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시기 극복 방법

'비하인드 룸'은 무대 바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청춘들의 분투를 담았습니다. 프리워커 서후와 요아가 편지 형식으로 영화와 음악, 책과 드라마를 자유자재로 추천드립니다.

시즌 1은 스무 통의 편지로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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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면 저녁 일곱시 반이고, 밥 먹고 핸드폰을 조금 보면 아홉 시야. 설거지 하고, 씻고 나면 벌써 잘 시간이고. 내일도 똑같이 출근하고 하루를 보내겠지. 지금이 막 미치도록 싫고, 힘든 건 아닌데 딱히 재미가 없어. 일하는 것에 크게 보람을 느끼지도 않아. 쉬는 것도 지루하고, 친구를 만나도 그때만 잠깐 괜찮지 삶 자체가 즐거워지진 않더라고. 요즘에는 미래도 딱히 달라지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 뭘 해도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보니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을 때가 있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해? 왜 사는 게 아무 의미가 없지?

요즘 나는 길을 잃었어.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가는데 나만 제자리에 멈춰있는 기분, 너도 느낀 적 있니? 너의 고민을 읽고 또 읽으며 일주일을 보냈지만, 아무 말도 쓰지 못했어. 네가 하는 그 고민에 나도 헤매고 있거든. 나는 ‘이걸 해서 무슨 의미가 있어’라는 생각을 자주 해. 일을 하는 것도, 쉬는 것도, 취미도 시시하달까.

최근에 병원을 찾아갔어.

의사 : 구직활동은 왜 하지 않나요?

_ 회사에 다니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의사 : 왜 그런 마음이 드나요?

_ 애써서 회사에 합격한다 해도 또 다른 스트레스가 생길 테고, 회사에 다닌다고 지금이랑 뭐가 다를까요. 행복해질 것도 아닌데요.

의사 : 왜 회사에 다니면 행복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나요? 그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 있나요?

_ 그냥…… 그런 마음이 들어요. 행복해지지 않을 거란 불안감이 엄습할 때가 많아요.

의사는 지금 나의 사고가 과정을 건너뛰고 부정적인 결과로 비약하고 있다고 해. 구체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인데, 지금 나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는 물론 생각하는 에너지도 부족한 상태라고.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의 시시한 끝이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인생의 의미가 뭘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유시민 : ‘우리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지?’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어요. 의미 없어요! 잘못된 질문 때문에, 내 것이 아닌 답 때문에 골머리 앓기에는 시간이 아까워요. 하지만 ‘내가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까?’라고 묻는다면 그건 전혀 다른 질문이에요. 각자의 답이 있는 문제잖아요. 이런 질문에는 답을 찾을 수 있어요.

대화의 희열 시즌2 8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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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일을 해내고 마리라’하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조바심 나고, 과정에 있어야 할 노력은 스킵하고 싶었어. 이 영상을 접하고 “인생엔 의미가 없어!”라고 선언 짓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 비슷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사실 큰 의미는 없어. 그냥 태어났으니까, 이왕 사는 김에 맛있는 거 먹고 좋은 사람들이랑 시간 보내고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돈도 벌고 하는 거지. 태어났으니까 사는 거야.

이제는 인생에 대단한 의미를 찾기보다, 나만의 의미와 재미를 찾기 위해 무진장 애쓰고 있어. 먼저 부정적인 사고 회로를 멈추기 위해 매일 성공하기 쉬운 루틴을 심어두는 중이야. 대단한 목표가 아니라 나의 기분과 재미를 돋게 할 작디 작은 행동을 연습하고 있지. 창문 열어 환기하기, 스피커로 좋아하는 음악 듣기, 룸 스프레이 뿌리고 일기 쓰기처럼 생산성 있는 일이 아닌 단지 기분이 좋아지는 일로 말이야. 쓸모없는 일일수록 좋아, 지금은 재미가 우선이니까.

그리고 새 수첩을 하나 마련했어.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그 수첩을 펼쳐 생각을 하나씩 곱씹어 봐. 왜 지금 재미가 없다고 느끼는지, 뭐를 하면 재미있을 거 같은지, 혹시 회피하고 있는 어떤 스트레스가 있는 건 아닌지. 왜 그런 감정과 생각이 드는지 잠깐 멈춰서 적어보는 중이야. 의식의 흐름대로 휘갈겨 쓰다 보면 나를 답답하게 했던 크고 작은 이유가 하나둘 보여.

