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결혼식에 큰 애만 데리고 갈게.”

연달아 아이들을 낳은 어느 날, 친구 결혼식에 호기롭게 그중 하나를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내가 결혼식에 갔다 오는 서너 시간 동안 아내 혼자 셋을 보는 것보다는 둘을 보는 게 편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 반응은 시큰둥했다. 애 셋을 데리고 있는 거나 둘을 데리고 있는 거나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문제는 돌봄 대상이 몇 명이냐가 아니라 돌봄 행위 자체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부부 중 하나가 어디를 가려고 하면 선택해야 한다. 아내에게 다 맡기든지, 아니면 내가 다 데리고 가든지. 그래야 둘 중 하나라도 온전히 쉴 수 있다.

혼자 아이 셋을 데리고 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 직접 해보지 않았더라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둘까지는 어깨에 에코백을 걸고 양손으로 한 명씩 손을 잡으면 됐지만 셋부터는 손이 부족해진다. 산을 오르거나 찻길을 건널 때 손을 잡고 있지 않은 아이 하나를 위험한 순간에 잽싸게 낚아채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도 하게 된다. 그러다가 다른 하나가 갑자기 화장실이라도 가겠다고 하면 어떤가. 지금이야 형들은 스스로 대변 뒤처리도 할 정도가 되었지만 소변볼 때조차 일일이 바지를 내려주고 뒤에서 잡아줘야 했을 때, 나머지 둘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여기저기를 만졌다. 하필 화장실 안에서.

밖에서 아이 셋을 혼자 데리고 있는 건 보는 사람에게도 생소한 광경이다. 밥때가 되어 식당에 들어가면 주인은 자연스럽게 다른 한 부모는 주차하고 오나 고개를 빼고 밖을 본다. 이렇게 넷이 인원의 전부라는 걸 알게 되는 주인은 잠시 놀랐다가 빠르게 자리를 안내한다. 아이들 밥을 먹이는 동안 최대한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자칫 뭔가 슬픈 사연이 있는 집으로 보일 수도 있기에.

누구보다 나의 사정을 잘 아는 부모님도 처음에는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아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번 주말에 제가 이렇게 하면 다음 주말에는 팬티 바람으로 혼자 집에서 쉴 수 있답니다”라고 말을 몇 차례 하니 더 이상 안타까워하진 않으셨다. 내가 여행을 갔다 오면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간다. 더 자주 얼굴을 비추는 며느리와 사위였으면 좋았겠지만 생존을 내린 결정임을 이해해주시는 양가 부모님이 계셔서 다행이다.

퇴근 후나 주말에 잠깐씩 아이들과 동네 산책을 하던 적응기를 지나 요즘은 넷이서 주말마다 1박 이상의 여행을 다니고 있다. 이렇게 한 지도 꽤 됐다. 올해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아내가 평일에 수행해야 할 역할이 급격히 늘어났다. 아내가 주말에라도 쉬었으면 하는 마음에 더 열심히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아이들과 자주 나가므로 가성비는 중요하다. 호텔이나 리조트 대신 주로 국립공원이나 자연휴양림의 숙박시설을 예약한다. 시설도 괜찮고 가격도 나쁘지 않다. 운이 좋으면 다자녀 할인까지 받을 수도 있다. 숙소 유형은 텐트부터 솔막, 휴양관, 카라반, 그리고 숲 속의 집까지 다양하다. 왕복 20킬로미터 남짓하는 출퇴근용으로 3년 전에 산 경차의 주행거리는 벌써 5만 킬로미터에 근접하고 있다. 이제는 에코백 대신 쿠팡에서 산 햇반, 마켓컬리에서 산 소불고기를 SSG 알비백(새벽배송 가방)에 담아 다닌다.

엄마만 찾던 아이들이 걷다가 먼저 손을 내민다. 아빠가 어디 갔을 때 해줬던 어떤 밥이 맛있었다고 평가하고 이번 숙소를 저번 숙소와 비교한다. 오늘 숲 속에서 본 사슴벌레나 개구리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잠든다. 다음 주말엔 어떤 색깔 팬티를 입고 집에서 혼자 뒹굴뒹굴할까 흐뭇해하며 잠든 아이들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지난 레터 ‘대치동에 꼭 가야 할까?’에 관한 구독자 분들의 의견을 소개할게요. 다들 소중한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님, 오늘 보내드린 편지는 어땠나요? 썬데이 파더스 클럽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제안/피드백/질문이있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알려주세요!

썬데이 파더스 클럽에 보낸 지난 편지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의 편지를 혼자 읽기 아깝다면? 썬파클이 필요한 주변 사람에게 아래 구독 링크를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