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일기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사소한 편지

#009.예민한 나 사용법
  오늘 편지는 독자님에게 보내는 사연입니다. 왠지 8호 불안한 시기 편과 이어지기도 하네요.
[독자님 사연]
올해 들어 예민해졌다는 걸 느꼈어요.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몰랐냐는 반응이더라구요. 스스로 '예민'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나봐요. 정확한 뜻이 궁금해 사전에 나와있는 의미를 보니 <무엇인가 능력, 분석&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라는데 과하지만 않으면 나의 강점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이 많아 행동이 느리고, 과하다 싶을정도로 많은 걸 수집하지만 직관적이고, 분위기를 잘 알아차리고 오감이 잘 발달되어있어 사소한 것에도 행복감을 느끼거든요.
소얀님은 예민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궁금하네요!
    안녕하세요, 독자님. 예민한 또 한 사람 인사드립니다. 오늘 편지는 예민한 나를 어떻게 돌보며 살아갈 수 있는지 공부하는 마음으로 써보았습니다.

    처음 이 사연을 받고 예민함에 대해 찾아보다가, 내가 예민한지 알아볼 수 있는 테스트가 있어서 해봤는데요. 테스트에서 "매우 예민한 사람"이 나왔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HSP(Highly Sensitve Person)이라고 부르는데, 특히 저는 주변 사람의 기분에 대한 부분이나, 쉽게 놀라는 것, 감동을 잘 받는 부분이 일치합니다. HSP는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라 하니, 저희는 혼자가 아닌가 봅니다. 

   독자님의 생각대로, 예민한 사람들은 사실 섬세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주어진 자극을 세밀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자극을 해석하고 정리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듭니다. 한편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를 아낀다면 남들이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을 파악하고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이규홍, 정신건강의학신문 칼럼 참조).

    마침 HSP에 대한 베스트셀러,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있어서 살펴봤어요. 여기 실린 테스트는 교수님이 자체 개발하셨는데, 7개 이상이면 매우 예민한 편이라 합니다. 저는 17개가 나왔습니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은 나의 예민함을 업그레이드하는 실질적인 팁을 알려주는 5부였습니다.

   책에 따르면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합니다. 제 지인 P가 제게 붙여준 수식어가 있습니다. "소얀님은 일에는 전력, 일상은 저전력이에요". 제 상태를 잘 설명하는 말이라 잘 기억해두었습니다. 예컨대 저는 집안일할 때 양말을 안 개고 서랍에 던져넣는 데요, 아마 본능적으로 살고 싶어서 제 에너지를 선택적으로 쓰나 봅니다.

   요즘 저는 제 감정 기복이 심해진 걸 느껴서 우선 일상의 자극점을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앱을 지웠고, 당분간 웬만하면 재택을 하고 있고, 낮에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책과 영상들에서 말해준 해결책과 비슷한데요, 예민한 사람이 기분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잘 자고, 일찍 일어나고, 햇볕을 쬐라고요.

    이렇게 아낀 에너지를 가지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잘 하고 싶습니다. 일상의 불안정함이 두려워 무언가를 회피하는 선택은 하고 싶지 않아요. 지난호 편지에서 몇년 뒤 모습에 대한 비밀스러운 소망은 "마음이 평온한 사람"이라고 했죠. 그렇다고 해야 할 도전을 머뭇거리다 놓치고 싶진 않아요. 저는 예민하고 두려움이 많지만 그래도 용감하게 겁먹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번주 제가 골라온 문장 대부분은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과, 책의 저자인 전홍진 교수의 인터뷰 두 편에서 따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김병수 정신과 전문의가 출연한 클립에서 가져왔는데,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실천방안을 잘 설명한 영상입니다. 예민한 나를 도닥이며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11월 7일,
테스트를 해보고 놀랐던
소얀 드림
이번주의 밑줄
첫 번째 문장
예민한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에너지가 소진되기 전 다시 충전해야 한다.(355p)
두 번째 문장
(안전기지가 되어줄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경우엔) 내가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을 찾으면 돼요. 무언가를 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고 예민함이 없어지는지 발견해야 하는거죠.
세 번째 문장

전 교수는 예민함을 긍정적으로 바꾸려면 온앤오프(on and off)를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민함이 필요한 부분은 최대한 발휘되게 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끄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이를 잘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예민성을 조절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고 한다.

네 번째 문장
감정 변화가 크면 외부 대응이 너무 급격하거나 위축하거나 하는 부분이 필요하니(..) 자기 관리가 필요합니다. 일정하게 일상 생활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해지는 포인트가 있거든요(...) 스스로 잘 관리하는게 좋아요. (...)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하다고 일상을 놓으면 안 돼요.
못다 한 이야기
-월요일이 바로 건강검진인데 괜히 떨리네요. 문진표를 미리 작성했는데 2년동안의 삶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왠지 숙제검사 하러 가는 기분입니다.
-예민한 사람들에겐 지금의 시기가 어떨지 걱정입니다. 깊이 애도하는 것도, 일상을 차곡차곡 살아가는 것도 모두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밑줄일기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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