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2.12.2 | 540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오늘 보내드리는 레터는 2021년 11월 29일 발송했던 레터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에버그린콘텐츠(언제 읽어도 가치 있는 콘텐츠)라는 의미로 EG 라는 말머리를 달아보았습니다. 


혹시 '안 본 눈 삽니다'라는 표현을 아시나요? 인터넷 커뮤니티나 댓글 등에서 널리 쓰이는 표현 중 하나인데요. 비슷한 단어로 '안 본 뇌 삽니다' 등이 있어요. 처음에는 '못 볼 것을 봤다'라는 부정적 의미만 있었는데 지금은 '경험하지 않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의미가 더해졌어요. 어떤 것을 보거나 경험하지 않은 과거로 돌아가 '첫 경험'의 기쁨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의미에요. 사실 '안 본 눈'을 산다는 표현은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상처가 될 수 있는 표현이라서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래도 오늘 미라클레터는 이 표현에서 시작해 '미경험(未經驗)의 가치'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려고 해요. 

오늘의 에디션
  1. 고객경험 데이터로 성장한 퀄트릭스
  2. 스티브 잡스는 철학과 중퇴생
  3. 모르는 것보다 나쁜 것은 잘 못 아는 것
  4. 스티브 잡스에 투자한 마이크 마쿨라
사진을 찾기 어려울 때는 일단 동물 사진을 씁니다.
프롬프트 : a cat and a dog, friendship, experience <오픈AI/달리2>

고객경험 데이터로 성장한 퀄트릭스

2021년 1월 나스닥에 상장한 퀄트릭스(Qualtrics)라는 회사는 여러가지로 재미있는 회사에요. 2002년 미국에서도 깡촌에 속하는 유타 주에서 스미스 가족에 의해서 만들어졌어요(아빠랑 아들들이 함께 창업했어요!). 서베이 기반의 리서치로 시작한 이 회사는 투자를 전혀 안 받으면서 성장을 하다가 2012년 7000만 달러의 첫 벤처투자를 받았어요. 그것도 실리콘밸리의 터줏대감인 세콰이어 캐피탈과 엑셀 파트너스, 인사이트벤처스로부터 동시에 투자를 받은 것! 

2018년 상장을 앞두고 있던 이 회사는 갑자기 독일 시총 1위기업인 SAP 의 러브콜을 받고 80억 달러에 팔려가요. SAP가 퀄트릭스가 자신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어마어마한 돈으로 스타트업을 산거죠. 그런데 갑자기 2020년 SAP는 퀄트릭스를 분사시킨 후에 상장시키겠다고 밝혀요. 그것도 80% 이상 대주주 지분을 유지하면서요. 퀄트릭스는 당시 140억 달러 가치로 상장에 성공하면서 SAP에게도 큰 수익을 돌려줬죠. 물론 지금은 테크 기업 전반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은 60억달러로 줄었습니다. 🤣

라이언 스미스 퀄트릭스 창업자는 NBA농구단 유타재즈 구단주에요. <nba>
경험관리(XM) 분야의 개척자
퀄트릭스는 경험관리(Experience Management:XM)라는 분야를 개척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어요. 고객이나 직원의 경험 데이터를 모아서 이걸 분석하는 거죠. 퀄트릭스에 따르면 데이터는 운영 데이터(O-data)와 사람이 개입된 경험 데이터(X-data)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경험데이터를 수집하고, 운영 데이터와 결합해 분석하는 것이 퀄트릭스라는 회사가 하는 일이에요. 

매출, 월간활성이용자(MAU), 제조 리드타임 같은 것이 운영 데이터라면, 소비자와 직원의 피드백, 댓글 같은 것이 경험 데이터라는 거죠. 고객들의 경험 데이터를 얻기 위해 서베이를 많이 하다 보니 경험관리 회사들은 서베이에서부터 시작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걸 전체 경험 측정과 분석까지 확대한 것이 '경험관리’ 에요. 우리에게는 서베이 회사로 알려져있는 서베이몽키도 모멘티브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경험관리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런 경험 관리 회사가 높은 기업가치로 성장한 것을 보면, 고객이든 직원이든 경험을 분석하는 것의 가치가 인정받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실제로 퀄트릭스의 고객들은 대부분 글로벌 대기업들이 많아요. 큰 돈을 들여서라도 고객과 직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거기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지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는 거죠. 
픽사는 원래 컴퓨터 회사에서 시작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됐죠.
스티브 잡스는 철학과 중퇴생

최근 저는 한 교육 스타트업 대표님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이 회사는 신입직원이 들어오면 아이가 있는지를 여쭤본다고 해요. 그리고 자사의 제품을 그 아이에게 써보도록 시킨다고 하죠. 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자사의 제품을 경험해보지 못한 그 아이는 훌륭한 리서치 패널이에요. 회사 내부 사람이 아닌 외부인, 그것도 자사의 제품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객의 반응을 얻어 볼 수 있는거죠. 만약 이 회사가 비용을 들여서 패널을 구축하려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돈을 내야했을 거에요. '안 본 눈(미경험)'을 사는데 드는 비용이에요.

