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8 August 20, 2024
이번 주 SPREAD by B(스프비)에서는 흙에 은을 덮어 영롱한 빛을 발산하는 그릇과 오브제를 빚는 이혜미 세라미스트를 만났습니다. 블루 스티치 라인, 골드 림 시리즈, 진주 시리즈에 이어 최근 실버 라인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혜미 세라미스트의 집이자 작업실에 초대받았는데요. 공간 곳곳에 놓인 그의 작품을 보니 개인적으로 하나쯤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특히 유튜브 콘텐츠 '요정재형'에서 아티스트 정재형이 소개하기도 했던 이혜미 세라미스트의 실버 라인 그릇은 소장 욕구를 자극합니다. 이 그릇 하나만으로도 식탁이 마치 유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
|
이혜미 세라미스트는 도예 작업에서 상상하는 과정이 가장 흥미롭다고 말합니다. 작품 크기, 가마의 사이즈, 수축률 등 도예가 지닌 한계로 인해 완벽한 컨트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상을 통해 작업의 결과를 즐기며 기대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죠. 작업 후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상상하며 즐겼던 과정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과정은 모든 창작 단계에서 중요하다고 덧붙입니다. 실제로 만난 이혜미 세라미스트는 시그너처 '실버 라인'의 밝은 은빛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작업자이자, 주변의 모든 것에서 배울 점을 찾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아티스트였는데요. 이혜미 세라미스트가 소개하는 다섯 인물과 브랜드를 함께 만나보세요.
|
|
WHAT BRANDS INFLUENCED YOU THE MOST? |
|
브랜드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을 채워준 '매거진 <B>'
|
|
매거진 <B>가 창간된 2011년, 저는 20대 중후반으로 브랜드에 관심이 많던 시기였습니다. 외국 잡지들, 특히 '모노클 Monocle'을 즐겨 읽으며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던 차에, 매거진 <B>가 등장해 정말 반가웠죠. 한글로 읽을 수 있어 더 재밌게 느껴졌나 봅니다(웃음). 매거진 <B>는 브랜드의 철학과 애정을 전달하면서 점점 그 브랜드를 사랑하게 만들어요. 특히 저와 같은 작업자들과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고민 지점이 비슷해서 흥미로웠죠. 당시 작업하면서 매거진 <B> 팟캐스트를 자주 들었는데, 조수용 발행인이 직접 출연해 브랜드에 대해 정성스럽게 설명해 주는 부분이 진심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도 매거진 <B>를 잘 읽고 있지만, 특히 그 시기에 제 삶의 길잡이가 되어주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슈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 Astier de Villatte'인데요. '점성술을 쓴다', '화산재로 만든다' 같은 소문이 무성했던 브랜드를 매거진 <B>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차분히 설명해 주었고, 왜 대중이 이 브랜드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
|
소신 있는 철학으로 세계적 출판사가 된 '파이돈'
|
|
학창 시절, 시간이 남을 때마다 광화문 교보문고의 외국 서적 코너를 자주 방문했어요.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펼치면, 표지에 항상 '파이돈 Phaidon'이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파이돈을 접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 출판사가 예술, 문화, 디자인, 건축뿐만 아니라 동화책, 라이프스타일, 요리 관련 서적 등 다양한 주제를 방대하게 다룬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인터넷 정보가 넘쳐나지 않던 시절이라, 파이돈의 책을 통해 실물로 보기 힘든 작품들을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잘 몰랐던 외국 작가들도 많이 알게 되었어요. 파이돈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 책을 만들었더라면 지금의 위치에 오기 어려웠을 거예요. 마이너부터 메이저까지 대중에게 여러 분야를 소신 있게 알리려는 브랜드 철학이 굳건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죠.
|
|
진정한 작가의 자세를 가르쳐준 '알레산드로 멘디니'
|
|
과거에 디자인계의 거장인 알레산드로 멘디니 Alessandro Mendini 선생님과 작업할 기회를 가졌던 것은 제게 큰 영광이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작가로서 지녀야 할 '겸손, 배려, 성실'의 가치를 깊이 배울 수 있었죠. 선생님은 제 작품 속 한국적인 정서를 존중해 주셨고, 그 말씀 속에는 항상 진심 어린 겸손이 담겨 있었습니다. 어떤 질문에도 성실하게 대답해 주셨고, 배려가 가득한 말투로 소통하셨죠.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메일로 직접 그린 트리를 담은 카드를 보내주신 것도 정말 다정하게 느껴졌어요. 멘디니 선생님의 한결같은 태도를 보며, 작가로서 배려심과 성실함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최종 꿈은 나이가 들어도 손으로 무언가를 계속 작업하는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것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멘디니 선생님은 제 꿈에 가장 가까운 분이셨습니다. 2019년 작고하시기 전까지도 선생님은 끊임없이 창작을 이어가며 주변에 다정함과 지혜를 나누셨으니까요.
|
|
중고등학교 시절, 저는 라디오 키즈였어요. 특히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진행하는 라디오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죠. 당시 라디오를 듣는 사람이 많았던 만큼, 저에게 라디오는 친구 같은 존재였어요. 자주 들었던 심야 라디오의 DJ들은 청취자와 진심으로 교감하며 때로는, 센스 있고 세련된 유머로 웃음을 주었는데, 그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헤드셋을 끼고 집중해서 들었을 때 DJ와 단둘이 있는 듯한 느낌이 주는 만족감이 있었죠. 사연을 자주 보내진 않았지만, 공감되는 사연을 들을 때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하며 위로받았습니다. 그 시절의 라디오는 저에게 감성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고, 지금도 팟캐스트로 예전 라디오를 찾아 들으며 그 시절의 기억을 많이 떠올립니다.
|
|
책임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국립중앙박물관'
|
|
자주 가는 갤러리나 박물관 중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저는 항상 국립중앙박물관을 꼽아요. 제 작업이 주로 '시간의 축적'과 '시간성'을 키워드로 삼기 때문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특히 신안해저선에서 발견된 유물을 주제로 한 전시가 인상 깊었는데요. 교역선이었던 신안해저 유물선에서는 우리나라 유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의 유물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바다 깊은 곳에서 오랜 시간을 견디며 올라온 도자기들의 아름다움은 상상을 초월하고, 우리 선조들이 이런 아름다운 기물을 향유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박물관을 다녀오면 현재를 더 잘 살아야겠다는 책임감과 미래 세대에 감동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은 저에게 박물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
|
이혜미 세라미스트가 당신에게 전하는 단 하나의 질문
|
|
"여러분은 현재 삶에서 좋아하는 일을 곁에 두고 있나요?" 그 일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한두 가지씩 곁에 두고 있는지 묻고 싶었어요. 그게 무엇이 되었든 힘들 때 한 번씩 들춰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거든요. 미소 지을 수 있는 무언가를 꼭 곁에 두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
|
이혜미 세라미스트와의 인터뷰는 아래 영상에서 전체 내용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
💌 이혜미 세라미스트가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현재 삶에서 좋아하는 일을 곁에 두고 있나요?"
움직이는 아이콘을 눌러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 이번 주 금요일에는
전설적인 아트북 출판사 '슈타이들'을 다룬
스페셜 레터로 한 번 더 찾아오겠습니다.
|
|
© 2024 B MEDIA COMPANY
Magazine B
35 Daesagwan-Ro
Yongsan-Gu, Seoul, Korea, 04401
구독 취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