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행운이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더 모르고 엉망이었을 때 기회가 주어졌고, 많이 이들이 잘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다. 그들이 건넨 따뜻한 응원과 지혜로운 조언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첫해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덤비다가 이제 일이 조금 눈에 보이니 할 일이 많고, 할 일이 많으니 겁이 난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의문도 든다. 없던 불면증도 생겼다.
일 또는 인생의 주인이 되는 건 정말 멋져 보이지만, 그동안 모르고 지나쳐왔던 수많은 물음들과 정면으로 마주 서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주 근원적인 질문 말이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 살아가는가, 나는 왜 일을 하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내 생이 이룩하고 닿아야 할 지점은 어디인가, 어두운 밤 노트북 모니터 속 깜빡이는 커서를 보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한다.
일이란 그리고 인생이란 이 고독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메아리의 질문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길을 가며 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래도 길을 포기하지 않는 것. 모두가 잠든 밤, 모니터 속 외롭게 깜빡이던 커서는 어느 순간 문장을 만들며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다시, 나아간 길을 지우며 돌아온다. 제자리에 서서 한참을 깜빡이던 커서는 다시, 돌아왔던 그 길을 되짚으며 새로운 문장을 바늘처럼 여미며 힘겹게 나아간다. 나아갔다가 돌아오고, 나아가기를 반복하는 것, 밤부터 새벽까지 그 지난한 과정을 홀로 견디는 일, 그것이 일이고 삶이다.
레터를 시작할 때부터, 오늘처럼 일과 생에 관한 질문을 계속 던지고 글을 쓰는 이유는,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길을 잃는 것보다 위험한 것은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길 위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길을 가는 이유를 찾기 위해 애써야 한다. 어떤 노력은 소용이 없을 수도 있지만, 어떤 노력은 영원히 빛이 난다.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 나는 이 사실을 확인했다.
누군가 내게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 물었다. 나는 글을 쓴다고 대답했다. 힘들 때면 나는 글을 쓴다. 글을 쓸 때마다 나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고 겸손해진다. 그래서 더 노력할 수 있고,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지금은 한참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이지만, 어느 훗날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와 지혜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