는 정치 시스템입니다. 현재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은 과거 우리나라가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피와 눈물을 흘렸는지 보여주는 사례예요. 그런데 2013년 중앙아시아에서도 민권운동이 있었다는 것을 아시나요? 우크라이나의 자유 투쟁에 관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윈터 온 파이어: 우크라이나의 자유 투쟁’을 소개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2013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유로마이단 시위를 보여줍니다. 인권 억압, 권력남용, 정부의 부패에 대응하기 위해 한 명의 학생이 시작한 평화시위가 93일간에 걸쳐 군경과 민간인들 사이의 투쟁으로 변해가는 배경과 과정을 보여줍니다. 평화를 위해서 책과 연필 대신 총을 손에 쥔 학생들, 군경의 진압을 눈앞에 두고 어머니께 마지막 작별인사를 전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을 위해 거리에 나섰던 학생분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민주화와 자유는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윈터 온 파이어: 우크라이나의 자유 투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