여기서 '안 본 눈'이란 고객의 시각이죠. 고객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인사이더)가 아니라 회사 밖에 있는 아웃사이더의 시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여기서 고객을 찾는다면 '한 번도 경험을 하지 않은 '아웃사이더'의 시각이 필요해요. 신입직원의 경우 '아웃사이더'였지만 우리 직원(인사이더)이 막 되었기 때문에 '아웃사이더'의 시각을 가진 채 '인사이더'의 열정을 갖고 제품을 평가해주겠죠? 이런 측면에서 경험이 없는 사람을 굳이 직원으로 채용해야하는 이유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웃사이더의 눈으로 인사이더를 바꾸다
'아웃사이더'의 시각을 가진 채 '인사이더'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수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그런 사람들이에요. 너무 많은 사례가 있어서 뭘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가장 유명한 사람을 소개해드릴게요. 바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요.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교 강연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전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교를 나온 줄 알았어요. 😜 알고 보니 그는 포틀랜드에 있는 리드 칼리지라는 사립대학교를 중퇴했어요. 컴퓨터 공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철학을 전공했죠. 1976년 애플을 창업했을 때도 그는 당시 기준으로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가이'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아웃사이더의 시각을 갖고 애플 컴퓨터를 창업해 PC 의 시대를 열었어요. 픽사를 창업했을 때도 그는 애니메이션 업계의 '아웃사이더'였죠. 그가 아이폰을 만들 때도 애플은 휴대전화 시장의 '아웃사이더'였어요. 하지만 그는 어디서든 엄청난 혁신를 만들어냈어요! 

 프롬프트 : misinformation, man <오픈AI/달리2>

모르는 것 보다 나쁜 것은 잘 못 아는 것

'미경험'의 가치는 경험이 가질 수 있는 오류 때문에 더 높아져요. 인간은 경험을 통해서 뭐든지 판단을 하게 되는데 자신이 경험한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것을 경험 편향(experience bias)이라고 한대요. '나 때는 말이야'가 대표적인 경험 편향이 아닐까요? 내가 먼저 경험해 봤는데 넌 안해봤지? 그러니까 내가 맞아!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빠르게 변하는 요즘같은 세상에서 경험이 많으면 오히려 변화가 느려지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막는다고 주장해요. 

미국 문학의 아버지인 마크 트웨인은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어요. 
 
"신문을 읽지 않으면 그냥 모르지만(uninformed), 신문을 읽으면 잘 못 알게 된다(misinformed)." 

'편향'이 '미경험'보다 나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구에요. 마크 트웨인이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가 신문에 글을 쓸 때 필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재밌는 표현이에요. 

이왕 신문 얘기가 나왔으니 저희 언론사 얘기를 잠깐 해드릴게요. 일간지 기자들은 보통 2-3년 마다 부서를 바꿔요. 정치부, 사회부, 경제부 이런식으로요. 이렇게 부서가 바뀌면서 기사를 쓰는 담당분야가 바뀌는데 거의 회사를 옮기는 것만큼 생활에 변화가 커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3~6개월 정도를 적응하다보면 그 이후 부터는 마치 담당 분야를 잘 아는 것처럼(인사이더처럼) 글을 쓸 수 있답니다.

적응기간 때 기사가 제일 좋았네? 
그동안 몇 개 부서를 거치면서 제가 썼던 가장 창의적인 기사는 이 적응 기간이 끝날 때 즈음에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아웃사이더의 시각을 여전히 유지하면서 인사이더가 갖고 있는 배경지식이 더해지니까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 신기한데?), 해당 분야의 내부자들에게도 좋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사를 쓸 수 있게 돼요(😏 : 좀 알고쓰네?). 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고 1년 정도가 되면 점점 인사이더에 편향적인 기사를 쓰게 돼죠. '이거 다 나왔던 얘기야'라면서 일반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기사를 쓰지 않게 됩니다.

