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바쁜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아침 출근길에 오르면 걸어가면서 이미 저녁 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합
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모두들 바쁜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아침 출근길에 오르면 걸어가면서 이미 저녁 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결정을 해야 퇴근길 루트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퇴근 시간이 조금씩 달라지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아직 저녁 메뉴를 결정하지 못해서 표류하는 기분에 휩싸여 있습니다. 마트에 가야하나? 냉장고 파먹기인가? 배달인가? 단식인가? 이 레터를 마무리할 즈음에는 결정되어 있을까요? 그러길 바라면서 캠차레터 22호를 시작해봅니다!
RV FOOD TRIP
예측불허 캠핑카 여행
캠차네의 이번 여름 휴가는 속초 캠핑카 여행이었습니다. 캠핑장을 예약하기는 했지만 캠핑이 아니라 여행이라고 부른 것은, 이번 휴가에는 요리를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캠핑은 이미 자주 가는 곳이 정해져 있거든요. 그래서 보통 ‘이번 캠핑에는 무슨 요리를 할까?’가 제일 중요한 고민입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 휴가 때에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어요. 해수욕장에 가서 바다에도 들어가고, 해수욕장 근처에 있다는 유명한 젤라토 집에도 가보고, 애기는 질릴 때까지 모래놀이를 하게 해주고, 자연 태닝도 좀 하고 재래시장 맛집 투어도 하고 싶었어요. 하고 싶은 건 많고, 시간과 체력은 한정적이고, 결정적으로 8월 초, 한여름이라 덥고. 그래서 이번 휴가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노는 데에만 집중하기로 한 거죠. 좋아, 밥은 최대한 사먹고 놀겠어!

그런데 정말, 보통 교통편과 호텔만 예약하면 크게 변수가 생길 일이 없었던 지난 휴가에 비해서 이번 여름 휴가는 계획대로 되는 것이 심하게 없더라고요. 멋 모르고 뛰어다니며 어린이집 학기 중(….)의 스트레스를 푸는 애기를 옆에 두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궁리 저 궁리를 했던 지난 여름 휴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1. 에어컨 풀가동은 캠핑카 배터리의 적이다

아침 일찍부터 전날 미리 싸놓은 짐을 들고 캠핑카에 오른 캠차네는 이미 정체하기 시작한 고속도로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어요. 어느 정도 이동한 후에는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놀 생각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다음 휴게소에서 차박을 할 생각이었죠. 그래서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이동을 하면서도 언제 도착하나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홍천 휴게소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땡볕 아래에서 에어컨을 튼 채로(무시동 가동입니다) 뒹굴며 한참 놀다 보니 아직 한낮인데도 배터리가 줄어드는 속도가 심상치 않더라고요. 잠시 계산을 해보니 이대로 가다가는 밤중에 배터리가 방전될 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미 실수로 메인전원을 켜둬서 배터리가 방전된 채로 캠핑카 AS센터를 다녀온 이력이 있었어요. 코반캠핑카에 배터리 바보커플로 낙인 찍힐 수는 없어! 

그래서 아이패드를 보면서 뒹구는 아기 옆에서 둘이 급하게 내일 도착할 해수욕장 캠핑카 근처의 호텔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기적같이 넓고 저렴하고 해수욕장에서 가까운데다 야외 주차장(캠핑카를 주차해야 하므로 필수)까지 있는 호텔에 방이 남아있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태양광 발전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시키기 위해 볕 잘 드는 곳에 차를 대 놓고, 캠핑장 옆 호텔에서 휴가 첫날을 보냈습니다. 쾌적했어요! 출발할 땐 여기서 자게 될 줄 몰랐지만요.
2 여름 캠핑카 휴가는 태풍을 주의하라 

호텔 문을 나서는 순간, 너무 행복했어요. 바다는 아직 보이지 않는 위치지만 공기에서 바다냄새가 났거든요. 제 고향은 해운대, 여름이 제철인 관광지. 바닷바람 섞인 공기는 저에게 프루스트의 마들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 자리에 돌아온 기분으로 캠핑장에 주차를 하고 해수욕장에 산책을 하러 갔는데 세상에, 태풍이 오고 있어서 입수 금지 팻말이 붙어있는 거예요. 아예 해수욕장에 앉아서 놀 수도 없게 줄을 펜스처럼 쳤더라고요. 

사실 바다를 앞에 보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도 없었던 것이, 비가 오기 시작했어요! 정말 실시간 동네 날씨 예보인 기상청 날씨누리를 이렇게 열심히 이용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언제까지 비가 오지? 내일도 많이 오나? 내일 오전에는 모래놀이를 할 수 있으려나? 나 태닝하고 싶은데! 

그런데 정말 밤이 되니 비가 심각하게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작년과 올해, 호우경보와 폭우를 심각하게 겪었잖아요. 이건 바닷가 옆에 있어서 될 날씨가 아니다. 그냥 내일 빨리 올라가고, 물놀이가 아쉬운 아기는 휴가 마지막 날에 한강 수영장에 데려가자. 그렇게 계속해서 일정을 변경해야 했던 휴가는 태풍을 피해 일찍 돌아와, 한강 수영장에서 어깨를 태우며 마무리되었습니다. 역시 이럴 줄은 몰랐죠.

