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을 스트레스가 아닌 짜릿한 활력으로 바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불확실성
이번호 0% 레터의 포커스로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를 고르기까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한 치 앞의 미래를 알 수 없고 불안과 초조함이 가득한 현대인의 주말 인박스에 불확실성이라는 제목의 메일이 스트레스가 되지는 않을까? 하고요. 하지만 지금까지 텀블벅에서 우리에게 가장 큰 용기를 주었던 이야기들은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미래를 향해 주저없이 활시위를 놓은 창작자에게서 왔다는 점을 떠올렸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기꺼이 지지하고 밀어주는 커뮤니티인 텀블벅. 불확실성을 스트레스가 아닌 짜릿한 활력으로 바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각기 다른 위치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전하는 용기. 
평범한 토요일을 힘차게 만들어 줄 에세이를 실어 보냅니다.   

박효선

필름메이커. 트위터 메릴 스트립 정보봇 한국본부 계정 운영자. 메릴 스트립과 만나기 위한 여정을 담은 다큐 〈메릴 스트립 프로젝트〉 현재 진행 중.  
"넌 메릴 스트립이 걱정돼? 난 네가 걱정돼" 
에세이 기고 요청을 받으며 주제가 ‘불확실성’이라고 들었을 때, 그것이야말로 내가 끝없이 떠들 수 있는 내 분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불확실성을 타파하기 위해 내가 했던 선택의 순간들을 글로 풀자니 좀 막막했다. 이 영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요약하자면 1. 맨땅에 헤딩 2. 당연한 위기 3. 죽어라 문제 해결 4. 다시 처음으로의 반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디어에 대해 메모는 해도 일기는 쓰지 않는데, 감정이 뚝뚝 묻은 일상은 그냥 휘발되길 바라서다. 하지만 주로 내가 실수를 했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의 변수가 생겼을 때 잊지 않으려고 쓰는 촬영 노트가 있다. <메릴 스트립 프로젝트>의 촬영을 시작하고 1년이 채 안 됐을 때 맞은 내 생일에, 친구가 너무 자기 취향으로 고른 것 같다며 머쓱하게 웃으며 선물한 귀여운 다이어리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나는 내 인생 최악의 번아웃을 향해 열심히 고꾸라지고 있었다. 사실 나는 본격적인 촬영 전부터 이미 여러 가지 일로 소진되어 있던 상태였다. 추스를 잠깐의 여유도 없이 계속 큰 사건들을 마주했으니 어쩌면 예정된 결과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내가 앞이 까마득했던 시기에 썼던 예상치 못하게 내 마음의 방향을 조금씩 틀어 앞으로 가게 해준 짧은 촬영 노트들을 공유하기로 한다. 이 글이 어떤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닿게 될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혹여 무모하고 거대한 계획을 앞둔 사람이 읽고 있다면, 나처럼 가진 모든 걸 탈탈 털어서 해보라고 하고 싶지 않다. 아니, 사실 이건 제발 그러지 말자고 쓰는 글에 가깝다. 왠지 이런 말에 맘이 덜컹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상황을 견디는 것보다 목표를 포기하는 게 더 힘들 유형의 사람일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처음으로 돌아가도 딱히 내가 취할 방법들이 달라지진 않았을 테니,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대단히 유용한 조언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난 이렇게 답도 없던 상황 들을 거치고도 지금은 잘해나가고 있으니 이왕 포기 못 할 거면 나를 최대한 많이 아껴주라는 말을 하고 싶다. 당신이 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당신을.

2018. 12 끝없는 기다림 

계속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부탁하고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같이 볼 사람이 없다. 온당하게 지적하거나 화내는 법을 까먹은 것 같다. 어디에 뱉지는 못하는 생각이 끊기지 않아 머리가 터질 것 같다.
2019. 12. 27 재회 

인터뷰를 너무 하고 싶어 호기롭게 찾아갔으나 몇 초 만의 대화가 끝이었던 그분과 2년 만의 만남이다. 아직 한 번도 그런 생각을 안 해봤는데, 진짜 끝이 다가오나 보다. 할 일이 산더미인데 마음이 가벼워서 날아갈 것 같다.

2020. 03 미국 촬영 

내가 여기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알고 싶다.

이어지는 내용은 여기서.

"텀블벅 펀딩은 기존의 저를 벗어나는 도전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도가 이슈가 된다면 오히려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을 다른 방식으로 증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 LIM KIM

2011년 데뷔 이후 김예림은 '어린 여자 솔로 가수'라는 이미지에 부합하고 싶지도, 그렇게 바라본 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형화된 시스템 속 국한된 여성의 이미지로 작업을 이어가야만 했습니다. 결국 이를 탈피하기 위해 스스로 긴 공백을 택했고 동양 여성 'LIM KIM'이라는 정체성을 찾게 되면서 시스템을 벗어나기로 결심했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 속 업계의 낯선 시선에도 LIM KIM은 자신만의 EP를 펀딩으로 선보였고, 최근 <FALLING>을 발매했습니다.