저는 이 적응시기에 느꼈던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신선함과 낯섦을 최대한 잘 기억해서 기사를 써야한다는 생각을 자주해요. 그것을 기억해야 정말 많은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기사를 쓸 수 있을테니까요. 이건 미라클레터를 쓰면서도 계속 명심하려고 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미경험'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에요. 사람이 이미 경험한 것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해요. 오직 경험하지 못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만이 가능하답니다. 

스티브 잡스(왼쪽)와 마이크 마쿨라. <출처>

스티브 잡스에 투자한 마이크 마쿨라

경험이 편향을 만들고, 한번 경험한 것은 되돌릴 수 없다니! 경험이 많은 사람(혹은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너무 비관적인 이야기인가요? 😂

애플의 세번째 직원으로 마이크 마쿨라 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1,2호 직원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다음으로 직원이 된 사람이에요.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애플에 20만달러의 첫 투자를 해서 애플 지분 3분의 1을 받은 중요한 창업 멤버에요(세콰이어 캐피탈의 돈 발렌타인은 잡스를 먼저 만났지만 투자는 마쿨라 다음에 했다고...) 마쿨라는 20대에 불과했던 두 창업자의 멘토이면서 애플을 키운 중요한 투자자이기도 했죠. 실리콘 밸리의 투자자들이 거부했던 스티브 잡스의 '안 본 눈'을 돈을 주고 산 사람이에요. '아직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에게 투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우리가 너무 많은 경험이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경험이 없다는 것은 사람을 위축되게 만들어요. '미경험자'라는 단어는 왠지 '무능력자'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막 사회에 나와서 경험이 없을 수도 있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때문에 아무런 경험이 없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미라클러님들은 미경험자라고 해도 위축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아웃사이더'의 시각을 갖고 '인사이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기업들은 고객과 직원들의 '경험'을 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미경험'은 딱 한번 밖에 살 수 없는 정말 값진 가치거든요! 누군가 미라클러님의 능력이 아니라 경험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면 이렇게 말해 보시면 어떨까요?

"(니들이) 미경험의 가치를 알아?" 😁

한줄 브리핑 📢
  • 뉴럴링크, 6개월내 사람 뇌에 '칩' 심을 계획  : 일론 머스크가 만든 뉴럴리스크. 인간의 뇌에 칩을 직접연결하는 것으로 알려진 회사인데요. 6개월 내에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에 들어간다고. 
  • 애플에 쏟아지는 성토 :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서 애플의 광고 중단에 대해서 성토한데 이어, 마크 저커버스 메타 CEO도 여기에 동참. 이슈가 확대되는 걸 막으려는지 팀 쿡 애플 CEO는 일론 머스크를 만났어요. 머스크는 "오해 풀었다"고 트윗.  
  • 테슬라 세미트럭 첫 탁송  : 테슬라가 만드는 전기트럭 '세미'가 주행거리 800km를 돌파한데 이어 고객인 펩시에 1일 탁송될 예정이에요. 운송용 화물트럭 시장은 전기차가 공략하는 중요한 시장 중 하나. 이 트럭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보조금 4만달러를 받는다고 해요. 
  • 오픈AI, 챗GPT 공개  : 달리2 등으로 잘 알려진 오픈AI가 챗GPT라는 대화형AI (챗봇)를 공개. GPT-3 를 다소 업그레이드한 GPT-3.5 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같은 아주 뛰어난 결과를 보여준다고 해요. 
  • 세일즈포스 공동CEO 사임  :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창업자 겸 CEO와 공동 CEO로 1년전 영입된 브렛 테일러가 세일즈포스 공동CEO에서 사임했어요. 그가 사임한 이유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밝혀지지 않고있어요. 그는 일론 머스크가 인수하기전 트위터 이사회 의장이었고, 브렛 테일러는 2016년 세일즈포스에 합류했고 2019년 슬랙 인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있어요. 
맺음말
'미라클레터 안 본 사람 없게 해주세요!' 

독자님들께서 주변에 추천해주시는 덕분에 미라클레터 구독자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희는 여전히 미라클레터 안 본 독자님들을 찾고 있답니다. 오늘 글이 좋으셨다면 주변에 공유해주세요! 아래 구독추천을 누른 후 링크를 다른 분들께 메신저로 보내주셔도 되구요. 아니면 이 이메일 그대로 다른 분들께 포워딩해주세요! 

저희는 독자님을 살 돈은 없지만 😂 좋은 콘텐츠로 보답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멋진 미래를 응원합니다
이덕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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