정말 이렇게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는 휴가는 처음이었어요. 물놀이 준비를 정말 철저하게 해왔거든요!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마음은 계속 즐거웠어요. 아, 캠핑카로 다니면 이런 부분이 불편하구나. 이런 대책을 세워야 하는구나. 그런 경험치가 한 번에 확 늘었다고 할까요. 처음부터 호텔을 예약했다면 해수욕은 못해도 하루 일찍 돌아오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 정도로 악천후는 아니었거든요. 일정을 계속 바꿔야 했다는 건,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로운 상황이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아마 다음 캠핑카 여행은 변수까지 고려해서 경우의 수를 더 많이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하지만 대게가 맛있었으니 됐어

하지만 오늘의 먹는 이야기가 빠질 수 없죠. 저는 속초 해수욕장 옆의 캠핑장을 예약하는 순간부터 이날 저녁에는 수산시장에서 사온 대게를 먹을 것이라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이 관광시장은 캠핑카를 끌고는 갈 수가 없어요. 골목을 돌아가야 하는 것도 그렇고, 주차장도 캠핑카는 들어갈 수 없는 높이거든요. 

그래서 캠핑카는 캠핑장에 대놓고, 인근 쏘카 주차장에서 렌트를 해 관광시장으로 향했습니다. 후기를 찾다 보면 먹고 싶은 음식이 끝도 없이 늘어나는 곳이죠. 생활의 달인에 나온 진짜 맛집이라는 옥수수 술빵, 튀김옷이 끝내준다는 새우튀김 맛집, 강원도에 가면 꼭 먹고 돌아와야 하는 메밀전병과 감자전…. 맛집도 끝이 없고, 집마다 길게 늘어선 줄도 끝이 없습니다. 

이럴 땐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죠. 제 선택은 우선 메밀전병과 제 사랑 수수부꾸미, 그리고 대게 2마리와 볶음밥 세트였어요. 그냥 사면 대게만 쪄 주고, 2천원을 추가하면 내장으로 볶음밥까지 만들어주는 것이 기본입니다. 속초 관광시장에 가면 보통 이런 식으로 판매하고 있으니까 마음이 끌리는 곳에 가면 돼요. 대게는 시세를 따르니까 조금 긴장하고 갔는데, 2마리에 57,000원이더라고요. 생각보다 가격이 괜찮은 날이어서 냉큼 포장해 들고 캠핑장에 돌아왔습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캠핑장에서 대형 파라솔이 달린 나무 벤치 테이블에 구이바다 버너를 펼쳐 놓고, 라면을 끓이고 대게 살을 바르고 게딱지 볶음밥을 데워 꺼내놨어요. 얼음을 사러 들린 편의점에 신상 짐빔 하이볼이 들어와 있길래 냉큼 사왔고요. 그리고 세 가족이 둘러 앉아서 귀 옆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대게 만찬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내일 올라갈 것을 결정한 상태였어요. 비는 줄어들 기색을 보이지 않고, 파라솔 아래 앉아있기는 했지만 바람이 불면서 옷 끄트머리는 살짝 젖어드는 중이었지요. 그런데 젖기를 각오하고 굳이 비 오는 바깥에 차린 식사는, 너무 즐거웠어요. 대게는 다리 끝까지 달콤한 살이 가득 차 있고, 짐빔 하이볼은 왜 이렇게 맛있고, 라면은 왜 이렇게 게살과 잘 어울리는지? 탄수화물 중독자로서 게살보다 선호하는 게딱지 볶음밥은 너무나 고소하고, 재래시장 최고의 디저트 메뉴라고 생각하는 수수부꾸미에는 팥소가 가득하고 쫀득했어요. 

이 중에 내가 끓인 건 라면밖에 없지만, 캠핑 와서 먹은 음식 중 BEST 5 안에는 거뜬하게 들어갈 것 같은 식사구나! 여기 오길 잘했다. 또 와야지. 그때는 이번에 못 먹은 젤라토도 꼭 먹어봐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속초를 떠나왔습니다.
캠핑 요리는 중요하죠. 저는 정말 요리하는 것을 사랑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좋아하는 상태로, 건강하게 먹으려면 직접 요리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리가 부담이 되거나, 날씨가 너무 덥거나, 다른 하고 싶은 일이 많을 때는 꼭 요리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일 필요는 없습니다. 맛있는 향토 요리도, 훌륭한 밀키트도 얼마든지 있고 일부 캠핑장에서는 심지어 배달도 되거든요! 

맛있는 캠핑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지요. 오늘 제가 전해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속초 현지의 특산물로 차린, 모든 일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어도 유일하게 성공했고, 그것만으로 충분히 완벽한 여행이었다고 기억하게 해준 맛있는 한 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그래서, 제 저녁 메뉴는 결정이 되었을까요? 안타깝게도 아직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이 글을 쓰고 나니 속초에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하네요. 이번에 태풍이 오는 바람에 멋진 해수욕장 근처 캠핑장을 소개해드릴 사진을 제대로 못 찍어서 너무 아쉬워요. 다음 방문(이미 예약!) 후에 꼭 제대로 소개해드릴게요. 
잠시나마 대리캠핑, 랜선휴가의 기분을 느끼셨기를 바라며, 오늘의 캠차레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모두 저녁 맛있게 드시고 행복한 한 주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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