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ongAng’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상언입니다.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뉴스레터 ‘더 모닝’의 첫 편지를 씁니다. 저는 27년 차 기자입니다. 사회부ㆍ국제부ㆍ정치부 기자, 법조팀장, 파리ㆍ런던 특파원, 사회부장을 거쳐 지금은 논설위원실에 있습니다. 

 특파원 시절인 2010년부터 글로벌 아이, 분수대, 시선, 시시각각 등의 코너에 칼럼을 써 왔습니다. 늘 서투르지만 ‘더 나은 세상, 더 좋은 나라’를 향한 마음을 담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매일(월∼금) 작은 칼럼 하나와 중앙일보의 주요 기사ㆍ논평을 소개하는 글을 실어 찾아뵙겠습니다.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코로나19 백신과 국가 정보력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아! 백신, 국정원은 뭐했나요? 
 대통령이 그제 러시아의 스푸트니크Ⅴ 백신 도입 검토를 정부에 지시했다는 소식은 들으셨죠?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러시아ㆍ멕시코 등 이 백신을 접종한 12개 나라의 상황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한국 외교부에 요청했다고 합니다. 

 황당함과 슬픔이 몰려왔습니다. 우리 정부에 관련 정보가 없고, 이제야 상황 파악에 나섰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사실이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정보 수집에 착수했다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지난 서너 달 동안 외신에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백신 확보에 얼마나 공을 세웠는지를 조명하는 기사가 잇따라 실렸습니다. 화이자가 원하는 것은 백신 접종 뒤의 임상 정보 제공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아냈고, 모더나가 특정 국가들의 정보 탈취(해킹 포함) 시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뒤 이 문제의 해결을 도왔고, 중국 백신은 직접 확보해 검증용으로 정부에 전달했다는 게 골자입니다. 현명한 정치적 리더십과 정보기관의 기민한 움직임. 외신들이 꼽은 이스라엘의 화이자ㆍ모더나 백신 조기 확보의 비결입니다.  

 그런데요, 저는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백신 문제에 기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꾸준히 무언가를 했어도 워낙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기관이니 제가 모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약처가 외교부에 부랴부랴 스푸트니크Ⅴ 이상 반응 사례 등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고 하니 국정원이 뭔가를 했다고 해도 믿기는 어렵겠습니다.

 러시아에 있는 한국 외교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동안 그곳에 있는 국정원 요원이나 외교관이 스푸트니크Ⅴ 관련 정보 활동을 어느 정도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알면서 뭐 그런 걸 묻습니까?”라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그가 알기로는 거의 없었다는 뜻으로 이해가 됐습니다. 유럽 국가들도 스푸트니크Ⅴ 구매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온지가 꽤 됐습니다.

 모사드는 이스라엘 국익을 위해서는 요인 납치ㆍ암살까지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것까지 잘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에 언제나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는 모사드 같은 정보기관을 가진 이스라엘이 부럽습니다. 지금 한국이 마주한 최대의 위기는 코로나19 사태 아닙니까? 그렇다면 국정원이 백신 확보에 필요한 정보(안전성과 확보 방법 등) 수집의 최전선에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스푸트니크Ⅴ의 효과와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가 뒤섞여 나옵니다. 그 누구도 정확한 정보를 가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마치 임진왜란 직전에 왜(倭) 쳐들어올 것인가, 아닌가를 막연하게 추측하던 조선의 조정을 보는 것 같습니다. 바깥 물정에 어두운 나라, 그 고난의 역사가 반복됩니다. 

 중앙일보에 이 스푸트니크V 백신을 둘러싼 갑론을박을 전하는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더 모닝's Pick
1. 빚의 수렁에 빠진 자영업자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영업자 대출금 총액이 803조원입니다. 2019년에 비해 118조원이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일입니다. 배달 알바를 하며 버티는 자영업자들도 많다고 합니다. ‘백신 선진국’은 나날이 일상을 회복해 가는데 우리에겐 언제 그런 날이 올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한계 상황에 몰린 이웃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2. 김일성 회고록 사서 읽으면 처벌받나요?
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에 따라 징역형(최장 7년)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 최근 출간돼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는 대법원에서 이적표현물로 판정받은 것입니다. 예외적으로 소지와 탐독이 허용되는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 법이 시대에 뒤떨어진 걸까요? 그나마 법이 나라를 지키고 있는 걸까요? 😳
3. '이대남'을 잡자니 '이대녀'가 떠날 거 같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남녀 평등 복무제, 군 가산점 부활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70% 넘는 20대 남성이 지난 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에 표를 준 것에 충격을 받은 듯합니다. 그런데 그 ‘이대남’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국민의힘 쪽은 조용합니다. 어차피 '이대남'은 민주당 지지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므로 ‘이대녀’ 표심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합니다. 글쎄요, 이 전략이 과연 성공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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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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