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줄리 앤 줄리아 보셨나요? 

처음 브랜드화된 수입 식료품점의 개념이 백화점에서 정착했다면, 요즘 뜨고 있는 기획형 식료품점이 일상에 스밀 수 있었던 계기는 보마켓에서 시작됩니다. 남산 맨션 1층에서 미제 슈퍼 콘셉트으로 시작한 보마켓은 마비스 치약부터 메뉴로 시리얼 한 그릇도 판매하는 생활 식료품·잡화점으로 시작됐습니다. 온라인으로 생활잡화를 쉽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고 직구로 못 구하는 상품이 없는 요즘이지만 처음부터 생활 밀착형 동네 플랫폼을 표방한 보마켓은 동네 주민들이 오고 가며 생활용품을 구매하기도, 가볍게 끼니를 해결하기도 하는 동네 사랑방 같은 친근한 장소입니다. 2호점으로 경리단 주공아파트 앞 상가에 자리를 잡으며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보마켓은 베이커리, 브런치 메뉴를 추가하고 MD 구성을 확장하여 동네의 작은 식료품점이 아닌 많은 이들이 굳이 찾아오는 힙한 공간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이들은 동네 주민들이 공간을 보다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근처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찾을 수 없는 차별화된 품목을 구성하기도 산책을 나선 주민들을 위해 애견 동반이 가능하게 하기도 하며 보다 많은 사람이 공간을 찾게 하는 것보다 상생과 주민들의 필요를 우선시합니다. 최근에는 저녁에만 오픈하던 VERY KITCHEN의 공간에 낮에는 보마켓을 오픈하여 공간을 셰어하는 형태로 서울로점을 운영 중에 있으며 서울숲 디타워에도 미술관 옆 보마켓이라는 콘셉트로 지난 9월 1일 신규 지점이 가오픈 하며 전보다 많은 곳에서 보마켓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숲에서는 기존 브런치 메뉴 외에도 피자, 포케와 같은 신메뉴 추가, 어메이징 브루어리의 맥주와 같이 지역성이 드러나는 MD, 근처 고급 주거 주민들을 겨냥한 듯한 과일들, 테이크 아웃해서 서울숲을 즐길 수 있는 테이크아웃용 샌드위치 등으로 새로운 동네에 어울리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그로서리 스토어들이 공간들이 외국 느낌의 식료품점, 수입 식료품 특화점 등을 표방했다면 생선씨는 특이하게도 해산물을 중심으로 하는 그로서리 스토어입니다. 동네 상가에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수산물 시장이 펼쳐집니다. 

신선도가 중요한 해산물은 직접 보고 고르는 것이 가장 좋지만 원할 때마다 노량진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인데 당일 공수해온 제철 해산물을 스시, 후토마키, 숙성 회, 탕 밀키트까지 만날 수 있으니 이촌동 주민들은 행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촌동 주민이 아니어도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근처 한강공원을 갈 때 구매해 가는 고객들도 많아 공원까지 배달도 가능하게 하여 더 많은 이들이 쉽고 간편하게 싱싱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준비된 해산물을 고르면 매장에서 직접 구워 주기도 하기 때문에 집에서 냄새를 풍기지 않아도 갓 구운 맛있는 생선구이를 먹을 수 있으며 해산물과 함께 곁들일 김, 참기름까지 제대로 다 갖춰져 있어 다른 마트를 추가로 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 그로서리 스토어의 장점입니다. 해산물을 기본으로 하지만 해산물 외에도 셀렉트 된 내추럴 와인과 사케, 이와 페어링 되는 치즈, 샤퀴테리 등을 함께 판매하여 간단한 술자리를 집에서 준비해야 되는 상황일때도 한 곳에서 모든 식재료와 음식을 다 구매할 수 있습니다. 

어디서 이런 재미있는 아이디어의 가게가 탄생하게 된 걸까 해서 알고 보니 사장님이 이태원에서 유명한 시푸드바 버블 앤 코클스와 삼각지에서 핫한 해산물 실내 포차 방울과 꼬막을 운영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식당에서의 식사가 조심스럽고 불편해진 고객들의 상황에 맞춰 해산물에 대한 니즈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매장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이들이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는 상권을 스세권이라고 하며 찾는 것처럼, 모두가 동네에 정붙이고 오래 찾을 수 있는 식료품점이 있어 그 공간을 계기로 동네를 더 아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또 그런 공간들이 하나 둘 많아져 굳이 핫플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일상의 생활 공간들이 아름답게 가꿔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ditor. 제 아라실

Photo. 제 아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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