마라톤을 함께하는 페이스메이커처럼, 프로젝트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도록 펀딩 준비와 진행 과정을 솔직하게 전달합니다. 프로젝트 스토리에 미처 담기지 못한 창작자의 고충, 도전, 성취를 페이스메이커 연재를 통해 만나보세요.
코스닷츠는 2017년 말 결성된 인디게임 개발팀입니다. 역사, 그중에서도 '한국의 역사'를 소재로 모바일 게임 <언폴디드>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짜임새 높은 네러티브와 퍼즐 디자인,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눈을 사로잡는 2D 그래픽 아트 게임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한국사 전문 게임 스튜디오 ‘코스닷츠’ 닻을 올리다
1부  |  김회민 대표
‘인디’라는 말에는 사람을 이끄는 반골의 매력이 있다. 독립, 그중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뜻하는 마법의 단어. 돈이 제일의 가치가 아니라는 해방의 선언. 금전적 성공보다는 자아실현이나 명예가 더 중요하다는 숭고한 표현이다. 어릴 때부터 항상 ‘인디’를 멋있다고 느꼈다. 힘든 날 위로를 안겨준 홍대 인디씬의 수많은 밴드들과 태평양을 건너 모니터 너머로 날아와 수능 전날까지 밤잠을 설치게 한 프리버드 게임즈(Freebird Games)의 ‘투 더 문’까지. 언젠가 그들처럼 되리라 다짐했다. 

기회는 2017년 말 찾아왔다. 내 인생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생겼고, 우리만의 '인디'를 시작하기 위해 팀을 만들었다. 아무도 만든 적 없는, 긍정적인 가치를 담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한국사 전문 게임 스튜디오, ‘코스닷츠’가 탄생했다.

코스닷츠 사무실 풍경
코스닷츠는 2018년과 2019년, 제주 4.3을 다룬 모바일 게임 <언폴디드> 시리즈를 출시했다. 출시 직후 소소하게 수상도 하고, 매체 인터뷰도 하며 그럭저럭 잘 나갔다. 하지만 점차 ‘지속 가능성’의 문제가 드러났다. 유일한 수익 모델인 인 게임 내 팝업 광고는 한 달간 10달러도 벌지 못했다. 의도는 숭고했을지 몰라도 수익은 거의 없는 셈이었다. 다른 생업이 없는 상황에서 돈 문제는 크게 다가왔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스케일을 키워 신작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한국사 게임’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것이라 믿었다. 아이돌이나 드라마도 세계로 진출하는데, 한국사 게임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랴. 필요한 것은 자본이었다. 그래서 과감히 플랫폼을 모바일에서 PC로 바꾸고, 각종 지원 사업에 도전했다. 보증 기금 대출을 받았고, 직원들도 고용했다. 21년 3월, 세 번째 <언폴디드> 시리즈 <동백이야기>를 시장에 출시했다. 야심 찬 시도였다. 하지만 제작비의 1/10도 벌지 못했다. 이어진 실패. 가장 큰 원인은 무관심이었다. 5개 국어로 번역해 출시했지만, 세계의 게이머들은 한국의 아픈 근현대사에 관심이 없었다. 잠깐은 사람들이 원망스러웠지만, 그들을 탓할 수도 없었다. 공권력에 의한 양민 학살이 즐거운 소재도 아닌 데다가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놓친 것이기에. 사무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자아실현을 위해 어쭙잖게 덤비다 빈털터리가 된 바보로 남고 싶진 않았다. <동백이야기> 출시 다음 날 신작 기획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익성을 고려했다. 

우리는 신작으로 돈을 벌어야만 한다. 그런데 돈 되는 게임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열심히 만들었으니 사람들이 사랑해 줄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선 실패로 확인했다. 의사 결정을 위한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했다. 인디는 늘 자원이 부족하다. 시간도 인력도 모자라다. 그러다 보니 트렌드를 분석하기도, 수익성을 분석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에는 수많은 인디 게임 프로젝트가 올라오고 대중들의 선호를 얻은 게임은 목표치를 훌쩍 넘기도,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그러니 텀블벅은 게임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는 척도가 될 거다. 신작의 방향성이 정해졌다. 한국사 게임이라는 정체성은 살리면서 펀딩에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을 기획하기로 했다.

다음 화에 이어집니다

텀블벅 커뮤니티와 함께 만들어가는 코너, <초이스>는 다양한 주제의 설문을 진행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수집하고 나눕니다.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판매와 달리 제작 초기 단계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미래를 확실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창작자에게도 후원자에게도 마치 모험과 같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는 진행 도중 제작 계획이 변경되기도 하고, 보다 원대한 목표를 지닌 프로젝트는 진행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을 마주해 후원자와 약속했던 날짜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요. 

이처럼 기나긴 프로젝트의 여정에 거침없이 함께 하는 후원자는 어떻게 보석 같은 프로젝트를 발굴할까요? 텀블벅이 던진 2가지 질문에 베테랑 후원자분들이 '후원을 결정하는 데에 유용한 팁'을 들려주셨습니다. 

매의 눈/실용파/신뢰도 중요/필따라 멋따라. 여러분은 어떤 타입의 후원자인가요?

프로젝트 or 창작자가 주는 신뢰가 프로젝트에 후원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어요. 창작자를 응원하는 후원자의 뜻깊은 마음. 느껴지시나요? 텀블벅은 더 많은 프로젝트가 더 많은 후원자의 하트를 받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
답변 중 언급된 '방향성과 기호가 뚜렷해 후원자 마음에 쏙 든 프로젝트' 

관심은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분야의 지식을 충전해준 프로젝트
배송 일정도, 포장도, 리워드 퀄리티도 다 완벽했던 프로젝트

독특한 제줏말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는데, 갖고 싶은 것을 누구보다 먼저 실물로 받은 프로젝트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물품이라 지금까지도 굉장히 특별한 리워드를 제공한 프로젝트
다음주 0% 5호는 '균형'입니다. 창작자와 후원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짜릿한 밸런스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