살아가며 겪는 감정은 남들도 겪을 만한 거야. 네가 약해서,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편지가 너의 일주일 중 오 분 어치의 평온함을 줄 수 있다면, 우리는 그걸로 행복할 거야.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아홉 살 터울의 막내가 뚫어져라 유튜브를 보고 있더라. "뭐하고 있어?" 물으니까 "일분만."이라는 거야. 나는 일분만 기다려달라는 얘기인 줄 알고 잠자코 옆에서 눈만 끔뻑였지. 막내가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물었어. "누나, 뭐해?"

알고 봤더니 '일분만'이라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는 중이었던 거야. 59초도 아니고, 1분 1초도 아닌 딱 1분을 맞춰서 지식과 정보를 알려주는 유튜버였는데, 동생이 어떤 걸 보는지 궁금해서 솔깃 찾아보다가 <인생이 왜 노잼일까>라는 제목의 영상을 발견했어. 마침 삶 자체가 지루하고 재미 없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막막했을 때 봤던 거라 반가웠지. 고작 1분 동안에 인생이 '왜' 노잼인지에 대한 이유를 말해준다는 것도 웃겨서 부담 없이 클릭했어. 그랬는데 기억에 남는 문장을 술술 읊지 뭐야.

우선 두 가지 케이스가 있는데, 첫 번째는 목표로 하는 게 너무 멀다고 느껴져서야. 공부든 취준이든 돈을 버는 것이든 뭔가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그 보상이 너무 멀리 있다고 느끼면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나 한숨이 나오는 거지.

(중략)

두 번째는 목표로 하는 게 사라져서인데, 우리는 모두 안정적인 생활 방식을 갖추기 위해 동기부여를 받으며 공부도 하고 취준도 하고 엄청 노력하지만 막상 안정 궤도에 올라오고 나면 뭘 위해 사는 건지 모를 허무함이 느껴지거든.

인생이 왜 노잼일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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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은 5월 4일 기준으로 무려 99만명이 볼 정도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는데, 나는 그 수치를 보면서 내심 위안이 되더라. 인생을 노잼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인생이 왜 노잼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그토록 많다는 얘기니까.

유튜버는 말해. "이걸 극복하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냥 기다리는 거야."라고. 인생이 지루하거나 재미 없다는 건, 어디 몸이 아프거나 골머리 썩는 사건 없이 평탄하게 보내고 있다는 말이라서 이걸 어떻게 다시 내 인생으로 만들지 마음 편하게 고민해보면 된다고 말이야. 퇴근을 한다는 건 직장이 있다는 뜻이고, 밥 먹고 핸드폰을 본다는 건 먹을 밥과 놀 수 있는 스마트폰이 네게 있다는 얘기잖아. 가지고 있는 걸 무작정 소중히 여기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뭘 해도 행복하지도, 즐겁지도 않다'는 건 그만큼이나 평탄하고 소소한 하루를 즐기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조금씩 좋아지더라.

행복하지도 않다보니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을 때가 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냥 기다려보자. 그리고 그 의미가 없어보이는 이유를 찾는 거야. 유튜버의 말마따나 목표로 하는 게 너무 멀다고 느껴지면 가까운 목표를 세우며 인생의 재미를 찾고, 목표로 하는 게 사라졌다면 작은 목표를 담는 거야. 목표 자체를 만들기 귀찮다면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거지. 목적지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발만 동동 구른다고 달리는 버스가 더 빠르게 달릴 수는 없잖아. 어느 때는 그저 기다리는 것만으로 도움이 될 때가 있다고 생각해. 느긋하게 기다리자. 의미야 만들면 그만이지.

🙂🙃🙂

감정의 정체

다독이다

남의 약한 점을 따뜻이 어루만져 감싸고 달래다

우리는 남을 다독이는 건 잘하지만, 나를 다독이는 데엔 서툴러. 다독이다는 '아기를 재우거나 달래거나 귀여워할 때 몸을 가만가만 두드린다'는 뜻으로도 통해. 이제는 남이 아닌 나의 몸과 마음을 가만가만 두드리며 다독일 시간을 가져보자. 무엇이 되지 않아도, 약한 점이 있는 너로도 충분하니까.

마케터 서후 / 마케터 요아
yoaimm@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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